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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 윤도경의 찻집

신도림역 7번출구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드라마

윤도경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3.06.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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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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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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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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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역 1번출구-배왕(배달의 王足)에 군침 흘리는 태홍

DUMMY

도림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정인의 귀에 대고 “변호사님” 하고 덧붙였다.


그리고 회의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정인은 도림이 그녀의 귀에 대고 했던 말,


“변호사님”이라는 말을 듣고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마치 ‘끼익’하는 쇠 긁는 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온몸이 오싹했다.


별로 고마울 것 같지도 않은 일에 ‘고맙다’고 한 것은,


안 될 줄 알지만 너의 공포를 보고 즐거워는 해줄 테니


열심히 놀아보라는 조롱처럼 느껴졌다.


그제야 그녀는 ‘소리’와 ‘소름’이 꽤나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린 정인은 H 법인 사무실로 지후를 청했다.


꽤 오랜 시간을 걱정하며 보낸 것 같았다.


일전에 지후가 해주를 나무라던 일도 있었고


전생 나부랭이나 얘기한다고 무시를 당하는 듯도 해서


웬만해서는 이 일로 그를 부르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런다고 혼자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서


결국은 그에게 또다시 몸을 굽힌 것이었다.



잠시 뒤 지후가 나타나자 그녀는 도림과 나누었던 대화에 대해 그에게 빼곡히 고했다.



<정인> “선배, 저 신도림 때문에 암에 걸릴 것 같아요.


어떻게, 신도림 뒷조사는 해 보셨어요?”



말에서 정인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지후> “야야, 말 마라.


2018년에 신도림이 죽었다고 기사 써 놓고 해주 소식 기다리고 있었는데,


해주가 전화한 뒤에도 경찰에 접수된 신도림 사망 사건이 없어서


못 내고 있었던 건 너도 알고 있지?


그 때문에 X 그룹 분식회계 건 못 덮어서 도태홍한테 대차게 깨진 것도 알고 있을 테고.


해주가 전화한 뒤 그 며칠 빼놓고는 신도림한테 비는 시간이 없어.”



도림이 천반산 죽도관문에서 전생으로 회귀했을 때 이생은 시간이 정지했고


그녀가 이생으로 다시 돌아오고 나서야 시간이 비로소 다시 흐르기 시작했으므로


그녀의 ‘기가 막힌’ 3년여(1997년 12월부터 2001년 2월)를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이생으로 돌아와서 오랜 잠에 빠진 듯 며칠간 깨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이후로 며칠간 밖으로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지후가 말하는 ‘비는 시간’이란 이 며칠을 말하는 것이었다.



<지후> “그 ‘며칠’ 뒤로도 계속 학교를 다녔고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던 것 같고.


정말 특이한 게 없는 게 특이한 점이야.


근데 희한하게 2018년 그 일이 있은 뒤로도 계속 학교에 다녔는데도


해주한테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는 거야.


이러니 내가 해주를······. 에휴, 말자.”



<정인> “해주를 뭐요? 해주가 어쨌다는 거예요?”



사실 그는 그 며칠간 도림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도림이 해주의 말대로 사망한 줄로 생각하고


그녀의 시신이 ‘떠오르기를’ 기대하기도 했었다.


다만 도림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또는 경찰에 행방불명 등으로 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준비했던 기사를 못 내고 있었다.


이제야 지후는 ‘뒷조사’를 하면서 그 ‘며칠’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는 것이었다.



한편 당시 도림은 학교에 사정을 얘기하고


E 고등학교 인근 고등학교로 등교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국내 고등학교 간 ‘교환학생’인 셈이었다.


해주가 없는 아침 일찍 E 고등학교에 ‘등교도장’을 찍고


인근 고등학교로 가서 수업을 마친 뒤에


해주가 없는 늦은 저녁이나 밤에 E 고등학교에 ‘하교도장’을 찍은 것이었다.



그렇게 2년 남짓을 하고 졸업을 하니 해주가 도림의 존재를 알 도리가 없었다.



<지후> “그나저나 신도림, 도태휘라면서?”


<정인> “근데 이상한 게 있어요.


도태휘 죽을 때는 아들이 없었어요.


신도림 태어난 건 2002년 6월이구요.


그 아들, 우리가 찾아 헤맨 건 2001년이잖아요.


그럼 저세상에 있을 때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었단 얘길까요?”



<지후> “우리, 이 만화 같은 현실에서도 너무 나가진 말자.


저세상이 어디 있어. 구천은 또 어디 있고.


천당이니 지옥이니 하는 건 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거지, 없는 거야.


이제 한 20년쯤 지나서 여기저기 알아본 거겠지.


왜 그런 짓을 하는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솔직히 네가 불안해하니까 전생에 갔다 왔다고 믿어 주는 거지만,


나 자존심 상해.”



<정인> “미안해요. 하지만 그러면 더 문제잖아요.


그때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니까.


그렇더라도 루비랑 에메랄드는 좀······.


저는 혹시 김윤정 환생은 아닌가 싶어서 말이에요.


만약 김윤정이 환생한 거라면


괜히 도태휘를 우리가 죽였다고 자백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지후> “만약 김윤정이 환생한 거라면


우리가 김윤정 아들을 찾아 헤맨 건 몰라야 맞아.


김윤정도 2001년 2월에 죽었으니까.”



<정인> “그러면 도태휘는 ‘없는’ 아들을 어떻게 알아요?”


