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예비작가 윤도경의 찻집

신도림역 7번출구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드라마

윤도경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3.06.18 20: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814
추천수 :
21
글자수 :
373,950

작성
23.06.17 10:00
조회
6
추천
0
글자
10쪽

사진-내 조카 녀석 이름이 뭡니까?

DUMMY

만약 그녀의 추리가 맞다면 태홍은 용케도 형의 재산을 ‘상속’해 갔겠지만,


문제는 태홍에게는 ‘상속권’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그녀가 상속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난점이었고,


그나마 법적으로 상속회복청구의 소밖에 허용되지 않는다면


기간에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이 ‘첫 단추’가 지금은 지후의 복직과 관련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지후의 복직)이 크게 보아 태홍의 ‘상속’의 큰 그림 중 일부라면,


사안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입증하는 것은 나머지 두 ‘특종’ 역시 태홍의 상속이라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되느냐에 달려있었다.



<도림> “나머지 두 개도 X 매트 소유자하고 그 배우자의 사망에 관련된 거니까


그게 ‘퍼즐의 일부분’이라는 것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겠네.


더군다나 채정인이 그랬지.


그 사람(태휘)은 청산가리를 주사해서 죽였다고.


뭣 때문에 살인을 계획했겠어?


그러면서 아닌 것처럼 무슨 상복 타령을 했었지.


두고 봐라.


그 상복은 20년 뒤의 널 위해 입은 것이 될 테니.”



남은 것은 윤정이 어떻게 죽었는지였다.



비록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회귀한 도림의 생에서


병록과 해월은 그녀에게 비소를 탄 죽을 먹이려 했었다.


그리고 정인은 그들이 그녀를 노린다는 것을 편지로 말해 주었었다.


윤정 역시도 그때부터 시작된 ‘그들’의 ‘계획’에 포함돼 있었고


결국은 ‘그들’에게 살해된 것이라면, 이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태홍의 상속을 위한 큰 그림이라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그 단서는 유정에 대해 ‘그들’이 벌인 짓들을 통해


넉넉하게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녀는 천반산 목소리가 거울과 함께 쥐여준 신풍역 1번 출구 사진이야말로


그것을 밝히는 어떤 연결고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진 텍스트는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지만


사진 컨텍스트에는 뭔가 다른 단서가 숨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사진을 꺼내놓고 보고 또 보고 뚫어지도록 사진을 응시했다.



<도림> “모르겠어. 도무지.”



그녀는 이생으로 오면서 천반산 목소리에게


거울은 보고 싶은 것을 딱 한 번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들었었다.


그리하여 ‘잃어버린 5년’을 되찾았다.



<도림> “나한테 거울도 주시고, 그렇게 너그러운 천목님일 거면


사진도 설명해 주실 것이지 어떻게 쓰라는 건지,


어떻게 보라는 건지 설명도 안 해주시고 던져만 두시나요?”



그녀는 투덜거렸다.



<도림> “하긴, 다시 왔어도 풀어야 할 것을 다 못 풀었다고 되돌려 보낸 양반인데.


뭘 더 풀어야 하는지 말이라도 해주든가.”






- 2 -





- 2021년 7월




태홍은 그의 회장실로 지후를 불러들였다.


그가 나서서 지후나 정인을 불러들이기는 웬만해서는 없는 일이었다.


이번은 일전에 조카가 살아 있다고 했던 지후의 말이


뭔가를 얻고자 해서 그저 해보는 말이 아니라 진짜 조카가 나타났기 때문은 아닌지,


그리고 이후의 사정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어서 굳이 부른 것이었다.


역시 때린 놈은 두 발 뻗고 못 자는 법이라는 것을 그는 절감했다.



<태홍> “국장님, 저번에 제 조카가 살아 있다고 말씀하셨죠?”



태홍이 말을 건넸다.



<지후> “네. 어디에 있다는 말은 못 들었지만, 그렇게 들었습니다.”



지후가 미안해하며 대꾸했다.



<태홍> “들었다구요? 누구한테 들었다는 건가요?”


<지후> “그것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지후는 도림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얼버무렸다.


도림을 드러내면 도림이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라


‘전생’을 얘기하는 그 자신이 대차게 욕만 먹고 끝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끝나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혹시 뒤로 ‘딴 마음’을 품었다고 의심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어서,


그리고 그 경우에 재산을 갈취하기 위해 형과 형수, 조카에게 칼을 겨누는 태홍의 성격상


그에게 어떻게 당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태홍> “뭐라구요? 들어요? 게다가 어디서 들었는지도 몰라요?


