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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 윤도경의 찻집

신도림역 7번출구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드라마

윤도경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3.06.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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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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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3...

DUMMY

- 2014년 4월 2일 수요일





그날 저녁 도림의 담임 선생은, 학생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담임> “제발 조용히 좀 지내자.


너희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을 해 봐.


너희들이 도림이한테 그렇게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면 좋겠니?


더 이상 도림이 괴롭히지 마. 알았지?”



<학생> “네.”



학생 일동 그러겠노라고 대답을 했다.


그 소리를 들으며 도림은 절망에 빠졌다.


도림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도


적어도 지금까지 겪어 온 괴로움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는 대책이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친구들에게 대 놓고 말해버리는 것은,


그리고 아무런 실질적 대책을 세워 주지 않는 것은


선생이 나서서 그녀에 대해 수군대는 것 –


그리고 선생의 권위를 빌려서 ‘합법적으로’ 폭로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 도림이가 이러더라.










아이들한테 질리도록 듣던 그 말.


그 말을 선생의 입을 통해 들으니 도림은 정말 신선했다.


깊이가 다른 괴롭힘으로 다가올 것을 직감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도림이 잠시 화장실에 가 우는 사이에


해주는 도림의 가방에 편지 한 통을 써넣었다.










- 사랑했어요


엄마, 아빠, 세상이 싫어하는 날 사랑으로 감싸주고 언제나 보살펴 주셔서 고마워요.

하지만 제가 어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참고 견디기 힘드네요.

이젠 이 힘든 세상 끝내려 해요.

미안해요.

절망의 꽃에는 엄마, 물을 주지 마세요.

하늘에서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 2014년 4월 2일. 신도림 올림.










도림이 집에 도착했을 무렵, 그곳엔 정인이 있었다.


그녀는 아이가 사진으로 본 도림인 줄을 눈치채고 말을 걸었다.


도림은 정인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다.



<정인> “도림아. 이제 오니?”


<도림> “네. 근데 누구세요?”


<정인> “아줌마는 엄마 친구야.


너 요새 많이 힘들단 소리 듣고 상담 좀 할까 해서,


혹시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니.”



<도림> “그러시군요. 고마워요.”


<정인> “일단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탁 트인 곳으로 갈까?


도림아, 네가 지금 하는 고민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자, 옥상으로 올라가 보지 않을래.”



두 사람은 도립의 집에 들르지 않고 걸어서


꼭대기 층인 4층을 지나 5층 높이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물론 도림이나 정인이나 이곳에 발을 들이기는 처음이었다.


시야가 탁 트인 곳으로 가자고 정인이 말하기는 하였지만,


서울시 신도림동에 그런 곳이 있을 리가 없었다.


제일 먼저 그들의 시선을 가로막은 것은 신도림역 역사였다.



<도림> “탁 트이긴 트인 곳이군요.


여기서는 가까이 가지 않아도 신도림역이 단박에 보이니까요.”



물론 정인은 이 말의 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흘려버렸다.



<정인> “봐. 세상이 얼마나 넓니?


지금 네가 하는 고민은 앞으로 네가 살아갈 세상에


작게 돋아나온 돌부리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


여기 가방 내려놓고 크게 숨을 들이쉬어 봐.”



도림은 가방을 내려놓고 더욱더 경계 근처로 다가갔다.


시키니 어쩔 수 없이 숨을 크게 들이쉬는 척을 했다.



도림이 경계에 거의 다가갔을 무렵,


순간 정인은 도림의 두 발목을 잡고 건물 밖으로 넘겨버렸다.


이어서 도림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정인은 미소를 지으며 건물을 빠져나갔다.






* * *






도림은 바로 사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쉽게 깨어나지도 않았다.


그렇게 혼수상태로 70여 일을 지내는 동안,


해주는 전학 처분을 받고 다른 학교로 갔다.



이 일로 신문 지상과 방송이 시끄러웠는데,


이로 인하여 병록의 죽음은 묻혀버렸다.


아주 짧은 박스 기사로 처리되었을 뿐이었다.



아주 먼 훗날 병록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으리라는 정인의 계산이 있었다.






- 6 -




여기까지가 거울이 들려준 얘기였다.



도림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잃어버린 5년,


입학식 사진이나 소풍 때 노래 부르던 사진은 얘기해 주지 않던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거울이 알려준 것이었다.



서러움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결국 70여 일간의 혼수상태, 100여 일간의 병상 기록은,


정인의 병록 살해를 가리기 위한 술수에서 비롯되었고,


이를 위하여 10살 조금 넘은 아이를 희생양 삼은 그들의 행위에


도림은 분노보다는 인간에 대한 환멸이 일고야 말았다.



<도림> “그 어린 것이 뭘 안다고. 그 어린애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녀의 표정은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국 2009년부터 지속된 해주의 괴롭힘은


2014년 ‘도림 살해’를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릴 즈음이 됐을 때


도림은 거울이 들려준 정인과 지후의 말에 집중했다.



세 개의 특종을 한 뒤에 Q 신문사에 복직했다는 그.


첫 번째 특종은 X 매트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경축, IMF 구제금융”이라는 플래카드 사진이었고,


두 번째 특종은 도태휘 사망 사건을 담은 사진이라고 했다.



결국은 짐작했던 대로 도태휘의 사망에도 정인과 지후가 관련이 있다는 뜻이었다.



윤정의 생에서도, 회귀한 도림의 생에서도 태휘가 사망한 뒤 정인이 했던


루비 목걸이와 에메랄드 귀걸이가 그녀에게 배달되기는 했었다.


