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응징 (膺懲) 4
“ 지금부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
제로부대 특수전 교관이 신조 총리를 앞에 두고 설명을 시작 한다.
“ 지금 끼고 계신 안경은 돗수가 없는 안경입니다. 양쪽 테의 끝 부분에 고성능 카메라 2개가 부착 되어 저희가 총리님이 보시는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100% 방수가 되는 제품 이니 목욕탕을 가시더라도 꼭 이 안경을 착용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이것을 총리님의 지갑 제일 안쪽에 넣어 주십시오. ”
교관이 내민 엄지 손톱 정도의 얇디 얇은 금속판 하나를 받아든 신조 총리를 향해 교관이 계속 말을 이어 간다.
“ 이 판은 총리님이 어디에 계시든 바로 위치를 파악 할 수 있는 위치 추적기입니다. 항상 가지고 다니시는 지갑에 넣어 두시면 유사시 총리님의 위치를 추적 할 수 있습니다. ”
신조가 직접 그 자리에서 지갑을 열어 지갑 안 쪽 깊숙한 곳에 집어 넣는 것을 확인한 교관이 이번에는 파카 고급 만년필 하나를 집어 든다.
“ 이것은 항상 안쪽 주머니에 넣어 주십시오. 총리님 주변의 소리를 다 잡아내어 저희에게 전송 시켜 줄 마이크입니다. 전송 뿐 아니라 녹음기능 까지 내장 되어 있으니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녀 주십시오. ”
“ 알겠소! 그럼 다음 단계는 무엇이오? ”
“ 저희 제로 부대 최정예 요원 둘이 항상 총리님과 함께 할 것입니다. ”
“ 아니! 한 명으로 줄여 주시오. 놈들이 내게 접근 하기 쉽게 하려면 그것이 좋을 것이오. ”
“ 알겠습니다! 총리님이 어디로 가시던 제로 부대와 SWAT 부대 각 1개 중대 씩 2개 중대가 총리님의 지근 거리, 약 3 ~ 5 분 안에 당도 할 수 있는 곳에 대기 하고 있을 것입니다. 만일 놈들의 움직임이 포착 되면 총리님을 중심으로 반경 1km 내의 모든 것들을 포획 할 수 있는 포위망이 구축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포착 하기 힘든 위치에서 저희 정부에서 야심차게 비밀 생산한 드론을 통해 총리님의 동선을 감시 할 것입니다. 총리님 주위에 저희 제로부대와 SWAT 최정예 요원들이 항상 함께 할 것이니 마음 놓으시고 활동 하시기 부탁 드립니다. “
신조 총리가 특수전 교관과 SWAT 기동대장을 믿음직스런 눈으로 바라 보며 자리에서 일어 난다.
“ 반드시 놈들을 잡아야 하오. 그래야 지금까지 죽어간 내각대신들과 카단 실장이 한반도에서 넘어온 킬러들에게 당했다고 대내외에 천명 할 수 있소. 부탁 하오! ”
“ 염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반드시 잡아 총리님 앞에 무릎 꿇리겠습니다. ”
****
카단의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한 후 선산에 아들을 묻고 돌아오는 신조 총리가 승용차에 올라 두 눈을 감는다.
“ 어디로 모실까요? ”
조수석에 앉은 최정예 제로부대원이 검은 양복을 입은 채 신조 총리에게 질문을 한다.
“ 피곤하구나. 호텔에서 쉬어야 겠다. ”
눈을 감은 채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 하듯 하는 말에 운전기사가 방향을 잡는다.
“ 어느 호텔로 가시는 것인지요? ”
“ 임페리얼 호텔입니다. ”
운전기사의 대답에 제로부대원이 손목의 마이크에 대고 어딘가로 행선지를 알린다.
“ 지금 임페리얼 호텔로 이동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임페리얼 호텔로 이동 합니다. ”
“ 수신! ”
제로부대원의 귀에 꽂힌 초소형 이어폰을 통해 답신이 들려 온다. 신조 총리의 방탄 리무진 승용차 뒤로 거대한 탑차가 바로 따라 붙고 그 뒤를 검은색 선팅이 짙은 25인승 리무진 버스 두 대가 따른다.
