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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죽람(藍仙竹籃)

혈마의 후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남채화
작품등록일 :
2019.03.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9.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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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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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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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장 득오거보 3

DUMMY

조백은 걸어가다 말고 귓구멍을 긁적인다.

“누가 내 이야기를 하나.”

간지러움을 해소하고는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누군가 그를 부른다.

“공자님.”

목소리가 들려온 곳에는 소혜가 땀을 뻘뻘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조백은 재빨리 다가가 소혜를 일으켜 세운다. 소혜는 [우웩]하는 소리와 함께 구토를 하고야 만다. 그리고는 자신이 토해낸 토사물을 보며.

“있다가 치울게요.”

“무슨 일이야?”

그의 물음에 소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린다.

“촛불이 안 꺼져요.”

조백은 오늘 아침에 단일찬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어려운 시험인가 봐.”

“촛불을 갈지자로 우욱.”

소혜는 설명을 하려다 말고 헛구역질을 해댄다.

“공자님 방정리 해야 한다고 거짓말하고 도망쳐 나왔어요.”

“마침 방정리 해야 하는데.”

소혜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자 조백은 장난스럽게 웃는다.

“미안. 농담이야. 내 방으로 가서 쉬자.”

조백은 소혜를 부축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조백이 방을 나선지 한 식경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의 방은 조금 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 주범은 목구곤으로, 비급들을 분류해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못 받았느냐.”

“받았습니다.”

목구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 분류로 나눠놓은 비급들을 차례차례 가리키기 시작한다.

“이쪽의 것은 이름만 거창한 것들이고, 여기는 핵심이 되는 내용이 빠져있는 것들이다. 여기 세권은 익혀도 괜찮은 것들이고, 마지막으로······.”

목구곤이 말을 줄이자 조백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좀 더 나이가 들면 이야기 해주마.”

목구곤은 그렇게 말하고는 소혜를 바라본다. 조백은 그 시선을 알아채고는 입을 연다.

“단대협이 내준 시험 때문에 고생했나봅니다.”

“아. 쾌검에 소질이 있다 했었지. 어떤 걸로 시험을 봤느냐? 술잔 베기? 촛불?”

촛불이라는 말에 소혜가 또 헛구역질을 한다. 목구곤은 피식 웃으며 영약이 쌓여있던 곳으로 가 자분석균을 들고 온다.

“저쪽에 앉아서 이것을 먹도록 해라.”

소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구석에 앉아 자분석균을 손으로 뜯어 먹기 시작한다.

조백은 그런 소혜의 모습을 보며 목구곤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촛불을 끄는 시험은 뭡니까.”

“쾌검을 연마하기 위한 훈련의 일종이다. 촛불을 갈지자로 세워두고 단 일검으로 불을 모두 끄는 것이지.”

조백은 목구곤의 설명을 듣고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별반 어려울 것 같지 않아 다시 묻는다.

“잘 휘두르면 될 것도 같은데요?”

목구곤은 웃으며 조백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막상 해보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더욱이 단순히 검을 한번 베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며 두 번이나 방향을 틀어가며 좌우로 베야 하는 것이기에 쉽지 않은 일이지.

이것은 쾌검에 기교를 담는 것으로 무공에 입문하고 내공수련 후에 하는 수련이기도 하지.”

조백은 별다른 반응 없이 그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지금은 이해하기 힘들어도 외워두면 금과옥조가 될 것이라 여겼기 때문.

목구곤은 뒷짐을 지고는 조백을 지긋이 바라본다.

“자세를 바로하고 준비를 해라.”

그의 말에 조백은 어깨를 당당히 펴고 바로 선다. 살짝 흥분이 돼서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너는 앞으로 무공을 배워 협을 행하고 의를 지길 것을 맹세하느냐.”

“맹세합니다.”

“또한 사부인 나를 공경하고 바르게 행동할 것을 맹세하느냐.”

“맹세합니다.”

“좋다. 그럼 절을 아홉 번 하도록 해라.”

목구곤의 말에 조백은 구배지례를 올린다.

“이로서 너는 나의 제자가 되었다. 나의 본향은 설산파에 있으나, 너에게 그 짐을 넘기고 싶지는 않구나. 너는 설산파의 복권에 힘쓸 필요 없다. 다만 그 이름에 누가되는 행동은 삼가야 할 것이다.”

“제자 명심하겠습니다.”

목구곤은 인자하게 웃으며 조백을 일으켜 세운다.

“내가 배워야 할 설산파의 무공은 한상기공과 빙설검법. 그리고 일전에 말했던 한음지가 있다.”

조백은 눈빛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인다.

“내공부터 입문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 그래서 먼저 빙설검법의 형을 완벽히 익히고 나서야 한상기공에 입문할 수 있으며, 두 가지가 완숙의 경지에 도달해야 한음지를 익힐 수 있다.”

