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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죽람(藍仙竹籃)

혈마의 후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남채화
작품등록일 :
2019.03.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9.08 23:0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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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43
추천수 :
343
글자수 :
15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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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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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1쪽

칠장 일일연마 2

DUMMY

조백은 빙설낙도의 초식부터 한침은형의 초식까지 연달아 펼쳐낸다. 한상기공에 입문한 탓인지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는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나 위력만 증가했을 뿐. 보법은 틀리기 일쑤고, 정확도 또한 현저하게 낮아진 상태였다.

조백도 본인의 상황을 잘 아는지 검을 거두는 동작에 짜증이 서려있다.

조백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목구곤은 슬쩍 한마디를 내뱉는다.

“잡념이 많구나.”

목구곤은 말없이 조백에게 이리오라며 손짓한다. 목구곤은 조백의 완맥을 집고는 조용히 기감(氣感)을 확장시킨다.

목구곤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정확한 것을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미약한 내상이 감지되는 것으로 보아, 조백의 감정이 한 차례 요동 친 것을 알 수 있었다.

‘표정이 멀쩡하여 별 생각 안했거늘.’

목구곤은 완맥 에서 손을 때고 한상기공을 끌어올린다. 그리고는 점을 찍 듯 조백의 기해, 거궐, 인중에 손가락을 갔다 댄다.

조백의 단전에 이제 막 기틀을 잡고 있는 한상기공은, 목구곤이 뿜어낸 완숙한 한상기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차고 부드러운 기운이 미약한 내상에 침투하고 서서히 치유되어 간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느냐.”

목구곤이 손을 때며 묻자 조백은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래전에 산동성의 패자로 군림하던 철수존자 라는 노마두가 있었다.”

철수존자의 이름이 나오자 조백의 눈빛이 반짝인다. 이 고사는 단일찬에게 일부나마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철수존자의 무공을 생각하면 그의 최후는 참으로 기이한 일이자.”

“당대의 천하팔절과 같은 수준의 고수였나요?”

조백의 물음에 목구곤은 고개를 흔든다.

“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산동성에서 황보세가를 제치고 수공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가 조금 만 더 젊은 시절에 그런 경지에 올랐다면······.”

조백은 목구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또한 예전에 들었던 [무공에 입문하는 시기는 어릴수록 좋다.]라는 말까지도 이해가 됐다.

“철수존자는 늙고 정체되었으며 하루하루를 술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명의 소년은 필사의 각오로 자신이 가진 것을 연마하였지. 결과는 너도 알고 있겠지.”

조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겨우 오행장만 가지고 절정고수를 죽였다는 것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됩니다.”

“그것은 너도 직접 경험하지 않았느냐?”

“예?”

조백은 이해가 가지 않아 바로 반문한다.

“육합검법을 펼치면서 검경을 사용하지 않았느냐. 오행장도 완벽하게 펼칠 수 있다면 내공이 없어도 경력을 방출할 수 있다.”

조백은 탄성을 내뱉는다. 진정 감탄의 의미였다.

“그 소년은 오행장을 하루도 빠짐없이 연마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철수존자를 단번에 죽일 정도로 경력을 뿜어내지 못했겠지.”

“그 이후로 아이와 노인, 여자와 걸인을 조심하라는 격언이 나돌았군요.”

조백의 아는 척에 목구곤은 황당한 듯 웃는다.

“그래. 하나의 고사에서도 여러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지. 나는 그보단 다른 것에 주목하고 싶다.”

“어떤 것입니까.”

“일일연마! 자신이 고수든 아니던 간에 무공의 연마는 하루도 빠짐 있어선 안 된다. 또한 어떠한 상황이던 간에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조백은 목구곤의 말을 곱씹으면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본다.

“마음이 복잡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몸을 움직여야지.”

목구곤이 단번에 대답한다.

“화산파의 제자 기르는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보러 가볼까.”

“예?”

“귀빈원으로 가자.”


귀빈원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소혜와 단일찬을 비롯해, 조위홍, 악종기. 그리고 매포벽이 있었다. 단일찬은 소혜의 검술을 손봐주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구경 중이었다.

목구곤은 매포벽과 눈을 마주친다.

단번에 매포벽의 정체를 알아 체고는 확인할 겸 조위홍을 쳐다본다. 조위홍이 작게 고개를 끄덕거린다.

목구곤의 눈이 다시 매포벽과 마주친다.

매포벽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검지를 입으로 살짝 가져다 댄다.

단일찬은 목구곤을 보자 약간은 퉁명스럽게 묻는다.

“무슨 일이시오?”

“뭐 하러 오긴. 제자 키우러 왔지.”

목구곤의 의도를 단일찬은 단번에 알아차린다.

아직 소혜를 정식으로 화산파에 입문시키지 못했지만, 소혜 역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진검으로 하시겠소?”

