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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 윤도경의 찻집

신도림역 7번출구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드라마

윤도경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3.06.18 20: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797
추천수 :
21
글자수 :
373,950

작성
23.06.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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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신풍역 1번출구-배후가 누굽니까?

DUMMY

도림은 자신을 해코지한 자가 누구인지 어떤 목적인지 알기 위해


누가 다녀갔는지를 물었다.



<엄마> “아무도 안 왔다 갔어.


코로나 때문에 문병 못 와.


엄마도 너 퇴원할 때까지 병원에서 못 나가.


너도 밖에 못 나가고.”



<도림> “봄꽃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난 봄을 볼 수가 없구나. 장님처럼······.”


<엄마> “그러니 딴생각 하지 말고 얼른 회복할 생각이나 해.”


<도림> “근데 엄마, 그간 전화도 없었어?”


<엄마> “너한테 오는 전화를 엄마가 아니?


그리고 처음 몇 통화 오다가 그 뒤로 안 왔어.


근데 도림아, ‘우리 아들’이라고 저장해 놓은 애는 누구야?”



<도림> “으응, 봤구나? 20년 전에 낳은 아들 있어. 걔야.”



이 말을 듣고 엄마는 기가 찼는지 도림의 이마를 짚었다.


그녀는 도림이 머리를 너무 크게 다친 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되었다.


몸만 나아서는 차라리 살지 않으니만 못할 만치 주위 사람 힘든 줄을


여러 사람 보며 느껴 왔었다.



<엄마> ‘차라리 <비대면 언택트 남자친구>라고 둘러댔다면 좋았을 것을······.


그러고 보니 우리 도림이도 어느새 남자를 알 때가 되었구나.’



그녀는 한편 착잡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 대견스럽기도 한,


한마디로 규정짓기 힘든 참으로 복잡한 마음이었다.






- 4 -




- 2021년 5월




도림이 배왕 배달부의 일로 병원에 입원한 뒤로 3개월여가 지났다.


‘소멸된’ 기억이 서러워 그녀는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내려고 별별 궁리를 다 해 봤지만,


기억은 이번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혹시 머리를 벽에 세게 짓찧어 충격을 받으면 돌아올까,


전기를 통하면 돌아올까,


수면제를 먹고 석 달 열흘을 잠에 빠지면 돌아올까,


안 해본 생각도 없었지만,


서러운 걸 견디기 힘든 만큼 아픈 것도 견디기 어려웠다.



<도림> ‘이 바보, 천치, 머저리, 겁쟁이 같으니라구!’



그녀는 2014년 옥상에서 떠밀렸던 때처럼 누군가에게 해코지를 당했다면,


그건 정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도림> ‘엉킨 실타래는 푸는 게 아니라 끊어내는 법이니까.


내가 그 여자랑 얽힌 게 좀 많나.


참 징글징글하구나.’



산에서 굴렀다니 가당치도 않은 말이었다.


산에서 굴러서 머리를 찧고 기억이 소멸하며 배를 크게 다칠 정도면


가파르기가 악산 정도는 돼야 했다.


그리고 악산에서 구르면 살아남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산은 주위에 없었다.


신도림동 인근은 온통 아파트 천지였을뿐더러,


더욱이 1호선, 2호선, 5호선 지하철이 지나다니는 그런 곳에 ‘악산’이 있을 까닭이 없었다.



설령 산에서 넘어졌다고 해도 주위의 평평한 산일 것 같으면


넘어지면서 손을 짚으면 그만이었다.


이런 경우라면 손을 짚지 않기가 더 어려웠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고 도림은 퇴원을 했다.


병세도 꽤 호전돼서 이젠 혼자서 밖에 나다닐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그녀는 정인에게서 들은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 계세요. 제가 도태홍 회장한테 말은 해볼게요. 하지만 장담은 못 해요.










태홍에게 상속재산의 반환을 요구하라고 했을 때 정인이 한 말이었다.


도림은 태홍을 설득하는 대신으로,


또는 설득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한 까닭으로


자신을 제거하려 든 거라고 생각했다.



<도림> ‘어쩌면 말이지.


도태홍한테 말을 했더니 도태홍이 이렇게 하라고 시켰을지도 모르겠네.


그러니까 내가 사라져야 할 이유가


채정인이 아니라 도태홍에게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잖아.


아는 거지.


그렇지 않고서야.’



도림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폈다.


평소에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으려 노력하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심지어 윤정의 생에서 정인이 보낸 루비와 에메랄드를 보고


태휘가 정인의 손에 죽었을지도 모른다면서도,


그 사실을 거울이 알려주기 전까지는 확정 짓지 않았었다.



