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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칼란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depriver
작품등록일 :
2021.10.12 00:11
최근연재일 :
2021.11.08 17: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309
추천수 :
24
글자수 :
228,594

작성
21.10.25 12:30
조회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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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EP. 2> 1 - 6

DUMMY

최면술사 얼굴에 곤혹스러운 표정이 드리웠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음이 분명했다.


어머니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우레처럼 맴돌았다.


<말하라!>


이 교수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수그렸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 누군가 계속 윽박질렀다.


‘복종하라!’


‘실토하라!’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나는 알고 있었다.


목소리에 복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목소리에 복종하는 순간, 나는 자신을 잃을 것이었다.



어머니가 한 손을 들어 최면술사에게 향했다.


<말하라!>


“아아······.”



최면술사가 바닥으로 무너져갔다.


최 부장이 누군가를 소리쳐 불렀다.


최면술사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짚었다.


최면술사가 흐느끼듯 말했다.


“저는, 저는 당신에게 복종, 복종······”



방문이 열리고 검은 양복 남자들이 뛰어 들어왔다.


어머니가 손을 내민 채 그들을 향해 홱, 돌아섰다.


검은 양복 남자가 어머니 팔을 뒤로 꺾었다.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괴성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마--!>


검은 양복 남자가 나무 기둥처럼 쓰러지는 동안 다른 동료가 어머니 몸에 주삿바늘을 찔렀다.



***


어머니가 잠든 지 여섯 시간이 지났다.


사병이 내게 최 부장의 호출을 알렸다.


회의실엔 이 교수를 포함한, 이제는 낯익은 세 명의 얼굴이 최 부장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책상에 서류를 내려놓으며 최 부장이 말했다.


“빛이 어디를 향하는지 밝혀냈습니다.”


기대 반 우려 반 얼굴로 이 소령이 물었다.


“설마 거인들이 떠난 곳을······?”


최 부장 : 탐사선이 빛을 추적했습니다.


이 소령 : 찾았습니까?


최 부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 소령 : 거기가 어딥니까?


최 부장 : 일본. 아카라지마 섬.


모두 의아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일본이라니.



이 소령이 물었다.


“거인들이······ 있었습니까?”


최 부장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람 사는 섬입니다. 인구수가 제법 됩니다.”


이 소령 : 빛이 왜 그런 곳에······.


최 부장 : 투구의 빛줄기는 한 방향만 가리켰어요. 배가 흔들리고 방향을 바꿔도 빛은 같은 방향을 유지하더군요.



최 부장이 우리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탐사선은 빛줄기를 따라 항해한 것뿐이에요. 거인들은 자신은 물론 은신처도 숨겼을 테니까, 빛을 따라가다 보면 무언가에 닿겠죠. 가다 보니 그 섬에 닿은 거에요.”


이 소령 : 이상하군요. 거인들 배는 삼단노선이었습니다. 투구가 빛을 쏘고 한 시간 만에 나타났습니다. 가까운 곳이어야 하는데 일본이라니······.



이 교수가 턱수염을 쓸며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방금까지 저도 이 소령님과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 부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앞으론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소령 : 생각을 바꾸다니요?


이 교수 :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버려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우리에겐 먼 거리지만, 거인들에겐 아닐 수도 있습니다.”


최 부장이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침묵을 깨고 최 부장이 입을 열었다.


“탐사팀이 꾸려질 겁니다. 해군에서 함정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 소령 : 무엇을 탐사합니까?


최 부장 : 그 섬을 방문할 겁니다. 거기서부터 하나씩 실마리를 찾아 나설 겁니다.



최 부장의 계획은 무모해 보였다.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어느 세월에 거인을 찾는다는 말인가.


하지만, 내가 나설 자리는 아니었다.


사실, 최 부장이 나를 이 자리에 부른 이유도 궁금할 따름이었다.



최 부장이 말했다.


“여기 계신 분 모두 탐사팀에 합류합니다. 물론 나도 갑니다.”


조 소령이 물었다.


“저도 말입니까?”


최 부장 : 거인과 접촉한 사람, 거인을 연구한 사람, 거인을 키운 사람, 이 일에 관여하는 사람은 모두 갑니다. 탐사는 딱 한 번뿐입니다.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합니다.


최 부장 뜻은 알겠지만, 나는 의아했다.


아이들을 키우긴 했어도 거인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그것도 위험한 뱃길에 따라가다니?


혹시 최 부장은 내가 거인들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최 부장에게 물었다.


“나도 가는 건 아니죠?”


최 부장이 씩 웃으며 말했다.


“김 여사님도 당연히 갑니다. 제 일 순위입니다.”


이해도 안 되고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론 소풍 가는 아이처럼 마음이 들떴다.


거인족을 찾으러 간다!


아이들을 다시 볼 수 있다!



어머니가 떠올랐다.


“우리 엄마는요?”