조백은 심상치 않은 시간을 느꼈는지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럼 빙설검법의 형을 익히려면 얼마나 걸립니까.”

“반년 정도 걸릴 것이다.”

목구곤의 말에 조백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무의 길을 가겠다고 생각할 때 그러한 부분은 생각지 못한 모양이구나. 어떤 것이든 일조일석이 이뤄지는 것은 없으며, 무도(武道) 또한 그러하다.”

목구곤은 조백의 시무룩함에 불을 지핀다.

“끈기와 인내는 좋은 덕목이라고 할 수 있지. 끈기를 가지고 무도에 일로매진한다면······.”

목구곤이 뒷말을 줄이자 조백이 의아함에 고개를 든다.

“사실 형을 익히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

“정말입니까?”

조백이 반색하며 묻자 목구곤은 고개를 끄덕여 준다.

목구곤의 말대로 빙설검법의 형(形)을 익히는 것은 하루면 충분하다.


어떤 무공의 성취를 구분하는 단계는 여러 가지가 존재하지만, 성(成)의 단위를 쓰는 경우라면.

우선 초식을 외우고 펼치는 것을 일성.

내공을 담아 사용하게 되는 것을 이성.

사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수련을 할 수 있게 되는 수준이 바로 삼성이다.

이런 식으로 성장하여 십성에 도달하면 그 무공을 완벽히 익혔다고 할 수 있다.

강권을 십성으로 연마하면 강(剛)을 유(柔)로 변화할 수 있으며, 쾌검을 십성으로 연마하면 쾌(快)를 만(慢)으로 변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어떠한 무공이든지 삼성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말은, 그 무공을 홀로 수련할 수 있는 정도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목구곤의 말대로 빙설검법에 입문하여 형을 모두 배우는 것은 하루에도 가능할 것이다.

검을 쥐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빙설검법에 포함된 보법. 필요한 체력을 만들기 위한 훈련. 단순히 초식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겨루기 위한 훈련 등을 포함하면, 반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이것은 본래의 빙설검법임을 가정한 것이다.

목구곤이 익힌 빙설검법은 흩어지고 쪼개진 것을 모으고, 없어진 것을 복원시킨 것이다.

당연히 본래의 빙설검법보다는 생략된 부분도 있으며, 발전한 부분도 있다. 거기에 체력훈련을 위한 연공구결역시 포함되어 있다.


조백은 환하게 웃다가, 목구곤이 말한 끈기와 인내라는 덕목을 떠올렸는지 급하게 표정을 굳힌다.

“빙설검법은 총 열 개의 초식이 있는데, 오늘은 일초인 빙설낙도다.”

목구곤은 그렇게 말하고는, 보검 중에서 검신의 폭이 약간 좁은 것을 하나 골라와 조백의 앞에 선다.

그리고는 상단에 검첨(劍尖)으로 점을 세 개 찍는 것을 시작으로 빙설낙도(氷雪落道)를 펼치기 시작한다. 주된 동작은 검첨으로 찍은 점 사이를 내려 베는 형태였다.

조백은 멍하니 빙설낙도를 감상하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목구곤이 초식을 반복하여 펼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백은 동작을 외워버릴 요량으로 눈을 부릅뜬다.

목구곤이 빙설낙도의 초식만 총 열 번을 펼치고 검을 거둘 때, 조백은 빙설낙도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빙설낙도의 초식을 쪼개 본다면 빙설점(氷雪點)과 낙도인(落道引)의 두 가지로 쪼갤 수 있을 것이다. 빙설점은 찌르는 동작이고, 낙도인은 그 사이를 어지럽게 베는 동작이다.

조백은 이것이 눈송이가 떨어지는 것을 형상화한 초식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었다.

또한 낙도인 보다는 빙설점 쪽이 조금 더 중요한 부분인 것 또한 알아 챌 수 있었다.

“해볼 수 있겠느냐.”

조백은 말없이 목구곤의 검을 건네받고는 빙설낙도를 펼치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목구곤과 같이 유려한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찌르는 동작은 경쾌하고, 베는 동작은 강하다. 이는 빙설낙도의 요점을 잘 짚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찌를 때는 살짝 힘을 빼야 한다. 가볍기 보다는 조용하게 찔러야 하는 것이지. 베는 동작은 아주 좋다.”

조백은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듯 얼굴을 붉힌다.

“그래. 그럼 이제 빙설낙도를 백번만 펼쳐 보거라.”

“백번이요?”

“그래. 초식을 수련하려면 그 정도는 펼쳐 봐야지. 본래 체력을 키우고 나서 검을 수련하는 것이지만 어느 세월에 그렇게 한단 말이냐. 초식을 사용하면서 체력도 동시에 길러야지.”

