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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죽람(藍仙竹籃)

혈마의 후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남채화
작품등록일 :
2019.03.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9.08 23: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8,748
추천수 :
343
글자수 :
155,951

작성
19.05.04 06:00
조회
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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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1쪽

오장 득오거보 1

DUMMY

오장 득오거보


-다섯 수레나 되는 보물을 얻다.-


“오행장의 진의는 초식의 이름에서 나온다. 힘을 모을 때는 물과 같이, 자세는 나무와 같이, 힘을 쓸 때는 불과 같이 쓰라는 것이지.”

응력수 정중목 용력화(應力水 正中木 勇力火)의 구결을 듣던 조백은 짧은 탄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무공에 담긴 진의를 파악하고 펼치는 것은 그 위력이 천양지차라고 할 수 있다. 오래전 산동성의 한 노마두가 이름 모를 소년의 오행장에 맞아 죽은 적이 있다.”

“그게 정말입니까?”

조백역시 오행장의 비급 정도는 읽어 본적이 있지만 단일찬의 말을 쉽사리 믿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단일찬은 조백의 말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잠깐 말을 멈추었다가 단호히 입을 연다.

“그 노마두는 산동성의 패자로 불리던 철수존자였다. 그때 이후로 무림에는 아이와 노인. 여자와 걸인을 조심하라는 격언이 나돌 정도였지.”

“그렇다면 노인과 여자. 그리고 걸인에 대한 고사도······.”

단일찬의 입에서는 다양한 고사(古事)와 무공에 대한 기본적인 강론이 이어진다.

무공에 대한 강론 중에서는 바른 자세와 집중에 대한 기본적인 것부터, 장병기를 상대하는 법과 단병기를 상대하는 법과 같은 고급적인 것.

그리고 상대를 대할 때의 마음가짐 같은 심오한 이야기도 물 흐르듯 이어진다.

조백은 그러한 말들을 최대한 외우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절반 정도는 들으면서 잊어먹게 되고, 그 중에서 또 절반은 이해하지 못했다.

조백이 때때로 이해하기 힘든 것이나 궁금한 것을 단일찬에게 물었지만, 단일찬은 일절의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이러한 무림의 전반적 지식의 홍수 속에서 결국 한 사람이 폭발하고야 만다.

“그만 좀 하실 수 없나요!”

그 목소리는 제법 날카로워서 단일찬은 어쩔 수 없이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조백 역시 놀란 눈빛으로 소리를 지른 소혜를 쳐다본다.

소리를 빽 지른 소혜는 씩씩거림을 억지로 참아내며 단일찬을 노려본다.

“저는 무공에 관심 없습니다. 제 본분은 소공자를 모시는 것입니다.”

“나는 무공에 관심 많은데.”

조백이 눈치 없음에 소혜는 이번엔 조백을 노려본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릴 기세다.

“그 정도로 귀찮다면 기회를 주지.”

호기심이 동한 조백이 물었지만 단일찬은 이번에도 의도적으로 그를 무시한다.

‘어차피 이정도로 무공에 흥미를 가지는 마당에. 이 아이를 거두는 일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오히려······.’

단일찬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소혜가 인상을 쓰며 묻는다.

“무슨 기회인데요. 단대협을 때놓을 수 있는 기회라면 정말 좋겠군요.”

소혜의 말에 단일찬은 맑은 소리를 내며 웃는다,

“그 시험이라면 촛불을 끄는 것이지.”

“촛불이요?”

“촛불 열개를 일렬로 세워놓고 검을 찔러 한 번에 끈다면 내 더 이상 꼬마낭자를 괴롭히지 않겠어.”

소혜가 듣기에는 별반 어렵지 않은 것 같았다.

“공정함을 기하기 위해 내가 직접 시범을 보여주도록 하지.”

단일찬은 그렇게 말하고는 발걸음을 귀빈원으로 옮긴다. 소혜가 뒤따르고, 조백역시 자연스럽게 뒤따르려는 찰나.

“소질과는 관계가 없네. 어차피 설산파의 무공을 전수받을 것 아닌가.”

단일찬의 말에 조백은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떨군다. 단일찬은 웃으며 조백의 어깨를 토닥여준다.

“언젠가 인연이 있겠지.”

조백은 귀빈원으로 향하는 단일찬과 소혜를 아련한 눈빛으로 한참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힘없이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자신의 방 안에 놓인 수많은 물건들에 경악하고야 만다. 수 십 자루나 되는 보검들이 폐철마냥 쌓여있고, 그 옆에는 각양각색의 상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심지어 탁자 위에는 책들이 빼곡하게 놓여있다.

조백은 순간 자신의 방이 아닌 줄 착각할 정도였다.

조백은 조용히 뒷걸음질로 방을 빠져나와서 무슨 일인가 싶어 황당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러다가 마침 지나가던 하인을 붙잡고 손짓으로 묻는다.

“인근의 상인들이 보내온 물건들입니다.”

“왜?”

“소공자가 본장을 물려받을 것을 대비해 아부하는 것이지요.”

