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움직이는 그림자 (3)
“ 이거 북풍이지? ”
“ 확실해! ”
예의 항상 만나는 한정식 집에 해외정보국 이동욱국장과 대테러지원국 김영수국장이 연신 술잔을 들이키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아니 시대가 어느 땐데 난데 없이 북풍 몰이가 나오냐구? 지금 국민들이 이걸 믿을 것 같아? ”
“ 김국장! 물론 대다수의 국민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당장 오늘 아침부터 시작된 우익단체들의 집회를 기점으로 정부의 꼭두각시로 불리우는 3대 일간지에서 포문을 열기 시작 했잖아.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계속 듣다 보면 그럴 듯 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야. ”
“ 깨어 있는 시민 단체와 좌익 세력들은 가만히 있을까? ”
“ 어제 대변인이 이야기 했잖아,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지금 섣불리 이지연기자와 그 기사를 싸고 돌다 간첩으로 몰아 갈 수도 있는 분위기야. 그들도 지금은 관망할 수 밖에 없다고.... ”
이동국 국장의 말에 김국장이 거칠게 술잔을 들어 입 안에 털어 놓고는 다시 술병을 들어 잔을 채운다.
“ 어떻게 생각해? ”
은밀한 목소리로 고개를 앞으로 쭈욱 내밀고는 김국장이 이국장과 눈을 마주친다.
“ 청와대 쪽이 일본편으로 완전히 돌아 선 것 같아. 조만간 북한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지. ”
“ 아니 왜? 도대체 정신이 있는 놈들이야? ”
“ 무슨 이유인지 우리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거겠지. ”
그 때 이국장의 스마트폰이 진동을 일으키며 탁자를 몸서리 치게 한다.
“ 네, 이사님! 네, 알겠습니다. 네, 바로 이동 하겠습니다! ”
이국장의 통화 내용을 들은 김국장이 불콰해진 얼굴로 입을 연다.
“ 왜? 어디 지금 가야 하는 거야? ”
“ 그래! 지금 우리가 이야기 한 건으로 급히 누가 보자고 해서.... ”
“ 누군데? ”
“ 나중에 내가 소개 시켜 줄게. 이 사태를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게. ”
“ 지금 이 사태를 해결 한다고? 누가? ”
“ 미안하네! 난 먼저 일어 나겠네. 내일 보세! ”
이국장이 급히 자리를 뜨자 혼자 방에 덩그라니 남게 된 김국장이 다시 술병을 들어 잔을 채우고는 중얼 거린다.
“ 이 사태를 해결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구? 농담이 지나치네! ”
****
종로에 위치한 한정식 집 풍각 내 최심처에 위치한 방에 여명의 대표이사로 면구를 쓴 준과 박술암이사, 이동욱 해외정보국 국장이 준의 스마트폰에서 흘러 나오는 녹음 내용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 여기 까지 입니다! ”
준의 말에 박이사와 이국장이 굳은 표정으로 한 동안 침묵을 지킨 채 준의 스마트폰을 매서운 눈길로 바라 보고 있었다.
“ 이 녹음 파일에 나오는 자들이 누구라구요? ”
“ 현 일본 천황인 히카루 천황, 이케다 신조 총리, 이케다 카단 내각 정보실장, 관방장과, 방위성장 등 현 일본 내각의 국무대신들입니다. ”
“ 정말 우리나라를 자신들의 영토로 만들려는 것이 틀림 없군요. 정확한 실행 날짜와 방법 등은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
“ 천황이 개입 되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 문제는 매우 심각 합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의 천황은 지배는 하지만 군림 하지 않는 다고 알려져 왔으나 이 대화 내용을 보니 천황이 말 그대로 천황의 힘을 회복 했군요. ”
박술암 이사가 착잡한 표정으로 술잔을 잡아 가자 이국장이 다시 말을 이어 간다.
“ 이 녹음 파일을 있는 그대로 터뜨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
“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이 대화 내용의 주체들이 부인 하며 이 녹음 파일의 출처와 입수 경위 등을 추궁 한다면 저들의 의도 대로 시간을 벌어 주는 꼴 밖에는 안됩니다.
그리고, 대화 내용에 나왔던 ‘上’, 개인 인지 단체 인지 모를 그들의 음모를 만천하에 공표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저들의 의도대로 놀아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 '上'이라는 놈이 국내에서 무엇을 할 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
“ 결론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국내에서 암약하고 있는 ‘上’을 찾아 내야 하는 것이군요. 그런 후에 그들이 일본의 사주를 받아 이 땅에 자위대를 받아 들이려고 한다는 증거를 전 국민에게 들이 밀어야 하는 거구요. ”
박이사의 말에 이국장이 고개를 주억 거리며 동의를 표한다.