기자가 기자 수첩도 안 가지고 다닌다는 말인가요?


좋아요.


이젠 국장님이라 수첩 따위 거추장스러웠던 거라고 이해는 해줄게요.


근데 그런 중요한 얘길 듣고 기록을 할 생각도 안 하셨나요?


슬쩍 물어볼 생각도 안 하셨나요?


안 중요하다고 판단하셨나요?


그럴 거면 나한테 일러바치긴 왜 하신 건가요?”



사실 지후도 태홍의 조카가 살아 있다는 도림의 얘기만 들었다 뿐이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거나 취재한 적은 없었다.


그럴 생각도 못 했던 것이,


전생에서 왔다는 둥 –


실은 도림은 전생에서 왔다고 말한 적이 없다.


정인의 불안한 마음이 도림의 말, 즉 전생에 다녀왔다는 말을


이렇게 부풀리고 그릇 해석하여 혼란을 야기한 것일 뿐이다. -


해괴한 말로 도림이 하도 ‘홀리고’ 다니는 통에 넋이 다 빠져나가서


그렇게 됐다고 그는 합리화를 했다.


더욱이 도림이 저간의 그들의 범죄행각을 낱낱이 알고 있는 듯 말하고 다녔기 때문에


조카의 존재는 지후에겐 당연히 전제되는 것이지 의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지후> “물론 그건 제 실책이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혼자 있으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살아 있다는 얘기가 보통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리 말씀드린 겁니다.”



<태홍> “결국, 그 녀석이 내게 원하는 게 지 아버지 회사라는 거잖아요?


그래서 돌려달라고.”



<지후> “그건 아직 모르죠.”


<태홍> “그게 아니라면 이제 와 내 앞에 나타날 이유가 뭐겠어요?


아, 아직 소문이라고 하셨지.


네, 그래요, 소문.


근데 국장님 입을 통해 내 앞에 등장을 했어요.


자, 국장님께서 그 아이를 내 앞에 등장시킨 이유가, 그게 아니라면 뭔가요?”



<지후> “딴은 그러네요.”


<태홍> “국장님께서 작업을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후> “작업이라 하시면 어떤······?”


<태홍> “그 녀석이 내 앞길에 방해가 되면 내가 곤란하잖아요?


내가 곤란하면 국장님이 입으실 타격도 만만치 않겠죠?”



<지후> “회장님이 무슨 방해를 받는다고 그러십니까. 그딴 애송이한테?”


<태홍> “그딴 애송이 하나 처리 못 하고 20년이나 흘려보낸 게


국장님하고 채변이에요!


20년 전에는 뭐 대단한 사람이었나요?


강보에 싸인 핏덩이 하나 못 당해서 이러는 거, 국장님,


제가 웃으니까 속이 좋아 보여요?


내가 20년 만에 만난 조카가 반갑고 귀여워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지후> “죄, 죄송합니다.”



지후는 얼른 사과를 했다.



<지후> “그러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태홍> “그 녀석 살아 있다면, 아니 국장님이 살아 있다고 했으니까 살아 있겠죠.


워낙에 거짓말을 많이 쳐 놓으니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아무튼 살아 있다면 지금쯤 스물하나 돼 있을 거예요.”



<지후> “제가 회장님께 거짓말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게 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태홍> “스물하나면 아직 군대는 안 갔을 겁니다.


마침 지금 코로나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으니까 군대에 보내 버리세요.


필요하면 내가 군에 간 기념으로 장학금도 주겠다고 하고.”



<지후> “네? 군대요?”


<태홍> “네. 군대요. 군대에서 사고를 가장해서 없애버리세요.”


<지후> “일단 해보겠습니다.”


<태홍> “이번엔 확실히 하세요. 또 틀어지면 곤란합니다. 그나저나 그 녀석 이름은 뭔가요?”


<지후> “아직······.”



지후는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태홍> “아니, 내 조카가 나타났다면서요?


근데 이름도 몰라요?


이름도 없는 놈이 내 조카라구요?


그래, 그 소문이 그 아이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도태홍이 조카’로 부르던가요?


이름도 모르면서 소문 속 그 아이가 내 조카인 것은 어떻게 아셨어요?


