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응징 (膺懲) 3
“ 누군가 도와 줄 거라고 생각 한다면 포기 하라고 이야기 하고 싶군. 저 아가씨는 수혈을 짚여 여기에 천둥 번개가 쳐도 일어 나지 못해. 아, 너는 왜 못 움직이고 말도 할 수 없는지 궁금 하겠군. 내게 혈을 짚인 거라고만 알고 있으면 돼. ”
붉은 악마상의 탈을 쓴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가져온 작은 가방에서 뭔가 주섬 주섬 꺼내어 바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후 뻣뻣 하게 굳어 있는 카단을 번쩍 들어 별장 중앙의 최고급 소파 위에 던져 놓는다.
“ 내가 누군지 궁금 할거야! 밤이 기니 천천히 설명을 해 줄게. 난 네 놈들이 10억엔의 현상금을 걸고 찾는 ‘ dawn ' 이라는 해커 이고 모술에서 네 놈들의 음모에 죽어간 사이언지 유노로부터 단서를 얻어 ’ shadow project '를 산산조각 낸 장본인이다. ”
소파에 누워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부릅뜬 눈으로 탈을 쓴 자를 노려 보는 카단을 향해 다시 말을 이어 간다.
“ 나를 정말 죽이고 싶다는 거 알아! 하지만 말이야, 네게 말하기에는 너무 긴 너희 일본놈들과 얽힌 이야기가 있어. 나중에 지옥에 가면 누가 보냈는지 염라대왕에게 물어 봐! ”
탈을 쓴 사내가 바에서 최고급 양주 한 병과 주사기, 흰색 가루가 든 자그마한 비닐을 가지고 카단의 옆에 앉는다.
“ 너무 억울해 하지 마라. 네 놈들이 한반도를 집어 삼키기 위해 PEOC (Presidential Emergemcy Operations Center)에서 모의를 한 네 놈의 동료들이 먼저 가 있을 테니 말이다. ”
양주병을 개봉 하고 냄새를 맡은 탈을 쓴 사내가 계속 혼잣말을 이어 간다.
“ 내일 신문에 대문짝 만하게 실릴 기사에 대해 이야기 해 주마. 요즘 가장 핫한 아이돌 아가씨를 공권력을 동원해 불러 농락하고 술과 약에 취해 죽어간 내각정보실장 카단의 죽음이 대서 특필 될 거야.
아아, 걱정 하지마. 저 아가씨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거니까. 저 아가씨는 잠에서 깨어나 보니 네가 술병과 마약의 가운데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 해야 하니까 말이야. “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고 입을 열어 소리를 지르려 애쓰는 카단을 향해 들고 있던 양주병을 들어 병째 카단의 입에 거꾸로 꽂아 넣는다.
“ 크윽 크윽 꿀렁 꿀렁 ”
누워 있는 카단의 목젖을 눌러 한 병의 술이 다 들어간 것을 확인한 사내가 주사기를 들어 카단의 팔에 찔러 넣고는 다시 주사기 하나를 들어 이번에는 다른 팔에 주사기를 찔러 넣는다.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고 푸들 푸들 온 몸을 떨며 죽어 가는 카단을 뒤로 하고 작은 비닐을 열어 탁자에 흰 가루를 여기 저기 뿌려 넣는다.
“ 자, 마지막 유언은 들어 줄께! ”
탈을 쓴 사내가 목 어림을 눌러 혈을 개방 하니 숨을 헐떡 거리며 카단이 말을 한다.
