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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칼란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depriver
작품등록일 :
2021.10.12 00:11
최근연재일 :
2021.11.08 17: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307
추천수 :
24
글자수 :
228,594

작성
21.10.2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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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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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EP. 2> 2 - 2

DUMMY

곁에서 지켜보던 마틴이 무전기를 잡았다.


마틴이 무전기에 대고 뭐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생긴 것하곤 달리 마틴은 성격이 불같았다.


이 교수가 통역했다.


“이미 협의했는데 뭐 하는 거냐고 따지고 있습니다. 작전을 방해하면 정부 차원에서 항의할 거라고 합니다.”



잠시 무전이 끊겼다.


일본 수병들은 여전히 우리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정 소령이 일본 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원숭이 새끼들······.”



일본 군함에서 무전이 왔다.


이 교수 : 목적지까지 호위하겠답니다.


나 : 친절한 사람들이네?


이 교수 : 친절한 게 아니죠. 우리를 따라다니겠다, 감시하겠다, 그거죠.



마틴과 잭이 우리 측 삼인방(최 부장, 이 소령, 이 교수)과 대책을 논의했다.


함장도 논의에 참여했다.


그들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드리웠다.


꼭 말썽을 피우려는 악동들 같았다.



잭이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이 교수 : 일본 군함 요구대로 하겠답니다. 앞장설 테니 따라오랍니다.


함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모든 수병은 즉시 갑판에서 철수하라.”


이 교수가 내게 말했다.


“거기 앞에 있는 기둥을 잡아요.”


나는 벽에 기대 서서 쇠기둥을 잡았다.



고속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 군함이 우리 배를 따라 천천히 선회했다.


함장이 명령했다.


“엔진 풀 가동! 최대 속력!”


그제야 나는 악동들의 뜻을 알아차렸다.


엔진 소리가 급증하며 고물에서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치솟았다.


이물에 부딪힌 파도가 양현으로 솟구쳤다.


배가 바다를 반으로 가르며 질주하는 것 같았다.


잭이 함성을 질렀다.


“달려라!”


사람들이 박장대소했다.



일본 군함은 아직도 선회 중이었다.


일본 배와 우리 배의 간격이 멀어져갔다.


일본 군함에서 무전이 왔다.


이 교수가 통역했다.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묻습니다.”


잭이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일본말로 교신하던 사람이 갑자기 영어를 썼다.


“What's wrong you guys? speed up!”



일본 함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교수 :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본부에 정식으로 항의하겠답니다. 구축함을 부르겠답니다.


잭이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Ah······ destroyer is good.”


마틴이 잭의 어깨를 치며 껄껄 웃어댔다.


정말······.


국가 간에 이래도 되는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머지않아 일본 군함은 우리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


밤 9시.


조양항을 떠난 지 이틀이 지났다.


그 시간까지 나는 멀미라는, 육상 동물이 바다에 내던져져 겪는 고약한 증상에서 막 벗어나는 중이었다.


배는 아카라지마 항의 불빛이 몽환처럼 일렁이는 바다 위에 멈췄다.


잭과 마틴이 위성폰을 들고 선실을 나갔다.


그들을 따라 우리도 갑판으로 올라갔다.



작은 어선 한 척이 라이트를 켜고 항구를 빠져나오는 게 보였다.


어선은 곧장 우리 배의 고물로 접근해 왔다.


잭과 마틴 그리고 우리 측 삼인방이 어선에 옮겨탔다.


어선은 빠른 속도로 자신의 작은 둥지로 되돌아갔다.


남은 사람들은 선실로 돌아와 일부는 대화를 나누고 일부는 눈을 붙였다.


멀미 때문에 힘들었던 나는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다.



“김 여사님······.”


이 소령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섬에 갔던 삼인방이 돌아와 있었다.


우리는 침상에 걸터앉아 최 부장 브리핑을 들었다.



피곤한 얼굴로 최 부장이 말했다.


“섬사람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거인의 존재를 안다는 사람들을요.”


모두 눈이 동그래졌다.


거인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


저 섬에 거인이 산다는 말인가?


우리는 목을 쭉 빼고 최 부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지쳐 보였지만, 최 부장은 특유의 또렷한 발음으로 말을 이어갔다.


“이 섬에 사람이 정착한 건 삼백 년이 안 됐다고 합니다. 섬에 도착한 사람들이 처음 발견한 게 거인들의 발자국이었다는군요.”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최 부장이 계속했다.


