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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칼란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depriver
작품등록일 :
2021.10.12 00:11
최근연재일 :
2021.11.08 17:0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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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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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수 :
228,594

작성
21.10.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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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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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EP. 2> 1 - 1

DUMMY

< 1. 미지의 존재들 >


연단 위에 앉아 나는 눈물을 훔쳤다.


이 소령이 내게 물었다. 그답지 않게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이게 끝인가요?”


나는 떨군 머리를 주억거렸다.


이 소령이 재차 물었다.


“거인들이 어디로 갔는지 정말 모른다는 말이죠?”


“몰라요, 정말······. 아이들이 사라진 직후 군인들이 왔어요······. 그들에게 배가 가라앉았다고, 아이들을 구해달라고 애원했어요······.”


별 세 개 단 군인을 바라보며 나는 말했다.


“군인들······ 들은 척도 안 하더군요······.”



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별 세 개 단 군인이 말했다.


“저분들 내보내고 우리끼리 이야기 좀 하지.”


사병들이 다가와 우리 팔을 붙들었다.


그 지긋지긋한 방으로 데려가려는 것이었다.


나는 사병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언제까지 우리를 가둬 놓을 거에요?”


이 소령이 냉소를 띄며 말했다.


“착각하지 말아요. 여기서 나가면 두 사람이 갈 곳은 교도소뿐이에요. 두 사람은 범죄자에요.”



범죄자······.


맞는 말이었다.


우리는 죄인이었다.


아이들을 복제하고, 가두고, 실험하고, 죽게 만들고······.


내가 우리를 용서할 수 없었다.


우리는 사병들에 이끌려 창고 같은 그 방으로 돌아갔다.



이 소령이 우리를 호출한 건 다음 날 오전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또 다른 회의실이었다.


회의실이라기보다는······ 면접실이나 취조실처럼 보였다.


이 소령을 포함한 다섯 명의 남자가 의자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또 무슨 짓을 하려는지 우리는 금방 알아차렸다.


어머니가 사병의 손을 뿌리치며 외쳤다.


“싫어! 또 심문이야. 싫어!”


나도 사병들을 밀치며 따졌다.


“언제까지 이럴 거야. 한 달째야!”


이 소령이 나무랐다.


“무슨 짓이에요! 죄인들이! 얼른 자리에 앉아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나는 계속 소리쳤다.


“그래. 우린 죄인이야. 그러니 감옥에 보내던가, 죽이던가 해. 심문은 그만 받을 거야!”



“잠깐만요.”



나지막한 목소리로 누군가 말했다.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맨 남자였다.


“김지선씨. 진정하세요. 우리는 두 분을 심문하려고 온 게 아닙니다.”


남자 얼굴이 선해 보였다.


나는 그에게 매달려 보기로 했다.


“우리는 정말 몰라요. 아이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라요.”


“우리도 이젠 압니다. 김지선씨와 어머니가 거인들의 행방을 모른다는 걸, 이젠 믿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는······ 또 뭐에요.”


“일단 앉으세요.”


검은 양복 남자가 의자를 가리켰다.


어머니와 나는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다.



검은 양복 남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국정원에서 나온 최 부장입니다.”


“직책은 알고 싶지 않아요. 이름을 알려줘요.”


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최문호라고 합니다.”



최 부장이 다른 사람들을 소개했다.


한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 군인이었다.


그들 중 얼굴이 유난히 어두운 사람이 있었다.


‘조용호’라는, 체격이 건장한 젊은 소령이었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두 손을 경련하듯 바르르 떨고 있었다.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조 소령이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최 부장이 맨 끝에 앉은 사복 차림 남자를 소개했다.


“이분은 고령 대학교 이우진 교수입니다.”


이 교수가 몸을 살짝 일으키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영주 대학교 이 교수라고······.”


영주 대학교 이 교수?


호칭이 귀에 익었다.


금방 기억났다.


삼십 년 전, 유물을 발굴할 때 어머니가 종종 도움을 구하던 사람이었다.


청동 목걸이 조사 의뢰를 마지막으로 연락을 끊었던 사람이었다.


나 : 알죠. 직접 만난 적도 있는걸요.


이 교수 : 제 아버집니다.


듣고 보니 이 교수의 낯이 익어 보였다.


반가웠다.


그러나 곧 경계심이 일었다.


과거의 우리는 우리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많은 불법을 저질렀다.


그가, 우리는 잊어버린 우리의 또 다른 과오를 들춰낼지도 몰랐다.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교수님은 잘 계셔요?”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저런. 어쩌다······.”


“암이었습니다. 폐암.”


쯧쯧······.


담배를 너무 태운다 했다.



이 소령이 끼어들었다.


