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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죽람(藍仙竹籃)

혈마의 후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남채화
작품등록일 :
2019.03.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9.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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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3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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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일장 고량자제? 1

DUMMY

서장


조가장(趙家莊)의 장주인 조수형에게는 두 명의 부인과 두 명의 아들이 있다. 본처인 차예현에게서는 조백(趙白), 둘째 부인인 기화홍에게서는 조위홍을 두었다.

본처소생인 조백은 평범했다. 상재는 없다시피 하고, 무공에 대한 흥미는 있는 듯 했으나 열성적이지 않았다.

반면 조위홍은 어릴 적부터 무공에 대한 자질이 뛰어났다. 심지어 조위홍 자신이 무공에 대한 강한 열망까지 있었기에, 조수형은 그를 화산파에 입문시키기에 이른다.

올해 조백은 열다섯. 조위홍은 스물이다.

따지자면 조백이 조가장을 물려받는 것이 맞을 테지만, 조위홍의 인맥과 인성이 특출 나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다만 조수형인 이러한 논란에 대해선 일언반구 해명조차 하질 않으니······.

누가 되었건 조가장을 물려받게 되면 막강한 재력을 손에 쥐게 될 것이다. 수많은 전답, 도박장과 전장에서 나오는 돈은 쉽게 떠올리기 힘든 수준의 금력(金力)일 것이다.

그리고 어느 해 여름.

조백이 열다섯 생일을 맞이한 그 달에 한 가지 소문이 조가장 인근에 돌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조수형은 조백에게 조가장을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일장 고량자제?


-부귀한 집에서 나고 자라 고생을 모른다?-


조백은 한껏 진지한 눈빛으로 현란하게 움직이는 세 개의 잔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세 개의 잔 중에서 오직 하나만 작은 콩알이 들어있는데 이를 찾기 위해 힘쓰고 있는 것. 조백은 눈에 힘을 너무 줘서 아팠는지 자신도 모르게 몇 번 깜빡거린다.

그리고 조백의 눈을 깜빡거린 바로 그 순간 야바위꾼의 손이 번개같이 움직인다.

잔들이 멈추는 바로 그 순간 콩알은 가운데의 잔에서 맨 오른쪽의 잔으로 섬전같이 이동했다.

조백은 품속에서 은전 하나를 꺼내든다. 그리곤 잠시 주춤하더니.

“손장난을 친 것은 아니겠죠?”

조백의 물음에 야바위꾼은 뜨끔했지만 천연덕스럽게 답한다.

“내가 이 짓거리만 몇 년째 인데. 그런 짓을 했다간 장사하기 힘들지.”

야바위꾼의 답에 조백은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이곳은 조수형이 운영하는 도박장 인근이고, 이곳에서 좌판으로 노름판을 연 주제에 조백을 못 알아본 것이니 웃음이 터질 수밖에.

조백은 가운데 잔 앞에 은전을 내려놓는다.

야바위꾼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가운데 놓은 잔을 조심스럽게 뒤집는다.

당연히 콩알이 있을 리가 없다.

야바위꾼의 표정은 의기양양하게 변하며 왼쪽의 잔부터 차례로 뒤집는다. 맨 오른쪽 잔에서 콩알이 나오자 조백은 다소 과장되게 안타까워한다.

“아! 마지막까지 고민했는데. 정말 아깝군.”

조백이 그러거나 말거나 야바위꾼은 은전을 잽싸게 챙긴다.

“처음엔 좀 따나 싶더니. 얼마나 잃은 거지?”

조백의 혼잣말에 야바위꾼이 슬쩍 답한다.

“내가 소형제에게서 은전 서른네 개를 땄소이다.”

야바위꾼이 얄밉게 답하자 조백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품속을 뒤진다.

그리고 싯누런 무엇인가가 튀어나온다.

그것은 바로 금 한 냥.

모여들어 있던 구경꾼들은 금냥이 등장하자 환호성을 내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좌판을 열고 하는 허름한 노름판에 나오기엔 너무 큰 금액이기 때문.

야바위꾼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다.

은전이 열 개 모이면 은 한 냥이 되고, 그런 은냥이 열 개가 모이면 다시 금 한 냥이 된다. 은 한 냥이면 한 가족이 한 달은 먹고 사는 큰돈인 것.

