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예비작가 윤도경의 찻집

신도림역 7번출구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드라마

윤도경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3.06.18 20: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803
추천수 :
21
글자수 :
373,950

작성
23.06.17 20:00
조회
5
추천
0
글자
10쪽

사진-그런 아이, 찾으면 금방 나올 것 같은데...

DUMMY

도림은 ‘아드님 일’이란 말로 퉁치고 넘어가는 지후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먼저 만나자고 할 까닭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도림> “좋아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하고 그의 청에 응했다.


마침 그녀도 지후를 만나고 싶었으니 도리어 잘됐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찻집에 도착했을 때 지후가 손을 들어 그녀를 반겼다.



<지후> “오랜만에 뵙습니다.”


<도림> “그렇군요. 벌써 7월이니.”



도림도 대충 인사를 했다.



<지후>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릴게요. 아드님을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도림> “제 아들을요? 왜요?”


<지후> “진짜 살아는 있는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제가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요.”


<도림> “그럼 염탐을 하시지 그랬나요? 그런 거 전문이시니까.”


<지후> “왜 이러십니까. 실은 아드님에 대해 뭘 알아야


도태홍 회장하고도 얘기가 될 텐데, 제가 아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심지어 이름도 몰라요.


그러니 도 회장 앞에서 제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름도 모르는데 요구하신 기사를 낸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는 건 아실 거예요.”



<도림> “그럼 ‘도 모 군(21세)’라고 해서 기사를 내시지 그랬나요?


변명이 너무 첨단이라 너무나 아픈데요?(註1)


훅 들어와 폐부까지 깊이 찌르시니 말이에요.”



<지후> “왜 이러세요? 기자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풍문으로만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은 아시지 않습니까?”



<도림> “그래요? 그럼 그때 3분간 올렸다 내린 그 기사는 뭔가요?


그건 풍문이 아니라 귀신한테 들은 내용인가요?


솔직히 말씀하세요.


도 회장한테 무슨 지시를 받으셨죠?


우리 아들도 엄마처럼 없애라고 지시하던가요?”



<지후> “기, 김윤정 씨 말인가요?


김윤정 씨를 누가 왜 없앴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김윤정 씨 죽음은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도림> “기자가, 그것도 도태휘의 죽음을 가장 먼저 전한 기자가


그 아내의 죽음을 모른다구요?


그러면서 그 아들에게는 이렇게 관심이 많고?


그때도 그랬죠.


제 아들에게는 관심이 많았죠.


아주 황송할 정도로 많으셨죠.”



<지후> “그게 아니고 도태홍 회장님께서는 아드님께


삼촌으로서 장학금을 주고자 하시는 겁니다.


저는 이 기쁜 사실을 전해 드리려고 하는 거고요.”



<도림> “그러니까 장학금 몇 푼 쥐여주고 퉁치자 이 말씀이신 거잖아요?


훔쳐 간 재산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돈 몇 푼으로 합의 보자는 거 아니에요?


글쎄요, 저는 하나도 기쁘지 않은 소식인데 어쩌죠?


그래서 아들을 만난 뒤에는 이번에는 배왕 떨거지들을 떼거지로 보낼 겁니까?


소식 들으니 배왕이 도태홍 회장한테 넘어갔던데.”



지후는 고민했다.


도림의 말 “배왕 떨거지들을 떼거지로 보낼 거냐”는 말은


대답하기 참으로 곤란한 질문이었다.


그럴 생각이 없다고 대답한다면 도림에게는 그가 배왕 배달부를 보냈다는 뜻이 될 것이고,


누가 배왕 배달부를 떼거리로 보내느냐고 대답한다면


떼거리는 아니더라도 단 몇 명은 보낼 거라는 뜻이 될 것이고,


모르는 일이라고 대답한다면 정인의 입에서 나온 ‘허지후’란 이름에 대답을 해야 했다.



그래서 지후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후> “그저 그런 몇 푼이 아니에요. 대학 4년 장학금에다가······.”


<도림> “이분, 우리 아들에 대해 전혀 모르시네.


뒷조사도 못 하시나?


우리 아들은 대학을 다니지 않아요.


그러니 그딴 돈 필요 없다 이 말입니다.


기자님과 도태홍 회장이 우리 아들에게서 빼앗아 간 것이 무엇인지 알려 드려요?


엄마, 아빠, 그리고 회사.


채정인 변호사도 거기 지대한 공을 세우셨죠, 아마.


우리가 달라는 건 그거예요.