그는 여전히 우리에게 적의를 드러내 보였다.


“돌아가신 이 교수님이 두 분한테 그랬다면서요? 거인족에 관한 연구가 북에서 진행 중이라고.”


이 교수가 그런 말을 하기는 했었다.


그러나 북이 아니고 중국이라고 했었다.



이 소령이 말을 이었다.


“두 사람은 매국놉니다. 그때 두 사람이 이 교수님한테 협조만 했어도 일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어요.


일이 이렇게 커지다니?


이 소령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나는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이 교수가 헛기침하며 말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두 분은 지금이라도 우리를 도울 수 있습니다.”



우리를 도울 수 있어?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미 수백 번, 그들에게 증언했다.


도울 수 있는 게 없다고.


모든 자료는 집에 있고 둘째들은 죽었고 아이들은 바다에 잠겼다고.


방금 최 부장도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아이들 행방을 모른다는 걸 이제는 믿는다고.


그런데도 저런 말을 하다니.


이 사람들은 우리에게 뭘 바라는 걸까.



최 부장이 말했다.


“사실······ 두 분을 이 일에 개입시켜도 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거인들에 대해 아는 사람은 두 분뿐이기에 개입시키기로 한 것입니다.”


개입? 고민? 거인들을 아는 사람?


최 부장이 말을 이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먼저, 영상을 하나 재생할 겁니다. 영상이 끝나고 천천히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물었다.


“무슨 영상이에요? 언제 찍은 거죠?”


“그날, 그러니까 사건 당일 영상입니다.”


사건 당일 영상이라면 어제도 보지 않았던가.


내가 보지 못한 또 다른 영상이 있다는 말인가?



최 부장이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시겠지만, 이 영상은 극비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이 영상은 처음일 겁니다.”


최 부장이 말하는 동안, 천정에서 스크린이 내려왔다.



조명이 꺼지고 스크린에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이 흐렸다.


밤이었다.


해안동굴 앞이었다.


영상 하단에 <고속정 1호>라고 씌어 있었다.



폭음과 함께 절벽에 포탄이 명중했다.


아이들이 탄 배가 바다를 향해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배의 이물에서 은백색 빛줄기가 바다를 향해 뻗어 나오고 있었다.


아이들 배가 공간을 왜곡하며 점멸하고 있었다.


물살이 강해 배가 더욱 위태로워 보였다.



배가 바다에 닿았다.


샤말과 나란, 노우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이 돛대를 세우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배가 점멸을 반복했다.


이 소령이 물었다.


“영상이 왜 저렇습니까? 배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데, 정상입니까?”


최 부장이 말했다.


“영상은 정상입니다. 저 배가 공간을 왜곡하고 있어요······.”


“공간 왜곡······.”



아이들이 돛을 펼쳤다.


돛이 펼쳐진 순간, 영상에서 배가 사라졌다.


이물의 빛줄기도 사라졌다.


영상 속 사람들이 말했다.


“뭐야! 배 어디 갔어.”


“침몰했나?”


“불 비춰봐!”


누군가 소리쳤다.


“저기, 수면 위! 뭔가 있다. 수면을 비춰라!”


서치라이트가 수면을 비췄다.


텅 빈 수면 위에 배가 지나간 흔적이 드리웠다.


배 지나간 흔적이 고속정들 사이로 다가왔다.



누군가 물었다.


“어떻게 합니까? 사격합니까?”


함장인듯한 목소리가 말했다.


“사격 금지. 배를 나포한다. 그물을 준비하라.”


수병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고속정은 두 척이었다.


두 척의 고속정이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아이들 배를 추격했다.


배가 무인도를 지나 먼바다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때 고속정 2호가 물살을 내뿜으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고속정 2호가 아이들 배를 추월했다.


앞을 가로막을 작정인 듯했다.



수병 : 그물 준비했습니다.


함장 : 그물 발사! 배를 나포하라!



그때였다.


고속정 2호가 휘청하더니 뒤집힐 듯 옆으로 누웠다.


“왜 저래!”


“조심해!”


2호가 급선회했다.


1호와 2호가 정면으로 마주 보게 됐다.


2호 스스로 기동한 게 아니었다.


무언가에 떠밀린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2호의 옆 수면이 움푹 꺼졌다.


무언가 2호를 밀쳐내며 1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 소령이 물었다.


“뭡니까. 해일입니까?”


최 부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다른 배가 왔어요.”


“다른 배라니요? 어디에 말입니까?”


“영상에는 잡히지 않고 있어요.”



나는 두 손을 모으고 영상을 지켜봤다.


가슴이 터질 듯 뛰었다.


‘신이시여······. 제발······.’


어머니가 몸을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흰 파도가 일며 수면에 소용돌이가 일었다.