“거인을 직접 본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른 어떤 존재가 섬에, 자신들 곁에 존재하는 걸 느꼈답니다.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날이 갈수록 그들이 자신들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는군요. 그렇게 오랜 세월, 섬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와 공생하며 살아왔답니다.”



조 소령이 나지막이 물었다.


"지금도······ 느끼고 있답니까?"


최 부장 : 지금은 사라졌답니다.


조 소령 : 사라졌다는 말씀은 거인들이 사라졌다는 말씀입니까, 느낌이 사라졌다는 말씀입니까?


최 부장 : 거인들이 사라졌다는 말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탄식이 새 나왔다.



최 부장이 나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일부 노인들은 그 느낌을 아직 기억하더군요.”


조 소령이 재촉하듯 물었다.


“궁금합니다.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최 부장이 천정의 백열등을 쳐다보며 말했다.


“노인들이 기억하기를,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속에 고요함······ 평온함······. 뭐랄까······, 안정감 혹은 신뢰감 같은 것이 깃들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가 바로 거인들이 곁에 와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최 부장이 내 눈을 들여다봤다.


내 동의를 구하는 것 같았다.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나는 짐작이 갔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종종 느끼던 감정들이었다.


내가 말했다.


“거인들은 틀림없이 섬에 존재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소중한······, 이토록 아름다운 감정이었던 것을······.


이 교수가 말없이 내 어깨들 쓸어줬다.


눈물을 훔치며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최 부장 뒤를 이어 이 교수가 브리핑을 이어갔다.


“이제 섬에 거인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거인 이야기를 마을에 전해오는 미신이나 전설 정도로 여기더군요.”


이 소령이 부연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신할머니나 신령님? 그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이 교수 : 섬에는 거인들을 기리는 사당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이 교수가 자신의 핸드폰을 내보였다.



아담한 규모의 사당이었다.


낮은 목책으로 에두른, 넓지 않은 공간에 커다란 돌비석과 조그만 목재 건물이 들어선 게 전부였다.


돌비석엔 음각한 한자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기와로 지붕을 덮은 붉은색 목재 건물은 전형적인 일본식 사당으로,


주변에 꽃이 피어 있는 등 깨끗이 관리되고 있었다.



사당 내부에 초상화 한 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비스듬히 몸을 틀고 서서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에 일본식 관을 쓰고, 도복을 입고, 턱수염을 기르고, 눈꼬리가 위로 올라간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중세 일본 도인의 모습이었다.



그림의 배경이 멋들어졌다.


파도치는 해안에 붉은색 바위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졌는데 바위기둥 하나가 높이 솟아 있었다.


바위기둥 꼭대기에 달 혹은 별 같은 물체가 그려져 있고 그 물체에서 찬란한 빛줄기가 뻗어 나왔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빛줄기가 향하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중요한 이야기는 지금부터에요.”


이 교수가 카메라를 집어넣으며 말을 이었다.


“섬 반대편, 그러니까 우리나라 쪽 해안에 붉은빛을 띤 바위 절벽이 펼쳐져 있어요. 아까 사진에서 봤던 그 절벽이죠.


그중 바위 하나가 높이 솟아 있는데 꼭대기가 반질반질하게 연마돼 있습니다. 거울처럼. ”


공군 강 소령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거울은 빛을 반사하죠······.”



이 교수가 말했다.


“바위 즉, 거울의 각도가 150도 정도 틀어져 있습니다. 만약, 만약, 투구의 빛이 바위벽에 미쳤다면······ 빛은 큰 바다, 태평양을 향하게 됩니다······.”


모두 동료들 얼굴을 돌아봤다.


잘은 몰라도, 우리 임무가 지금까지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교수가 두 손을 깍지끼며 말을 이었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가장 중요한 정보가 남아 있습니다.”


모두 숨을 죽였다.


“여기서 700킬로 정도 가면 암초들로 이루어진 바다가 있답니다. 사람들이 그곳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


“······.”


“다이진우미.”


강 소령 : 거인의 바다······.


마른침이 삼켜졌다.


조 소령 손이 다시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밝았다.


그가 나 못지않게 거인족과의 조우를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최 부장이 말했다.


“그곳으로 갈 겁니다. 지금이······.”


최 부장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4시 40분입니다. 6시 정각에 배가 움직일 겁니다.”



삼인방은 침상에 눕고 나머지는 자리에 남아 토론을 이어갔다.


모두 궁금해하는 건, 마봉산 해안가에 출몰한 거인들의 배가 어디서 출발했느냐는 점이었다.


이 섬에서 마봉산 해안까지 거리만 670킬로에 달했다.


