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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 윤도경의 찻집

신도림역 7번출구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드라마

윤도경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3.06.18 20: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816
추천수 :
21
글자수 :
373,950

작성
23.06.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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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거울-그를 해코지하려 했던 사람들

DUMMY

제 버릇 남 안 준다는 말처럼 그렇게 ‘살해’하려고 애썼던(2014년 옥상 사건)


도림이 살아 있는 모습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도 궁금했고,


무엇보다도 상담 과정에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는 ‘도태휘’라는 이름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도림은 알고 싶었다.



다만 이제 17세 여고생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를 위하여


인지청구에 관한 상담을 하는 것만큼은 아무것도 아닌 듯이 넘기기가 어려웠다.


이제 곧 50줄에 접어들 정인 앞에 앉은 미성년자가


인지청구에 관한 상담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자면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물론 마음은 전생을 ‘끌어안고’ 와서 이미 환갑에 이르렀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될 일이었다.



하여 그녀는 스물이 넘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물론 스물이 넘는다고 나이를 거꾸로 먹는 일(유정이 어려져서 나이가 역전되는 것)이 생길까마는.






이튿날 도림은 유정을 만났다.


유정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것은 ‘엄마의 마음’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도림은 미처 깨닫지 못하였다.


아직도 ‘남자로서’ 끌리는 마음도 컸기 때문이었다.



<도림> “오빠. 우리 Z 보육원에 가 보지 않을래?”


<유정> “Z 보육원? 거긴 왜?”



유정은 도림의 제의에 뜬금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러잖아도 보육원 일은 친구들에게도 쉬쉬하고 있던 것인데,


마음을 조금 텄다고 대뜸 그곳엘 가자는 말이 마뜩잖았다.


아무리 연인 관계라 해도 ‘선’을 넘지는 않았으면 했다.



<도림> “오빠는 아빠에 대해 궁금해한 적 없어?”



당연히 있었다.


아빠뿐 아니라 엄마에 대해서도 유정은 태어난 이후로 만나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궁금했다.


궁금하기보다는 한 번쯤 뵙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도림은 다만 그녀 자신이 엄마이므로 이런 유정의 마음은 생각지도 못한 채


당연히 아빠에 대한 궁금증만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유정> “왜 없겠어. 아빠도 뵙고 싶고 엄마도 뵙고 싶고. 내 친지들도 뵙고 싶고.


근데 너도 알다시피 오빤 고아잖아.”



도림은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고아가 아니라고, 엄마가 바로 옆에 있다고, 그녀가 보호해 주겠노라고,


하지만 말로 할 수 없는 ‘말’이었다.



<도림> “오빠. 우리 한 살 차이잖아.”


<유정> “그렇지.”


<도림> “앞으로 이름 부르면 안 될까? 유정아, 이렇게?”


<유정> “그게 뭐 대수라고.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도림> “대신 오빠는 나를 엄마라고 불러.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오빠보다 정신연령이 높은 것 같으니까.”



이렇게 말하고 도림은 웃었다.



<유정> “뭐어? 엄마? 아주 엉망진창이구만?”



유정도 웃었다.



<도림> “그러지 말고 해 봐. 엄마. 도림 엄마.”


<유정> “엄마 아들 놀이 하자는 거니? 그런 건 애들이나 하는 거야.


낼모레면 스물인데, 그런 유치한 짓을 하자고 하다니 너도 참.”



<도림> “그러지 말고 한번 불러 봐. 오빠한테 엄마가 돼 주고 싶어서 그래.”


<유정>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이 어린 엄마가 어디 있니?


조선 시대도 아니고 나이 많은 아들이 어디 있어?


그러다가 한 방에 훅 간다. 인목대비처럼.”



<도림> “그래도 좋아. 자, 어엄마.”


<유정> “넌 나를 아들로 삼고 싶은 거니, 아니면 남친으로 삼고 싶은 거니? 하나만 해라.”