무언가 물 위에서 급선회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상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고속정 2호가 소용돌이를 향해 돌진했다.


영상으로는 1호에게 돌진해오는 것처럼 보였다.


함장이 교신했다.


“2호! 정지! 정지!”


정지하기에 2호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러나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2호는 더 전진하지 못했다.



함장이 소리쳤다.


“함포 준비! 발사!”


수병이 물었다.


“어디로 말입니까?”


“저기! 바다가 움푹 꺼진 곳. 저곳에 적이 있다. 사격!”


고속정들이 한 곳을 향해 일제히 함포를 발사했다.



폭탄이 허공에서 터졌다.


기관총의 탄흔이 줄지어 허공에 발생했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포탄이 허공의 무언가에 명중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몸을 흔들며 중얼거렸다.


“그들이 왔어. 그들이 왔어. 그들이 왔어······.”



허공에 전기 현상이 발생했다.


테슬라코일 같은 방전현상이 허공에 퍼져나갔다.


수병들이 소리쳤다.


“저게 뭐야!”


“유령선이야!”


“레이저다!”


방전현상이 발생한 곳에 한 척의 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닻을 올린 옛날식 배였다.


배의 양 현에 기다란 물체들이 삐져나와 물에 잠겨 있었다.


누군가 소리쳤다.


“트리에레스야!”


“말도 안 돼······.”



삼단노선의 고물에 사람들 모습이 보였다.


갑옷을 입은 거인족 병사들이었다.


손에 창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그들의 배와 함께 단 1초 만에 영상에서 사라졌다.


거인족의 배가 영상에서 사라지기 직전, 나는 아이들이 트리에레스로 옮겨타는 것을 봤다.


어머니가 미친 듯이 몸을 흔들며 중얼거렸다.


“그들을 따라가야 해. 그들을 따라가야 해······.”



다음 순간, 움푹 꺼진 수면이 시야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였다.


고속정의 함포와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그러나 포탄은 바다에 떨어져 작은 물기둥만 일으킬 뿐이었다.



회의실에 불이 들어왔다.


사람들 얼굴이 공포와 충격으로 벌겋게 혹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눈물이 비 오듯 흘렀다.


하얀 스크린을 바라보며 나는 흐느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무사함에 감사했고 거인족이 건재함에 감사했고 아버지의 뜻이 마침내 완성되었음에, 나는 감사했다.


40년에 이르는 우리 가족의 과업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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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P. 2> 2 - 7 21.11.08 41 0 11쪽
40 <EP. 2> 2 - 6 21.11.04 42 0 12쪽
39 <EP. 2> 2 - 5 21.11.01 44 0 11쪽
38 <EP. 2> 2 - 4 21.10.29 44 0 11쪽
37 <EP. 2> 2 - 3 21.10.28 50 0 12쪽
36 <EP. 2> 2 - 2 21.10.27 51 0 11쪽
35 <EP. 2> 2 - 1 21.10.26 53 0 11쪽
34 <EP. 2> 1 - 6 21.10.25 52 0 12쪽
33 <EP. 2> 1 - 5 21.10.21 51 0 13쪽
32 <EP. 2> 1 - 4 21.10.20 54 0 12쪽
31 <EP. 2> 1 - 3 +2 21.10.19 58 0 12쪽
30 <EP. 2> 1 - 2 21.10.18 53 0 11쪽
» <EP. 2> 1 - 1 +2 21.10.15 67 0 11쪽
28 <EP. 1> 5 - 7 +2 21.10.14 79 1 12쪽
27 <EP. 1> 5 - 6 +2 21.10.14 75 1 12쪽
26 <EP. 1> 5 - 5 21.10.13 66 1 15쪽
25 <EP. 1> 5 - 4 21.10.13 67 1 15쪽
24 <EP. 1> 5 - 3 21.10.12 70 1 14쪽
23 <EP. 1> 5 - 2 21.10.12 72 1 11쪽
22 <EP. 1> 5 - 1 21.10.12 66 1 11쪽
21 <EP. 1> 4 - 7 21.10.12 64 1 13쪽
20 <EP. 1> 4 - 6 21.10.12 63 1 12쪽
19 <EP. 1> 4 - 5 21.10.12 64 1 11쪽
18 <EP. 1> 4 - 4 21.10.12 68 1 12쪽
17 <EP. 1> 4 - 3 21.10.12 63 1 11쪽
16 <EP. 1> 4 - 2 21.10.12 68 1 11쪽
15 <EP. 1> 4 - 1 21.10.12 66 1 15쪽
14 <EP. 1> 3 - 6 21.10.12 65 1 16쪽
13 <EP. 1> 3 - 5 21.10.12 6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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