근데 엄마, 아빠는 돌아가셨으니 이젠 어쩔 수 없는 거고,


남은 회사나 돌려받겠다는 건데,


잘못 간 물건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돌려놓겠다는 건데,


그것이 그렇게 알아듣기가 힘든가요?”



지후는 도림에게만큼은 바늘 끝 하나 세우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후> ‘진짜 엄마라면, 아니 아빠라면 그렇지.


하, 진짜 적응 안 되네. 여잔데 아빠라니.


근데 너 실수한 것 같은데?


도씨 성의 한국 나이 21세 남자,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죽은 사람? 그런 사람 별로 없을 것 같거든.


두고 보자. 찾으면 나오겠지.’



지후는 그의 목적은 다 달성했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비열한 웃음을 흘렸다.



<지후> “차 좀 더 드시겠어요?”



도림 역시도 지후가 윤정의 죽음에 대해 화끈하게 부인하지 못하는 모습,


그저 모른다고 발뺌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그가 치러야 할 몫이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도림> “그거 아세요? 김윤정 씨가 차를 아주 싫어했다는 거?”






- 3 -




이튿날부터 지후는 한국 나이 21세, 도 씨 성의 부모가 없는 남자,


그리고 대학생이 아닌 남자를 찾으려 여기저기 혈안이 돼 있었다.



그는 먼저 경찰서에 해당 명단을 부탁했다.


이런 데에는 기자의 힘은 물론이려니와, Q 신문 편집국장의 파워는 막강했다.


기자의 경우에도 개인 정보로서 절대 내주어서는 안 되는 것일지라도


이를테면 쪽지와 같은 ‘비공식적인’ 절차로 내주곤 했는데


물론 여기에는 경찰과 기자의 친분이 중요했고,


이런 거래에는 대개는 음료수와 같은 대가가 오가곤 했다.(註2)


Q 신문 국장인 그는 이 절차가 ‘전화 한 통’으로 끝났다.



생각보다 적었다. 그중에 유복자(註3)는 없었다.



하여, 그는 출생신고가 늦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9세부터 21세까지를 훑기 시작했다.



출생신고가 언제든, 아버지의 사망 일자는 출생 일자보다 빨라야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망 일자는 2001년 무렵이거나 행방불명이어야 했다.



이런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다.



<지후> “이거 뭐야! 출생신고가 돼 있기는 한 거야?


아니면······ 출생 이후 어느 시점에 사망하기라도 했다는 거야?”



아버지가 없는 경우나 양친이 모두 없는 경우로 범위를 넓혀 검색을 해 봐도


이 사람일 것이다 싶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F 보육원을 찾아갔다.



거의 20년 만의 방문이었다.


당시 중년이었던 보육원장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다 되어있었다.



원장은 그를 안으로 들였다.



<노인> “오랜만에 찾아오셨습니다.”


<지후> “그러게요. 그간 좀 바빴습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군요.”


<노인> “죄송하실 것까지는 없구요.


우린 피차에 얼굴 보지 않는 것이 나은 사이 아니겠습니까?


오랜만에 오셨다는 건 그 뜻이지 너무 늦게 와서 서운하다거나 그런 뜻은 아니니.”



<지후>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건 또 없잖아요?”


<노인> “그래,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지후> “그때 그 아기 있잖아요? 김윤정 씨 아기. 그 아기에 대해 알고 싶어서 왔어요.”


<노인> “그때 무슨 말을 들으신 건가요?


그런 아기는 없다고 했잖습니까?


20년이나 지나서 왜 또 이러시는지.”



<지후> “원장님, 그때 우리가 원장님 말씀을 믿어서 아기 찾기를 그만둔 것 같습니까?”


<노인> “있는 대로 얘기한 걸 믿고 말고 할 일도 아닌데,


안 믿었으면 뭐 어쨌다는 거요?”



원장은 화가 나서 말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지후> “잘 들어보세요. 원장님께서 그 정도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아기였다면,


당시 우리는 그 아기가 세상에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거예요.”



<노인> “근데, 없는 아기가 이제 와서 세상에 나타나기라도 했다는 거요 뭐요?”


<지후> “안타깝게도 하나의 유령이 서울을 배회하고 있다는 첩보군요.”


<노인> “하나의 유령? 내가 공산당이라는 거야 뭐야?”(註4)


<지후> “워, 워. 흥분하지 마세요. 공산당이라도 그 아기가 공산당이 되는 건데


왜 이리 흥분하실까?”



