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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칼란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depriver
작품등록일 :
2021.10.12 00:11
최근연재일 :
2021.11.08 17: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318
추천수 :
24
글자수 :
228,594

작성
21.11.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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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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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EP. 2> 2 - 7

DUMMY

주 소령이 주변을 돌며 바닥을 헤집었다.


잔해를 떠들어보면 어김없이 잔잔의 유골이 나왔다.


이 교수가 말했다.


“배랑 함께 가라앉은 겁니다.”


영상을 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저 해역에 집중적으로 침몰한 배들······.


승선한 채 물속에 가라앉은 잔잔들······.


이 해역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잔잔의 눈으로 보아야 하느니라.’


최면 상태에서 오화가 한 말이었다.


잔잔들은 거인들의 물체를 볼 수 있다.


저 암초 지대에 무언가 있다면, 잔잔들은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잔잔들은, 잔잔의 배는 침몰하고 말았다.


나는 오화의 또 다른 발언을 떠올렸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잔잔이 필요할 것이다.’


오화의 말을 풀이해보면 다음과 같다.


암초 지대로 들어가는 입구는 잔잔의 눈으로 보아야 보인다.


그러나 그곳으로 진입하려면 수없이 많은 잔잔이 필요하다.


왜 수없이 많은 잔잔이 필요할까······?


무언가 암초 지대로의 진입을 저지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잔잔들이 내부로 들어오는 걸 막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입구를 막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것’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 수없이 많은 잔잔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저 ‘이상한 파도’는 아니다.


수없이 많은 잔잔이라 해도 저 이상한 파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을 테니까.


나는 40년 전, 그날을 떠올렸다.


아버지와 대화하던 둘째의 표정.


‘다 출발했다. 우리만 남았다.’


‘같이 가자······.’


그렇게 말하는 둘째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그리운 고향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속 고향을 그리워하며 여정을 떠나는 표정이었다.


어떤 운명이 자신들을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 잔잔들은 벅찬 기대를 안고 배에 올랐던 것일까······.



잔해의 언덕이 암초 지대 쪽으로 내리막을 이루기 시작됐다.


해초 군락의 종이 바뀌어 갔다.


잔해 언덕의 전면부는 산호초와 녹조류가 주종을 이루었는데 언덕의 뒤쪽은 다시마 같은 갈조류가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주 소령이 갈조류 숲을 헤치며 언덕을 내려갔다.


갈조류는 크기도 대단해서 어떤 것은 키가 수십 미터에 달했다.


영상 속 주 소령의 모습이 바닷속 밀림을 헤집고 다니는 것 같았다.


갈조류의 숲 사이를 걸어가던 주 소령이 카메라를 향해 돌아섰다.


주 소령이 손으로 주변을 가리켰다.


우리에게 무언가 설명하려는 것 같았다.


갈조류들이 한 방향으로 누워 물살에 흔들리고 있었다.


정 소령이 말했다.


“해류가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언덕의 아래에 가까워질수록 물살이 빨라졌다.


갈조류들이 춤을 추듯 흔들리는 모습이 물속 괴물들이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갈조류의 숲이 끝나는 곳에 깎아지른 듯한 바위벽이 나왔다.


바위벽은 수직으로 솟아 암초 지대와 연결되고 있었다.


정 소령이 말했다.


“이상합니다. 해류가 여전히 바위벽 쪽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 교수가 말했다.


“해류가 마치······ 바위벽 내부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그때, 카메라맨의 영상이 잠깐 흔들리는가 싶더니 빠른 속도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카메라맨의 물갈퀴가 영상에 잡혔다.


이 교수가 소리쳤다.


“카메라맨이 무언가에 끌려가고 있어!”


마틴이 수병에게 말했다.


“Get him up!”


잠수부들 몸에는 위급할 때 끌어올리려고 밧줄을 묶어 뒀다.


수병이 모터의 버튼을 누르자 밧줄이 감기기 시작했다.


수병이 말했다.


“밧줄이 안 감깁니다. 뭔가에 끼었습니다.”


카메라맨의 발갈퀴가 발버둥쳤다.


갈조류 숲이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다.


수병이 말했다.


“카메라가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수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호위함으로부터 100여 미터 전방에 물기둥이 솟으며 카메라맨이 수면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두 번째 물기둥이 솟았다.


주 소령이었다.


마틴이 소리쳤다.


“밧줄 감아!”


모터가 다시 밧줄을 감기 시작했다.


카메라맨과 주 소령이 수면에 뜬 채 호위함으로 질질 끌려왔다.



그때 함선의 스피커가 울렸다.


<모두 함내로 피신하라! 모두 함내로 피신하라!>


호위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 소령이 소리쳤다


“뭐야. 배를 멈춰! 잠수부들이 물에 있잖아!”


