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움직이는 그림자 (5)
“ 캡틴! 다 모였어요. ”
훈이 천호동 평범한 주택가에 위치한 안가에 DB 멤버들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서는 준을 맞이 한다.
“ 모처럼 다들 모였으니 간단히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 하자. 그리고, 환영합니다, 나디아! ”
“ 고맙습니다! 마탄에게 대략 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데려와 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죄송 합니다! ”
이국적인 미모의 아름다운 나디아가 입을 열자 아나톨리가 낮게 휘파람을 분다.
“ 결혼은 언제......? 크크크! ”
“ 일이 끝나면 곧 할거다. 축의금 많이 부탁 하마! ”
“ 아주 좋아 죽네 죽어! 알았다. 내 큰 거 한 장 써 주지. ”
“ 축하해, 마탄! ”
“ 고마워, 아닐! 이게 다 캡틴 덕분이지, 캡틴, 정말 고마워요. ”
“ 다 너와 나디아씨의 복이지. ”
“ 자, 다들 이리로 와서 이야기 해요. ”
어느새 훈이 널따란 부엌 중앙에 자리 잡은 7~8인용 대리석 식탁에 간단한 다과와 과일, 치즈 등의 안주와 위스키와 맥주들을 상에 셋팅 한 채 일행들을 부른다.
“ 역시 훈이 최고야! ”
아나톨리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잡고 앉자 각자 자유롭게 앉아 각자 원하는 술을 집어 든다.
“ 먼저 나디아씨의 쾌유를 축하 하고 마탄과의 행복한 결혼을 위해 건배를 하자! ”
준의 말에 훈과 아나톨리, 아닐이 각자의 잔을 들자 행복한 표정의 마탄이 나디아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 보며 자신의 잔을 잡아 간다.
“ 아주 꿀이 뚝뚝 떨어지네. 에이, 내 애인은 저 머나먼 동토에서 이제나 저제나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빨리 일 끝내고 돌아 가야지. ”
아나톨리가 언더락 잔의 스트레이트 보드카를 단숨에 입안에 털어 넣으며 너스레를 떨자 일행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 오른다.
“ 캡틴! 할 일이 정해 진 건가요? ”
훈의 말에 일행들이 준에게 시선을 돌리자 준이 빈 자신의 잔에 위스키를 채우며 대답을 한다.
“ 그래! 여기에 있는 두 사람을 납치 해야 겠어. ”
“ 납치만? 죽이는 것은 아니고? ”
“ 그래, 아나톨리! 납치한 후 한동안 세상에 내어 놓지만 않으면 돼. ”
“ 누군데요? ”
“ 대한민국의 국방부 장관과 국군기무사령관! 여기 자료가 있다. ”
준이 가져온 서류 봉투에서 네 부의 서류를 꺼내어 아닐, 훈, 아나톨리, 마탄에게 건넨다.
“ 천천히 읽어 보도록! ”
준이 일행들이 자신이 건넨 서류를 정독 하는 것을 보며 연신 잔을 비운다.
“ 납치 방법까지 상세 하게 나와 있네. 너무 쉬운데? ”
“ D-day는? ”
아닐의 말에 준이 잔을 내려 놓으며 대답 한다.
“ 내일 저녁! 방법은 아나톨리의 말대로 내가 계획 한 대로만 한다면 문제 없을 거야. ”
“ 이리로 데려 오면 된다구? ”
“ 일단! 성공 하고 난 후 그들을 구금할 장소는 내가 따로 마련 할 거야.”
“ OK. 오늘은 술 한잔 하면서 쉬고 내일 바로 움직이면 되겠네. 난 저 마탄이라는 야수의 옆에 계신 미인과 대화를 좀 더 나누고 싶다구. ”
“ 저도 환영 해요! 마탄과 친분이 있으신 분에 대해 저도 좀 더 알고 싶어요. ”
“ 저 놈은 빼라구! 알아 봐야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놈이니까. ”
“ 하하하! 마탄, 날 경계 하는 거임? ”
“ 지랄을 하세요! ”
“ 저는 내일 행사 준비를 위해 준비 할 것이 있어서 먼저 일어 날께요. 내일 보자구요! ”
“ 훈! 한잔 하고 가지 그래. 모처럼 이렇게 모였는데.... ”
“ 난 다음에! 캡틴, 먼저 갈께요. ”
훈이 자리를 뜨고 아나톨리와 마탄, 나디아가 소파가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자 준의 옆으로 아닐이 자리를 잡는다.