<지후> “그러니까 환생이니 전생이니 하는 게 틀렸다는 말이야.


내가 말한 대로 20년쯤 된 일을 여기저기 알아본 거라고.”



<정인>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하지만 저는 신도림이 도태휘의 환생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요.


아무튼 이 일을 해결할 방법이 없나요?


안 되는 걸 자꾸 해내라 하니 아주 돌아버릴 것 같아요.”



<지후> “이번에야말로 신도림, 없애버릴까?”


<정인> “그건 안 돼요. 벌써 두 번이나 실패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성년이에요.


몸은 20이어도 말하는 걸 들어보면 한 60은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겠죠. 도태휘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으니까.


게다가 시내에 CCTV는 좀 많아요.


경찰 수사 실력도 20년 전과 같지 않다구요.


위험부담이 너무 커요.”



<지후> “도병록은 10살 꼬맹이라서 그리했니?


그때도 2014년, 수사 실력은 지금 못지않았어.


그때도 돈에 올레안드린(註1) 발라서 잘 처리해놓구선.”



<정인> “어떻게 하시려구요? 도병록은······. 하지만 신도림은 지금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

<지후> “지금 도태홍이가 ‘배달의 王足’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남의 것 탐내는 데는 하여튼 귀신이 붙은 놈이라니깐.


X 그룹이나 챙길 것이지.


가장 중요한 건 인수합병할 때 ‘배왕’(배달의 王足)의 기업가치가 낮아야 한다는 거야.


그걸 이용해 보자고.”



<정인> “저는 선배만 믿을게요.”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가서는 안 될 길로 한 발짝 들여놓고야 말았다.


거기에는 헤어나올 수 없는 정인의 두려움이 큰 몫을 하고 있었다.






- 3 -




한편 X 그룹 회장 도태홍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기업 ‘배달의 王足’은


그 이름이 다분히 왕족발 배달을 염두에 둔 것으로,


사세가 커지면서 직접 왕족발 프랜차이즈 사업에까지 뛰어들기까지 했다.


태홍이 이 기업에 눈독을 들인 데는,


사람들이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 먹어 시장이 커졌다는 것과,


그 시장의 상당 부분을 배달의 王足이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 외에도,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언택트 문화가 활발해지면서


배달산업이 급팽창하리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실제 눈앞에 드러나는 사세 확장이 있었다.



하여, 그는 궁리 끝에 지후를 그의 회장실로 불렀다.



지후와는 IMF 시절 그가 Q 신문에서 해고당할 때부터 친분이 있었다.


그 친분은 형인 태휘의 재산을 빼앗고자 하는,


말하자면 상속의 ‘이해공동체’로 규정지을 수 있었는데,


그것이 ‘자연스레’ 형성된 이유는,


태휘 사망 후 형수와 조카의 상속을 막아 법률문제를 깔끔히 매듭지어야 할 필요가


병록과 해월 말고도 태홍에게도 절실했음은 물론,


여기에 지후가 모종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태홍은, 태휘와 윤정 사이에 혼인신고가 되어있지 않았음을 기화로


태휘만 제거하면 그 재산이 자연스레 넘어올 줄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윤정의 뱃속에 아기가 있음을 알게 되면서


태휘에게 겨누었던 칼끝을 윤정에게도,


정확히는 아기에게도 겨눌 필요를 느끼게 된 것이었다.


당연히 드러난 모습만 봐서는


형과 형수가 사이가 좋지 않았으므로 그 아기가 형의 아기라는 절대적인 확신은 없었으나,


만에 하나가 현실이 될 경우 그야말로 닭 쫓던 개보다 못한 신세가 되고 말므로,


그는 이럴까 저럴까 마음 쓰며 애태우기보다는


아예 아기를 없애버리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물론 태휘의 재산을 노린 꼼수는


두 사람이 실직자가 된 1997년 이후 1998년 초부터 계획 및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태홍은 사실상 ‘상속’을 했다.(註2)






<태홍> “국장님, 요즘 어떻게 지내요?”


<지후> “세상이 혼탁하고 일어나서는 안 될 기상천외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후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신문사 편집국장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세상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없었다.



<태홍> “배왕 건으로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 이렇게 오시라 했어요.”



배왕은 어느덧 시총 3조의 중견 플랫폼 기업이 되어있었고


이에 더해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운영하는, 태홍에겐 군침이 도는 먹잇감이었다.





=== 주석


註1. 협죽도의 독이다. 소량만 먹어도 사망에 이른다.


註2. 상속자격이 없는 태휘의 부모가 아기(정당한 상속자)를 제치고 상속을 받았으므로 이들은 참칭상속인이 된다. (이때로부터 이들 참칭상속인들에게는 아기가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할 필요가 생긴다.) 아울러 그들로부터 태홍은 상속재산을 인수받았으므로(수증 포함) 소설에서는 ‘사실상 상속’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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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신풍역 1번출구-두 번째 기억 소멸 23.06.14 7 0 10쪽
» 신풍역 1번출구-배왕(배달의 王足)에 군침 흘리는 태홍 23.06.13 8 0 10쪽
69 신풍역 1번출구-정인의 태휘 살해 고백 23.06.13 6 0 10쪽
68 신풍역 1번출구-신풍역 가는 길 23.06.12 8 0 9쪽
67 거울-아줌마, 나 도림이예요... 23.06.12 8 0 16쪽
66 거울-정인, 도태휘를 듣다... 23.06.11 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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