“형이 있는데 내가 왜 조가장을 물려받아.”

“제가 상인들이 아닌데 그들의 생각을 어찌 알겠습니까.”

조백이 말없이 혼란스러워하는데 하인이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대공자 깨서도 화산파로 떠나시기 전에 이런 선물을 많이 받으셨지요. 별로 신경 안 쓰셔도 될 겁니다.”

하인은 그런 말을 남기고는 표홀하게 사라진다. 조백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방안으로 들어선다.

맨 먼저 탁자위에 놓인 비급의 표제를 눈으로 읽기 시작한다. 웅혼도결, 태을장도해, 구격권법같은 평범한 표제였다.

조백은 맨 위에 놓인 은홍지요결을 대충 넘기다가 만다. 책이 몇 십 권은 되다 보니 섣불리 내용을 살피기 막막한 탓이었다.

조백은 한숨을 내쉬며 이번엔 쌓여있는 검쪽으로 다가간다. 검은 태반이 보통의 장검으로 대게 보석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이 되어있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검이 없었기에, 조백은 이번엔 상자들 쪽으로 다가간다.

조백은 별 생각 없이 맨 위의 상자를 집어 들어 열자 작은 쪽지 하나와 술병이 들어있었다.

[이 풍모(某)가 소문을 낸 것이 아닙니다.]

풍대인의 남긴 쪽지에 조백은 더욱 더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럼 이 술은 왜 보내신 겁니까.”

조백은 풍대인을 말로는 책망하긴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조백이 자신도 모르게 조가장을 물려받을 것처럼 행동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실제로 물려받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상인들 특유의 [혹시 모르니까 돈을 좀 던져 본다.]같은 발상에서 나온 행동일 수도 있다.

“에라 모르겠다. 뇌물들이나 열어보자.”

조백은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상자들을 열어보기 시작한다.

처음 연 상자에서 나온 것은 말린 버섯이었다.

그것은 자분석균(紫粉石菌)이라는 영약이었다. 자분석균에서 나오는 자색포자는 독의 일종이나, 포자를 식초로 씻어 말린 자분석균은 영약으로 취급된다.

내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탁월하며 특히 간에 좋은 약이다.

그러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백은 조용히 상자를 덮어서 한쪽에 두고 다른 상자를 열기 시작한다.

북해의 극지에서 난다는 설삼. 탁한 기운을 몰아내고 정신을 맑게 해준다는 벽사금향같은 영약들이 구할이다.

나머지 일할 정도는 기이하게 생긴 보물들이 주를 이룬다.

그중에서도 조백의 흥미를 가장 끄는 것은 총 두개로 옥으로 만든 동자상, 그리고 칙칙한 금색의 팔찌다.

옥으로 만들어진 동자상은 귀여운 모습의 사내아이가 눈을 감은 채 뒷짐을 지고 꽃향기를 맡는 모습을 하고 있다.

“조금 무거운데 곤륜에서만 난다는 곤옥일까.”

조백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동자상을 자세히 살핀다. 동자상은 섬세하기 보다는 많은 부분이 간략화 되고 부드러움을 살린 조각상이다.

혹시나 싶어 동자상의 곳곳을 손가락 끝으로 섬세하게 만져보았으나 특별한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꽃향기를 맡는 모습인거 같은데 코에 뭔가가 있나.”

조백은 그렇게 말하고 동자상의 콧구멍 쪽을 보았으나 단단히 막혀있다.

“가만 꽃향기를 맡는 모습이면 꽃은 어디 있지?”

동자상의 어디에도 꽃의 흔적은 없었다. 뒷짐을 하고 있는 손이 꽃을 쥔 모양은 아닐까 살펴보았지만 헛수고였다.

조백은 동자상을 한손위에 올리고는 가만히 마주본다.

“눈을 감고 기분 좋다는 듯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라······. 혹시.”

조백은 다른 손으로 동자상의 머리위에 손을 올린다. 마치 머리를 쓰다듬어 주듯이 말이다.

곤옥은 그 명성처럼 은은한 온기를 발산하고 있다. 자신의 양 손이 살짝 뜨거운 느낌까지 든다고 생각한 찰나.

[탁!]

동자상의 눈가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리며 작은 구멍이 뚫렸다.

영험한 향기와 함께 옥색의 액체라도 흘러나올 것 같은 구멍이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조백은 잠깐 어리둥절해 했으나, 금방 무슨 일인지 파악할 수 있었는데.

“아 누군가 먼저 비밀을 풀고 동자상 안에 담긴 무엇인가를 취해갔구나.”

조백은 자신의 말에 확신을 가지고 미소를 띤다. 하지만 일말의 아쉬움이 남아 동자상을 잠깐 바라본다.

동자상의 눈가에 난 작은 구멍은 서서히 닫혀버린다.

만약 조백의 생각대로 그 구멍에서 액체가 흘러나왔다면, 그것은 마치 동자상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도 같았을 것이다.

조백은 동자상을 내려놓고 이번엔 금팔찌를 살펴보기 시작한다.

“색이 변했으니 금은 아닐 테고.”

