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응징 (膺懲) 2
“ 다이유님! 레이입니다. ”
마사지샵을 빠져 나온 평상복 차림의 레이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다.
“ 조치 완료 하였습니다. ”
“ 후속 조치도? ”
“ 네, 완료 하였습니다. ”
“ 수고 했고 안가에 대기 하고 있거라! ”
전화를 끊은 다이유가 옆에 와인 잔을 홀짝 거리고 있는 웨이에게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보낸다.
“ 그 놈! 한 시간 뒤에 심장이 서서히 멎어 가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죽겠군. 부검을 해도 사인이 급성 심근 경색 쯤 나온다고 했나? 다이유, 너의 독술은 날이 갈수록 무서워지는구나. ”
“ 칭찬으로 들을께. 다섯 놈 째 인가? ”
웨이가 탁자 위에 놓인 귀기 어린 도깨비 그림의 붉은색 부적을 들어 이리 저리 살피고는 다시 내려 놓는다.
“ 이게 뭐길래 죽은 놈들의 품에 한 장씩 넣어 두라는 거지? 저주 부적인가? ”
“ 아니, 치우천왕을 기리는 부적이라던데! ”
“ 치우천왕? ”
“ 한반도의 고대 왕국인 배달국의 14대 천왕이고 전쟁의 신으로 승리를 상징 한다고 하더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인 서포터즈가 들고 뛴 붉은 악마가 그 치우천왕이래. ”
“ 아이고, 우리 다이유 아는 것도 많네! ”
“ 이봐 웨이! 암살조를 운용 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구. ”
“ 어련하시겠어! 그나 저나 우리의 청부는 내일 까지면 끝나나? ”
“ 그렇지. 내일 본토로 복귀하면 끝나는 거지. ”
****
카토 세이코 전 국가 공안 위원장이 해발 3,193m로 일본에서 후지산 다음으로 높은 키타산의 암벽에 클라이밍 로프 두 줄에 몸을 의지 한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대롱 대롱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매우 위태롭게 보였지만 높은 절벽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를 편안하게 감상 하다 왼쪽 포켓에서 에너지 바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 역시 머리 아플 때 산이 최고지! 그나 저나 언제 다시 소집 한다고 했더라?...... 응? ”
저 멀리에서 무엇인가가 일직선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은색 물체를 보고 안력을 집중한다.
“ 드론? ”
작고 앙증맞은 모양의 드론 한 대가 세이코가 매달려 있는 절벽에서 약 20m 정도 거리를 두고 허공에 머문다.
“ 이 곳은 드론 비행 금지 구역인데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장난질을 치는 구만. 내려 가는 데로 찾아 다시는 드론을 못 만질 정도로 혼을 빼 놓아야 겠군. ”
“ 목표 확인! ”
지나가 자신이 날린 드론에 잡힌 인물의 얼굴을 확대 후 옆에 놓인 태블릿에 떠 있는 얼굴과 비교 후 무선을 날린다.
잠시 후 “ 투투투투 ” 하는 기음과 함께 한 대의 적십자 마크가 선명한 헬기 한 대가 절벽에 매달려 있는 세이코의 눈에 들어 온다.
“ 누가 조난을 당한 모양 이군! 산이란 곳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젊은 것들은 아무리 설명 해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단 말이야! ”
어느새 어딘가로 날아가 없어져 버린 드론이 있었던 방향으로 저 멀리 약 200m 정도의 허공에 헬기가 멈추는 듯 하더니 헬기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기다란 무엇인가를 꺼내어 들고는 자신을 겨누는 것이 보였다.
“ 이, 이건 뭐야? ”
누군가 저 멀리에서 자신을 저격 하려는 모습에 허둥지둥 로프를 풀러 아래로 급격히 하강을 시작 한다.
“ 도망가는데? ”
헬기를 조정하고 있는 훈의 말에 아닐이 H&K G28 E3 저격 소총에 눈을 댄 채 대답을 한다.
“ 상관 없어! ”
순간 ‘ 푸슉 푸슉 ’ 두 발의 총을 발사 한 후 총을 거둔다.
“ 가자! ”
저 멀리 급격하게 미끄러지듯 하강 하던 세이코가 매달린 클라이밍 줄 두 개가 순식간에 끊어져 나가며 비명 소리와 함께 자유 낙하를 시작 하는 모습이 훈의 눈에 들어 온다.
“ 역시! ”
훈이 웃음을 지으며 헬기의 기수를 돌려 어딘가로 날아가기 시작 한다.
****
“ 뭐라고? 누가 죽어? ”
내각정보실장인 이케다 카단이 가스미카세키 총리부 빌딩 내 자신의 방에서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
“ 히데요시 관방 장관이? 어디에서? 살해 되었나? 잘 모르겠다고? 최대한 빨리 사인을 분석 해서 보고 하라. ”
그 때 다시 울리는 전화에 눈살을 찌푸린 카단이 전화기를 집어 든다.
“ 뭐라? 세이코 국가 공안 위원장이 추락사? 세이코는 클라이밍 선수 자격증이 있는 사람인데 추락사라고? 현장에 내각조사실 요원을 급파하고 실시간으로 나오는 것이 있으면 연락해! ”
전화를 내려 놓은 카단이 넥타이를 헐겁게 한 손으로 풀어 내며 소파에 몸을 던진다.
“ 왜 갑자기 다들 이러는 거지? 설마? 에이, 조센징 놈들이 그럴 배짱이 있을려구..... 지 들 코가 석자 인데 우리한테 복수할 여력이 있을까? ”
그 때 자신의 폰에 아버지의 전화 번호가 떠오르자 급히 전화를 받는다.
