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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니크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청월
작품등록일 :
2023.02.15 21:18
최근연재일 :
2024.04.24 19:00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26,451
추천수 :
1,329
글자수 :
1,746,497

작성
24.03.11 19:04
조회
20
추천
2
글자
17쪽

3부 100화) Episode43. 폭풍 후 맑음(1)

DUMMY

[3부: 위대한 가문 편]

[Episode43. 폭풍 후 맑음(1)]



태연하게 병실 문 앞까지 도달한 최선이 좌우를 살피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빠르게 문을 열고 들어가 살포시 문을 닫았다.


'대충 옷이 있나 없나 확인만 하고 나가자.'


의사 양반들에게 허락 없이 밖에 싸돌아 다녔다는 게 들키면 안 될 것 같아 은밀하고 민첩하게 움직였더니 오랜만에 숨이 다 찼다.



"빨리 확인만 하고 창문으로 나가야겠다."


"아까도 창문으로 나갔나 보네?"


"아냐. 아까는 문으로···."



뒤를 돌자 침대 위에 사랑 가득한 미소를 짓고 다리를 앞뒤로 가볍게 흔들고 있는 카트리가 보였다.



"어딜 그렇게 급히 갔다 와?"


"화장실."



너무 즉답이었다. 카트리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때쯤 그녀의 입에서 결국 커다란 호통이 터졌다.



"몇 달 동안 계속 누워 있었으면서 검사도 안 하고 그새 밖으로 나가?! 미쳤지? 미친 거지?"


"하, 하엘 님 만나고 온 거야! 끌고 가셔서 어쩔 수 없었다고!"


"아~ 하엘 님께서 그러셨다고? 책임질 수 있지?"



당연하지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가려는 걸 왼손을 올려 틀어막았다. 감당은커녕 감당의 감당도 못한다.


다른 이도 아니고 왕실 기사단장의 이름으로 거짓을 고한 거니 나중에라도 하엘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감당할 자신이 요만큼도 없었다.


최선이 입을 다물자 카트리가 안광을 뿜어내며 성큼성큼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내가 감금을 해야 속이 후련하겠어? 사실은 그런 취향인 거야? 구속, 속박?"


"··· 해괴망측한 소리 말고 이거나 좀 놔줄래."


"진짜 해괴망측한 게 뭔지 보여줘?"



힘으로 손을 뿌리치고 달아날 수야 있지만, 그렇게 하면 이번에는 이쪽 일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진정하라며 어깨를 다독였다. 하지만 카트리는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누구보다 빠르게 검지 손가락으로 카트리의 오른쪽 옆구리를 약하게 콕 찍었다.



"우앗!"



몸이 오른쪽으로 휜 타이밍에 맞춰 손을 풀고 침대 건너편으로 넘어가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잠깐! 진정 좀 해 봐!"


"내가 진정하게 생겼냐고! 대답 못 들은 것도 짜증 나는데, 사라지기까지 해?"


"하에에엘! 하엘 님이 나하고 서율, 민주희, 연희를 하리아 님의 둥지로 최대한 빠르게 데려오라고 하셨어!!"



무슨 말인지 들어 보기는 하겠다는 듯 문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꼈다. 일단 첫 고비는 잘 넘어갔다.


여기서 우물쭈물하거나 말을 흐리면 다시 달려들 걸 직감적으로 느낀 최선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속사포로 말을 뱉었다.



"내가 슈릴레인의 영웅이라면서 함께 습격을 막아낸 너희들을 데리고 하리아 님의 둥지로 오라고 하셨어. 난 말을 전하기 위해 돌아온 거고, 원래 입고 다니던 옷이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병실에 들린 거야. 창문으로 나가려고 한 건, 밖에 있는 요정들한테 걸리면 네가 말한 대로 검사니 뭐니 하면서 시간을 뺏길 테니까. 그래서 말인데, 내 장비하고 다른 애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어? 촌각을 다투는 문제라 빨리··· 허억-"



할 말을 끝마치고 산소를 있는 그대로 쫘악 들이마셨다. 태어난 이례 이렇게까지 긴 문장을 한 호흡에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


의중을 가늠하려 새초롬 해진 눈에 몸이 작게 움찔거렸다.