마틴이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God······."


호위함 고물에서 삼사백여 미터 후방, 바다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스피커가 연이어 울렸다.


<함내로 피신하라! 함내로 피신하라!>


수병들이 함으로 달렸다.


마틴도, 잭도, 최 부장과 동료들도 우르르 함으로 뛰었다.


그들을 따라가려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조 소령과 정 소령.


두 소령이 굳은 표정으로 동료들을 바라봤다.


그 표정을 어디서 본 것 같았다.


두 젊은 장교의 표정에서 나는 그들의 무모한 계획을 읽었다. 그들은 몸을 피할 의사가 없었다.


수병들은 도망쳤어도 모터는 여전히 밧줄을 감고 있었다.


주 소령과 카메라맨이 등을 보인 채 호위함으로 끌려오고 있었다.


둘의 앞쪽 바다가 일어서고 있었다.


생전 처음, 나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것 앞에서 공포를 맛봤다.


검은 너울이 살아 있는 벽처럼 좌우로 몸을 펼친 채 두 잠수부를 내려다봤다.


정 소령과 조 소령이 나를 헬기 밑으로 끌어당겼다.


주 수령과 카메라맨이 검은 너울을 타고 올라갔다.


우리 머리 위에서, 주 소령과 카메라맨이 우리를 내려다봤다.


정 소령이 소리쳤다.


“꽉 잡아!”


검은 물이 갑판 위로 무너져내렸다.


쾅!


배가 부서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무언가 내 몸을 쓸어갔다.


물속에서 내 몸이 뒤집히고 접히고 회전했다.


묵직한 수압이 고막을 짓눌러왔다.


눈을 떠보니 온통 흰 거품이었다.


거품이 사그라들자 짙푸른 공간이 펼쳐졌다.


발 아래로 헬기가 굉음을 내며 가라앉고 있었다.


멀리서 생소한 소리가 들려왔다.


쉭 쉭 쉭 쉭······.


호위함 프로펠러 소리였다.



구명조끼가 내 몸을 수면 위로 밀어 올렸다.


나는 물을 뱉어내고 숨을 들이마셨다.


정 소령과 조 소령이 눈에 들어왔다.


정 소령은 의식을 잃은 주 소령을 끌어안고, 조 소령은 주 소령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있었다.


카메라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수면 끝에서 또 하나의 너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너울은 소리도 없이 은밀하게, 그러나 소름 끼치도록 우아하게 다가왔다.


너울이 우리 몸을 떠받쳐 올렸다.


오금이 저렸다.


내 발밑에서 호위함이 연기를 내뿜으며 달아나고 있었다.


너울의 꼭대기에서 우리는 자유낙하 했다.


우리를 지나쳐간 너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그 거대한 규모에 다시 한 번 전율했다.


호위함이 너울을 피해 좌측으로 기동했다.


호위함이 뒤집힐 만큼 기울었다.


그러나 호위함은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나 균형을 잡았다.


너울은 더는 밀려오지 않았다.



주 소령은 의식을 잃은 채 물결에 둥둥 떠다녔다.


내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듯 덜덜 떨려왔다.


정 소령이 내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김 여사님. 구조대가 올 겁니다.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나는 정 소령에게 무섭지 않다고, 그리고 두 소령에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주 소령을 살려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위 때문에 턱이 떨려 제대로 발음할 수 없었다.



보트가 다가왔다.


구조대 수병들이 우리를 보트로 끌어 올렸다.


축 늘어진 몸으로 보트에 끌어올려지는 주 소령을 보니 울컥했다.


사람들의 죽음을, 특히 젊은 사람들이 눈을 감은 모습을, 나는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보트 안쪽에 카메라맨이 누워 있었다.


그도 숨이 붙어 있었다.


천만다행이었다.



호위함은 암초 지대에서 5마일 뒤로 물러났다.


호위함은 작전 불능 상태가 됐다. 선체와 장비에 큰 피해를 입었고 부상자도 나왔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는 소중한 헬기를 잃은 것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탐사대는 선실에 모였다.


주 소령은 의무실에서 회복 중이라고 했다.


무거운 얼굴로 최 부장이 말했다.


“동료들이 주 소령을 살렸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을 칭찬할 수 없습니다······.”


정 소령과 조 소령이 고개를 떨궜다.


최 부장이 말을 이었다.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잘들 아실 겁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특히!”


최 부장 시선이 나를 향했다.


최 부장이 그렇게 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김 여사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신 겁니까. 작전을 망치고 싶습니까?”


나는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동료들이 밖에 있는데 어떻게······.”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토록 위험한 상황에 몸을 맡기다니. 무책임한 짓입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최 부장을 외면했다.


이 친구야······. 알았으니 그만해······.


