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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 윤도경의 찻집

신도림역 7번출구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드라마

윤도경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3.06.18 20:00
연재수 :
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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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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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수 :
373,950

작성
23.06.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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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신풍역 1번출구-정인의 태휘 살해 고백

DUMMY

도림은 온 김에 윤정이 죽었다는 곳도 가 보려고 했다.


물론 당시 기사에는 어디에서 죽었는지 명확히 나오지는 않았다.


그저 ‘후미진’ 곳이라고 했으니,


공원 옆 후미진 곳을 찾을밖에 도리가 없었다.


당연히 후미진 곳도 개발이 됐겠지만,


값어치가 안 나가는 물건(아파트 부지)이 팔렸을까 싶기는 했다.


그런 곳에 아파트를 지었을까.


한편으로는 그래도 서울인데 싶은 생각도 들었다.



<도림> “없어. 아무리 20년이 지났다고 해도 사람이 죽을만한 곳은 없다고.


사람이 죽어서 하루 이상 발견되지 않고 방치될 만한 곳은 없단 말이야.


북쪽으로 400미터 거리에 보라매역, 서남쪽 200미터 거리에 신대방역,


서쪽으로는 바로 중학교, 동쪽으로는 바로 아파트.


이래가지고는 유영철 아니라 유영철 할애비가 와도 안 돼.”



그녀는 시린 손을 비벼가며 잔뜩 웅크리고 신풍역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괜한 걸음을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무지 얻은 것이 없었다.



가는 길에 신풍역 1번 출구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에스컬레이터가 다른 역에 비해 굉장히 길고 깊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도림> “뭐, 윤정이 죽은 건 그렇다 치고,


도태휘 죽은 거랑 신풍역 사진이 무슨 관계가 있는 모양인데


보라매공원하고는 관계가 없는 건가?


아니면 채정인 아니라 다른 사람하고 관계가 있다는 건가?


뭐, 허지후?”



하지만 허지후와 신풍역의 관계는 그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더욱이 신풍역 사진과 이전 3년(1997년-2000년 7월까지)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는 궁금했다.


도대체 왜 그 사진을 주었는지.






- 2 -




어쨌든 도림은 신풍역 1번 출구 사진의 의미를 알기 위해 몇 가지 가정을 했다.



첫째로 신풍역은 보라매공원과 가깝고,


보라매공원은 신대방동, 옛날 정인이 살던 그 옥탑방이 있던 장소에 있으므로


우선은 사진은 정인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가정이었다.


다음으로는 보라매공원 근처에서 윤정이 죽었으므로


사진이 윤정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가정이었다.


그리고 태휘가 죽었던 장소도 보라매공원 근처였으므로


그것과도 관련이 있을 거라고 일단은 가정을 해 두었다.


아울러 그 사진은 지후가 찍은 사진이기 때문에,


지후와도 관련이 있을 거라고 가정해 두었다.



물론 가정과 사진의 접점은 도무지 오리무중이었다.



이튿날 도림은 첫 번째 가정의 타당성을 살피기 위해 H 법무법인을 찾았다.


정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정인은 도림과의 대화가 다른 사람에게 들려서 좋을 일이 없겠기에,


비밀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도림은 이미 전생에 다녀왔다고 밝힌 마당에,


정인 앞에서는 20세 소녀 행세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이 사실이 서로에게 양해가 됐다면


자신보다 ‘어린’ 사람 앞에서 소녀로 행세하는 것은 여간 마뜩잖은 일이 아니었다.



<도림> “변호사님. 우선 이 사실을 밝혀 두는 게 좋겠습니다.


변호사님께서는 저를 따님의 친구쯤으로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전 전생에서 변호사님의 고용주였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님보다 나이가 많았어요.


그러니 저를 어린아이 취급은 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정인> “그럼요. 머리에 꽃은 꽂아드리고 싶지만,(註1) 어린애 취급은 안 합니다.”


<도림> “자, 그 꽃, 누구 머리를 관통할지 지켜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것 같네요.


아무튼, 전에 말한 정당한 상속자가 내 나이 많은 조카인 것은


변호사님이 내 정체를 몰랐을 때까지 얘기고, 실은 그 상속자는 내 아들이에요.


난 그때 말씀드린 바와 같이 내 아들이 잃어버린 아빠의 재산을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방도는 강구하셨나요?”



<정인>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기간에 걸려서 안 됩니다.


인지청구는 혹시 모르겠지만,(註2)


설령 인지가 된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 친자관계를 인정받는다고 해도


상속회복청구기간 자체가 지났어요.


그런데 그걸 도태홍이 들어 줄 거라고 생각하세요?”



정인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평온한 척 애쓰는 몸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앞에 앉은 도림이 전생에 태휘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그녀가 목을 끌어안고 살해한 것을 기억하는 줄로 알았던 것이었다.


그녀가 그리 생각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윤정은 정인 자신이 루비와 에메랄드뿐만 아니라 사파이어까지 아는 줄을 알지만,


태휘는 사파이어를 모른다고 생각했고,


일전에 도림은 루비와 에메랄드를 얘기하면서 사파이어 얘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인의 생각과 달리 도림은 태휘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다만 정인이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짐작만 하던 것을


이생으로 돌아온 뒤 거울이 들려줘서 확실히 알게 된 것일 뿐,


살해 당시 목을 끌어안았는지 가슴을 끌어안았는지는


거울도 여전히 말해 주지 않은 내용이었다.



<도림> “추우세요? 아무리 1월이라지만 사무실 안은 상당히 따뜻한데······.”


<정인> “그땐 미안했어요.”


<도림> “뭐가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에요?”