거대한 탑차 안에는 최첨단 기계가 가득 들어차 있고 그 안에 예의 특수전 교관과 SWAT 기동대장이 요원 대여섯과 자리를 하고 있었다.
“ 저기 가고 있습니다! ”
약 1km 상공에 띄운 드론에서 촬영한 영상이 실시간으로 탑차 내 모니터에 비추어 진다.
“ 수상한 움직임은? ”
모니터를 지켜보던 요원이 드론을 움직여 고도를 높이자 신조 총리의 리무진을 중심으로 반경 1km 지상 상황이 모니터에 뜬다.
“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
“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현재 없다. 그러나, 긴장을 늦추지 마라! ”
특수전 교관이 앞에 있는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 하자 탑차 뒤를 따르는 리무진 버스 두 대에 고스란히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자동 소총과 최신 개인 화기로 완전 무장을 한 특수 부대원들이 허리를 꼿꼿히 세운 채 스피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 도착 5분전! ”
신조 총리의 경호원 목소리에 탑차의 교관이 그대로 자신의 앞에 놓인 마이크로 내용을 전달한다. 잠시 후 신조 총리의 리무진이 임페리얼 호텔 안으로 진입하여 호텔 로비 앞 도로에 정차 하자 고급스런 정장 차림의 호텔 직원 셋이 뛰어 나와 신조 총리를 맞이 한다.
“ 총리각하! 잘 오셨습니다. ”
“ 총지배인! 오랜만이오. ”
“ 심려가 크시다 들었습니다. 원래 쉬시는 방으로 준비해 놓았습니다. ”
“ 고맙소! 조금만 쉬었다 갈 예정이니 너무 시끄럽지 않게 부탁 하오. ”
“ 알겠습니다! ”
조수석에 있던 경호원이 신조 총리의 앞에 서자 어느새 검은색 정장 차림의 경호원 둘이 총리의 뒤에 따라 붙는다. 총지배인의 안내로 VIP 전용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총리 일행을 확인 후 엘리베이터 안의 직원이 층 버튼을 조작 한다.
임페리얼 호텔 최고급 숙소인 임페리얼 스위트룸 앞에 도착한 총지배인이 호텔 방문을 연 후 허리를 깊숙이 숙인다.
“ 편한 휴식이 되시길.... ”
“ 고맙소! ”
호텔 나이 107살, 세계 최고의 VIP 들이 방문 할 때 마다 묵는 전통과 혁신이라는 마차의 두 수레바퀴를 갖춘 일본 최고의 호텔 답게 들어서는 순간 일반인들은 ‘ 헉 ’ 소리가 날 정도의 규모가 눈 앞에 펼쳐 진다.
‘ 이, 이게 말로만 듣던 임페리얼 스위트룸인가? ’
신조 총리의 전담 경호원으로 발탁된 제로부대원이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혀를 내 두른다.
방 한 켠에 팩스와 위성 송수신 시설이 완비 되어 있고 메이드 한 명이 청소를 하려면 3시간이 넘게 걸릴 만큼 넓디 넓은 욕실의 욕조가 감탄을 자아 낸다.
방 정면 거대한 유리창 뒤로 히비야 공원이 가슴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언뜻 보이는 천황궁의 지붕과 국회의사당,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도쿄타워가 도쿄의 중심부에 있을 실감하게 한다.
‘ 콜 수상, 성룡, 실베스터 스탤런 등 각 국 유명 인사들이 묵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곳이라 던데 하룻밤 숙박료가 80만엔 ( 한화로 800만원 ) 이라던가...... ’
나중에 호텔 로비에서 합류한 두 명의 경호원은 호텔룸 방문 앞에 부동 자세로 자리를 잡는 것을 확인한 경호원이 방문을 닫는다. 그 후 경호원이 스위트룸 곳곳을 꼼꼼히 살피고 나서는 소파에 힘없이 앉아 있는 총리의 앞에 선다.
“ 총리각하! 방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드신 것이 없는데 룸서비스라도 신청 해 드릴까요? ”
문득 경호원의 말에 자신이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을 인지한 신조가 쓴웃음을 짓는다.