<노인> “아기는 없다고 했잖아. 그럼 공산당을 만든다면


날 만든다는 얘기지 그게 무슨 얘기겠어!”



<지후> “아니, 그러니까 아기만 불면 공산당 되실 일도 없는데, 왜 이러시죠?”


<노인> “없는 걸 없다고 하는데 공산당이라니, 제정신이야?”


<지후> “원장님. 누가 원장님더러 공산당이라고 합니까?


하지만······. 불어야 할 사람을 불지 않는 것이 공산당 종특이긴 하죠.”



<노인> “지금이 어느 시댄데 공산당 몰이를 하겠다는 거야?”


<지후> “왜요, 못 할 것 같습니까? 이 보육원 출신들 많죠?


원장님 손에 큰 아이들 말이에요.


그중에 나라를 북에 갖다 바치려다가 빵에 간 사람이 한둘 있는 것 같긴 한데······.”



원장은 그가 젊었을 때 듣고 보았던 간첩조작사건들이 죽 머리를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끄트머리를 잡고 지나간 것은 용렬한 두려움이었다.





=== 주석


註1. ‘첨단’은 ‘뾰족한 끝’의 뜻으로 쓰이는 단어이기도 하다.


註2. 안수찬 저, 앞의 책 231쪽,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따로 있다. 기자들이 직접 그 문서를 구하는 일이다. 공공문서, 기밀문서 등을 내부자를 통하지 않고 구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다. 훔치는 것이다.(정보공개청구 등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효성’이 없다.)” 이 외에 책 여러 곳에서 폭탄주, 목욕, 수다 등의 ‘취재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註3.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를 여읜 자식.


註4.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은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로 첫 문장을 시작한다. 그리고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라는 문장으로 다음을 잇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도림역 7번출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0 사진-저희 엄마가 국가사업을 하나 맡았어요... 23.06.18 9 0 12쪽
79 사진-그 이름은 신도림이에요, 그렇죠? 23.06.18 6 0 10쪽
» 사진-그런 아이, 찾으면 금방 나올 것 같은데... 23.06.17 6 0 10쪽
77 사진-내 조카 녀석 이름이 뭡니까? 23.06.17 6 0 10쪽
76 사진-사진에 대한 몇 가지 가정 23.06.16 8 0 10쪽
75 신풍역 1번출구-도대체 신도림은 누구일까요? 23.06.16 10 0 11쪽
74 신풍역 1번출구-그 녀석, 이 땅에서 발 붙이지 못하게 하세요! 23.06.15 8 0 11쪽
73 신풍역 1번출구-정말... 전생에서 오셨습니까? 23.06.15 8 0 10쪽
72 신풍역 1번출구-배후가 누굽니까? 23.06.14 7 0 9쪽
71 신풍역 1번출구-두 번째 기억 소멸 23.06.14 7 0 10쪽
70 신풍역 1번출구-배왕(배달의 王足)에 군침 흘리는 태홍 23.06.13 8 0 10쪽
69 신풍역 1번출구-정인의 태휘 살해 고백 23.06.13 7 0 10쪽
68 신풍역 1번출구-신풍역 가는 길 23.06.12 8 0 9쪽
67 거울-아줌마, 나 도림이예요... 23.06.12 8 0 16쪽
66 거울-정인, 도태휘를 듣다... 23.06.11 8 0 10쪽
65 거울-도림, 정인을 만나다... +3 23.06.11 12 1 10쪽
64 거울-아기를 찾는 비밀 이름 23.06.10 8 0 10쪽
63 거울-그를 해코지하려 했던 사람들 23.06.10 8 0 10쪽
62 거울-두 개의 기사 23.06.09 8 0 10쪽
61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3... 23.06.09 7 0 10쪽
60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2... 23.06.08 8 0 10쪽
59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1... 23.06.08 8 0 10쪽
58 거울-도림 곁에 살아있는 전생의 인연들 2... 23.06.07 7 0 10쪽
57 거울-도림 곁에 살아있는 전생의 인연들 1... 23.06.07 9 0 10쪽
56 거울-절망, 그리고 또 다시 천반산으로... 23.06.06 8 0 10쪽
55 거울-이오카스테의 저주 23.06.06 9 1 10쪽
54 거울-Z 보육원의 그 아기 23.06.05 9 0 10쪽
53 거울-거울로 보고 싶은 세 가지... 23.06.05 9 0 10쪽
52 도림의 바다-아기를 두고 다시 천반산으로... 23.06.04 8 0 10쪽
51 도림의 바다-태휘의 죽음 23.06.04 9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