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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 윤도경의 찻집

신도림역 7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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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경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3.06.18 20:00
연재수 :
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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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3,950

작성
23.06.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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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1...

DUMMY

그러자 거울 속에 어떤 영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엄마 손을 잡고 어딘가 가는 코흘리개 어린 도림이 거울 속에 드러나 보였다.



괜히 얼굴에 미소가 묻어났다.


사진으로만 봤던 그녀의 어린 모습이 제법 반가웠다.






- 2009년




입학식이 끝나고 도림은 엄마 손을 잡고 1학년 3반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 뒤에는 학부모들이 모여서 아이들을 지켜보는 가운데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고,


키순으로 번호를 배정받은 학생들은 번호순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도림> “안녕하세요, 저는 1학년 3반 신도림입니다.”



도림은 자기 차례가 오자 또박또박 자기소개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는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한편 아이들이 서로 친해지고 익숙해질 무렵,


친구들은 도림을 ‘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별명이야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지만, 도림은 ‘돌’이란 별명이 싫었다.


아이들 세계에서는 싫어하는 별명이면 더 붙여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돌’은 도림의 별명으로 굳어졌다.



그런 까닭에 1년 내내 도림은 툭하면 울고


집에 와서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가 일쑤였다.


그리고 성격은 학년 초와 달리 점점 내성적이 돼 갔다.






- 2010년




2학년, 색종이 모자이크 시간이었다.



도림은 연필로 스케치를 해놓고는 스케치를 따라


자기 새끼손톱만한 색종이를 쭉 올려놓았다.


이제 다 올려놓고 붙이기만 하면 되는데


옆에 앉은 짝꿍이 자기 스케치북을 높이 들었다가 떨어뜨렸다.



그 때문에 도림의 스케치북 위 색종이들은 다 날아가고


1시간여의 공든 작업은 물거품이 되었다.


도림은 또 울었고, 친구들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지켜보기만 했다.



2010년에는 친구들이 도림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었지만,


‘도림’으로 부른 것이 아니라 ‘돌임’으로 불렀기 때문에


도림은 친구들이 이름을 부르는 것 자체를 싫어하였다.






- 2011년




3학년 도림에게 본격적으로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별명도 ‘돌멩이’로 바뀌어 있었다.



도림은 나날이 소심해져 갔고, 그런 아이에게 친구들은 이것저것 시켜대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어떤 지위랄 것이 없는 아이들이


적어도 도림 앞에서는 자신의 위세를 확인하고 싶어 했고,


그럼으로써 저도 모르게 ‘권력 놀음’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 욕구가 자연 도림의 ‘복종’에 대한 갈구와 ‘불복종’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친구> “야 돌멩아. 가서 빵 좀 사와.”


<도림> “돈.”


<친구> “니 돈으로 사와.”


<도림> “나 돈 없어.”


<친구> “야, 돌멩이가 돈이 없단다. 어떡할까?”


<친구> “돈이 없으면 훔쳐서라도 가져와!”


<도림> “돈 줘. 돈 주면 사 올게. 훔치는 건 못해. 무섭단 말이야.”



늘 이런 식이었다.






- 2012년




4학년 도림의 별명은 이젠 이름에 성(姓)이 붙었다.


아이들은 절대로 ‘도림’만 떼어서 부르는 법이 없었으며 항상 ‘신도림’으로 불렀다.


이 별명은 ‘신박한 돌멩이’라는 뜻으로, 이는 ‘신돌임’을 소리 나는 대로 부르는 것이었다.



거기 어린 도림을 괴롭히는 아이들 중에 박해주가 눈에 띄었다.



그때쯤 유행하기 시작한 까톡에서


해주를 비롯한 아이들은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놓고 도림을 괴롭혔다.










- 단톡방에 초대되셨습니다 -

- 신되리마 안냥

- ······(도림)

- 벙어리야?

- ······(도림)

- 와, 아무 말도 안 해. 진짜 재수 없다.(해주)

- 인사할 줄도 몰라?

- 신도림 님이 단톡방을 나가셨습니다 -










이런 식이었다.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냐 하면 단톡방에서 나간다고 절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해주는 꼭 도림을 다시 초청했고,


해주를 비롯한 아이들은 지치지 않고 각종 폭언을 쏟아놓았다.










- 단톡방에 초대되셨습니다 -

- 도림아, 언니가 너 반갑다고 인사하는데 왜 나가?

- 내가 모를 줄 알아?(도림)

- 뭘?

- 아냐(도림)

- 쟤 완전 웃기지 않냐?(해주)

- 못생긴 게 웃기기까지 하네. 너 개그우먼 해라.

- 냄새나는 게 개그우먼은 무슨.

- 왜, 냄새로 웃기면 되지.

- 신도림 님이 단톡방을 나가셨습니다 -










그러면 해주는 또 도림을 초청했고, 도림의 괴로움은 끝나지 않았다.



어떤 때는 차마 듣기 민망한 욕설이 올라오는 때도 있었다.


그러면 도림의 마음은 완전히 무너져내려 어디 외진 곳에 혼자 도망쳐서 훌쩍이곤 했다.


그리고 이런 일은 2012년 내내 계속되었다.






- 2013년




5학년 도림의 별명은 ‘돌아이’ 또는 ‘또라이’였다.



이때부터는 남학생들도 도림을 괴롭히는 데 가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른바 ‘부부놀이’를 하자며 하고많은 여학생 중에 도림에게 접근해서는


가슴과 성기를 만지거나 보여달라고 요구하고는 했다.(註1)



하지만 도림은 이미 저항의 의지와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요구에 응하지 않는 최소한의 저항을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굴레에서 스스로를 빼내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럼에도 도림이 엄마에게 학교에서 겪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엄마가 걱정할까 봐서였다.(註2)






그러다 한번은 체육 시간이 끝나고 식수대 앞에서


도림과 해주를 비롯한 아이들이 모일 기회가 있었다.