<도림> “둘 다 하고 싶어. 오빠는 여자들의 보호 본능, 모성 본능을 모를 거야.


내가 보호해 주고 싶은 사람, 그게 오빠야.”



<유정> “아직 결혼도 안 한 애가 모성 본능이라니.”


<도림> “모성 본능은 결혼이랑 상관없이 생기는 거야. 그러니 불러 봐.”


<유정> “그래, 그게 뭐가 어렵겠냐. 엄마. 도림 엄마. 밥 좀 사줘. 배고파.”



유정은 도림이 한사코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엄마’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그에게 엄마는 언젠가는 찾아올, 다른 사람이 함부로 대신할 수 없는 이름이었다.


그것을 도림이 달라고 하는 것이지만, 될 일이 아니었다.


결단코.



물론 그렇다고 엄마의 쪽지를 본 것은 아니니


‘신도림’에 대해 엄마가 기록해 놓은 것을 그가 아는 것은 아니었다.



<도림> “먼저 Z 보육원에 갔다가, 나오는 길에 먹자.”






도림이 하도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유정은 그녀를 데리고 Z 보육원으로 향했다.


물론 도림이 보육원에 이미 다녀간 줄은 아직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당연하다는 듯이 보육원 원장에게는


그가 도림을 소개해야 할 줄로 생각하고 있었다.



<유정> “삼춘. 삼춘. 저 유정이 왔어요.”


<보육> “누구, ······ 유정이로구나?


이게 얼마 만이냐. 10년은 족히 된 것 같은데, 그 새 한번을 안 들리냐?


삼춘 섭섭하게. 아무튼 잘 왔다. 들어오너라.”



그리고 노인은 유정의 옆에 선 도림을 보았다.



<보육> “학생은 또 어쩐 일인가?”


<유정> “삼춘, 도림이를 아세요? 도림이가 여기 왔었어요?”


<보육> “아, 아니다. 잘못 본 것 같다.”



노인은 도림이 곤란할 줄 생각하고 얼른 부인을 했다.



그를 따라 도림 역시도 여기 왔던 것을 부인했다.


일전에 다녀갔을 때 노인은 ‘호구조사’라고 말했지만,


유정에게는 그 ‘호구조사’가 ‘괴이한’ 관심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것이 우려가 됐다.


더욱이 유정은 여태 보육원 출신임을 숨기고 살고 있었기 때문에,


도림은 자신이 몰래 다녀갔다는 사실을 유정이 알아서


그녀 자신이 ‘위험한’ 사람이 되는 것만은 막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노인이 도림이 다녀간 사실을 모르는 척 해 준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그가 부인하지 않았더라도 그녀는 사람 잘못 봤다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짧은 인사 끝에 두 사람은 노인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도림> “할아버지, 유정이가 여기서 컸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할아버지를 보니 그래도 좋은 분 밑에서 큰 것 같아 마음이 놓이네요.


제가 같이 온 건 유정이 부모님에 대해 알 수 있을까 싶어서예요.”



도림은 모르는 척 하고 말했다.



<보육> “글쎄. 정확한 건 없는데, 유정아, 넌 F 보육원에서 이리로 급하게 옮겨왔다.


그때 F 보육원에는 너를 해코지하려는 사람들이 자주 찾아와서


너를 내놓으라고 했다지 아마.”



<유정> “누가 저를 해코지한다는 말인가요?


그 사람들이 저를 ‘해코지’하려 달려들었다는 것은


저를 없애려고 작정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요?”



손가락 하나 제힘으로 까딱하지 못하는 아기를 해코지한다는 것은 당연히


죽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노인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정> “그게 누군가요?”


<보육> “이젠 너도 알 때가 됐지.


너의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름 모를 건달 같은 사람들이었다.”



노인은 한참을 꾸물대더니 ‘힘든’ 얘기를 가까스로 꺼내 놓는 것처럼 말했다.



<유정> “저한테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있었나요?


그분들은 지금도 살아 계신가요?


왜 그분들이 저를, 아니 손주를 해코지하려고 하죠?”