카트리의 당찬 돌진에 최선이란 견고한 벽에 작지만 확실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균열을 자각한 최선이 낯빛을 싸늘하게 바꿨다.


아직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는 게 두려웠다.


카트리가 나비처럼 사라지지도, 변방의 영웅과 그의 사신처럼 뒤에서 칼을 찌르지도 않으리란 걸 안다. 그냥, 알기만 한다.


흑량과 카이르가, 흑월유랑이 자신에게 그렇게 나오리라 감히 생각도 한 적이 없는데도 일은 일어났다. 남은 건 지울 수 없고 지워져선 안 되는 큼지막한 상처뿐.


지금의 최선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표현과 애정을 바라는 건 다른 이름의 폭력밖에 되지 않는다. 누구보다 흑월유랑을 사랑했던 최선이니까. 누구보다 그들을 존경했던 최선니까.


흑월유랑을 생각하자 분노로 인해 신격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최소 반년은 더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


감정이 격해진 것만으로 제어가 되지 않고 흐르는 약간의 신격이 그 증거다.


신격이 새나가는 걸 눈치채고 황급히 격을 거두고 카트리의 얼굴을 확인했다.


무표정한 얼굴이 오히려 더 확 나 보였다. 어딘가 슬퍼 보이는 것도 같았다.



"애들은 내가 찾을게. 대장은 하셀 님을 뵈러 가."


"··· 둥지가 없어져서 어디 계시는지 몰라."


"옆 병실에 계셔. 대장이 입원하고부터 쭉 옆 병실에 계셨어.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약 4개월. 하셀은 거의 모든 시간을 바로 옆 공간에서 보냈다.


혹시 남몰래 침입한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매일을 기척을 지우며. 바로 옆에 있는 최선이 눈치채지도 못할 만큼 정교하게.


그토록 긴 시간을 '만약'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희생했다.



"무슨 말하는지 알지? 알아서 잘해. 애들 찾으면 데리고 둥지로 갈 테니까 먼저 가 있어. 대장 장비도 하셀 님한테 있으니까 돌려받고."



나중에 보자며 카트리가 병실을 나섰다.


홀로 남겨진 방 안에서 최선은 잠깐 공상에 빠졌다. 자신이 하셀과 슈릴레인에게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결론은 역시나 No였다.


가볍게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옆 병실로 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라."



딱딱한 어조. 하셀은 이미 최선이 찾아오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의 모습은,


'이게 뭔···.'


여름 바다 그 자체였다.



"대충 앉아라. 싫으면 서 있고."



호캉스라도 온 것처럼 인간의 크기로 하와이안 셔츠에 반바지, 건초로 만든 슬리퍼와 선글라스를 쓰고 썬베드에 누워 옆에 있는 조그만 원형 테이블 위 하이볼을 마시고 있는 하셀의 모습에 아찔함을 느꼈다.


한 겨울에 여름 바캉스의 향기가 물씬 나는 풍경에 그만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멍하니 썬베드와 테이블을 번갈아보는 최선을 보며 하셀이 선글라스를 슬쩍 내리며 불쾌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쯧. 기왕이면 두어 달만 더 늦게 오지, 더럽게 빨리도 왔군."


"이게 무슨 상황인지···."


"네놈이 일어날 때까지 근처에서 무기한 대기 명령을 받았다. 선대 요정왕이 내게 내린 마지막 명령이었지."


"계승은 습격 전이 아니었습니까?"



하셀이 혀를 차며 썬베드의 끝으로 내려와 걸터앉으며 날개 한 쌍을 펼쳤다. 그제야 하셀의 기운이 느껴졌다.


하셀이 헝클어진 머리를 손가락 빗으로 대충 정리하며 말했다.



"완전한 계승은 네가 의식을 잃고 한 달 뒤였다. 보좌관으로 살아오면서 처음 맞는 휴가였는데··· 네놈이 이걸 또 망치는구나."


"··· 4개월이면 충분하잖습니까. 것보다 제 장비를 가지고 계신다 들었습니다만."


"귀찮아 죽겠군."



한 나라를 통치하는 왕의 체통이라고는 온데간데없는, 영락없는 잉여의 삶을 살아가던 하셀이 작게 욕을 중얼거리며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바닥에 아무렇게나 대충 던졌다.



