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남선죽람(藍仙竹籃)

혈마의 후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남채화
작품등록일 :
2019.03.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9.08 23: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8,737
추천수 :
343
글자수 :
155,951

작성
19.06.01 13:21
조회
684
추천
10
글자
9쪽

팔장 건목고엽 1

DUMMY

팔장 건목고엽


-마른 나무와 낡은 나뭇잎.-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상쾌한 날이다.

송운록은 귀빈원에 마련된 자신의 거처에서 창밖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금족령으로 인해 조가장에 머물게 된지도 벌써 열흘째.

송운록이 조가장에 오게 된 것 자체가 별반 의미 없는 사건으로 인한 것이다.

다만 조수형이 정식으로 사과하며 머물러 주길 권하는 바람에, 송운록은 하는 수 없이 귀빈원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송운록을 괴롭히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혈마가 말했던 재액.

알 수 없는 재액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에 송운록은 편히 쉴 수가 없었다.

그때 방 한가운데에 허깨비처럼 혈마가 나타난다.

“때가 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혈마와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송운록은 방안을 계속 서성이고 있다.

“저번에 말한 재액을 말하는 겁니까?”

송운록의 물음에 혈마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도 천하제일의 고수인 검절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천하제일이라는 말에 혈마의 눈빛이 살짝 달라진다.

“그가 당대 천하제일이냐?”

송운록은 여전히 방안을 서성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와 같은 자가 한명 더 있다면 막을 수도 있겠지.”

“젠장!”

송운록은 성질을 담아 외치고는 혈마 앞에 멈춰 선다.

그 스스로는 혈마를 믿는 것인지, 혈마가 한 말을 믿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분명했다.

혈마는 불안해하는 송운록은 안중에 두지도 않고, 품속에서 작은 붉은 구슬을 꺼내든다.

“너는 때가되면 달려가서 이것을 조백에게 먹이면 된다.”

“그게 뭡니까.”

혈마의 두 눈에 한 가지 감정이 떠오른다. 그것은 귀찮음이다.

“마교에서 훔친 것을 내가 따로 손본 것이다.”

송운록의 눈에 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이 혈환이 뭐냐는 말입니다.”

혈마는 따로 답을 하지 않고 손을 내뻗는다.

그러자 무형의 기운에 의해 송운록이 강제로 혈마의 코앞까지 끌려온다. 혈마는 그에게 조용히 혈환을 재차 보여주고는 그의 앞섶에 넣어둔다.

“때가 되면 그것을 조백에게 먹여라.”

“그 때가 언제입니까?”

송운록의 물음에는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혈마는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신비롭게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송운록은 품속의 혈환을 꺼내서 살핀다.

혈환은 보석으로 오인할 만큼 붉고 투명한 색을 띄고 있다. 송운록은 혈환을 당장이라도 내동댕이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행하지 못하고, 혈환을 다시 품속에 갈무리한다.


한 장소에 오래 있으면 사람이 답답할 법도 하지만, 조백은 매우 알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로 식음을 잊고 무공연마에 몰두한 것이다.

목구곤으로부터 빙설검법의 나머지 다섯 초식을 모두 배우고, 한상기공까지 입문하게 되었다.

눈을 감고 정좌하고 있던 조백은 조용히 호흡을 조절한다. 들숨과 날숨이 반복되고 이내 호흡에 의념이 실린다. 의념이 실린 호흡은 단전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파문 속에서 작고 서린 기운이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조백은 침착하게 그 서린 기운을 천천히 끌어올린다.

다행히도 그 서린 기운은 조백의 뜻대로 끌어올려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서린 기운은 미약하여 가슴팍 정도까지 밖에 올라오지 못했다.

조백은 실망하지 않고 그 서린 기운을 다시 단전으로 돌려보낸다. 서린 기운은 났던 곳으로 돌아가며 단전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조백은 타인의 도움 없이 진기도인을 성공한 것이다.

시간이 흘러 진기도인으로 끝나지 않고 온전한 형태로 운공할 수 있게 되면 단전에 내공을 쌓는 축기의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으리라.