국장님, 국장님!


기자 시절 그 총명함은 다 어디로 가셨습니까?”



<지후> “죄, 죄송합니다.”


<태홍> “그러진 않았겠죠. 국장님께서 취재원을 내게 밝히고 싶지 않으신 모양인데,


이 일로 더는 묻지 않겠지만 우리 신뢰를 무너뜨리는 우를 범치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뭐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



<지후> “염려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태홍> “한 번만 더 죄송하면 그때는 말로만 죄송하지 못할 테니 알아서 하세요.”



지후는 입을 꾹 닫고 뒷걸음질 치면서 문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가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지후> “회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태홍> “하, 저 인간이 누굴 놀리나 진짜.”






한편 지후는 태홍과의 일이 있은 뒤로


도림이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해 알아봐야 할 필요를 느꼈다.


여태 있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 본 적은 없었다.


전생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도림에게 혹해 진짜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없는 사람이라면,


‘머리에 꽃 꽂은’ 여자의 말에 혹해 지금까지 벌인 일의 뒷수습이 안 될 것 같았다.



그는 도림에게 전화를 걸어, 시내 어느 찻집에서 만나자고 했다.



<지후> “네, 신도림 님, 아드님 일로 한번 뵈었으면 해서요.”


<도림> “무슨 일인가요?”



도림은 ‘아드님 일’이란 말로 퉁치고 넘어가는 지후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먼저 만나자고 할 까닭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도림> “좋아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하고 그의 청에 응했다.


마침 그녀도 지후를 만나고 싶었으니 도리어 잘됐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도림역 7번출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0 사진-저희 엄마가 국가사업을 하나 맡았어요... 23.06.18 10 0 12쪽
79 사진-그 이름은 신도림이에요, 그렇죠? 23.06.18 6 0 10쪽
78 사진-그런 아이, 찾으면 금방 나올 것 같은데... 23.06.17 6 0 10쪽
» 사진-내 조카 녀석 이름이 뭡니까? 23.06.17 7 0 10쪽
76 사진-사진에 대한 몇 가지 가정 23.06.16 8 0 10쪽
75 신풍역 1번출구-도대체 신도림은 누구일까요? 23.06.16 11 0 11쪽
74 신풍역 1번출구-그 녀석, 이 땅에서 발 붙이지 못하게 하세요! 23.06.15 8 0 11쪽
73 신풍역 1번출구-정말... 전생에서 오셨습니까? 23.06.15 8 0 10쪽
72 신풍역 1번출구-배후가 누굽니까? 23.06.14 7 0 9쪽
71 신풍역 1번출구-두 번째 기억 소멸 23.06.14 8 0 10쪽
70 신풍역 1번출구-배왕(배달의 王足)에 군침 흘리는 태홍 23.06.13 8 0 10쪽
69 신풍역 1번출구-정인의 태휘 살해 고백 23.06.13 7 0 10쪽
68 신풍역 1번출구-신풍역 가는 길 23.06.12 8 0 9쪽
67 거울-아줌마, 나 도림이예요... 23.06.12 9 0 16쪽
66 거울-정인, 도태휘를 듣다... 23.06.11 8 0 10쪽
65 거울-도림, 정인을 만나다... +3 23.06.11 13 1 10쪽
64 거울-아기를 찾는 비밀 이름 23.06.10 8 0 10쪽
63 거울-그를 해코지하려 했던 사람들 23.06.10 8 0 10쪽
62 거울-두 개의 기사 23.06.09 8 0 10쪽
61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3... 23.06.09 8 0 10쪽
60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2... 23.06.08 8 0 10쪽
59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1... 23.06.08 8 0 10쪽
58 거울-도림 곁에 살아있는 전생의 인연들 2... 23.06.07 7 0 10쪽
57 거울-도림 곁에 살아있는 전생의 인연들 1... 23.06.07 9 0 10쪽
56 거울-절망, 그리고 또 다시 천반산으로... 23.06.06 9 0 10쪽
55 거울-이오카스테의 저주 23.06.06 10 1 10쪽
54 거울-Z 보육원의 그 아기 23.06.05 10 0 10쪽
53 거울-거울로 보고 싶은 세 가지... 23.06.05 9 0 10쪽
52 도림의 바다-아기를 두고 다시 천반산으로... 23.06.04 9 0 10쪽
51 도림의 바다-태휘의 죽음 23.06.04 9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