"헬스트림의 제복과 저 뭐냐, 장갑은 한 짝밖에 없더군."


"원래 왼손만 씁니다."


"반지랑 검은 못 찾았다."



바닥에 버려진 제복에 시선을 두며 하나둘 환자복의 단추를 풀었다.



"반지는 카트리에게 받았고, 검은··· 부서졌습니다."


"안타깝게 됐군. 보기보다 좋은 검이었는데 말이야."



'죽어도 신월에게 넘겼다고는 말 못 해.'


대충 얼버부리며 검에 대한 이야기를 빠르게 마무리했다. 옷을 갈아입는 최선의 몸을 슬쩍 흘겨본 하셀이 속으로 분을 삭였다.


'오랫동안 쳐 누워계시더니 꼴이 말이 아니군. 전체적인 근육 밀도가 상당히 떨어졌다. 좌수도 우수와 차이가 심하게 나. 흉근은 또 왜 저리 밋밋한지··· 환자만 아니었다면 당장 끌고 갔을 텐데.'


한탄 섞인 숨을 내뱉은 하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의 전신이 휘황찬란한 백색 빛에 물들었고, 빛이 사라지자 전보다 조금 더 화려해진, 특수 재료로 수제작 된 턱시도를 입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너저분하던 머리도 깔끔히 손질되어 윤기가 흐르는 게 최선은 몹시 언짢았다.


'누구는 남 앞에서 벗고 입고하는데 누구는 짜란 하니까 사람이 바뀌네.'


중세풍 턱시도가 불편한지 목 부분을 정리하던 하셀이 최선을 지나쳐 문을 열었다.



"가지."


"어디로 가시는지는 아십니까?"


"보나 마나지. 먼저 가 있을 테니 빨리 와라."



대답도 안 했는데 하셀의 신형이 푸른빛과 함께 사라졌다. 남은 건 나풀거리며 떨어지고 있는 찢어진 귀환서 한 장.


'귀환서로 갈 거면서 문을 왜 연 거야?'


구시렁대며 제복과 장갑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이상하리만치 깔끔하게 보존돼 있는 게 기이하다 싶었다.


다른 건 몰라도 사지가 잘렸는데 어째서 잘렸던 부분이 그대로 재생되어 있는지 알 방도가 없었다. 제작자가 헬스트림인지라 다른 이들은 엄두도 못 낼 텐데 말이다.


아무렴 어떠리. 옷매무새를 다듬고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려 날아올랐다.


어린 요정이 어머니에게 있을 리 없는 빨간 날개 요정을 봤다며 방방 뛰었지만, 어머니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을 땐 이미 요정을 사라지고 없었다.




*

다시 온 둥지에는 하셀과 하엘이 굳건하게 양 옆으로 나열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무려 기사단장과 요정왕이 지키고 있는 곳.


이곳은 들어갈 수 있는 자는 단 다섯 명의 인간뿐이다.


살포시 지면을 밟자 하엘이 최선을 위아래로 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냄새가 나진 않겠지?"


"다행히 무향입니다."


"하 슈릴레인 왕실 기사단장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한다."



기사단장의 허락이 떨어졌음에도 최선은 움직이지 않았다. 애초에 하엘의 허락은 필요가 없었다.


그녀보다 권위상 위에 있는 하셀이 있었으니까.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최선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하엘이 아차 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엘이 고개를 숙이자 하셀이 주머니에 꽂아놨던 손을 빼고 검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



쐐액!


요정왕의 검, '충룡성(忠龍聖)'이 혓바닥을 낼름거려 최선을 공격했다. 간신히 몸을 뒤로 뺀 덕에 검은 코끝을 살짝 베고 지나갔다.


힘조절을 한 건지 상처는 없었지만 심장에는 큰 무리가 찾아왔다.


기습에 대놓고 당할 뻔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인벤토리에 손을 집어넣었지만 잡히는 건 없었다. 얼굴을 찡그리며 팔을 아래로 강하게 휘둘러 인벤토리를 찢듯 꺼버렸다.


아마 증명을 해야만 하는 듯했다. 전대 하왕의 성지로 들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을.