이 교수가 최 부장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이제 회의 진행하시죠.”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최 부장이 말했다.


“함장이 열받았습니다. 암초 지대를 공격하겠답니다.”


강 소령이 말했다.


“공격하다뇨? 무엇을 말입니까? 어디를 말입니까?”


최 부장 : 그들도 알고 있습니다. 암초 지대에 뭔가 있다는 것을. 포를 쏘면 반응이 올 거라고 합니다.”


내가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나는 최 부장에게 말했다.


“다시 생각해야 해요. 거인들은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어요. 암초 지대에 접근하지 말라고. 우리가 말을 안 들으니 힘으로 밀어낸 거에요.”


이 교수 : 시간이 걸리더라도 무력 사용은 자제해야 합니다. 그들이 바다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걸 보십시오. 호위함이 침몰하지 않은 것도 그들이 봐줘섭니다.


정 소령 : 그렇습니다. 이런 와중에 우리 쪽에서 선제공격하면······.


최 부장 : 나도 마틴에게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섣부른 행동을 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이 소령 : 마틴은 뭐라고 합니까?


최 부장 : 마틴 성질 잘 아시잖아요.


이 소령 : 개같은······.


최 부장 : 군수지원함을 호출했습니다. 지원함이 오면 배를 수리할 겁니다. 수리가 끝날 때까지 작전은 연깁니다.



그날 날이 저물 무렵, 군수지원함이 왔다.


밤새 호위함 수리가 이뤄졌다.


헬기도 새로 배치됐다.


다음날 오전, 주 소령이 깨어났다.


우리는 두 사람씩 짝지어 의무실을 찾았다.


주 소령은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카메라맨에 비하면 그만하기를 다행이었다.


카메라맨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척추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최 부장이 주 소령에게 군수지원함 편으로 귀국할 것을 종용했다.


주 소령은 거부했다.


"칼란들의 실체를 눈으로 직접 보고 싶습니다."


사고를 당하고도 주눅 들지 않는 그가 기특했다.



그날, 그리고 다음 날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바다는 잔잔했고 하늘은 맑았다.


호위함 수리 작업은 계속됐다.


탐사대 동료들이 호위함 고물에서 낚시를 했다.


조 소령과 강 소령이 황금빛 다랑어를 낚아 올렸다.


정 소령이 즉석에서 다랑어를 회로 떴다.


주 소령 가방에서는 초고추장과 와사비가 나왔다.

(기특한 친구 같으니라고······.)


우리는 함장과 수병들을 불러 한국식 회 파티를 열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선상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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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P. 2> 2 - 6 21.11.04 43 0 12쪽
39 <EP. 2> 2 - 5 21.11.01 45 0 11쪽
38 <EP. 2> 2 - 4 21.10.29 45 0 11쪽
37 <EP. 2> 2 - 3 21.10.28 50 0 12쪽
36 <EP. 2> 2 - 2 21.10.27 52 0 11쪽
35 <EP. 2> 2 - 1 21.10.26 53 0 11쪽
34 <EP. 2> 1 - 6 21.10.25 53 0 12쪽
33 <EP. 2> 1 - 5 21.10.21 51 0 13쪽
32 <EP. 2> 1 - 4 21.10.20 55 0 12쪽
31 <EP. 2> 1 - 3 +2 21.10.19 58 0 12쪽
30 <EP. 2> 1 - 2 21.10.18 53 0 11쪽
29 <EP. 2> 1 - 1 +2 21.10.15 67 0 11쪽
28 <EP. 1> 5 - 7 +2 21.10.14 80 1 12쪽
27 <EP. 1> 5 - 6 +2 21.10.14 75 1 12쪽
26 <EP. 1> 5 - 5 21.10.13 66 1 15쪽
25 <EP. 1> 5 - 4 21.10.13 68 1 15쪽
24 <EP. 1> 5 - 3 21.10.12 70 1 14쪽
23 <EP. 1> 5 - 2 21.10.12 73 1 11쪽
22 <EP. 1> 5 - 1 21.10.12 66 1 11쪽
21 <EP. 1> 4 - 7 21.10.12 64 1 13쪽
20 <EP. 1> 4 - 6 21.10.12 64 1 12쪽
19 <EP. 1> 4 - 5 21.10.12 65 1 11쪽
18 <EP. 1> 4 - 4 21.10.12 68 1 12쪽
17 <EP. 1> 4 - 3 21.10.12 64 1 11쪽
16 <EP. 1> 4 - 2 21.10.12 69 1 11쪽
15 <EP. 1> 4 - 1 21.10.12 66 1 15쪽
14 <EP. 1> 3 - 6 21.10.12 65 1 16쪽
13 <EP. 1> 3 - 5 21.10.12 6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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