그때 해주가 먼저 말을 꺼냈다.



<해주> “야, 우리 반 대걸레가 식수대 옆에 있을 줄은 몰랐네.


오늘 청소 담당 누구냐?


빨리 교실에 갖다 놔!”



<아이> “어제도 걸레질했고 그제도 걸레질했고, 그래도 저 걸레가 성능은 좋아.”


<아이> “근데 아무도 안 빨아주니, 계속 더러워지기만 하잖아. 오늘 좀 빨까?”



아이들은 킬킬대었다.


그러면서 한 아이가 도림에게 물을 쏟아부었다.



<해주> “또라이야, 좀 더 빨아줄까?”



해주는 도림의 바지를 벗기려 들었다.


그리고 근처 남학생에게 소리쳤다.



<해주> “야, 다들 이리 와! 또라이 떡집 차렸어! 대걸레 좀 빨아줘. 떡집 좀 닦게.”


<도림> “해주야, 너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니?”



도림이 울먹였다.



<해주> “해주야, 너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니? 이런다.”



해주는 또 도림의 말을 흉내 내며 모욕을 주었다.


주위 아이들은 재미없으니 빨리 옷을 벗으라는 둥, 눈꼴 시리다는 둥


험한 말들을 서슴없이 뱉어댔다.


그러면 도림은 가슴 속에서 눈물이 샘솟듯 솟아났다.






늘 이런 식이다 보니 도림은, 하루는 이 일로 엄마와 상의를 했다.


엄마가 걱정하거나 말거나, 씩씩하게 보거나 말거나 일단은 살고 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엄마는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그러다 학교에 찾아가 담임 선생과 상담을 하였는데,


그날 그녀가 돌아간 뒤 선생은 해주와 도림을 불러놓고 면담을 진행하였다.



<선생> “해주야, 너 왜 도림이 괴롭히니?”


<해주> “괴롭히다니요. 선생님, 전 억울해요.”



해주는 도림을 째려보았다.


도림은 해주가 무슨 말을 할까보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싶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해주> “가끔가다 장난치는 정도인데, 도림이가 너무 예민했던 것 같아요.”


<선생> “도림아, 해주 말이 맞니?”


<도림> “아, 아니에요.”



도림의 말은 해주의 말이 거짓이라는 뜻이었는데,


선생은 도림의 고발 건이 별일 아니라는 뜻으로 듣고 말았다.


거기에 대고 해주가 말했다.



<해주> “거보세요 선생님. 도림이도 아무 일도 아니라잖아요.”






그런 식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담임 선생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처리했다.(註3)


또 워낙에 학교가 학교폭력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로 분쟁을 일으키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도림은 정말 큰 용기를 내서 엄마한테 얘기를 한 것인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조차 개최되지 않고 자신의 사건이 끝난 데에 앙심을 품었다.



어느 날 해주가 또다시 성적 폭언을 쏟아붓던 날,


도림은 용기를 내서 해주의 팔을 물어버렸다.


그리고 사흘은 병원에 신세를 져야 할 만큼 해주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다.


맞으면서도 도림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학교는 어쩔 수 없이 학폭위를 열 수밖에 없었다.



해주와 도림은 격리됐고,(註4)


학폭위에는 도림의 엄마와 해주의 엄마, 즉 정인이 출두했다.





=== 주석


註1. 노윤호 저, “엄마 아빠가 꼭 알아야 할 학교 폭력의 모든 것” 92쪽 참조.


註2. 노윤호 저, 앞의 책 15쪽, “부모님께 말씀드렸느냐는 물음에 대하여 피해학생은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엄마, 아빠 앞에서는 씩씩해 보이고 싶었다.’고 대답한다.”


註3. 노윤호 저, 앞의 책 20쪽, “사안조사 후 전담기구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회부하지 않고 담임교사 또는 학교장의 자체해결로 판단할 수 있는데, 교육부에서 밝힌 담임교사 또는 학교장 자체해결 사안은 다음과 같다.(2018 교육부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 피해학생에게 신체, 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가 있었다고 볼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즉시 잘못을 인정하여 상호간에 화해가 이루어진 경우

- 학교폭력 의심사안(담임교사 관찰로 인한 학교폭력징후 발견 등)에 대한 사안조사 결과 학교폭력이 아니었던 경우”

2018년 이후 사안이라면 교육부 가이드북에 따라 소설 속 구성이 가능할 것 같다. 2013년에는 어땠는지 알 수 없다. 비슷했을 것으로 가정했다.


註4. 노윤호 저, 앞의 책 27쪽, 학생은 학폭위에 반드시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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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거울-그를 해코지하려 했던 사람들 23.06.10 12 0 10쪽
62 거울-두 개의 기사 23.06.09 9 0 10쪽
61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3... 23.06.09 10 0 10쪽
60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2... 23.06.08 11 0 10쪽
» 거울-거울이 들려준 잃어버린 5년 1... 23.06.08 10 0 10쪽
58 거울-도림 곁에 살아있는 전생의 인연들 2... 23.06.07 10 0 10쪽
57 거울-도림 곁에 살아있는 전생의 인연들 1... 23.06.07 12 0 10쪽
56 거울-절망, 그리고 또 다시 천반산으로... 23.06.06 9 0 10쪽
55 거울-이오카스테의 저주 23.06.06 1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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