조백은 순간 현기증이 났다.

이는 기진의 증상인데, 다행히 명치까지 끌어올려졌던 서린 기운의 여파가 기절하는 것을 막아주고 있었다.

조백이 좀 더 자유자제로 운공할 수 있게 되면 이런 기진 현상이 없어질 것이다.

조백은 목구곤이 먹어도 된다고 표시해둔 상자에서 이름 모를 풀뿌리 하나를 꺼내 으적거리며 씹는다. 생 풀뿌리의 쓴맛은 금방 사라지고 청량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내 현기증은 사라지고 기운이 나기 시작한다.

“의외로 뇌물들이 효과가 좋네.”

조백은 문득 이 풀뿌리를 누가 보낸 것인가 궁금하여 상자를 상세히 살폈다.

하지만 이름이 적혀 있는 상자는 없었다.

“이거 뇌물을 받아도 누가 준건지 모르니 소용이 없네.”

조백은 자신의 농담에 피식 웃는다.

“분명 누가 이름 정도는 적어놨을 텐데.”

조백은 그렇게 혼잣말 하며 다른 상자들을 뒤져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뭔가 묵직한 것이 들어있는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상자 속에서 나온 것은 열 개의 술잔.

“아. 이걸 까맣게 있고 있었네. 아버님께 드린다는 것이. 생각난 김에 지금이라도 가져다 드리자.”

조백은 그렇게 말하며 상자를 들고 방을 나선다.


조백은 한달음에 조수형의 집무실 앞까지 도착하였다. 집무실에서는 음식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는데, 조백은 그제야 시간이 정오임을 알 수 있었다.

집무실의 문이 열리자 조수형과 기화홍, 그리고 조위홍이 막 식사를 하려던 모양이었다.

조백을 가장 반갑게 맞이해준 것은 조수형이었다.

“수련에 매진하느라 두문불출 하더니. 점심은 먹었느냐.”

“아직 식전입니다. 식사도 식사지만 그 전에 소자가 술을 한잔 올리고 싶군요.”

조백은 웃으면서 상자를 열어 조수형에게 보여준다.

단번에 상자 속 술잔을 알아본 조수형은 목이 메는지 “음.”하는 소리를 낸다.

“본래 열 개가 한 벌이 아닐까 생각했던 적은 있었지.”

조수형이 아련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조백은 조용히 술잔 두 개를 조수형 앞에 둔다. 기화홍과 조위홍 앞에도 각각 술잔을 두 개씩 두었다. 원형의 식탁 한편에도 술잔을 두 개를 놔둔다.

조백은 하인을 불러 술을 한 병 가져오게 시키고는 자신의 앞에도 두 개의 술잔을 둔다.

하인이 금세 가져온 술병을 받아든 조백은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만다.

본래는 친어머니인 차예현을 기리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그랬다가는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기 때문.

조수형과 조위홍의 기분도 별반 다른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입을 연 것은 기화홍이었다.

“가족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말이 있지. 우리가족도 그런 말과 같이 되었으면 한다.”

기화홍은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일어나 조백에게 다가간다. 기화홍이 손을 내뻗고 조백은 얼떨결에 술병을 건넨다.

기화홍은 식탁을 따라 걸으며 술잔에 술을 따른다. 술이 술잔을 치는 맑은 소리가 향기와 함께 퍼진다.

기화홍은 술을 모두 따르고는 술잔을 들어 조백을 바라본다.

“가족을 위해.”

“가족을 위해.”

조백은 그녀의 말을 따라하며 술잔을 비운다. 조수형은 말없이 술잔을 비웠고, 조위홍은 훈훈한 분위기에 이미 취한 듯 천천히 술잔을 비운다.

조위홍이 술을 모두 마실 때 쯤 기화홍도 술잔을 들어 입가에 가져다 댄다.

바로 그때 조위홍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린다.

조위홍은 의자에서 일어나려다가 그대로 넘어지고 만다. 조백과 조수형은 황급히 그를 향해 달려가 부축한다.


기화홍은 대담하게도 자신의 가족 모두가 보는 앞에서, 친아들인 조위홍의 술잔에 독을 탄 것이다.