“ 위스키? ”
“ 한잔 줘. ”
내일 일에 대해 논의를 하는 와중에 한 마디 말도 없이 독한 보드카를 들이킨 아닐의 잔에 준이 술을 채운다.
“ 할 말이 있어, 캡틴! ”
“ 해 봐! ”
아닐이 위스키 병을 들어 준의 빈 잔을 채우며 말을 이어 간다.
“ 왜 난 안돼? ”
저 편에서 시끌벅적한 아나톨리와 마탄의 대화에 간간히 나디아의 밝은 웃음 소리를 뒤로 하고 슬픈 표정의 아닐이 나직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 왜 그 여자는 되고 나하고 지나는 안되느냐구? ”
나지막하게 준에게만 들릴 정도로 흐느끼듯 중얼 거리는 아닐을 보며 준이 다시 자신의 잔을 비운다.
“ 아닐! 너하고 지나는 너무 좋은 사람들이야. 나한테는 너무 과분해. ”
“ 그런 쓸데 없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잖아? ”
아닐이 다시 자신이 가져온 보드카 병을 들어 자신의 빈 잔을 채워 단숨에 털어 놓는다.
“ 아닐! 나중에 때가 되면 이야기 해 주마. 지금은 아니야. 너와 지나가 싫다거나 그 여자 보다 못하거나가 아니야. 조금만 기다려 줄래? ”
“ 조금이 아니라 평생 기다릴 수도 있어. 그게 언제인지 알려 줘! ”
“ 고맙다! ”
“ 지나한테는 아직 이야기 하지 않았어. 지나 성격에 캡틴에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당장 이리로 헤엄쳐 올거야. ”
“ 나중에...... 정말 다 이야기 해 주마! ”
“ 기다릴께! ”
준이 말없이 병을 잡아 아닐의 잔을 채워 주고는 아닐의 어깨를 토닥 토닥 두드려준다.
****
한철영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인 특전사 소속 대위가 운전하는 차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순간 자신의 품에 있던 스마트폰의 진동을 느끼며 폰을 꺼내 든다.
“ 네, 각하!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찾아 뵙겠습니다. ”
한 장관이 폰을 옆에 내려 놓으며 자신의 집을 향해 오른쪽 골목으로 차를 돌리려는 찰나 차가 급정거를 하며 상체가 급격히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 것을 손을 들어 막으면서 입에서 욕지기를 내 뱉는다.
“ 이런 개새끼가..... 운전 똑바로 안 해? ”
“ 죄송 합니다! 갑자기 사람이 튀어 나와서.....”
“ 받았어? ”
“ 네, 그런 것 같습니다! ”
운전기사가 급히 차에서 내려 최신형 벤츠 앞에 널브러져 있는 한 외국인을 보며 급히 다가간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술냄새에 코를 움켜 쥐고는 한 손으로 외국인을 흔들기 시작 한다.
“ 이봐, 정신 차려 봐! 이봐! ”
술에 취한 것 때문인지 차에 치인 것 때문인지 인사불성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외국인을 보며 한 장관이 주위를 살피더니 차갑게 내 뱉는다.
“ 일단 차에 실어! ”
운전기사가 외국인을 들쳐 업고 뒷자리에 던져 넣자 한영철이 자신의 가방을 꺼내 든다.
“ 알아서 해결해, 시끄럽게 하지 말고! 난 걸어 갈테니 내일 아침 6시 까지 차를 대. ”
“ 넵! 알겠습니다. ”
한 장관이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골목안으로 접어 들어 가는 것을 확인한 운전기사가 나지막하게 쌍욕을 내뱉으며 시동을 건다.