“아이들 싸움 아닌가. 목검으로 하지.”

목구곤과 단일찬은 그 이후로 뭔가를 조율하듯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정작 조백과 소혜는 돌아가는 상황을 모른 체 멀뚱멀뚱 서있다.

목구곤과 단일찬은 대화가 끝이 났는지 각각 조백과 소혜쪽으로 다가간다.

“소혜를 이기면 오늘 바로 빙설검법의 후반 오초식과, 한음지를 전수해주마.”

조백은 별 감흥 없이 살짝 웃기까지 한다.

“어차피 제가 배워야 할 것들 아닙니까.”

“쯧쯧. 이렇게 기백이 없어서야.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 지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긴 하지.”

“소혜가 저보다 강하다는 것입니까?”

“그야 모르지. 하지만 마음가짐은 다를 것이다. 저쪽에서 저 둘이 나누는 이야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목구곤이 말끝을 흐리자 조백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혜쪽으로 향한다.

뜻밖에도 소혜의 두 눈에는 결의가 이글거리고 있다.

“아마도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목구곤은 그렇게 말하고는 몇 걸음 물러선다. 금세 목검이 준비가 되고 조백은 소혜와 마주하게 된다.

조백이 다소 얼떨떨해 있는 동안 소혜가 먼저 목검을 번개같이 찌른다.

소혜의 검은 조백의 미간을 노리고 있었는데, 정통으로 맞았다가는 아픈 것을 떠나 단번에 기절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조백은 간신히 왼발을 한발 내딛으며 상체를 숙여 피한다.

조백은 살짝 숙이고 있고 소혜는 두발로 서서 그를 살짝 내려다보는 모습이 연출된다.

“역시 이 정도는 피하시는군요. 좀 더 빨라도 되겠죠?”

조백이 뭐라고 대답할 세도 없이 소혜의 목검이 거둬졌다가 재차 찔러온다.

찌르는 속도보다 거둬지는 속도가 배는 빨랐다.

조백은 자세도 마음가짐도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급한 대로 목검으로 원을 크게 그리며 뒤로 물러선다.

선풍수의 대와무궁을 검초로 변화하여 펼친 것. 상대의 쾌검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였으니 검이 날아오는 궤적을 어림짐작으로 막고자 한 것이다.

조백이 할 수 있는 대처로는 최상의 것이다.

실제로 소혜의 쾌검은 한차례 막히고, 그녀 역시 한 걸음 물러서게 된다.

소혜가 경쾌하게 보법을 밟으며 다가오기 시작한다.

조백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쾌검이 뚫을 수 없는 거대한 장막과 같이 검을 펼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방어가 완벽할 테니 소혜는 전략을 바꿀 것이고, 조백은 그 빈틈을 노리면 된다.

하지만 검을 물샐틈없이 휘둘러 전방을 방어하는 것은 검막이라고 부르는데, 조백의 현재 실력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조백이 두 번째로 생각한 것은 연환이었다.

쉴 틈 없이 검초를 펼치다보면 쾌검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조백은 한침은형의 초식을 응용하여 어깨를 찔러오는 목검을 방어한다.

그리고 삼절검법의 팔방풍우를 비롯해 빙설검법의 빙설낙도 등등. 상대를 여러 번 공격하는 초식을 연거푸 쏟아낸다.

조백의 목검이 사방을 종횡하며 무섭게 몰아친다.

그의 이러한 연환공격에 소혜는 빠르게 전략을 바꾸었다. 처음엔 정수리나 어깨를 노리던 것을, 손등이나 팔뚝을 찌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방법은 기세로서 상대를 압도하고, 연환초식으로 상대를 압박해 쾌검의 속도를 꺾는 방법이다.

한마디로 조백이 선공을 가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것이다.

더욱이······.

‘체력소모가 극심하다.’

조백은 숨이 가빠져 오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가다간 자멸할 것이라고 여겨 빙설검법의 세 번째 초식인 한침파륜(寒浸波輪)을 펼쳐 소혜와의 거리를 벌린다.

조백은 목검을 양손으로 쥐고는 앞으로 쭉 뻗어 소혜를 겨눈다.

‘좋아 다른 방법으로 간다.’

조백은 한상기공을 끌어올려 몸과 마음을 안정시킨다.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던 손이 진정되기 시작한다.

‘중검으로 상대한다.’

힘과 무거움으로 바위를 깎는다는 중검(重劍). 그것이 조백이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조백은 손에 힘을 줬다가 푸는 것을 반복하며 소혜가 공격해오기를 기다렸다.

소혜의 쾌검은 아직 조백이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물론 압도적인 차이는 아니다. 조백이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면, 소혜의 목검이 지척에 도달할 때 방어를 할 수 있다.

