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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 윤도경의 찻집

신도림역 7번출구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드라마

윤도경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3.06.18 20: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810
추천수 :
21
글자수 :
373,950

작성
23.06.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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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신풍역 1번출구-도대체 신도림은 누구일까요?

DUMMY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부디 태홍이 이 기사를 못 보았기를 바랐다.






그 며칠 뒤, 지후는 도림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도림> - 네, 국장님. 아무리 기다려도 약속하신 기사가 안 떠서요. 어떻게 된 건가요?


<지후> “기사요? 저번에 냈었는데 못 보셨나 봐요?”


<도림> - 기사를 내셨다구요?


<지후> “네, 냈어요.”


<도림> - 근데 왜 저는 못 봤죠? 언제 기사죠? 다시 찾아봐야겠네요.


<지후> “근데 지금은 내려가 있어요. 항의가 많아서 내렸어요.”


<도림> -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 문제로 누가 항의를 한다는 말인가요?


<지후> “말도 못 해요. 지금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기업인데


기업 이미지 흠집 내서 네가 이루려는 게 뭐냐부터 시작해서······.”



<도림> - 그러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냐구요.


조카가 살아 있고 정당한 상속자가 살아 있다는 거랑 그거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항의를 받느냐구요?


그 항의하는 사람 이름이 채정인, 박해주, 도태홍인가요?


그건 기껏해야 3명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항의가 많다는 건 또 무슨 소린지.


아, 그중에 허지후도 있어요?


그래서 많다는 거예요?


내 참.



<지후> “어쨌든 전 기사 내 달래서 냈고, 지금은 내렸으니 이제 그만 하시죠.”


<도림> - 기사를 내가 봤어야 그만하죠.


그리고 내 아들이 X 그룹을 되돌려 받아야 그만하죠.


이렇게 하시죠.


같은 기사를 신문지면에 실어 주세요.


인터넷 말고.



<지후> “왜 이러시는지요. 지면이나 인터넷상이나 다를 게 없어요.”


<도림> - 그러니까 지면에 한 번 더 실어달라는 거잖아요?


국장님 말씀대로 다를 게 없으니까.


도대체 뭐가 걱정이에요?



<지후> “그건 곤란합니다. 이미 실은 내용이에요.”


<도림> - 국장님. Q 신문 보니까 같은 기사로


어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사골을 우리던데,


왜 내 아들 기사는 안 된다는 거죠?



<지후> “······.”


<도림> - 이제 무작정 안 된다는 말씀이시로군요?


저랑 말도 섞기 싫다 이 말씀이시죠?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지후>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도림> - 걱정되세요? 뜻밖이네요.


아무튼 알고 싶으시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계시면 되고,


걱정되면 기사를 종이신문에 내시면 됩니다.



도림은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지후가 쉽사리 들어줄 리가 없으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저런 식으로 꼼수를 부릴 줄은 몰랐다.


그러니 이제 좀 더 강하게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 6 -




도림은 전생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수많은 사건들을 겪어왔다.


그중에는 2014년 사건과 같이 자살로 포장된 사건도 있었지만,


사실은 거의 모두가 정인이 관여돼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파악한 바였다.


그 많은 사건들 중에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것이 김윤정 사망 사건이었다.


전생에서의 그녀 자신의 사건이지만 기억에도 없는 사건을 풀어가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유정을 F 보육원에 맡긴 때도 윤정이 죽던 때와 맞닿아 있었다.


그러니 유정을 죽이려 했던 것은


윤정을 죽이려 했던 이유와 궤를 같이할 거라는 생각은 있었다.


그래서 지금껏 숱하게 살펴보고 또 살펴봤다.


그래도 풀리지 않았다.



혹시 천반산 목소리가 준 신풍역 1번 출구 사진에 비밀이 있을까 하여


신풍역에도 여러 번 다녀왔고, 근처 보라매공원에도 다녀왔지만,


이렇다 할 만한 소득은 없었다.



<도림> “하긴, 내가 수사란 걸 해본 적이 없는데······.”



말은 이렇게 해도 미제사건이나 다름없는 20년이나 지난 사건이


사회 초년생의 의지만으로 풀린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지금 새삼스럽게 윤정의 사망에 주목하게 된 것은


지후의 말을 들으니 그녀 스스로 문제(상속)를 해결하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뿐 아니라 비록 ‘그들’이 유정을 해코지하려고 했어도


유정은 살아남았지만 결국 윤정은 ‘그들’의 의도대로 사망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상속과 유정을 해코지하려던 시도와 윤정의 사망은


맞닿아 있는 일련의 사건인 셈이었다.



<도림> “보라매공원, ······ 후미진 곳, ······. 그리고 사진.”



일전에 그녀가 당시 기사를 1년 단위로 끊어 검색을 했을 때,


그땐 몰랐지만 이제야 돌이켜보면 이상했던 것이,


그 중요한 사건 기사가 Q 신문 말고는 그 어느 곳에도 실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같은 기간에 ‘허지후’라는 검색어를 빼고 검색했을 때


허지후의 건 말고는 단 한 건도 검색되지 않았다.



<도림> “Q 신문 허지후 말고는 나를 그냥 히쭈꾸리(註1)한 사람으로 봤나?


괜히 허지후한테 고마워지네. 젠장.”






한편 정인과 지후는 이 일로 걱정이 있었다.



정인이 변호사이므로 둘은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된 줄을 알고 있었다.


더욱이 2001년 김윤정의 사망에 관여된 그들 역시


법의 심판대에서 단죄받지 않는 이상은 영원히 법망을 피할 수 없었는데,


도림이 유정의 일로 치고 나오자


윤정 사망의 건이 수면 위로 떠 오를까 하여 노심초사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 도림이 윤정 사망 건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긴 했었다.