다음 공격을 대비하려 경직돼 있는 몸이 무색하게 검은 뻔뻔하게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황당함이 어린 눈으로 검을 좇았지만 하셀은 뭘 보냐는 눈으로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들어가라."



이럴 거면 검은 왜 뽑은 거냐 한 소리 하고 싶었으나 안에서 나오는 하펠의 파괴적인 격 앞에 고개를 끄덕이고 둘을 지나 먼저 둥지 안으로 들어갔다.


최선의 기척이 멀어지자 하엘이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며 하셀에게 물었다.



"놈이 과연 받아들일까?"


"잘도 그러겠군."


"녀석들에게 부족한 건 자금이나 건물 따위가 아니야. 인력이다. 별자리에 앉아 있다면 지금의 숫자로도 괜찮겠지만, 최상위에도 앉지 못한 녀석들 만으로는 부족해."



하셀이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자들의 주적은 바로 '칠가문'. 아니, 이젠 '육가문'이 되어버린 최강의 가문들.


그들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절대적인 수에서 나오는 강함이다. 수만 명의 용병 기사들과 초엘리트 코스를 밟고 자라난 가문의 아이들.


앞으로는 고작 여덟 명이서 압도적인 수의 적들과 싸워야만 한다. 슈릴레인의 비호를 벗어나 밖으로 나간다는 건 그런 의미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서겠다는 의지는 칭찬할 만한 게 아니야. 멍청한 거지."


"슈릴레인을 벗어난 순간부터 우린 녀석들에게 손댈 권한이 없으니."


"최선이 사신으로부터 슈릴레인을 지켜냈다는 얘기는 이미 아틀라스 전역으로 퍼졌다. 여길 벗어나면 놈을 포섭하려는 놈들과 죽이려는 놈들이 바로 달라붙을 게 분명하지."


"··· 이젠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깨달았으면 하지만."



하엘은 더 말해 뭐 하냐며 손을 휘저었다.


현자란 이름이 갖는 값은 칠가문과 가문에 대적하는 자들 말고는 알지 못한다. 희귀하고 강인한 특성을 갖고 있는 자들이야 널렸고, 개중 현자의 특성은 상급 특성이지 최상급은 결코 되지 못한다.


현자의 값은 결국 '열쇠'로서 오는 효용가치가 크다. 그 외에는 사실 거추장스러운 포장지일 뿐.


그러니 칠가문과 연관되어 있는 자들이 보기에 최선은 상위랭커의 힘으로 소문이 자자한 '혁안의 사신'을 막아낸 슈퍼 루키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세상의 판단은 둘로 나눠졌다.


'사신이 사실 그리 강한 자가 아니었다'와 '오랜만에 새로운 초신성이 나타났다'로 갈렸다.


그동안의 사신의 행보를 아는 자들은 후자로, 이름만 간간이 들었던 자들은 전자로.


그리고 지금도 슈릴레인의 밖에서 언젠가 밖으로 나올 최선 일행을 살해 혹은 포섭하려는 이들이 눈치 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그중에는 당연히 칠가문에서 온 자들도 많았다.


'숲'과 '팔왕의 본거지'라는 특성 때문에 들어오진 못하고 근처에서 눈치만 살살 살피고 있는 꼴이 숲 안에서 볼 땐 우습기 짝이 없었다.


둥지 안으로 들어온 최선은 적당한 속도로 일직선상에 놓인 '본질을 비추는 문'으로 다가갔다.


문 앞에 다다를 때까지도 하펠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엘의 말대로 가까이 오니 위에 있는 뿌리로 된 창살 너머의 안쪽에서 하펠의 마력이 느껴지기는 했다.


최선은 부동자세를 유지하고 뿌리를 바라보며 하펠이 나오길 기다렸다.


1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록 하펠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혹시 문제가 생긴가 아닌가 싶던 그때. 하펠의 마력이 조금 가까워졌다.


그녀의 바로 뿌리의 앞까지 나온 듯 짙고 중후한 마력이 대기를 짓눌렀다. 절로 인상이 써지는 밀도의 마력에 최선도 약하게 불꽃을 일으켜 얇은 장막을 만들어 둘렀다.



"윽···."