다만 동작과 기도 등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 훤히 보일정도로 읽힌다는 것이 문제다.

귀빈원의 뒤뜰에 모인 사람들 중에 오직 한명만이 이러한 조백의 의도를 읽어내지 못했다.

소혜는 망설임 없이 조백을 향해 목검을 휘두른다. 일말의 불길함에 찌르기 위주의 공격에서 베기로 전환한 것이다.

조백의 옆구리에 소혜의 목검이 도달하려는 순간 그의 눈빛이 변한다. 검첨이 아닌 검면으로 빙설점이 펼쳐진다. 조백의 목검이 소혜의 목검과 격돌하는 순간, 낙도인이 펼쳐진다.

순간적으로 끌어당겨지는 힘에 소혜는 목검을 놓을 뻔 했다.

그리고 소혜가 당황한 바로 그 순간 조백이 앞으로 나아가며 목검을 찌른다.

미숙한 수준이지만 시간과 공을 들인 상태였고, 그렇게 펼쳐진 중검은 확실한 살상력이 담겨 있었다. 조백의 생각 이상의 위력이 담겼지만, 그는 미처 알지 못했다.

순간 지풍이 날아들며 조백의 목검에 격중한다. 또한 한 인영이 번개같이 달려든다.

목구곤의 지풍이 목검의 위력을 감소시키고, 단일찬이 부드럽게 검을 걷어낸 덕분에 조백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조백이 어리둥절해 있을 때 단일찬이 조용히 말한다.

“너의 승리다.”

조백은 단일찬의 말에 목구곤을 쳐다본다. 목구곤 역시 고개를 끄덕여 준다.

조백의 시선이 이번엔 조위홍을 향한다.

조위홍은 복잡 미묘한 감정이었으나 조백을 향해 소리 없이 웃어준다. 그에게 있어서 이번 일전은 불필요하게 급박하고, 또한 정제되지 않은 것이었다.

조위홍은 그야말로 무공입문의 왕도를 걸어왔다. 느릴지언정 바르고 힘 있게 무도의 길을 걸은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조백의 무공은 너무 다양한 것을 익혀 난잡해 보이는 상태였다. 그렇다보니 조백의 성취는 정파의 모습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 것.

그러나 칭찬. 혹은 그 비슷한 것을 받은 조백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목구곤에게 다가간다.

“이겼습니다.”

“너의 전략은 훌륭한 것이었으나, 너무 읽히기 쉬웠다. 상대가 전략을 바꿨으면 이겼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목구곤의 말에 조백은 잠시 위축되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어깨에 힘을 주고 허리를 곧게 편다.

“하지만 이겼습니다.”

조백의 말에 목구곤은 훈훈하게 미소를 짓는다.

“자 그럼 두 번째 싸움을 해볼까?”

조백은 왠지 흥분이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다.

“동수(同手)와 겨뤄봤으니 이젠 고수(高手)와 싸워봐야지.”

목구곤은 그렇게 말하며 악종기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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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십장 칠할강변 3 19.08.10 295 3 13쪽
27 십장 칠할강변 2 19.08.03 396 4 13쪽
26 십장 칠할강변 1 19.07.27 452 3 13쪽
25 구장 혈마잔양 2 19.07.20 486 5 11쪽
24 구장 혈마잔양 1 19.07.20 493 4 12쪽
23 팔장 건목고엽 3 19.07.13 539 6 10쪽
22 팔장 건목고엽 2 19.06.08 613 8 14쪽
21 팔장 건목고엽 1 19.06.01 685 10 9쪽
20 칠장 일일연마 3 19.05.25 681 11 11쪽
» 칠장 일일연마 2 19.05.18 716 9 11쪽
18 칠장 일일연마 1 19.05.18 753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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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육장 오해중첩 2 19.05.11 755 12 13쪽
15 육장 오해중첩 1 19.05.11 810 12 11쪽
14 오장 득오거보 3 19.05.04 934 13 12쪽
13 오장 득오거보 2 19.05.04 919 17 10쪽
12 오장 득오거보 1 19.05.04 967 16 11쪽
11 사장 화향취호 3 19.04.27 993 16 7쪽
10 사장 화향취호 2 19.04.27 1,041 16 11쪽
9 사장 화향취호 1 19.04.27 1,237 12 12쪽
8 삼장 명약관화 3 19.04.13 1,261 16 10쪽
7 삼장 명약관화 2 19.04.13 1,276 14 12쪽
6 삼장 명약관화 1 19.04.13 1,456 17 10쪽
5 이장 틈결지벽 2 19.04.06 1,577 17 19쪽
4 이장 틈결지벽 1 19.04.06 1,774 15 13쪽
3 일장 고량자제? 3 19.03.31 1,862 17 12쪽
2 일장 고량자제? 2 19.03.31 2,045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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