<정인> “전생에 말이에요. 그래도 지금은 20년이나 지났으니


그때의 분노는 누그러뜨리시고······, 그냥 용서해 주세요.”



정인은 말을 쉽사리 잇지 못하였다.



<도림> “아니, 변호사님. 정신 차리세요. 왜 그래요?”



도림은 회의실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정인> “아드님 재산을 찾겠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당신이 내 사과를 원해서 그러신다면, 정말 미안해요.


그때 청산가리를 주사했던 건, 그래도 당신 고통이 금방 끝나기를 바라서예요.”



도림은 잠시 윤정의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윤정은, 적어도 기사만 보면 독살당한 흔적은 없었다.


김윤정 사망 기사는 부검 후의 기사는 없었으니,


아직 부검이 끝나지 않아서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겠지만,


그런 큰 사건에, 더욱이 지후가 관심을 가진 사건에 후속 보도가 없을 리가 없었다.


적어도 부검 시에 청산가리 중독이 발견되었다면.



반면에 태휘는 죽은 뒤 마약쟁이가 되어있었다.


아동 성매매 업소라는 죽은 장소까지 결합하여


세상 가장 나쁜 놈으로 악마화가 되었던 사실을 도림은 기억하고 있었다.



<도림> ‘이 아줌마, 왜 이래? 날 그 사람(태휘) 환생으로 혼동하고 있나?


그런 모양인데?


하긴, 내가 말한 루비와 에메랄드를 아는 사람이 내(윤정)가 아니라면


그 사람(태휘) 말고 누가 있을까.’



정인이 자신을 태휘의 환생으로 아는 것과는 별개로,


도림은 정인이 태휘를 어떻게 살해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청산가리 주사라니.



<도림> “변호사님이 날 죽일 때도 참았어요.


이건 참았다기보다는 그땐 어쩔 수 없었죠.


몸이 말을 안 들었으니까.


그리고 변호사님이 나, 신도림을 죽이려고 했을 때도 참았어요.


하지만 내 아들 건은, 생각해 보세요,


변호사님은 온갖 나쁜 짓 하면서 배부르게 떵떵거리면서 사셨겠지만,


내 아들은 보육원에서 엄마 아빠 사랑도 못 받고 그렇게 쓸쓸히 자랐지요.


더구나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변호사님의 손아귀로부터 내 아들이 살아남은 건 그나마 천만다행이네요.


하늘이 도왔어.”



도림은 짐짓 태휘의 환생인 것처럼 말했다.



<정인>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도태홍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해요.”


<도림> “왜요. 일단 내 아들하고 도태홍이하고 유전자검사를 하면 될 거예요.


그러면 그 녀석, 내 아들이라는 게 밝혀질 거예요.


그 뒤에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되지.”



<정인> “당신 같으면 그런 유전자검사에 동의하시겠어요?


동생분도 마찬가지예요.


도태홍 회장이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랑 유전자검사 하자면 하겠느냐구요.”



<도림> “변호사님은 2002년에 변호사가 되셨죠?


솔직히 말해 봐요.


내 아들은 2001년생이에요.


물론 변호사님이 2001년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하신 것이 아니라면


2001년 시험을 앞두고 열심히 공부하고 계셨을 분이


내 아들에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았나요?(註3)


도태홍이 부탁받은 거 아녜요? 왜?


정당한 상속자가 살아남으면 곤란하니까.


아니에요?”



정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림> “그러면 이번에도 도태홍이한테 부탁해 봐요.


정당한 상속자가 살아 있으니, 부당하게 가져간 거 내놓으라고.


X 매트를 X 그룹으로 성장시킨 공은 인정해 주겠다고.”



정인은 이번에도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머뭇거렸다.



<정인>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 계세요.


제가 도태홍 회장한테 말은 해볼게요.


하지만 장담은 못 해요.”



<도림> “그럼 결과 보고 다시 얘기하십시다. 아무튼 고마워요.”



도림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정인의 귀에 대고 “변호사님” 하고 덧붙였다.


그리고 회의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주석


註1. 정인 나이의 세대라면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꽃이 병든 소(狂牛; 미친 소)의 상징이었음을 기억할 것으로 봤다.


註2. 민법 제864조에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으로 ‘부모의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이라고 규정돼 있고 아직 유정이 부모의 사망에 대하여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註3. 정인은 2002년 시험 합격이다. 그러므로 머리가 보통 비상한 천재가 아니라면 2001년이나 그 이전부터 시험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도림은 정인이 그와 같은 천재는 아닌 것 같고 최소한 2001년 이전부터 시험을 준비했을 사람이 2001년 당시에 자신의 아들에게 왜 그리 관심을 보였느냐고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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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풍역 1번출구-정인의 태휘 살해 고백 23.06.13 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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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거울-도림, 정인을 만나다... +3 23.06.11 12 1 10쪽
64 거울-아기를 찾는 비밀 이름 23.06.10 8 0 10쪽
63 거울-그를 해코지하려 했던 사람들 23.06.10 8 0 10쪽
62 거울-두 개의 기사 23.06.09 8 0 10쪽
61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3... 23.06.09 7 0 10쪽
60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2... 23.06.08 8 0 10쪽
59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1... 23.06.08 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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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거울-도림 곁에 살아있는 전생의 인연들 1... 23.06.07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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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거울-Z 보육원의 그 아기 23.06.05 9 0 10쪽
53 거울-거울로 보고 싶은 세 가지... 23.06.05 9 0 10쪽
52 도림의 바다-아기를 두고 다시 천반산으로... 23.06.04 8 0 10쪽
51 도림의 바다-태휘의 죽음 23.06.04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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