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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 윤도경의 찻집

신도림역 7번출구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드라마

윤도경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3.06.18 20: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796
추천수 :
21
글자수 :
373,950

작성
23.06.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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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신풍역 1번출구-정말... 전생에서 오셨습니까?

DUMMY

도림에게서 병록의 이름이 나오자 정인은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정인> “X 그룹 회장의 부친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도림> “그거 말고, 그분이 변호사님께서 나 죽이려고 했던 시기에 돌아가셨다는 것도 알고 계시죠?”


<정인> “그런가요? 그건 잘 모르겠군요.”


<도림> “그분을 변호사님께서 죽이셔놓고 왜 모르쇠로 나오십니까?


내가 어디까지 아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정인> “허튼소리. 계속 그런 소리 할 거면 여기서 당장 내쫓을 겁니다.”


<도림> “해보세요. 도병록 씨 사건도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것쯤 아실 텐데······.


변호사란 분이 생각이 일개 고등학교 졸업생보다 짧아서야.


게다가 도병록 씨는 살인 기수죠.


그 건을 도태홍이 안다면 아무리 도태홍이라고 해도 변호사님, 무사하실 수 있을까요?


아, 그리고 도병록 씨 사건 덮으려고 나,


그러니까 해주한테 학교폭력으로 시달리는 아이의 두 다리를 잡고


옥상에서 건물 밖으로 덤블링을 시키셨죠.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도병록 씨 사건을 모를 것 같지만,


그리고 그 사건 영원히 덮였을 줄로 생각하시겠지만, 이걸 어째?


내가 아는데?


증거도 수두룩 빽빽인데?”



<정인> “원하시는 게 뭐죠?”


<도림> “말씀을 하세요. 말씀을 안 하시면 벌거벗겨서 법정에 세울 테니까.


변호사가 아니라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서 판사를 우러르며


‘존경하는 재판장님’을 부르실 수 있으세요?


그러실 생각이신가요?


해 보세요. 자신 있으시면.”



정인은 진퇴양난이었다.


이미 두 건 범행에 대해 도림에게 들켰다.


지금 배후를 밝히지 않으면 변호사 타이틀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외면과 지탄을 동시에 받는 변호사가 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변호사로서 이룬 모든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 터인데,


그렇다고 배후를 밝히자니 그 배후는 그녀 자신인지라


도림에게 살인(2014년 도병록 건)과 살인미수(2014년 신도림 건),


그리고 강간살인미수(註1)(2021년 신도림 건) 세 건으로


추궁을 받게 될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강간살인미수(2021년 신도림 건) 건의 배후,


즉 뒷배가 정인이냐 하는 부분에서는, 법적 판단은 다를 수 있으나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그 시작이 ‘정인의 간청’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것이 ‘본인의 일’이었으므로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지후는 정인이 병록 사건을 올레안드린을 이용해서 잘 처리했다고 말한 점,


두 사람이 계획을 공유한 점,


정인이 지후만 믿겠다고 말한 점 등을 생각한다면,


그녀가 그 건에 관하여 교사의 책임을 질 수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께름칙했다.


그러니 ‘뒷배’라는 말에 쉽사리 시인이나 부인을 못 하고


그렇다고 딱히 항변도 못 하는 것이었다.



정인은 할 수 없이 지후의 이름을 댔다.



<도림> “허지후. 결국 그 이름이 변호사님의 입에서 나오는군요.


허지후의 입에서 채정인의 이름이 나오지 않기를 기도하십시오.”



도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회의실 밖으로 나간 그녀의 손에는 구겨진 물컵이 쥐여 있었다.



도림이 이 말을 하자 그녀를 부르는 정인의 초조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도림은 이를 무시하고 법인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며칠 후 도림은 지후와 만났다.


이 자리는 정인이 어쩔 수 없이 마련해 준 자리였다.


장소는 H 법무법인 회의실이었고, 지후가 미리 나와서 커피를 홀짝이며


초조한 기색으로 도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도림이 도착하자 지후가 인사를 건넸다.


고개를 바짝 숙이며 최대한 정중하게.


60 다 돼 가는 남자가 이제 갓 스물 넘은 여자에게 이런다는 것은


분명 사람들이 보지 않아서 망정이지, 과했다.



도림은 짧게 목례 정도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정인에게 나가 있을 것을 주문했다.



<도림> “채 변호사님한테 대충 들으셔서 아실 줄로 믿어요.”


<지후> “네. 이번 건으로 심히 상심하셨을 텐데 먼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도림> “그런 거 하실 필요 없구요, 정당한 처벌을 받으시면 됩니다.”


<지후> “그럼 이 자리는 왜?”


<도림> “재미가 없어요, 재미가.


내가 2014년에 거의 사경을 헤매고 이번에도 또 죽을 뻔 하고 성폭행까지 당해서


기자님을 비롯한 세상 사람들 요깃거리가 됐는데, 재미는 있으셨나요?


그 대가로 어느 구중궁궐에서 하루 삼시 세 때 공짜 밥 얻어먹고


운동도 하고 취직해서 돈도 버시는 기자님이나 변호사님이란,


무엇보다 저한테 재미가 없어요.