금팔찌는 뜻밖에도 많은 흠이 나있었다. 조백이 색이 칙칙하다고 생각한 이유도 흠결로 인한 것이었다.

“이정도로 험하게 쓴 물건이면 단순히 팔찌가 아니고 병기인걸까.”

조백은 금팔찌와 한쪽에 놓인 보검더미를 번갈아 본다. 그리고 보검 중에 하나를 골라잡는다.

보검과 금탁이 살짝 부딪힌다.

“어?”

들려오는 소리는 조백이 목소리뿐이다.

조백은 이번엔 금탁을 바닥에 내려두고 보검으로 힘껏 내려친다.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소리를 흡수하는 기물이구나!”

조백은 감탄하며 금탁을 집어 드는데 뒤에서 누군가 거든다.

“그것은 묵성금탁(黙聲金鐲)이라는 것으로 대단한 보물이지.”

조백이 고개를 돌려보자 그곳엔 목구곤이 서있었다.

“묵성금탁이요?”

“그래 이백년 전에 활동하던 암야살왕(暗夜殺王)이라는 대단한 자객이 있었지. 그자의 상징과도 같은 보물이다.”

목구곤은 조백에게 다가와 묵성금탁을 받아들고는 자신의 팔목에 낀다.

“얌야살왕은 쾌검으로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는데, 이 묵성금탁을 얻고서는 자객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지.”

목구곤이 힘을 가득 주어 주먹을 내뻗는데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파공음은커녕 소맷자락이 펄릭이는 소리조자 들리지 않는 것이다.

“암야살왕은 가공할 무음쾌검으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였지. 물론 그가 죽인 자들은 하나같이 악인이었으나, 대가로 재물을 챙겼으니 그 역시 의로운 인물은 아니었지.”

목구곤은 암야살왕이 말년에 자신의 집에서 재화와 함께 불타죽었다는 최후는 말하지 않았다.

괜히 음울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준비는 끝냈느냐?”

“무슨 준비 말씀이십니까? 구할 것이 있다고 출타 하신 건······ 사부님 아니십니까?”

조백은 그렇게 말하고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힌다.

“본래 정식으로 무공을 배우기 전에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수형의 허락을 받았느냐?”

조백은 말없이 고개를 흔든다.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내보이도록 하거라.”

“당장 허락을 받아 오겠습니다!”

조백은 당당하게 그렇게 말하고는 단번에 방밖으로 달려 나가 버린다.

목구곤은 그런 조백의 뒷모습을 인자한 웃음과 함께 바라본다.

그러다가 난잡한 방안을 둘러보며 혀를 차고 고개를 흔든다. 그 역시 조가장으로 돌아오면서 조백에 대한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2019/05/04 

조백의 양 손이 그저 따스한 것이 아니고 따뜻한 기분이 들 무렵 살짝 따뜻한 느낌까지 든다고 생각한 찰나.

->자신의 양 손이 살짝 뜨거운 느낌까지 든다고 생각한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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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십일장 용호쌍격 2 19.09.08 162 1 13쪽
29 십일장 용호쌍격 1 19.08.17 240 3 13쪽
28 십장 칠할강변 3 19.08.10 295 3 13쪽
27 십장 칠할강변 2 19.08.03 396 4 13쪽
26 십장 칠할강변 1 19.07.27 452 3 13쪽
25 구장 혈마잔양 2 19.07.20 486 5 11쪽
24 구장 혈마잔양 1 19.07.20 493 4 12쪽
23 팔장 건목고엽 3 19.07.13 540 6 10쪽
22 팔장 건목고엽 2 19.06.08 613 8 14쪽
21 팔장 건목고엽 1 19.06.01 685 10 9쪽
20 칠장 일일연마 3 19.05.25 681 11 11쪽
19 칠장 일일연마 2 19.05.18 716 9 11쪽
18 칠장 일일연마 1 19.05.18 753 12 10쪽
17 육장 오해중첩 3 19.05.11 770 10 8쪽
16 육장 오해중첩 2 19.05.11 755 12 13쪽
15 육장 오해중첩 1 19.05.11 810 12 11쪽
14 오장 득오거보 3 19.05.04 935 13 12쪽
13 오장 득오거보 2 19.05.04 919 17 10쪽
» 오장 득오거보 1 19.05.04 968 16 11쪽
11 사장 화향취호 3 19.04.27 993 16 7쪽
10 사장 화향취호 2 19.04.27 1,041 16 11쪽
9 사장 화향취호 1 19.04.27 1,237 12 12쪽
8 삼장 명약관화 3 19.04.13 1,261 16 10쪽
7 삼장 명약관화 2 19.04.13 1,277 14 12쪽
6 삼장 명약관화 1 19.04.13 1,456 17 10쪽
5 이장 틈결지벽 2 19.04.06 1,577 17 19쪽
4 이장 틈결지벽 1 19.04.06 1,774 15 13쪽
3 일장 고량자제? 3 19.03.31 1,863 17 12쪽
2 일장 고량자제? 2 19.03.31 2,045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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