이튿날 도림은 H 법무법인 건물 앞에서 정인이 나오기까지 기다렸다.


이 일과 관련하여 정인을 추궁할 작정이었다.



한참을 기다려 정인이 건물 밖으로 나오자 도림은 그녀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역시 정인은 몹시 당혹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정인 역시도 도림이 퇴원했다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갑자기 나타날 줄은 짐작도 못 하고 있었다.



<도림> “변호사님!”



정인은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도림> “왜 이렇게 놀라세요?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보고 싶어서 왔어요.


들어가시죠. 같이.”



<정인> “지금은 바빠요. 어딜 좀 가야 해서요”


<도림> “그럼 차에서 말씀하시겠어요? 어차피 차 타고 가실 거잖아요? 기사님이랑 같이?”


<정인> “아, 아니. 올라가시죠.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네요.”



두 사람은 예의 회의실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도림> “이야, 여기 회의실은 변호사님 전용 회의실 같아요.


막말로 변호사님은 그냥 직원일 뿐이잖아요?


법인대표가 아니라.


말 그대로 그냥 월급쟁이.


근데도 매번 올 때마다 여기는 변호사님을 위해 비어 있으니 말이에요.”



<정인> “하고 싶은 말씀이 그건가요? 아까도 말했지만 나 바빠요.”


<도림> “설마 할 말이 그것 뿐이겠어요?


나도 못지않게 바빠요.


도대체 변호사 씩이나 되는 양반이 나한테


왜 이런 못된 짓거리를 벌였는지도 궁리해야 하고······.”



<정인>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말씀은 들었어요.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게 되니 반갑네요.”



정인이 마뜩잖은 표정으로 말했다.



<도림> “왜요, 걸어서 못 나오기를 바라셨을 텐데요. 저한테 관심이 꽤 많으시네요.”



도림도 정인에게 꼬인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인> “그거, 제가 한 거 아니에요.”



정인은 무작정 부인하고 봤다.



<도림> “뭘요? 뭘 안 하셨어요? 그럼 누가 하셨어요?”


<정인> “다치신 거······.”


<도림> “당연히 안 하셨겠죠.


살인미수는 살인죄와 동일하게 처벌받는 줄을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註1)


변호사님이시니까.


그럼 누굽니까?”



도림은 정인을 떠봤다.



<정인> “그거 배왕 배달부잖아요.


설마 배왕 배달부 옷을 입은 것이 위장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리고 생각해 보세요.


같은 여자로서 성폭행을 할 수 있겠는지?”



정인은 도림이 또다시 기억이 소멸되어 그녀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모른다는 것을 몰랐다.


당연히 언론에 보도된 대로 어떻게 당했는지를 아는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로선 ‘성폭행’이란 말이 특별할 것도 없고 숨길 것도 없는


그저 자연스러운 말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에 도림은 달랐다.


그녀는 정인의 말이 이번엔 자신에 대한 성폭행이 있었다는 말이 되므로,


마음이 극한의 분노로 치달아가고 있었다.


주먹을 쥔 오른손에, 손가락이 부러질 듯


그리고 손바닥이 손가락에 패일 듯, 잔뜩 힘이 들어갔다.



<도림> “꽤 치밀하게 준비하셨네요? 누군가요? 배왕 배달부 배후가?”


<정인> “전 몰라요. 그런 걸 물으러 오셨다면 잘못 찾아오신 거예요. 이만 일어나시죠.”


<도림> “생각해 보니 변호사님이 저지르신 일이 참 많아요.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15년이죠?


2014년에 날 죽이려고 들었던 거,


2029년까지는 변호사님 두 발 뻗고 못 주무시겠어요?


아직 8년이나 남았는데······.


그러고 보니 이것도 살인미수쯤 되겠네요.


맞죠? 변호사님?”



도림은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된 줄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도림> “그러니 빨리 대란 말이에요.


날 죽이려고 한 그 배후. 그리고 내게 치욕을 안긴 그놈의 배후!”



<정인> “2014년 일은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이번 일은 정말 모르는 일이에요.


그만 괴롭히고 이만 일어나시죠.”



<도림> “변호사님. 도태홍 아버지 도병록 씨 아시죠?”



도림에게서 병록의 이름이 나오자 정인은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 주석


註1. 형법 제25조[미수범] 제1항.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

제2항.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

여기서 ‘동일하게 처벌한다’는 것은 법정형이 같다는 말이다. 가령 살인 기수도 사형, 무기, 5년 이상 징역의 형벌을 받고 살인미수도 사형, 무기, 5년 이상 징역의 형벌을 받는다. 선고형은 다를 수 있다. 가령 살인기수는 5년 살인미수는 2년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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