실은 그래서 도림의 환생에 대해서는 정인도 갈피를 못 잡던 터였다.


루비나 에메랄드, 상복 얘기에 더해서


태휘의 환생이라고 하자니 아들의 존재를 아는 것이 걸리고,


윤정의 환생이라고 하자니 본인의 죽음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걸렸다.



<정인> “이제 신도림이 아들 건을 건드리기 시작했어요.”



정인이 지후에게 말했다.



<지후> “그러게. 이것저것 다 건드리네.”



지후가 씁쓰레한 듯 대답했다.



<정인> “도대체 누구의 환생일까요? 신도림은?”


<지후> “누구면 어때? 누구였든 전생에 한 번 죽었고


이생에서도 수도 없이 없애려고 했지만 아직 살아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물론 믿기진 않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 정말 자존심 상해.


지 말로는 환갑이 다 됐다고 하지만,


매번 어린 년한테 따박따박 존댓말 써 주는 것도 빈정 상해 죽겠단 말이다.”



<정인> “죄송해요. 저 때문에.


그러지 말고 우리 천도재라도 지내 주는 게 어떨까요?


이제 그만 괴롭히고 좋은 곳으로 가라고?”



<지후> “그게 무슨 소용이야.


이미 이생에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신도림은 사람이야. 귀신이 아니라고.


게다가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안 죽는다잖아.”



<정인> “그래도 이 건으로는 별일 없겠죠?


난 도태휘 아들은 털끝 하나 안 건드렸다구요.


비록 없애려고는 했더라도.”



<지후> “그게 건드린 거야. 날 봐.


2014년하고 2018년에 나도 신도림이 털끝 하나 안 건드렸어.


그래도 나한테 죽자고 달려드는 거 안 보여?”



<정인> “그럼 우린 어떡해요?”


<지후> “우는 소리 좀 그만해.


그런다고 해결되는 게 있기를 해?


아직까지 김윤정의 죽음에 대해 말을 안 했다면 모르는 게 분명해.


자기 말로는 도태휘의 환생이라고 했잖아.


도태휘가 김윤정 죽음에 대해 어떻게 알겠어?


게다가 도태휘 사건은 신문 기사가 있었잖아.


내가 좀 자세히 냈었지.


그거 읽은 거지 환생은 무슨.


하지만 김윤정 사건은 그런 게 없어.


기껏해야 보라매공원 후미진 곳이라는 단서밖에 없다고.


그나마도 그 기사를 읽었을 때 얘기야.


이거 가지고는 못 밝혀.


제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다고 해도.


봐, 신도림도 여태 아무 말 못 했잖아.


그러니 걱정하지 말자.”



지후는 정인을 위로하며 다독여 주었다.


하지만 걱정할 일이 없으면 걱정하지 말자는 말을 할 이유도 없었다.


두 사람 다 그걸 모르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더욱이 말을 그렇게 했다고 겁이 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태휘의 사건도 그는 정인이 실수로 실토하는 바람에


도림이 알게 되었다고 믿는 편이었다.


그러니 도림이 눈치챘다고 착각하고 실수로라도 실토하는,


저번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정인을 단속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 도림은 거울이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생각했다.



그때 지후는 해직되면서 Q 신문에 말했다고 했다.


특종 3개를 할 테니, 그때 복직시켜 달라고.


그리고 그의 해직과 복직 사이에 그가 낸 기사는 단 4개,


그 중 특종이 될 만한 것은 “경축, IMF 구제금융”이라고 쓴 플래카드와


도태휘 사망 사건, 그리고 ‘김 모 씨(女)’라고 된 김윤정 사망 사건이었다.



문제는 김윤정 사망 사건 기사를 낸 다음에 복직을 했는데,


다른 곳에서 기사를 쓰지 않은 것을 본다면,


이 사건은 ‘허지후만 아는’ 사건임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도림> “결국은 허지후가 이 건에 깊이 관여돼 있다는 거겠지.


허지후가 관여돼 있다면 당연히 채정인도 관계가 있다는 거겠고.”



지후의 다른 두 특종도 마찬가지였다.


전생에서의 기억으로는 태휘는 지후의 플래카드 사진 때문에


회사가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까 고심했었고,


결국은 그 사진이 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었다.


그뿐 아니라 태휘의 사망 사건도 지후가 제일 먼저 특종을 냈었다.


더욱이 그의 사진을 찍은 것도 지후가 유일했다.



그땐 그냥 지나쳤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사망자,


그것도 변사자의 사진을 기자가 찍을 수 있었을까 의혹이 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것도 최초로.


이쯤 되니 그때 경찰은 허지후를 족치지 않고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원망마저 일었다.



<도림> “그때(전생에서 태휘가 죽은 사진이 기사로 났을 때)


나라도 의혹을 제기했으면 어땠을까.


바보같이 이제야······.


에휴, 이제 와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지.”



한편으로는 천반산 목소리는 아니라지만 그녀의 생각처럼 모든 게 운명이라면


어차피 돌이키지도 못할 일, 이리 생각하고 저리 후회한다 해도 의미는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 태휘의 죽음을 추적하는 것도


그냥 정해진 운명을 따라가는 것일 뿐이었다.


그녀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그리고 윤정의 죽음과 그에 대한 추적까지도.





=== 주석


註1. ‘히쭈구리’는 ‘후줄근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작가는 이 말을 ‘값어치없다’의 입말로 쓰곤 했다. 소설에서도 같은 뜻으로 썼다. ᄒᆞᆫ글에서는 ‘멍청이’, ‘소심한 사람’, ‘왕따’ 등을 대체어로 제시해 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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