<보육> “유정아, 너 X 그룹 도태홍 회장 아니?”


<유정> “알죠. 도태홍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보육> “너의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도태홍 회장의 부친과 모친이다.”


<유정> “그러면 도태홍 회장이 제 삼촌이라는 말씀이신가요?”


<보육> “F 보육원에서 너의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실제로 너의 할아버지, 할머니라면 그런 셈이지.”



이 말을 듣고 유정은 충격에 빠졌다.



<유정> “그분들은 지금 어디 계세요? 아직도 살아 계세요?”


<보육> “한 분은 돌아가셨고 다른 한 분은 아직 살아계신다.”


<유정> “저, 그분들 좀 뵐 수 있게 해주시겠어요?”


<보육> “그러지 마라. 애기때부터 널 없애지 못해 안달이던 사람들이었다.


도태홍도 그랬을 거라고 나는 여기고 있단다.”



<유정> “왜 절 없애려고 했을까요? 그것도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분들이?”


<보육> “거기까진 모르겠구나. 알아도 말할 수 없단다.”



이때 도림이 눈빛을 반짝였다.



<도림> “할아버지, 유정이는 도태홍의 조카잖아요?


유정이가 가져야 할 재산을 빼앗자니 유정이를 없앨 필요가 있었던 건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되지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세요?


말씀하신다고 저희가 도태홍 회장한테 해코지를 하겠습니까 뭘 하겠습니까?


괜히 접근했다가 두들겨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지요.”



유정은 도림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유정> “도림······아.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유정은 도림을 엄마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하다가


옆에 노인이 있어서 그냥 이름을 불렀다.



<도림> “내가 오빠를 보호해 준다고 했잖아?


엄마 같은 마음으로?


내가 아는 게 좀 많아.”



<유정> “삼춘, 지금 도림이 말이 사실인가요?”


<보육> “그래.”


<유정> “그럼 제가 F 보육원에서 이리로 온 것도 다······.”


<보육> “거기까진 나는 모른다.”



일전에 도림은 유정이 자신의 오빠라고 말했었다.


그러니 노인은 유정과 도림이 남매라고 생각했고,


그 사실을 유정이 아직 모르는 줄로 생각하고 ‘신도림’에 대한 쪽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Z 보육원을 나온 두 사람은 F 보육원에 꼭 들러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리로 발길을 돌렸다.


도대체 아무리 재산이 걸려 있다고 해도,


왜 손자를 해코지하려고 했었는지 유정은 이해도 안 되고 납득도 안 되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 재산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굳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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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거울-아줌마, 나 도림이예요... 23.06.12 9 0 16쪽
66 거울-정인, 도태휘를 듣다... 23.06.11 9 0 10쪽
65 거울-도림, 정인을 만나다... +3 23.06.11 13 1 10쪽
64 거울-아기를 찾는 비밀 이름 23.06.10 8 0 10쪽
» 거울-그를 해코지하려 했던 사람들 23.06.10 9 0 10쪽
62 거울-두 개의 기사 23.06.09 8 0 10쪽
61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3... 23.06.09 8 0 10쪽
60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2... 23.06.08 8 0 10쪽
59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1... 23.06.08 8 0 10쪽
58 거울-도림 곁에 살아있는 전생의 인연들 2... 23.06.07 7 0 10쪽
57 거울-도림 곁에 살아있는 전생의 인연들 1... 23.06.07 9 0 10쪽
56 거울-절망, 그리고 또 다시 천반산으로... 23.06.06 9 0 10쪽
55 거울-이오카스테의 저주 23.06.06 10 1 10쪽
54 거울-Z 보육원의 그 아기 23.06.05 10 0 10쪽
53 거울-거울로 보고 싶은 세 가지... 23.06.05 9 0 10쪽
52 도림의 바다-아기를 두고 다시 천반산으로... 23.06.04 9 0 10쪽
51 도림의 바다-태휘의 죽음 23.06.04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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