그리고 그 소포에서 정인은 “아직 상복을 벗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도림> “세 번째는 뭘까······.


얼마나 대단한 특종이기에 Q 신문 같은 대단한 신문사가


짤린 기자를 복직까지 시켜 줄까······.”



도림은 허지후가 쓴 뉴스를 검색했다.


검색은 태휘가 사망한 2000년 7월부터 1년 단위로 끊었다.



<도림> “인터넷이 좋을 때도 있네.”



그녀는 해주에게 처절하게 당했던 ‘까톡감옥’을 생각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당하지 않았을 괴롭힘이었다.


물론 도림은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을 접하고 살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었지만,


전생에 다녀오고 나니 자연스레 인터넷이 없었다면 어땠을까까지도 생각해 보게 됐다.






지후의 기사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검색이 됐다.



첫 번째는 그녀도 아는 “경축, IMF 구제금융”이라는 플래카드 사진과 기사였다.


이 기사는 어찌나 많은지 얼마 검색되지도 않는 기사 중에서도


태휘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던 7월 초순까지는


무더기로 검색이 되었다.


두 번째는 태휘의 사망 사진과 기사였다.


세 번째는 X 매트 소유자와 경영자가 도태홍으로 결정되는 사진과 기사였다.


네 번째는 김 모 씨 사망 사건에 관한 사진과 기사였다.


그 외에도 몇 개가 더 있었다.



도림은 그녀가 아는 두 기사와 사진은 빼고


X 매트 소유자와 경영자가 변경되는 기사의 날짜와


김 모 씨 사망 사건 관련 기사의 날짜를 살펴보았다.


각각 2000년 12월과 2001년 2월이었다.



그녀는 허지후를 검색했다.










이름 허지후(1965-). Q 신문 기자.

부친 허규현(1940-2012)과 모친 박명자(1945-)의 장남으로

처(妻) 이소민(1968-)과 딸 미진(1997-), 아들 동규(2001-)가 있다.

IMF가 위세를 떨치던 1997년 Q 신문사에서 해직되었으며,

2001년 3월 복직되어, 현재는 Q 신문 편집국장의 직에 올랐다.


······










<도림> “결국은 허지후가 2001년 3월에 복직했다는 거네?


그러면 그 세 번째 특종은 2001년 3월 이전에 있었던 사건이란 얘기지?”



허지후의 검색된 몇몇 기사 중에 2001년 3월 이전 기사는 두 개밖에 없었다.


도태홍의 X 매트 ‘장악’ 기사와 김 모 씨 사망 사건 기사.



<도림> “저 때는 내가 아직 살아 있을 때인 것 같은데.”



그녀는 태휘가 죽을 무렵 ‘허지후’란 이름으로부터 받았던 사진을 생각했다.


그것은 태휘와 정인이 신풍역 1번 출구에서 걸어 나가는 사진이었다.


그리고 지금 천반산 목소리가 그녀에게 거울과 함께 남겨 준 사진이 곧


‘신풍역 1번 출구’ 사진이었다.



<도림> “그 허지후가 이 허지후구나.


여기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얼마나 더 고통스러운 비밀들을 알아야 할까.


앞으로 얼마나 더 험악한 꼴을 봐야 끝이 나는 걸까.


사진에도 ‘소임’이 있다고 했으니,


천목님은 내게 내 몫의 고통을 오롯이 겪어내야


천반산에 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한 거나 다름없네.


이게 저주가 아니면 뭐가 저주야 대체! ······


게다가, 가기 싫어도 때가 되면 가야 한다고 말했잖아.


해주 때처럼.”






도림은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도태홍의 X 매트 인수 기사를 클릭했다.










2000년 12월 3일, X 매트는 주주총회에서 사망한 도태휘 사장의 후임으로 도태홍 사장을 결정했다.










<도림> “삼춘,(註1) 왜 삼춘이 X 매트를, 아니 X 그룹을 갖고 계시죠?


그건 형님께서 공들여 키우신 건데?”



그녀는 기사를 뚫어지라 응시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자리에 그가 앉은 것은 어색했다.


도림은 마음속에 짚이는 바가 있었다.





=== 주석


註1. 남편의 결혼한 동생을 부르는 말로 ‘서방님’이 쓰이고 있으나, 작가는 이 말 또한 들어본 일이 없다. 아울러 여기서 ‘삼춘’은 지칭어가 아니라 호칭어이다. 다시 말해서 유정의 입장에서 태홍을 가리키는(지칭) 말이 아니라 도림이 태홍을 부르는(호칭)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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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거울-정인, 도태휘를 듣다... 23.06.11 8 0 10쪽
65 거울-도림, 정인을 만나다... +3 23.06.11 12 1 10쪽
64 거울-아기를 찾는 비밀 이름 23.06.10 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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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거울-두 개의 기사 23.06.09 8 0 10쪽
»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3... 23.06.09 8 0 10쪽
60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2... 23.06.08 8 0 10쪽
59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1... 23.06.08 8 0 10쪽
58 거울-도림 곁에 살아있는 전생의 인연들 2... 23.06.07 7 0 10쪽
57 거울-도림 곁에 살아있는 전생의 인연들 1... 23.06.07 9 0 10쪽
56 거울-절망, 그리고 또 다시 천반산으로... 23.06.06 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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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거울-Z 보육원의 그 아기 23.06.05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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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도림의 바다-아기를 두고 다시 천반산으로... 23.06.04 8 0 10쪽
51 도림의 바다-태휘의 죽음 23.06.04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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