“ 네, 네 놈은 어디, 어디에서 온 노, 놈이냐? ”
“ 나! 지옥에서 네 놈들의 음모를 분쇄하러 올라 온자야. ”
“ 크헉 컥 커헉 ” 밭은 숨을 몇 번 내 쉰 카단이 그대로 경직 되며 숨을 거두자 탈을 쓴 사내가 주머니에서 붉은색 부적 하나를 꺼내어 카단이 입고 있는 가운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이어 카단의 스마트폰에 죽은 카단의 엄지를 들어 지문 인식을 한 후 카메라를 활성화 시켜 거실 곳곳을 세밀하게 촬영 한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찬찬히 살펴 보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 아키오상! 저 기억 하시는지요? 내각정보실에서 당신을 구해준.... ”
“ 아, 네! 당연 하지요. 정말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시간을 조금 내 주시지요. ”
“ 그보다 아키오 상이 고생을 하셨는데 특종 하나를 드리려고 연락 드렸습니다. ”
“ 특종이요? ”
“ 이 전화번호를 저장해 두시지요. 현 내각정보실장이고 신조 총리의 아들인 이케다 카단의 번호입니다. ”
“ 카단? 저를 감금 하고 심문했던 그 자 말입니까? ”
“ 네! 지금 당신의 웹하드로 사진을 올려 드릴 것입니다. ”
“ 사진이요? ”
“ 카단이 요즘 가장 핫한 아이돌 메인 싱어인 여성을 농락 하고 마약과 술을 과다 복용 하여 죽어 있는 사진입니다. ”
“ 네? 혹시 당신이...... ”
“ 나중에 사인이 밝혀 지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요. ”
“ 여기 주소를 찍어 드릴 테니 지금 당장 몸이 날랜 카메라맨 한 명과 함께 이 근처에 잠복해 있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촬영해 주시고 제가 보낸 사진을 터뜨려 주시면 됩니다. ”
“ 분명 사진의 출처를 밝히려 할텐데요......? ”
“ 카단의 스마트폰으로 누군지 알 수 없는 자가 보내왔다고 하시면 됩니다. 아키오상은 어차피 제가 누군지 알지 못하지 않습니까? ”
너무나 큰 특종의 유혹에 아키오가 침을 삼키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 만일 아키오상이 부담 스러우시다면 저는 이 사진을 요미우리 신문사로 보내겠습니다. ”
“ 자, 잠깐만요! 제, 제가 터뜨리겠습니다. 어차피 저는 꿇릴 것이 없으니까요. ”
“ 잘 생각 하셨습니다. 제가 이렇게 터뜨리지 않으면 카단의 죽음과 아이돌 아가씨의 희생이 묻혀 버릴 것입니다. 어쩌면 그 아가씨도 묻어 버리려 할지 모르지요. ”
“ 절대 그렇게 되면 안됩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
“ 사진은 바로 올리겠습니다. 건승 하시기 바랍니다! ”
전화를 끊은 준이 아키오의 웹하드에 접속 하여 자신이 찍은 사진을 업로드 한 후 스마트폰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는다.
“ 이제 두 놈 남았군! ”
치우천왕의 탈을 쓴 준이 침대에 누워 정신없이 자고 있는 아가씨의 수혈을 풀고는 조용히 별장을 빠져 나간다.
****
“ 연락이 안되다니 이 무슨 개소리야? ”
아침 일찍 카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폰이 꺼져 있다는 멘트에 내각정보실에 전화를 넣은 신조 총리가 고함을 지른다.
“ 그, 그게 카단 실장님이 조사해 놓으라는 자료를 준비 한 후 저도 연락을 넣어 보았으나 도무지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
그 시각 잠에서 깨어난 아이돌 아가씨가 죽어 있는 카단을 보고 소리 소리를 지르며 119에 전화를 걸어서 갑자기 들어 닥친 경찰과 구급차들에 두 경호원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한 채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별장으로 들어서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 정말이구나! ”
숲 한 켠에서 아키오와 스포츠데일리 카메라맨이 저 앞 별장의 난리가 난 현장을 세밀하게 촬영 하고 있었다.
“ 진짜야! ”
카메라맨의 말에 망원경을 들어 보니 별장 입구에 란제리 차림의 아이돌 아가씨가 소리 소리 지르며 뛰는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 완전 대박 특종이다! 아키오상. ”
“ 잘 찍고 있죠? 조금 있다 이동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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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이케다 카단의 약물 중독사와 아이돌 그룹의 리드 싱어와의 불륜이 대서특필 되어 실시간 방영 되는 모습을 같이 지켜 보던 히카루 천황이 힘겹게 입을 연다.
“ 그만 끄시지요! ”
신조 총리가 참담한 얼굴로 TV 리모컨을 들어 off 버튼을 누르자 천황이 다시 말을 이어간다.
“ 하고자 하시는 말씀을 하시지요! ”
신조가 자신이 가져온 브리프 케이스를 열어 서류와 사진을 꺼내어 천황의 앞에 있는 탁자에 펼쳐 놓는다.