뒤에서 들리는 신음소리에 돌아보자 카트리가 인상을 쓰며 최선을 어리둥절한 얼굴로 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뒤로는 연희와 서율, 어째 한 번을 보이지 않던 민주희까지 모두가 뒤를 따라 인상을 쓰며 걸어왔다.


복장은 모두 각자 평소 즐겨 입던 스타일로 입고 왔다.


카트리는 베이지색 카디건에 흰색 반바지를, 연희는 널찍한 베이지색 카라가 포인트로 된 남색 원피스를, 서율은 푸른색 후드집업에 검은색 반바지를, 민주희는 백색 정장 차림이었다.


굳이 인사를 나눌 필요도, 안부를 물을 필요 없이 네 명의 최선의 양옆으로 나열했다.


모두가 모이자 하펠의 마력이 더욱 짙어졌고, 최선은 심호흡을 하고 뿌리를 바라보며 여덟 마리의 왕 중 막내 왕을 불렀다.



"하왕 하펠이시여. 부름에 답하여 모두가 모였습니다."


"최선, 연희, 민주희, 리버 카트리, 서율."



쩌저적-


한 명씩 이름을 호명할 때마다 뿌리가 좌우로 기적을 연상케 하며 갈라졌다.


새까만 뿌리 안에서 밝은 태양처럼 타오르는 불꽃을 온몸에 두른 여인, '하 슈릴레인'의 새로운 '하왕(霞王) 하펠'이 고귀한 자태를 드러냈다.



"반갑다. 숲의 영웅들이여."



분노한 듯 무기질적인 시선이 아래 있는 다섯 명의 어린 현자들에게 꽂혔다. 최선은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에 이를 악물었다.


시선만으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괴물. 그동안 꽁꽁 감춰온 뒷면을 드러낸 하펠이 격을 방출했다.



['하펠'이 [격[格](Lv325)]을 드러냅니다.]

['최선'이 [신격[神格](Lv191)]을 방출합니다.]


한계를 넘어선 격이 고개를 들이밀자 리더 격인 최선이 성치 않은 영혼으로 신격을 방출했다.


잔잔한 물결과도 같이 퍼지는 격을 막기 위해 대포를 발사하는 대치 상황이 지속되었고, 하펠이 조금 더 앞으로 나와 절벽의 끝에 걸쳐 고개를 아래로 숙여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면서도 정말 너무 무서웠다.



"환영한다. 하왕의 둥지의 온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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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3부 122화) Episode45. 최강의 조력자(6) 24.04.24 9 1 15쪽
307 3부 122화) Episode45. 최강의 조력자(5) 24.04.22 12 2 15쪽
306 3부 121화) Episode45. 최강의 조력자(4) 24.04.20 13 2 15쪽
305 3부 120화) Episode45. 최강의 조력자(3) 24.04.19 14 2 15쪽
304 3부 119화) Episode45. 최강의 조력자(2) 24.04.17 18 2 14쪽
303 3부 118화) Episode45. 최강의 조력자(1) 24.04.15 16 2 15쪽
302 3부 117화) Episode44. 다가온 죽음(8) [完] 24.04.13 16 2 14쪽
301 3부 116화) Episode44. 다가온 죽음(7) 24.04.12 14 2 15쪽
300 3부 115화) Episode44. 다가온 죽음(6) 24.04.11 17 2 14쪽
299 3부 114화) Episode44. 다가온 죽음(5) 24.04.08 20 2 14쪽
298 3부 113화) Episode44. 다가온 죽음(4) 24.04.07 21 2 15쪽
297 3부 112화) Episode44. 다가온 죽음(3) 24.04.06 17 2 14쪽
296 3부 111화) Episode44. 다가온 죽음(2) 24.04.03 14 2 14쪽
295 3부 110화) Episode44. 다가온 죽음(1) 24.04.01 17 2 13쪽
294 3부 109화) Episode43. 폭풍 후 맑음(10) [完] 24.03.30 16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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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 3부 106화) Episode43. 폭풍 후 맑음(7) 24.03.23 17 2 13쪽
290 3부 105화) Episode43. 폭풍 후 맑음(6) 24.03.21 18 2 13쪽
289 3부 104화) Episode43. 폭풍 후 맑음(5) 24.03.18 15 2 13쪽
288 3부 103화) Episode43. 폭풍 후 맑음(4) 24.03.16 1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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