조백은 약간 울상을 지었지만 빙설낙도를 펼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방금 한 것 포함해서 백번이죠?”

목구곤은 알 수 없는 웃음을 내보이고는 소혜를 향해 다가간다. 그리고는 한음지를 살짝 끌어 올려 소혜의 미간을 건드린다.

멍한 얼굴에 창백해 보였던 소혜의 얼굴이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촛불을 끄는 게 영 쉽지 않지?”

촛불이라는 말에 소혜는 조심스럽게 침을 삼킨다.

“예.”

“내게 한 가지 비책이 있는데 들어 보겠느냐.”

소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목구곤을 쳐다본다.

“너의 신분이 비록 하인이나, 지금껏 조백과 친구처럼 지내온 것을 잘 안다. 나는 그것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어서 말이지.”

“그럼 도와주세요.”

목구곤은 웃으며 묻는다.

“촛불을 끄기 위해 검을 휘둘렀을 때 어찌 했는지 보여줄 수 있느냐.”

소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숨을 짧게 들이마시고는 손을 앞으로 쭉 뻗어 갈지자로 찌른다. 호흡을 멈춘 채 검을 쓰는 것은 쾌검의 중요한 조건중 하나인데 소혜는 그것을 당연한 것 마냥 행한 것이다.

목구곤은 소혜의 그런 자질을 내심 감탄하며 말을 이어나간다.

“처음 검을 찌를 때 숨을 들이마시고, 숨을 멈춘 채 방향을 전환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숨을 내뱉는 것이지.”

목구곤은 소혜의 오른 팔에 묵성금탁을 채워준다.

“내가 한 말을 여러 번 곱씹어 보고 기운을 차리거든 재도전 해보 거라.”

소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귀빈원으로 향한다. 목구곤은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린다.

“아무리 조가장을 화산파로 끌어들이고 싶어도 정도가 있는 것이지. 어린 아이들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다니. 쯧쯧.”

목구곤은 혀를 차며 화산파를. 아니 정확히는 단일찬을 책망한다.

단일찬은 각종 고사와 무림의 전반적인 지식으로 조백을 홀리고, 또한 소혜에게도 은근 슬쩍 화산파로 끌어들일 수를 쓴 것이다.

목구곤은 그러한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 채고는 소혜에게 호흡을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준 것이다.

호흡을 조절하면 쾌속함은 줄어들 지라도 그 만큼 검을 운용하는 데에 쓸 힘이 생기는 것이다.

“고사 같은 것이야 내가 알려줘도 되는 것이지.”

목구곤은 그렇게 말하며 조백을 힐끗 쳐다본다.

조백은 땀을 흘려가며 빙설낙도를 펼치는데 여념이 없었다.

“백번을 모두 마치면 그때는 찌르는 동작을 힘 있게 하고, 베는 동작을 조용히 하는 식으로 또 다시 백번을 펼친다.”

조백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검이 심하게 떨리는 것으로 보아 목구곤의 말을 들은 것이 분명하다.

“그럼 총 이백 번만 하면 되는 건가요?”

“물론이지. 과하면 좋지 않다.”

조백이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목구곤의 뒷말에 약간은 울상을 짓게 되는데.

“내일 부터는 전후좌우로 움직이면서 초식을 펼치는 것을 포함해 총 팔백 번을 해야 한다.”

조백은 초식을 펼치다 말고 목구곤을 바라본다.

“첫날부터 강행군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

목구곤은 어서 계속 하라며 손짓으로 재촉한다. 조백은 말없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파문시켜 줄까?”

목구곤의 농담에 조백은 답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검에 담기는 힘이 조금 더 늘어난다.


작가의말

다음주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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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팔장 건목고엽 1 19.06.01 685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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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칠장 일일연마 2 19.05.18 716 9 11쪽
18 칠장 일일연마 1 19.05.18 753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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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육장 오해중첩 2 19.05.11 755 12 13쪽
15 육장 오해중첩 1 19.05.11 810 12 11쪽
» 오장 득오거보 3 19.05.04 935 13 12쪽
13 오장 득오거보 2 19.05.04 919 17 10쪽
12 오장 득오거보 1 19.05.04 967 16 11쪽
11 사장 화향취호 3 19.04.27 993 16 7쪽
10 사장 화향취호 2 19.04.27 1,041 16 11쪽
9 사장 화향취호 1 19.04.27 1,237 12 12쪽
8 삼장 명약관화 3 19.04.13 1,261 16 10쪽
7 삼장 명약관화 2 19.04.13 1,276 14 12쪽
6 삼장 명약관화 1 19.04.13 1,456 17 10쪽
5 이장 틈결지벽 2 19.04.06 1,577 17 19쪽
4 이장 틈결지벽 1 19.04.06 1,774 15 13쪽
3 일장 고량자제? 3 19.03.31 1,863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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