“ 히데요시 관방장관이 자신의 호텔 스위트룸에서 심근경색을 일으켜 사망한 사진과 세이코 국가공안위원장은 키타산에서 클라이밍을 하다 추락사한 사진들입니다. 다른 것은 보지 마시고 이것을 봐 주시지요. ”
신조 총리가 집어든 사진을 받아본 천황이 의아한 얼굴로 되묻는다.
“ 이것은 무엇인지요? ”
“ 치우천왕의 부적 이라고 합니다. 한반도 고대 왕국인 배달국의 14대 천왕이고 전쟁의 신으로 승리를 상징 한다 합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인 서포터즈가 들고 뛴 붉은 악마가 그 치우천왕입니다. ”
“ 그런데, 왜 이것이?......”
“ 죽은 히데요시의 안 주머니와 세이코의 배낭 주머니에서 발견 되었습니다. ”
“ 단 두 장의 부적으로 한국의 짓으로 보기에는 너무 앞서 가는 것이 아닐까요? ”
“ 여기! 유리코 법무 대신이 어제 집으로 귀가 하던 중 교통 사고로 사망한 사진입니다. 사고가 난 차량의 대시 보드 위에 놓인 부적 사진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오사무 국토교통대신이 매일 자신이 뛰던 트레이닝 코스에서 심장 마비를 일으켜 죽은 사진 인데 그 바로 옆 나무에 이렇게 부적이 꽂혀 있었다고 합니다. ”
신조가 건네준 사진에 똑같은 모양의 붉은 악마상 부적을 보며 히카루 천황이 침음성을 낸다.
“ 역시 한국 인가요? ”
“ 아닙니다! 저희의 ‘shadow project ' 파탄 후 재일 한국인들이 대거 한국으로 돌아 갔고 근래 한국에서 들어온 자들은 거의 전무 합니다. ”
“ 다른 나라로 우회 하여 들어 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
“ 저희 일본의 모든 첩보 조직을 풀 가동 하고 외국의 정보 기관에 거액의 돈을 뿌려 알아본 결과 한국 정부과 북한의 움직임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 때 신조 총리의 폰이 울리자 신조가 천황에게 양해를 구한 후 전화를 받는다.
“ 그래, 찾아 보았느냐? 그래? 바로 사진으로 전송 하거라! ”
전화를 끊은 신조가 더욱더 가라 앉은 목소리로 천황에게 방금 전송되어온 사진을 보여 준다.
“ 아들놈도 살해 당했습니다. ”
신조의 폰에 전송 되어진 사진에 예의 붉은 악마상의 부적이 선명하게 웃고 있었다.
“ 카단의 시체에서 발견 된 것이오? ”
“ 그렇습니다. 혹시 몰라 부적 사진을 찾아 보라고 급파한 요원에게서 온 사진입니다. ”
“ 도대체 한국도 북한도 아니면 누구란 말이요? 그들이 현상금을 걸어 외국의 청부 업체들이 들어 왔다는 말이오? ”
“ 사실 확인 중 입니다만 이렇게 신속하고 은밀하게 사고사처럼 보일 수 있는 조직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 말씀 드린 대신들 외에 나머지 여섯명의 대신들도 연락이 닿지를 않고 있습니다. ”
“ 허허허! 그럼 그들도 다 당했다는 말이오? ”
“ 그렇다고 생각 합니다! ”
“ 그대와 나 둘만 남은 셈이구려! ”
천황의 어이없다는 말에 신조가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인다.
“ 천황 폐하! 지금까지는 저희가 적들의 존재를 몰랐기에 당했지만 지금 누군가 저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역으로 이런 일을 벌인 놈들은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
“ 잡을 계획은 서 있소이까? ”
“ 네, 일단 폐하께서는 당분간 불편 하시더라도 이 천황궁을 절대 벗어 나지 말아 주십시오. 제가 미끼가 되어 우리를 노리는 놈들의 정체를 밝혀 내겠습니다. ”
“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
“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너무 염려 마십시오. 일본 경시청의 최정예 제로부대와 첩보 부대를 동원하여 반드시 놈들을 잡아 낼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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