“ 저들이 말하는 D-day가 언제 일까요? 지금 상황에서 바로 길을 열 수는 없을 텐데요! ”
“ 생각 보다 빠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들이 긴밀하게 소통 하는 ‘上’을 저리 믿고 있는 것을 보면 조만간 어떤 조치가 이루어 질 것입니다. 이국장님! ”
“ 네, 말씀하시지요! ”
“ 오늘 오전부터 저희 여명 재단의 모든 인적 자원이 총동원 되어 우리 나라 각계 각층에서 이 나라의 번영을 위해 노력 중인 독립투사들의 자손들을 접촉 하기 시작 했습니다. 지금 이 바로 저희 여명이 지금껏 투자 해온 결실을 볼 수 있는 시기로 판단 했습니다. ”
“ 잘하셨습니다. 정말 감사 합니다! ”
“ 여기 저희 여명의 혜택을 받은 분들의 리스트가 있습니다. 여기 계신 두 분께만 그 분들의 현재 소속과 이름이 적힌 전체 리스트를 드릴 것입니다. ”
준이 고급스런 서류 봉투 두 개를 탁자 위에 올려 놓고는 각각 하나씩 밀어 준다. 박이사와 이국장이 각자의 봉투를 열어 타이핑된 A4 용지 네 장 분량의 리스트를 찬찬히 읽어 본다.
“ 아니, 이 친구도... ”
“ 허허! 등잔밑이 어두웠네. ”
“ 으흠, 이 친구를 오해 하고 있었네. ”
“ 정말 대단하군. ”
준이 건네준 여명의 혜택을 받고 이 나라를 위해 일로매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정독한 두 사람이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준을 쳐다 본다.
“ 이것은 저승에서 지금도 우리 나라를 위해 지켜 보고 계신 독립운동가 영령분들의 가호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지금부터 두 분 께서는 여기에 있는 리스트에 있는 분들을 활용 하여 일본의 저 시커먼 음모를 조금씩 퍼뜨려 주십시오. 이 분들은 내일 오전 까지 저희 여명의 연락을 받아 어느 정도 상황을 인지 하고 있을 것입니다. ”
“ 여론 조성만으로 이 사태를 극복 할 수 있을까요? ”
“ 당연히 안되지요. 여기 리스트에 계신 분들을 통해 ‘上 ’이 하고자 하는 일을 미루어 짐작 하려 합니다. 두 분이 컨트롤 타워가 되셔서 내일부터 이 분들이 속한 곳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 된다면 정보 공유 부탁 드립니다. ”
“ 그런데, 만약에 말입니다. ”
박술암 이사가 두꺼운 뿔테 안경을 올려 쓰며 준을 바라 본다.
“ 여명에서 연락을 받았으나 협조를 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 저희 여명의 직원들이 이 사태에 대해 협조 의사를 밝힌 분들에 한해 암호를 전달 하였습니다. 두 분이 리스트에 계신 분들과 접촉시 ‘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 라고 말하시면 협조 의사를 밝힌 분들이 이렇게 대답 할 것입니다. ‘ 어둠은 깨어나지 않은 새벽일 뿐입니다. ’ 라고요. ”
“ 아, 그럼 답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협조를 부탁 하지 않으면 되겠군요. ”
“ 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이 리스트에 계신 분들이 전부 다 협조 하리라는 것을요. ”
자신의 앞에 있는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킨 준이 다시 자기병을 잡아 가며 박이사와 이국장의 빈잔을 채워 준다.
“ 두 분이 여론 조성과 국내의 이상징후에 대해 조사 하실 동안 저는 ‘上’의 정체와 저 일본 놈 들이 어떤 방법으로 이 나라를 침략 하려는 지 증거를 잡아 오겠습니다. ”
“ 꼭 부탁 드립니다. 대표 이사님만이 이 사태를 해결 하실 수 있습니다. 제 한 몸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는 이 땅에 일본 놈들의 군화 발자국을 남기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
****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우상훈 실장과 특수공작조 박찬열 조장이 은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이지연이는? ”
“ 이기자의 집과 부모, 일가친척, 친구, 지인등 연락이 닿을 만한 곳에 감청 작업이 다 끝났습니다. 일단 연락만 된다면 바로 잡으러 가면 됩니다. 일찌감치 출국 금지를 해 놓았으니 외국으로 아직 빠져 나가지는 못했습니다. ”
“ 도대체 어떤 놈들일까? ”
“ 설마 진짜 북한 일까요? ”
“ 말도 안되는 소리! 지금 북한은 숨소리도 내면 안 되는 상황이야. 이 와중에 그 기자 년을 구출하기 위해 특공대를 파견 했다고? ”
“ 그럼 누굴까요? 일 처리 솜씨가 절대 아마추어는 아니었습니다. ”
“ 이봐! 자네가 그걸 알아서 내게 보고 해야지, 그걸 나한테 지금 물어 보는 건가? ”
“ 아, 죄송 합니다! ”
“ 모든 자금과 물자, 인력 다 동원해서 빨리 이지연이하고 놈들을 찾아내. 이지연이만 확보한다면 단번에 승기를 잡아 올 수 있으니까... ”
그때 우상훈 실장의 폰이 불빛을 토해 내자 우실장이 화면에 뜬 전화번호를 확인한 후 박조장에게 입을 연다.
“ 나가서 일보게! ‘
박조장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서며 문을 닫자 그제서야 폰을 잡아 간다.
“ 네, 알겠습니다. ”
자신의 롤렉스 손목 시계를 흘낏 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 간다.
“ 네 시간 후 그 장소에서.... 알겠습니다! ”
전화를 끊은 우상훈 실장이 자신의 책상에 놓인 백색 수화기를 들어 단축 번호를 누른 후 누군가에게 입을 연다.
“ 네, 장관님! 네 시간 후 바로 그 장소에서 뵙겠습니다. 네! ”
전화기를 내려 놓은 우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지러운 책상을 정리 하고는 방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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