야바위꾼 자신이야 거처 없이 떠도는 처지라 돈을 쓸 구석이 많은 편이다. 그렇다곤 해도 은전 서른 네 개면 두 달은 넉넉히 쓸 만한 돈이다.

그런데 단번에 판돈이 백배가 오른 것이다.

야바위꾼의 마음속에서 욕심이 크게 솟아 오른 만큼 불안감도 비슷한 크기로 솟아올랐다.

“내 떠도는 처지라 소공자가 맞추면 그걸 갚을 만 한 돈이 없소이다.”

어느새 호칭은 소형제에서 소공자로 바뀌어 있다.

야바위꾼은 그렇게 말하곤 조백의 눈치를 살핀다. 만에 하나 조백이 맞추게 되면 야바위꾼은 건 돈의 세배인 금 석 냥을 줘야 하는데 그런 돈이 있을 리가 없다.

“돈은 됐고 내가 소원을 좀 들어줬으면 하는데······.”

조백은 그렇게 말하고는 슬쩍 말끝을 흐린다.

“무슨 소원이오?”

“그걸 말하면 내기에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조백이 당당하게 말하자 야바위꾼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조백의 맑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자니 딱히 음흉한 구석이 있진 않은 것 같았다.

‘아니 다시 보니······. 흔한 호구의 눈빛이잖아. 내가 질리 없다는 그런 눈 빛.’

조백의 눈빛에 야바위꾼의 마음속에서 욕심이 좀 더 크게 자라나기 시작한다. 더불어 자신감도 거대해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내 기술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이번에도 내가 이긴다!’

야바위꾼은 콧김을 크게 내뿜으며 잔 위에 손을 올린다. 조백은 “좋아. 이번엔 이긴다.”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그리고 야바위꾼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신감이 팽배해진 탓도 있고, 알게 모르게 겁도 살짝 먹은 상태였기 때문인지 야바위꾼의 기술은 더욱 더 현란해져 있었다.

바로 그때 야바위꾼의 시야에 탁한 은색의 무엇인가가 들어온다.

그것은 날카롭고 삐죽한 쇠로된 이빨 같은 모습이었는데, 야바위꾼은 그게 거치도(鋸齒刀)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리고 야바위꾼의 뇌리에 섬서성에서 활동하는 어떤 도객의 이름이 떠올랐다.

칼집도 없는 거치도를 차고 다니며 맞붙은 상대는 반드시 피를 보고 만다는 무시무시한 도객.

혈아도(血牙刀) 악종기.

야바위꾼의 머릿속에서 악종기에 대한 것을 떠올리자마자 알 수 없는 날카롭고 음습한 기세가 그를 향해 쏘아져 왔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살기(殺氣)인지, 단순히 악종기의 시선을 의식하는 야바위꾼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야바위꾼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마에서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손에도 땀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야바위꾼은 손의 땀 때문에 일을 망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급히 기술을 쓴다.

하지만 우연인지 몰라도 바로 그 순간 야바위꾼의 눈에 땀방울이 흘러들어가 버린다.

그 덕에 야바위꾼 스스로도 어느 잔에 콩알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지금껏 쭉 사기도박이었으나, 이번에는 온전하게 운에 기대는 순수한 도박이다.

야바위꾼은 떨리는 손을 겨우겨우 잔에서 땐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거치도를 차고 있는 남자를 힐끗 본다. 한쪽 뺨에 나있는 흉측한 상처와 꿈에 나올까 두려운 험악한 얼굴. 야바위꾼이 들어서 알고 있는 악종기의 외모와 일치했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백은 단호하게 금냥을 오른쪽 잔 앞에 내려둔다.

탁 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야바위꾼은 왼쪽 잔부터 천천히 뒤집는다.

콩알이 보이지 않자 야바위꾼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가운데 잔에서도 콩알이 보이지 않자 야바위꾼의 얼굴색이 허옇게 변하기 시작한다.

주변에서는 웅성거림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이미 결과는 정해졌건만 야바위꾼은 쉽사리 마지막 잔을 뒤집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야바위꾼을 보면서 조백이 냉큼 마지막 잔을 뒤집는다.