‘ 아들놈을 먼저 가슴에 묻고 왔는데 허기를 느끼다니....... 참 인간이라는 족속이 나약하기 그지 없구나. ’
“ 그래 주겠나? ”
“ 네! 잠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계시면 제가 조치 하겠습니다. ”
경호원이 전화를 들어 룸서비스를 신청 하는 것을 본 신조가 무거운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한다. 옷과 안경을 다 벗고 들어선 욕실의 거대한 욕조에 몸을 덥히기에 딱 맞은 온도의 물이 가득한 것을 보고는 천천히 물 속으로 몸을 담근다.
‘ 참으로 허망 하구나. 손 만 뻗으면 바로 닿을 열매를 보고도 따지 못하고 오히려 뒤로 물러 나다니...... ’
새벽에 먼저 떠나 보낸 아들놈의 모습이 눈 앞에 떠오르자 신조의 노안에 물기가 차오른다.
룸서비스를 신청 하고 거대한 창 앞에 선 경호원의 눈에 익숙한 모양의 드론이 정면에 보였다.
“ 현재 까지 이상 없습니다. ”
임페리얼 호텔 주자창에 위치한 탑차 안에서 경호원이 자신에게 무전을 보내는 모습을 드론으로 확인한 교관이 웃음 짓는다.
“ 잘 보인다! 앞으로 계속 수고 하도록. ”
“ 드론의 배터리 교체를 위해 잠시 지상으로 내리겠습니다. ”
“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
“ 10분 정도면 충분 합니다! ”
수증기가 가득한 거대한 욕실 안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신조를 확인한 경호원이 마침 울리는 벨소리에 문으로 다가 선다. 도어 미러를 통해 룸서비스 직원의 몸수색을 하는 두 경호원을 확인 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 음식은 내가 확인 할께! ”
총리의 경호원이 룸 서비스 직원이 가져온 음식을 확인 하고 나머지 경호원들이 직원의 전신 수색을 마치고 방으로 들여 보내려는 순간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발견 한다.
“ 어? 문이 닫혔네. 열쇠는 가지고 있겠지? ”
“ 이런? 방에 두고 나왔어. ”
“ 총리님한테 열어 달라고 해. ”
“ 안돼! 지금 욕실에서 쉬시는데 방해 하면 안 될 것 같아. 이봐! 비상키 가지고 있나? ”
룸서비스 직원이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다.
“ 스위트룸의 비상키는 총 지배인님만 가지고 계십니다. ”
“ 빨리 연락해서 열쇠를 가져다 달라고 해. 빨리! ”
“ 별 일 없겠지? ”
“ 내가 방 안을 샅샅이 조사 했어. 저 안에는 총리님 밖에 안계시다고. 걱정 마! 열쇠 가지고 오면 만사 오케이야. ”
“ 좀 어떠셔? ”
“ 많이 다운 되어 계시지 뭐! ”
경호원들이 종업원이 비상키를 가지러 간 사이 이런 저런 잡담을 하던 중 헐레벌떡 직원이 달려 온다.
“ 스위트룸의 경우 총지배인님이 직접 열어 주신다고 합니다. 5분 정도만 더 기다려 주시면 바로 오신다고 합니다. ”
힐끗 굳게 닫힌 문을 쳐다본 제로부대 경호원이 인상을 찌푸린다.
“ 빨리 좀 오라고 해! ”
잠시 후 총지배인이 빠른 걸음으로 자신들을 향해 오자 제로부대 경호원이 앞으로 나선다.
“ 빨리 부탁 드립니다! ”
“ 삐삑! ”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경호원이 대기중인 룸서비스 직원과 함께 방으로 급히 들어선다.
“ 총리님! 이, 이런..... ”
급히 들어선 경호원의 눈에 커다란 텅빈 욕실 안과 밖으로 향한 거대한 유리창에 매끈하게 잘려진 구멍이 들어 찬다.
“ 비, 비상, 비상 이다! 비상! ”
경호원이 자신의 팔목에 대고 고함을 지르며 방 여기 저기를 정신 없이 뛰어 다니기 시작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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