최 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최 부장 : 어머니가 깨어나면······ 최면을 한 번 더 할 겁니다.


내가 반대한다고 그가 들어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막아야 했다.



나 : 지난번에 봤잖아요. 어머니 속에 누군가 있어요. 다시 시도했다간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최 부장 : 이번에는 안전 조치를 단단히 할 겁니다. 최면술사도 교체했습니다. 국내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전문가를 섭외했습니다.


나 : 거인들이 어디 있는지 어머니는 정말 몰라요. 최면을 건다고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되진 않아요.


최 부장 : 그걸 캐려는 건 아닙니다.


나 : 그런데 왜······.


최 부장 : 어머니 기억 속의 정보를 얻으려는 겁니다. 거인들에 대한 정보가 태부족합니다. 김 여사님도 거인들을 잘 모르시잖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사실, 아이들에 관해서도 나는 제대로 안다고 자신할 수 없었다.


마지막에 와서야 나는 샤말과 노우의 능력을 맛본 정도였다.


그 아이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까지 내게 무얼 숨겨왔는지, 나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나를 위로라도 하듯 최 부장이 말했다


“지금은 거인들에 관한 어떤 정보라도 필요할 때입니다.”



***


어머니가 잠에서 깨어났다.


어머니는 최면 상태에서의 일을 전혀 기억 못 했다.


당신이 최면에 걸렸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듯했다.



어머니의 두 번째 최면은 잘 준비된 방에서 이뤄졌다.


한쪽 벽이 거울로 된, 취조실 같은 방이었다.


거울은 반사유리였고 뒤쪽에 또 하나의 방이 숨어 있었다.


어머니는 거울의 방에, 우리는 거울 뒤쪽 방에 따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최면술사가 왔다.


여자였다.


의외로 아니, 매우 젊었다.


이 소령이 감탄조로 말했다.


"오우, 미인이네요."


최 부장이 말했다.


"실력도 최고라고 들었습니다."


저런 여자가, 다른 직업도 많을 텐데 왜 하필 최면술사가 됐을까, 궁금했다.



최면술사와 어머니가 마주 보고 앉았다.


두 여자가 몇 초간 서로의 눈을 응시했다.


기 싸움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 광경을 보니 곱상한 외모와 달리 최면술사가 강한 내공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최면술사가 가방을 열어 테이블보와 촛대, 양초를 꺼냈다.


테이블에 보가 깔리고 촛불이 밝혀졌다.


최면이 시작됐다.


최면술사의 손놀림은 마술사의 그것과 흡사했다.



확실히 이번 최면술사는 지난번 최면술사보다 노련했다.


어머니는 금방 최면 상태에 들었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 이르자 최면술사가 옷매무새를 고치고 앉았다.


뜻밖에 최면술사가 어머니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어떻게 불러드리길 원하십니까?”



거울의 방에서 나는 모든 소리는 스피커를 통해 우리 방으로 전해오고 있었다.


옷깃 스치는 소리, 작은 숨소리까지 들려왔다.



어머니의 입이 열렸다.


예의 중성적인,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가 새 나왔다.


“······, 대 무녀님이시다······.”


“대 무녀님. 우리는 찾고 있습니다.”


“······, 무엇을 말이냐.”


“큰아이들을 찾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 칼란의 아이들 말이냐?”



이 소령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칼란······? 어디 지명인가?”


이 교수가 말했다.


“거인들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최면술사가 말했다. 그녀는 머리도 잘 돌아갔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다른 큰아이들, 힘센 아이들도 찾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잔잔을 말하느냐?”



어머니 얼굴에 불안한 표정이 드리웠다.


어머니가 물었다.


“잔잔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


최면술사 : 모두 사라졌습니다. 칼란의 아이들도, 잔잔도.


어머니가 괴로운 듯 말했다.


“칼란이 사라진 건 나도 안다.”



최면술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어머니 : 그들은 바다로 갔느니라.


최면술사 : 어째서 바다로 갔습니까?



어머니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최면술사가 다시 물었다.


“대 무녀님. 그들은 무엇 때문에 바다로 갔습니까······.”


조금은 슬픈 표정으로 어머니가 말했다.


“마하······ 마하가 데려갔느니라······. 모두 마하를 따라갔느니라······.”



마하.


나는 그 이름이 푸른 눈의 거인 이름이 아닐까, 생각했다.



최면술사가 물었다.


"마하가 그들을 무엇 때문에 데려갔습니까?"


어머니 얼굴에 애처로운 빛이 드리웠다.


“우리에게서 멀어지려고······. 자신들을 보호하려고······.”



문득, 나는 거인족과 인간 연합군의 싸움이 저 여자로 인한 것임을 직감했다.



최면술사가 나지막한 어조로 물었다.


“대 무녀님. 여쭙겠습니다. 잔잔은 어떻게 태어났습니까?”


어머니가 눈을 들어 최면술사를 바라봤다.