당연히 그곳에는 콩알이 있었고, 주변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조백의 승리에 박수를 쳐주는 이들도 있고, “이래서 도박은 하면 안 되는 거야.”라고 중얼거리는 이들도 있다.

주변의 소리가 살짝 잦아들 때쯤 조백은 금 한 냥을 다시 품속에 고이 집어넣는다,

그리곤 사색이 된 야바위꾼을 향해서 손을 내민다.

야바위꾼은 절망스러운 얼굴로 지금껏 조백에게서 땄던 은전을 꺼내든다.

조백의 손바닥 위에 은전을 올려두려던 야바위꾼은 그의 손이 자신의 얼굴 앞을 가로막는 것을 보고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돈은 됐고, 이 잔을 주시오.”

“잔이요?”

야바위꾼이 반문하자 조백은 손가락으로 좌판에 깔린 잔들을 가리킨다.

이 잔들에는 각각 소나무와 구름. 그리고 사슴이 그려져 있었다. 이 잔들을 조합하면 야바위꾼 자신의 이름이 나온다. 그래서 야바위꾼은 이 잔들을 실질적 가치보다는 개인적인 행운의 증표로 여겨왔다.

야바위꾼은 애초에 조백의 관심사가 도박보다는 이 잔들에 있음을 눈치 챘다. 그리고 동시에 놀아난 것은 조백이 아니라 자신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후회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

야바위꾼으로서는 장사밑천임과 동시에 행운의 증표를 잃게 되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것으로 은전을 왕창 땄으니 이득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야바위꾼은 말없이 잔들을 가져가라고 손짓하고, 조백은 조심스럽게 그것들을 챙긴다.

“오늘 내가 된통 당해버렸는데. 소공자의 이름을 기억하면서 반성 좀 했으면 합니다?”

야바위꾼의 음성에 약간의 빈정거림이 섞여있긴 했지만 조백은 선뜻 답해준다.

“조가장의 조백입니다.”

조가장의 조백이라는 말에 야바위꾼은 자신도 모르게 짧은 탄성을 내지른다.

그리곤 흩어지는 구경꾼들과 저 멀리 사라지는 조백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린다.

“고량자제는 개뿔. 능구렁이가 따로 없구먼.”


작가의말

일단 시작합니다.

오타지적 받고

어 이전화에서 이런 별호(이름, 혹은 무공) 아니었잖아 싶으면 보통 맞게 보신겁니다.

주저말고 지적하세요.


근데 왜 일반연재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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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십일장 용호쌍격 2 19.09.08 162 1 13쪽
29 십일장 용호쌍격 1 19.08.17 240 3 13쪽
28 십장 칠할강변 3 19.08.10 295 3 13쪽
27 십장 칠할강변 2 19.08.03 395 4 13쪽
26 십장 칠할강변 1 19.07.27 452 3 13쪽
25 구장 혈마잔양 2 19.07.20 486 5 11쪽
24 구장 혈마잔양 1 19.07.20 492 4 12쪽
23 팔장 건목고엽 3 19.07.13 539 6 10쪽
22 팔장 건목고엽 2 19.06.08 612 8 14쪽
21 팔장 건목고엽 1 19.06.01 684 10 9쪽
20 칠장 일일연마 3 19.05.25 680 11 11쪽
19 칠장 일일연마 2 19.05.18 715 9 11쪽
18 칠장 일일연마 1 19.05.18 753 12 10쪽
17 육장 오해중첩 3 19.05.11 770 10 8쪽
16 육장 오해중첩 2 19.05.11 755 12 13쪽
15 육장 오해중첩 1 19.05.11 810 12 11쪽
14 오장 득오거보 3 19.05.04 934 13 12쪽
13 오장 득오거보 2 19.05.04 919 17 10쪽
12 오장 득오거보 1 19.05.04 967 16 11쪽
11 사장 화향취호 3 19.04.27 993 16 7쪽
10 사장 화향취호 2 19.04.27 1,040 16 11쪽
9 사장 화향취호 1 19.04.27 1,236 12 12쪽
8 삼장 명약관화 3 19.04.13 1,261 16 10쪽
7 삼장 명약관화 2 19.04.13 1,276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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