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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 윤도경의 찻집

신도림역 7번출구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드라마

윤도경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3.06.18 20: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815
추천수 :
21
글자수 :
373,950

작성
23.06.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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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거울-정인, 도태휘를 듣다...

DUMMY

정인이 보기에 이 건은 될 사건이 아니었다.


설령 DNA를 분석하여 친자관계가 확인된다손 치더라도,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


어차피 되지 않을 일, 그녀는 놀면서 돈이나 벌어 보자 하고 사건을 맡기로 작정했다.



<정인> “좋아요. 이 사건 제가 수임하겠습니다.


다만 이미 20년 넘게 지난 일이니


안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은 염두에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기간은 고려하지 않은 말씀이라는 것을 유념해 주세요.


먼저 가게를 아버님의 동생 되시는 분이 가로챈 것은 별개로 하고,


그 재산을 아드님이 상속을 받으려면 법률상 부자의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버지 사망일로부터 그 아드님이 출생신고일까지 8개월이니


법률상 친자관계가 추정은 돼요.


하지만 상속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추정만 갖고는 안 되죠.


먼저는 그 아이가 확실히 돌아가신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이 증명돼야 할 것 같고요.


그것만 증명된다면 태아도 상속에 관하여는 태어난 것으로 보니까(註1)


충분히 상속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게는 찾지 못하더라도 그에 상당하는 돈은 받을 수 있을 거예요.(註2)”



<도림> “지금 하신 말씀은 설령 상속을 받게 되더라도 가게를 되찾을 수는 없고


돈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요, 삼촌은 상속 자격이 없어요.


그러니 당연히 아들이 찾아오는 게 맞아요.”



도림은 이 일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정인> “그렇죠. 상속순위에서 직계비속이 있었다면


할아버지, 할머니나 삼촌이 상속을 받는 일은 없었겠죠.(註3)


하신 말씀으로 봐서는 언니가 아이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상속을 받았을 것 같은데,


그때는 왜 아무 말씀을 안 하셨던가요?(註4)


아기가 있다는 것만 증명이 됐어도 가게를 뺏기지 않았을 텐데.


물론 법적으로 그렇다는 거예요.


작정하고 칼 들고 달려들면 안 뺏길 수 있겠습니까.”



<도림> “몰랐습니다. 몰랐어요. 알았다면 일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겠죠.”


<정인> “좋습니다. 그런데 왜 언니분이 직접 나서지 않으시구요?”


<도림> “죽었어요. 아이 낳고 얼마 안 돼서 죽었어요.”



정인은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인> “지금 말씀을 들어보니까 그 아드님이 아버지의 호적에 등록이 안 됐겠고,


지금으로 하면 가족관계등록부죠.


혹시, ······ 그러면 아드님은 아버지가 어느 분이신지 알고 계십니까?”



<도림> “아직은 몰라요.”


<정인> “동생도 아는, 아니지, 이모도 아는 아버지를 아들이 아직 모른다?”



정인은 현기증이 일었다.


이 말을 곧이듣자니 도림과 아들, 엄마, 아빠의 관계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인> “지금 저랑 농담 따먹기 하자는 건 아니죠?


지금 세상에 이모가 조카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도 어이없기는 하지만,


혹시나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나이 많은 조카의 상속 문제를 나이 어린 이모가 나선다니,


농담치고는 재미가 너무 없는데요?


더구나 이건 뭐야, 나이 많은 조카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데


나이 어린 이모는 형부도 알고 그 형부의 구구절절한 사연까지 안다니.”



<도림> “그러지 마시죠. 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정인은 도림이 귀찮아졌다.



<정인> “좋아요. 그럴 수 있죠.


처녀가 임신도 하는데, 나이 어린 이모쯤이야.


하지만 법적 절차를 말씀드리면,


먼저는 아드님이 돌아가신 아버님의 아들이라는 증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은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아버님이 돌아가신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제소기간이 지났으니 불가능합니다.(註5, 註6)


그것만이 아니죠.


설사 어찌저찌해서 인지가 되었다 하더라도


곧바로 상속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셔야 할 텐데,


상속회복청구의 소는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침해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내 제기해야 하기 때문에(註7)


이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실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도림은 적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도림> “하지만 법보다 앞서는 것이 주먹이죠.


변호사님도 말씀하셨다시피 작정하고 달려들면 안 될 게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판검사보다 깡패가 힘이 세다는 얘기는 아니고,


법으로 해결할 수 없으면 사회적으로라도 해결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거예요.”



<정인> “무슨 뜻인지요? 뭐, 청와대 국민청원이라도 넣겠다는 건가요?”


<도림> “저와 제 조카도 국민이잖아요?”


<정인> “그거야 그렇죠. 하지만 법적인 해결 이상은 저의 범위를 넘어섭니다.”


<도림> “아니요, 그걸 채정인 변호사님께서 해 주셨으면 해요.”