단장독은 그녀의 반지에 숨겨져 있었다. 기화홍의 반지가 조위홍의 술잔위로 지나가는 순간. 치명적인 독주가 탄생한 것이다.

기화홍은 독을 사용한 것을 조백에게 뒤집어씌우고, 그것을 빌미로 조백을 조가장에서 쫓아낼 생각이었다. 조백을 쫓아내는데 성공한다면, 조수형과 조위홍을 설득할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친아들에게 조가장을 물려주기 위해 기화홍은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물론 기화홍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두었다. 사용한 단장독은 소량이여서 사람을 즉사하게 할 만한 양은 아니다. 거기에 피독주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차고 나오기까지 했다.

문제는 그녀가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실제로 조가장에 위해를 끼치려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조백의 얼굴을 보며 기화홍은 준비했던 말을 꺼내려 했다.

그러나 자신을 바라보는 조백의 표정.

조위홍에게서 조백을 떨어뜨리려는 조수형의 모습.

그리고 언뜻 보이는 시커멓게 변해있는 기괴한 조위홍의 얼굴,

“위홍아!”

기화홍은 그렇게 외치며 조위홍에게 달려들었다.

조백과 조수형은 당황한 와중에도 기화홍을 말리려 했다. 사람이 절명하고 순식간에 시커멓게 썩어갈 정도의 극독이다. 당연히 시체에 손을 대는 것도 삼가야 할 일.

두 부자는 기화홍을 막지 못했으나, 불행히도 다른 사건이 기화홍의 행동을 막아섰다.

그것은 거대한 폭발이었다.

조백은 그 폭발의 지척에 있었기에 오히려 아무런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격통과 이명.

조백이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를 향해 손을 건넨다.

조백은 알 수 없는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킨다. 그 누군가는 앞서서 달리기 시작하고, 조백은 홀린 듯 그 뒤를 따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혈마의 후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합니다. 19.12.27 40 0 -
30 십일장 용호쌍격 2 19.09.08 162 1 13쪽
29 십일장 용호쌍격 1 19.08.17 240 3 13쪽
28 십장 칠할강변 3 19.08.10 295 3 13쪽
27 십장 칠할강변 2 19.08.03 395 4 13쪽
26 십장 칠할강변 1 19.07.27 452 3 13쪽
25 구장 혈마잔양 2 19.07.20 486 5 11쪽
24 구장 혈마잔양 1 19.07.20 492 4 12쪽
23 팔장 건목고엽 3 19.07.13 539 6 10쪽
22 팔장 건목고엽 2 19.06.08 613 8 14쪽
» 팔장 건목고엽 1 19.06.01 685 10 9쪽
20 칠장 일일연마 3 19.05.25 681 11 11쪽
19 칠장 일일연마 2 19.05.18 715 9 11쪽
18 칠장 일일연마 1 19.05.18 753 12 10쪽
17 육장 오해중첩 3 19.05.11 770 10 8쪽
16 육장 오해중첩 2 19.05.11 755 12 13쪽
15 육장 오해중첩 1 19.05.11 810 12 11쪽
14 오장 득오거보 3 19.05.04 934 13 12쪽
13 오장 득오거보 2 19.05.04 919 17 10쪽
12 오장 득오거보 1 19.05.04 967 16 11쪽
11 사장 화향취호 3 19.04.27 993 16 7쪽
10 사장 화향취호 2 19.04.27 1,040 16 11쪽
9 사장 화향취호 1 19.04.27 1,236 12 12쪽
8 삼장 명약관화 3 19.04.13 1,261 16 10쪽
7 삼장 명약관화 2 19.04.13 1,276 14 12쪽
6 삼장 명약관화 1 19.04.13 1,456 17 10쪽
5 이장 틈결지벽 2 19.04.06 1,577 17 19쪽
4 이장 틈결지벽 1 19.04.06 1,774 15 13쪽
3 일장 고량자제? 3 19.03.31 1,862 17 12쪽
2 일장 고량자제? 2 19.03.31 2,045 2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