이 교수가 언급한 ‘거인의 바다’까지 더하면 편도 1,400킬로에 이르는 막대한 여정이 된다.


거인의 바다에 거인들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아카라 섬이든 거인의 바다든, 삼단노선을 끌고 올 만큼 만만한 거리는 절대 아니었다.


강 소령이 농담조로 말했다.


“삼단노선에 로켓엔진이라도 단 모양이죠.”


정 소령이 말했다.


“로켓엔진을 달아도 안 될 겁니다. 물은 마찰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데 거인들은 왜 아카라 섬을 떠났을까.


청동 목걸이의 여자가 존재했던 시기를 고려하면, 거인들이 마봉산을 떠난 시기는 대략 삼천육칠백 년 전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섬 저 섬 거쳐왔는지, 단숨에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이곳 아카라 섬에 도착했고 오랜 세월을 머물렀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오륙십여 년 전, 그들은 홀연히 이 섬을 떠나고 말았다.


그때 이곳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정 소령이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요? 생각할 것도 없죠. 태평양전쟁이 있었잖아요.”


아아······. 전쟁!


또 전쟁!


또 한 번의 전쟁이 그들을 인간들로부터 도망치게 한 것인가.



침상에 누워 있던 이 교수가 고개를 들었다.


“거인들은 그때 떠난 게 아닐 수도 있어요.”


정 소령이 말했다.


“섬 노인들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 교수 : 청동 목걸이 여자가 한 말을 생각해봐요. 여자는 거인들이 동쪽 끝 섬에서 큰 바다로 사라졌다고 했어요.


정 소령 : 거인들이 섬을 떠난 걸 여자가 알고 있었다는 말씀입니까?


이 교수 : 그래요.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청동 목걸이 여자가 언제 적 여자입니까? 지금으로부터 삼천칠백 년 전 인물이에요.”


정 소령이 물었다.


“그 말씀은?”


이 교수 : 거인들은 그때 이미 큰 바다로 나갔다는 뜻이죠.


정 소령 : 큰 바다란······ 태평양을 말하는 거겠죠?


강 소령 : 그럼 이 섬은 뭡니까. 전초기지? 그런 곳이었을까요?



이 교수가 천정을 보고 누우며 말했다.


"전초기지라······. 강 소령님 말씀대로 이곳이 전초기지 혹은 그 비슷한 장소였다면······ 그다음은 현역 장교인 여러분이 더 잘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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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P. 2> 2 - 6 21.11.04 43 0 12쪽
39 <EP. 2> 2 - 5 21.11.01 45 0 11쪽
38 <EP. 2> 2 - 4 21.10.29 44 0 11쪽
37 <EP. 2> 2 - 3 21.10.28 50 0 12쪽
» <EP. 2> 2 - 2 21.10.27 52 0 11쪽
35 <EP. 2> 2 - 1 21.10.26 53 0 11쪽
34 <EP. 2> 1 - 6 21.10.25 52 0 12쪽
33 <EP. 2> 1 - 5 21.10.21 51 0 13쪽
32 <EP. 2> 1 - 4 21.10.20 54 0 12쪽
31 <EP. 2> 1 - 3 +2 21.10.19 58 0 12쪽
30 <EP. 2> 1 - 2 21.10.18 53 0 11쪽
29 <EP. 2> 1 - 1 +2 21.10.15 67 0 11쪽
28 <EP. 1> 5 - 7 +2 21.10.14 79 1 12쪽
27 <EP. 1> 5 - 6 +2 21.10.14 75 1 12쪽
26 <EP. 1> 5 - 5 21.10.13 66 1 15쪽
25 <EP. 1> 5 - 4 21.10.13 67 1 15쪽
24 <EP. 1> 5 - 3 21.10.12 70 1 14쪽
23 <EP. 1> 5 - 2 21.10.12 73 1 11쪽
22 <EP. 1> 5 - 1 21.10.12 66 1 11쪽
21 <EP. 1> 4 - 7 21.10.12 64 1 13쪽
20 <EP. 1> 4 - 6 21.10.12 63 1 12쪽
19 <EP. 1> 4 - 5 21.10.12 64 1 11쪽
18 <EP. 1> 4 - 4 21.10.12 68 1 12쪽
17 <EP. 1> 4 - 3 21.10.12 64 1 11쪽
16 <EP. 1> 4 - 2 21.10.12 68 1 11쪽
15 <EP. 1> 4 - 1 21.10.12 66 1 15쪽
14 <EP. 1> 3 - 6 21.10.12 65 1 16쪽
13 <EP. 1> 3 - 5 21.10.12 6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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