“ 나쁜 새끼! 저런 놈이 한 나라의 국방 장관 이라니..... 그나 저나 이 외국인을 어디 병원에 던져 놔야 하나.....응? "
고개를 돌려 뒤에 실린 외국인을 확인하던 운전기사가 텅빈 자동차 시트를 보며 급히 차에서 내리며 차 주변을 살핀다.
“ 어, 어디를 간거야? ”
차 주위와 그 주변을 살피던 운전기사가 다시 차로 돌아와 운전석에 앉으며 중얼 거린다.
“ 잘되었네. 그새 정신을 차리고 도망 간 모양이네. 에이, 집에 가서 쉬자. 아침 일찍 차를 대라고 하니.... ”
한 장관의 벤츠 승용차가 자리를 떠나자 술에 취해 차에 받힌 외국인이 골목 그림자 안에서 슬며시 신형을 일으킨다.
“ 어째 유유상종 인가? 두 놈 다 똑같네. ”
아나톨리가 한 장관이 걸어 들어간 골목을 어슬렁 거리며 걸어 들어 간다.
저 멀리 자신의 집 정문이 보이는 곳까지 다다른 한영철이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고는 라이타를 꺼내려는 찰나 저 앞에 동양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다정스럽게 자신이 있는 곳으로 걸어 오는 것이 눈에 들어 온다.
“ 거지 같은 동남아 년놈들이 데이트는 무슨........ 생각 같아서는 다 한꺼번에 몰아서 이 나라에서 내쫒고 싶은데 말이야. ”
그 때 뒤에서 러시아어로 뭐라 하는 소리에 돌아 보니 자신의 차에 치인 외국인이 비틀 거리며 다가 오는 것을 보고는 혀를 찬다.
“ 병신 같은 새끼가 잘 처리 하랬더니 나한테 보내? 내일 넌 죽었어. ”
불이 붙지 않은 담배를 물고 신형을 돌려 자신의 집으로 향하려는 찰나 어느새 바로 앞에선 탄탄한 체구의 동양인이 씨익 웃는 모습이 보이는 순간 ‘ 퍼억 ’ 하는 뒤통수에 가해 지는 충격에 정신을 잃어 버린다.
“ cctv는? ”
“ 훈이 다 손 봐 놓았어. 우리가 출발 하면 원위치 해 놓을 거야. ”
“ 간단하군. 차는? ”
“ 저기! ”
마탄이 가리키는 골목 안에 자리한 현대차를 향해 축 늘어진 한영철이를 어깨에 멘 아나톨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
새벽 5시 30분!
“ 후욱 후욱 훅 ”
국군기무사령관인 박선호 중장이 가쁜 숨을 내쉬며 인적이 드문 북한산지 트레킹 코스를 뛰고 있었고 그 뒤에 두명의 기무사 대위들이 자신의 상관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르고 있었다.
“ 응? ”
자신이 뛰고 있는 저 앞에 몸에 달라 붙는 반바지 트레이닝복에 스포츠 브라를 하고 나이키 머리띠를 두른 역동적인 근육의 움직임을 보이며 뛰고 있는 탄탄한 몸매의 외국인이 눈에 들어 온다.
“ 호오! ”
평소 탄탄한 근육질 몸매의 외국인들을 좋아하는 박선호가 은근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핀다.
“ 잠시 여기에서 대기 하고 있도록! ”
“ 네! ”
박선호가 속력을 높이며 외국인의 옆에 서며 흘끗 얼굴과 전면을 확인 한다.
‘ 좋군, 좋아! ’
“ 혹시 한국말 할 줄 아나? "
귀에 이어폰을 낀 채로 앞만 보고 달리던 아름다운 얼굴의 아가씨가 잠시 멈추며 귀에서 이어폰을 뺀다.
“ What happened? ( 무슨 일이지요? )"
적당히 흘린 땀에 더욱 고혹적인 매력을 발산 하는 아가씨가 의아한 얼굴로 영어로 입을 열자 박선호가 음흉한 눈빛으로 위아래를 훑으며 말을 이어 간다.
“ 이봐! 시원한 음료수, 콜드 드링크, 아이 바이 포 유.... ”
손짓 발짓과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이야기 하는 박선호를 보며 방금 웃음을 짓더니 오른손을 들어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들어 보인다.
“ OK! "
" 좋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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