<정인> “뭐라고요?”



정인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도림> “도태휘!”



도림의 입에서 태휘의 이름이 나오자 정인은 그 자리에서 멈칫하였다.


‘태휘’라는 이름이 흔치도 않거니와, ‘도’ 씨 성이 붙은 ‘도태휘’라는 이름은


그녀가 아는 한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도림> “네, 도태휘 씨요. 20년 전에 죽은 도태휘 씨의 아드님께서 살아계십니다.”



정인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정인> “도태휘라는 분이 누구시죠?”


<도림> “다시 앉으신 것을 보니 ‘도태휘’라는 이름을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아시겠지만 X 매트라는 회사가 있었어요.


그 회사를 세우시고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일구신 분이시죠.


지금은 X 그룹이 되어있고요.”



정인은 도림이 말하는 이가 자신이 아는 그 ‘도태휘’임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에게 아들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일이 없었다.


물론 F 보육원에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지만,


태휘의 부모가 찾아갔어도, 또 그녀가 찾아갔어도 아들의 흔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저 뜬소문이려니 했었다.


아니면 죽었거나.(註8)



<정인> “그래요? 그 아드님 어머님의 성함은 무엇인가요?


설마 신당, 신림, 신촌은 아니겠죠?”



<도림> “김윤정이라는 분이에요. 물론 20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정인은 도림을 의심했다.


아무리 법 기술로 잔재주를 부린다고 하여도 언니와 동생이 성이 다를 수는 없었다.


더구나 이 모든 이야기를 해주었다는 언니가 죽은 뒤에 태어난 동생이라니.


많이 쳐 줘도 그 당시 아기였던 동생이라니.


그러니 어디서 옛날 사건을 외워 와서, 또는 공부해 와서


장난치는 거란 생각밖에 안 드는 것이었다.





=== 주석


註1. 민법 제1000조[상속의 순위] 제3항. 태아는 상속순위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註2. 민법 제1014조[분할후의 피인지자 등의 청구] 상속개시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가 상속재산의 분할을 청구할 경우에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분할 기타 처분을 한 때에는 그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註3. 민법 제1000조[상속의 순위] 제1항. 상속에 있어서는 다음 순위로 상속인이 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3.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註4. 민법 제1003조[배우자의 상속순위] 제1항.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제1000조 제1항 제1호(직계비속)와 제2호(직계존속)의 규정에 의한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속인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


註5. 민법 제864조[부모의 사망과 인지청구의 소] 제862조(인지에 대한 이의의 소) 및 제863조(인지청구의 소)의 경우에 부 또는 모가 사망한 때에는 그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검사를 상대로 하여 인지에 대한 이의 또는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민법 제863조(인지청구의 소) 자와 그 직계비속 또는 그 법정대리인은 부 또는 모를 상대로 하여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註6. 부 또는 모가 사망한 경우 인지청구의 제소기간을 너무 장기간으로 설정하는 것은 법률관계를 불안정하게 하여 다른 상속인들의 이익이나 공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인지청구의 제소기간을 부 또는 모의 사망을 알게 된 때로부터 2년으로 제한하여 법률관계를 조속히 인정시키려는 것은 혼인외출생자의 이익과 공동상속인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조화시킨 것이라고 한다.


註7. 민법 제999조[상속회복청구권] 제1항. 상속권이 참칭상속권자로 인하여 침해된 때에는 상속권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은 상속회복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2항. 제1항의 상속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된다.


註8. 문장이 조금 아쉬워서 설명을 하고자 한다. 정인은 도림(윤정)의 득남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기가 있다는 것이 뜬소문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이 문장에서 ‘뜬소문’이라는 것은 아기가 ‘F 보육원’에 있다는 사실이 뜬소문이라는 것이고, 이 경우에 정인은 아기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한편 아기가 F 보육원에 일단 맡겨진 경우라면 그녀가 찾아갔을 때 아기가 없었으므로 죽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모든 것들을 소설 내용에 포함하여 문장을 쓰자니 서술이 중복되고 설명이 너무 길어지고 장황해져서 주석으로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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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신풍역 1번출구-신풍역 가는 길 23.06.12 8 0 9쪽
67 거울-아줌마, 나 도림이예요... 23.06.12 9 0 16쪽
» 거울-정인, 도태휘를 듣다... 23.06.11 9 0 10쪽
65 거울-도림, 정인을 만나다... +3 23.06.11 13 1 10쪽
64 거울-아기를 찾는 비밀 이름 23.06.10 8 0 10쪽
63 거울-그를 해코지하려 했던 사람들 23.06.10 8 0 10쪽
62 거울-두 개의 기사 23.06.09 8 0 10쪽
61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3... 23.06.09 8 0 10쪽
60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2... 23.06.08 8 0 10쪽
59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1... 23.06.08 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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