거기다 몸 아프면 치료도 공짜로 해 줘,


여자라고 해도 성폭행 따위는 절대로 안 해.


누가 봐도 불공평하지 않아요?


나는 당했는데.”



<지후> “그럼 원하시는 것이 뭡니까?”


<도림> “Q 신문 편집국장님이시라고 들었어요.


1997년에는 IMF 여파라 그랬는지 Q 신문에서 잘리셨는데,


어느새 편집국장까지 되시고, 세월이 참······.”



지후는 흠칫 놀랐다.


지금 도림이 말한 것은 그의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정인이나 태휘 정도밖에 모르는 내용이었다.



<도림> “거기에 날 희생양 삼으신 게 꽤 되죠?


나와 내 가족으로 아주 뽕을 뽑으시는군요.


이생에서나 전생에서나.”



<지후> “정말, ······ 전생에서 오셨······습니까?”


<도림> “어떨 것 같으신가요?”


<지후> “솔직히 채변이 불안해하고 채변의 많은 일들을 자세히 아시니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짐작은 해 봤지만, 잘 믿기진 않았거든요.


근데······.”



<도림> “그럼 이건 어때요?


나랑 채정인 씨랑 신풍역 1번 출구로 걸어 나가는 사진을 찍어서


내 마누라한테 전해 주셨잖아요?


난 아직도 궁금한 게, 그 사진은 왜 보내신 거예요?”



도림은 일부러 자신이 전생에 태휘인 척,


전생에서 윤정을 ‘내 마누라’라고 지칭하여 말했다.


물론 이 말을 듣고 지후는 몹시 혼란스러웠다.


그것은 사진에 대한 진실이 어긋나서였는데,


태휘는 정인과 함께 신풍역 1번 출구를 걸어 나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당연하다. 그 사진은 지후가 그린 극사실주의 그림일 뿐이었으니.


그러니 설사 아내인 윤정이 받은 사진을 보았다고 해도


자신이 그 게이트를 걸어 나갔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지후> “정말, 전생에 도태휘 씨였습니까?”


<도림> “난 다 안다니까요.”



지후는 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것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들은 내용이 정리가 안 되기 때문이었다.



<도림> “이렇게만 해주세요.


Q 신문에 편집국장님 직권으로 기사 하나 내주세요.


도태홍이 어떻게 도태휘의 X 매트를 갈취했는지와


현재 그 아들이 살아 있는데도 X 그룹을 내놓지 않는 이유에 대해 써 주세요.


내가 조사를 하다 보니 시간이 하도 오래 지나서 인지청구도 불가능할 것 같아,


그렇다고 상속회복청구도 안 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요, 도태홍이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은.


그리고 바이라인은 ‘허지후’로 해 주세요.”



하지만 도림의 요구는 지후로서는 받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


태홍이 X 매트를 빼앗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것이 그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설사 태홍이 그런 결정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주주들이나 채권자들이 그 결정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였다.


‘정당한 상속자’라는 이름으로 경영의 ‘경’자도 모르는 ‘꼬마’가


그룹 회장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설령 밑바닥부터 일을 배운다고 해도 그런 ‘사닥다리’를 곱게 볼 사람이 있을까.



도림도 X 매트 갈취에 지후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은 하지만


정확한 내용은 몰랐기 때문에 이를 강하게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편 도림이 강하게 요구했더라도 사실상 태홍의 광고로 먹고사는 Q 신문이


그의 눈 밖에 나는 기사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에 지후는 역으로 제안을 했다.



<지후> “그러지 마시고, 제가 도태홍 회장을 만나 보겠습니다.


조카가 살아 있으니 원래 조카 몫이었던 재산은 돌려주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도림> “국장님이 나 스무 살처럼 보인다고 너무 물로 보시네.


내가 몸은 스무 살이지만 마음은 환갑이라는 걸 모르시나요?


똑똑히 알아두세요.


그 회사 경영은 도태홍 그놈보다 내가 먼저 했다는 거.


그리고 기자님답지 않게


돈 앞에 부자지간도 없다는 걸 내가 모르는 것처럼 연기를 하시네요, 순진하게끔.


하물며 숙질지간?


개가 웃고 지나갑니다.”



<지후> “그럼 아드님이 진짜 도태홍 회장의 조카라는 증거가 있어야 기사도 낼 수 있고


도태홍 회장도 수긍을 할 것 아닌가요?


그 증거는 있나요?”



<도림> “기자님. 내 뒷조사는 하시면서 우리 아들 뒷조사는 안 하셨습니까?


우리 아들이 도태홍 때문에 살기 위해 피눈물을 흘린 사실을 모르는 겁니까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시는 겁니까?”



<지후> “누가 누굴 뭘 한다고 그러세요?”



지후는 손을 내저었다.





=== 주석


註1. 이 건에서 배달부의 강간 행위는 지후의 교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교사의 초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즉 교사의 초과가 인정되면 배달부가 강간살인미수로 처벌받더라도 지후는 살인교사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정인에게도 혹시 교사의 책임을 묻게 된다면 책임 범위는 지후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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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거울-두 개의 기사 23.06.09 8 0 10쪽
61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3... 23.06.09 7 0 10쪽
60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2... 23.06.08 8 0 10쪽
59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1... 23.06.08 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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