“ 네, 아버지! ”
“ 소식 들었느냐? ”
“ 네, 히데요시 관방장관이 자신의 호텔 스위트룸에서 심근경색을 일으켜 사망한 모양입니다. 세이코 국가공안위원장은 키타산에서 클라이밍을 즐기는 중 추락 했다고 하더군요. ”
“ 보안 전화로 바꾸어 연락 하거라! ”
카단이 자신의 전화기를 내려 놓고는 급히 자신의 방 한켠의 작은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서고는 책상 위에 놓인 적색 전화기를 든다.
“ ‘ shadow project ' 에 참여 했던 내각대신들의 안위를 확인 하거라.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 ”
“ 알겠습니다. 당장 확인해 보겠습니다. ”
“ 난 지금 천황폐하를 뵈러 천황궁에 들어 가니 나중에 연락 하마! ”
“ 네, 알겠습니다! ”
****
“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
“ 폐하! 지금 한국 정부는 국내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정신이 없습니다. 그들이 조직적으로 저희 일본으로 넘어 오거나 뭔가 조치를 하는 낌새는 전혀 없습니다. 단지 사고 일 뿐입니다. ”
“ 일단 카단 내각정보실장이 저희 대신들의 안위를 확인 하면 제게 바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
“ 네, 폐하! 너무 심려치 마셨으면 합니다. ”
‘ shadow project ' 의 실패 이후 10년은 더 늙은 것 같은 얼굴의 히카루 천황의 모습에 신조 총리의 마음이 더욱더 무거워진다.
“ 그 'dawn' 이라는 해커의 소식은 없습니까? ”
“ 네, 아직.... 하지만 현상금을 더 올려서라도 반드시 잡아 내겠습니다. ”
“ 우리의 대계를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그 자를 필히 찾아 내 앞에 무릎을 꿇리셔야 합니다. ”
“ 네, 반드시 그리 하겠습니다! ”
“ 혹시 모르니 카단 실장과 신조 총리의 경호 인력을 늘리세요. ”
“ 아닙니다. 천황궁의 경비를 더 늘리고 난 후 저희 쪽도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
“ 저희 일본의 두 기둥이니 모쪼록 스스로 조심 해 주셔야 합니다. ”
“ 하이! 감사합니다. ”
천황궁을 물러 나오며 천황궁의 경비를 관장 하는 궁내대신에게 전화를 건다.
“ 지금부터 제 별도의 명이 있기 전 까지 현재 천황궁의 경비를 두 배 이상 늘려 주십시오. 그렇소! 제가 별도로 이야기 하기 전 까지입니다. ”
****
“ 알겠다. 내일 아침 출근 전까지 파악 해서 보고서를 내 책상 위에 올려 놓아라. 죽은 두 대신들의 사인과 소지품 등 모든 제반 사항도 같이! ”
내각정보실 요원에게 지시 사항을 내린 후 지하 주차장에 대기 중 이던 벤츠 방탄 승용차에 몸을 실은 카단이 짧게 조수석에 앉은 경호원에게 말을 던진다.
“ 거기로 가자! ”
“ 하이! ”
조수석의 검은 양복의 탄탄한 몸매의 경호원이 스마트 폰을 들고는 자신의 뒤를 쫓아 오는 경호 차량에게 통화를 한다.
“ 오늘은 그만 퇴근들 해. 내가 직접 모시겠다. ”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닌 듯 전화를 끊자 뒤를 따르던 차가 조용히 오른쪽 길로 빠져 나가고 카단이 탄 차가 시 외곽 순환도로를 타기 시작 한다.
“ 도착했습니다! ”
뒷자리에서 잠깐 잠이 든 카단을 향해 조수석의 사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카단이 뒤로 뉘였던 상체를 세운다.
“ 아침 6시! ”
시 외곽 호젓한 호숫가에 위치한 고급스런 별장의 주차장에 차가 서고 경호원 둘이 별장 입구와 주위를 경비 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힐끗 쳐다 보고는 목을 한 바퀴 돌리며 별장 안으로 들어 선다.
“ 오셨습니까? ”
요새 가장 핫한 아이돌의 메인 보컬로 일본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숭배 받는 10대 후반 정도 청순한 미모의 아가씨가 기모노 차림으로 허리를 90도로 숙인다.
“ 피곤하구나! ”
“ 따스한 목욕물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
카단이 별장 안으로 들어서며 삼중 잠금 장치로 문을 걸어 잠그고는 천천히 옷을 벗으며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유리로 만들어진 욕실로 향한다.
“ 끄응! ”
폭풍같은 관계를 마친 후 서로 벌거벗은 몸으로 얼싸 안고 잠들어 있던 카단이 갑자기 찾아온 두통에 잠이 깬다. 옆을 보니 아름다운 나신으로 정신 없이 골아 떨어져 있는 아이를 깨워 물을 가져다 달래려다 담배를 한 대 피울 겸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별장 한 켠에 마련된 럭셔리한 바로 가운을 걸친 채 걸음을 옮긴다.
“ 술이 조금 과했나 보군! ”
바에 붙어 있는 냉장고를 열어 스웨덴에서 직수입한 생수 한 병을 열어 벌컥 거리다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 보다 목 어림과 등 두 곳에 뜨끔함을 느끼고는 그대로 몸이 굳어 버린다.
‘ 이, 이게.... 가위 눌린 건가?.... ’
입을 열 수도 없고 고개를 돌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남자의 목소리가 귓전을 파고 든다.
“ 이케다 카단! 지금 꿈을 꾸는 것 같지 않나? ”
누군가 천천히 자신이 서 있는 바의 안쪽으로 돌아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앞을 보니 붉은색 악마상의 탈을 쓴 누군가가 그의 시야에 들어 온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엄청난 힘을 줍니다 ! ^^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