무례한 질문을 한다는, 꾸짖는 표정이었다.


최면술사가 머리를 조아리며 재차 공손히 물었다.


“감히 알고 싶습니다. 잔잔은 어떻게 태어났습니까?”



최 부장과 이 교수가 몸을 주욱 내밀었다.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칼란의 여자들은 놀라운 존재다······.”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두 여자가 서로를 바라봤다.


기 싸움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말했다.


“너는 눈이 살아있구나.”


최면술사가 머리를 조아렸다.


“칼란의 여자들은 신의 그릇을 가지고 있다.”


“잔잔은······ 칼란의 자식입니까?”


어머니 얼굴에 괴로운 표정이 스쳐갔다.


좋지 않은, 떠올리기 싫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최면술사가 얼굴을 찌푸렸다.


“대 무녀님은······, 왜 잔잔을······ 기르셨습니까?”


“칼란을 대적하기 위해서.”


최면술사는 거인들의 행적을 집요하게 물었다.


“칼란은 바다······ 어디로 갔습니까······?”


“반도의 끝에서 바다로 들어갔느니라. 동쪽 끝 섬에서······ 큰 바다로 사라져 버렸느니라.”



이 교수가 말했다.


“반도란 우리나라를 말하는 걸 겁니다.”



최면술사가 물었다.


“칼란이······ 떠난 곳을······ 찾을 수 있습니까······?”



최 부장이 말했다.


“우리가 최면술사 하나는 잘 골랐군.”



어머니가 말했다.


“그들은 인간이 없는 곳을 찾아 떠났느니라.”


“우리가······ 그들을······ 찾을 수 있습니까······?”


“잔잔의 눈으로 보아야 하느니라.”


“잔잔이 있으면······ 찾을 수 있습니까······?”


어머니가 최면술사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녀의 의도를 간파하기라도 한 것처럼.



어머니가 말했다.


“잔잔이 있어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잔잔이 필요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잔잔이 있어야······ 칼란을······ 제압할 수 있습니까······?”


어머니가 머리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잊어서는 안 되느니라. 그들이 신과 같은 존재임을······.”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 얼굴에 슬픈 표정이 스쳐 갔다.


나는 어머니가 아직도 칼란들을, 마하를 잊지 못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최면술사가 다른 질문을 던지려는 순간, 어머니가 손을 내저었다.


“피곤해······. 그만 쉬고 싶어······.”


“예. 쉬십시오······. 눈을 감으십시오······. 제가 손을 어루만지면······ 잠이 드실 겁니다······.”


최면술사가 어머니 손을 어루만지며 소곤거렸다.


어머니 얼굴이 옆으로 떨구어졌다.


최면술사가 거울을, 우리를 쳐다보며 옷매무새를 만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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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P. 2> 2 - 6 21.11.04 43 0 12쪽
39 <EP. 2> 2 - 5 21.11.01 45 0 11쪽
38 <EP. 2> 2 - 4 21.10.29 44 0 11쪽
37 <EP. 2> 2 - 3 21.10.28 50 0 12쪽
36 <EP. 2> 2 - 2 21.10.27 52 0 11쪽
35 <EP. 2> 2 - 1 21.10.26 53 0 11쪽
» <EP. 2> 1 - 6 21.10.25 53 0 12쪽
33 <EP. 2> 1 - 5 21.10.21 51 0 13쪽
32 <EP. 2> 1 - 4 21.10.20 54 0 12쪽
31 <EP. 2> 1 - 3 +2 21.10.19 58 0 12쪽
30 <EP. 2> 1 - 2 21.10.18 53 0 11쪽
29 <EP. 2> 1 - 1 +2 21.10.15 67 0 11쪽
28 <EP. 1> 5 - 7 +2 21.10.14 79 1 12쪽
27 <EP. 1> 5 - 6 +2 21.10.14 75 1 12쪽
26 <EP. 1> 5 - 5 21.10.13 66 1 15쪽
25 <EP. 1> 5 - 4 21.10.13 67 1 15쪽
24 <EP. 1> 5 - 3 21.10.12 70 1 14쪽
23 <EP. 1> 5 - 2 21.10.12 73 1 11쪽
22 <EP. 1> 5 - 1 21.10.12 66 1 11쪽
21 <EP. 1> 4 - 7 21.10.12 64 1 13쪽
20 <EP. 1> 4 - 6 21.10.12 63 1 12쪽
19 <EP. 1> 4 - 5 21.10.12 64 1 11쪽
18 <EP. 1> 4 - 4 21.10.12 68 1 12쪽
17 <EP. 1> 4 - 3 21.10.12 64 1 11쪽
16 <EP. 1> 4 - 2 21.10.12 68 1 11쪽
15 <EP. 1> 4 - 1 21.10.12 66 1 15쪽
14 <EP. 1> 3 - 6 21.10.12 65 1 16쪽
13 <EP. 1> 3 - 5 21.10.12 6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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