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e****** 님의 서재입니다.

칼란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depriver
작품등록일 :
2021.10.12 00:11
최근연재일 :
2021.11.08 17: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264
추천수 :
24
글자수 :
228,594

작성
21.10.12 07:24
조회
64
추천
1
글자
11쪽

<EP. 1> 5 - 1

DUMMY

< 5. 새로운 여정 >


노우의 이식을 준비하는 데는 며칠이면 충분했다.


제대혈 상태를 확인하고 성분을 분리하는 작업도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노우의 몸을 좋은 컨디션으로 유지하는 일이었다.


나는 노우에게 무리한 운동을 삼가고 정해진 식단을 지키는 등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노우는 내 지시를 고분고분 잘 따랐다.


형들 사례에서 배운 것이다.



거인들은 운동에 여념이 없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몸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이상한 건, 근래 녀석들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시간만 나면 책상에 앉아 스케치북을 붙잡고 있던 녀석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밥 먹을 때와 잠잘 때를 제외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동만 했다.


의자에 앉아있을 때는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가 하면, 더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특히 바트의 표정이 밝았다.



나는 바트에게 물었다.


“뭐가 그리 좋아?”


“별것 아니에요.”


녀석의 대답이 나를 더 궁금하게 했다.


“별것 아니라니. 뭐가 있긴 있는 모양이네.”


“몸이 좋아져서 그래요.”


내 질문을 피하려는 듯 바트는 운동을 재개했다.


녀석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나는 뿌듯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죽을 날만 기다리던 환자였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보바도 표정이 밝았다.


보바는 원래 성격이 무난한 편이었지만, 이식을 받은 후론 더 긍정적이 된 것 같았다.


그렇다고 보바가 샤말한테까지 우호적인 건 아니었다.


이식이 끝난 직후, 둘은 다시 견원지간으로 돌아갔다.



노우의 이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날이었다.


아침에 나와보니 여자들이 안 보였다.


영이 혼자 주방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다들 어디 갔어요?”


영이가 되물었다.


“모두 휴가 갔는데 모르셨어요?”


나는 금시초문이었다.


영이가 말했다.


“쉬었다 오라고 어머니가 휴가 보내줬어요. 교수님도 아시는 줄 알았는데.”


“저런. 미리 알았으면 휴가비라도 챙겨줬을 텐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적잖이 서운했다.


그렇게 멀리 떠나면서 내게 말 한마디 없다니.


이것만 봐도 김이 나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상관없었다.



***


노우의 이식이 끝난 시각은 오전 11시였다.


오한이 느껴진다는 것 외에 노우는 몸 상태가 괜찮다고 했다.


나는 노우를 무균실로 옮기고 48시간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노우 곁엔 김이 머물렀다.



이틀 후 오전.


이식 후 48시간이 지났다.


노우의 상태는 양호했다.


혈액 검사 결과, 심전도 수치 등 모든 게 정상이었다.


하루만 더 상태를 지켜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이것으로 나의 모든 과업이 끝났다.


이젠 내 걸 챙길 차례였다.



PC를 켰다.


네트워크가 다시 연결돼 있었다.


김이 약속을 지킨 것이다.


나는 바탕화면에 새 폴더를 만들고 서버의 자료를 옮기기 시작했다.


내가 주도한 연구 자료는 통째로 옮겨왔다.


양 박사의 자료는 방대했다.


자료를 고르는 데만도 몇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연구실 문이 열리고 노우가 걸어 나왔다.


나는 노우를 꾸짖었다.


“왜 이렇게 빨리 나왔어. 하루 더 있어야 한다고 했잖아.”


노우가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괜찮아요. 몸이 조금 뻐근할 뿐이에요.”


“안 되는데······.”


평소였으면 녀석을 억지로 무균실에 집어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료 복사가 더 급했다.



조금 있으려니 김이 왔다.


김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봤다.


나는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먼저 시작했습니다.”


김이 의자를 가져와 내 곁에 앉았다.


“같이 봐야지.”



내가 주도한 연구 파일은 패스였다.


양 박사 파일을 고를 때는 나와 김의 의견이 달랐다.


김 : 이 자료는 안 돼.


나 : 이건 꼭 필요합니다.


김 : 이 내용은 나갈 수 없어.


나 : 이건 괜찮지 않아요?


김 : 그것까지만 허락하지.”



우여곡절 끝에 자료 복사가 끝났다.


시간이 벌써 5시였다.


김이 물었다.


“자료는 어떻게 가져갈 거야?”


김의 표정이 어두웠다.


양 박사 연구 자료를 내주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김이 마음을 바꾸기 전에 일을 빨리 끝내야 했다.


“차에 노트북이 있어요. 거기다 복사할게요.”


김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렇게 해요.”



나는 차로 달려갔다.


‘뭐야!’


노트북이 보이지 않았다.


조수석에 놓아두었었다.


뒷좌석은 물론 트렁크까지 뒤져봤지만, 노트북은 없었다.


아내에게 전화했다.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필 이런 때······.’



나는 김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혹시 댁에 외장 하드 같은 게 있습니까?”


딱한 표정으로 김이 말했다.


“저런. 그런 거 집에 없는데.”


마음이 급했다.


“집에 가서 얼른 가져올게요.”


김이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시간에? 언제까지 올 수 있어?”


“네 시간이면 됩니다.”


김이 나지막이 말했다.


“빨리 갔다 와요. 어디 들르지 말고.”


“바로 오겠습니다.”



나는 가운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1층 통로를 지나는데 노우 방문이 비스듬히 열려 있었다.


열린 문틈으로 영이와 노우, 텐의 모습이 보였다.


노우는 침대에 누워있고 침대 머리맡에 텐이 걸터앉아 있었다.


영이는 침대 앞에 주저 앉아 노우 손을 잡고 있었다.


방 한쪽에 엉거주춤 서 있는 나란의 모습도 보였다.


노우 상태를 확인해야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차를 몰고 산을 내려가며 학장에게 전화했다.


“연구 자료랑 사진, 모두 확보했습니다. 내일까지 보고하겠습니다.”


< 굿잡! 내일 보자고. >



집에도 노트북이 없었다.


아무래도 학교에 놓고 온 것 같았다.


학교까지 갔다 올 시간은 없었다.


다행히 전에 쓰던 외장 하드가 있었다.


나는 외장 하드를 챙겨 현관을 나섰다.


아내가 따라 나와 물었다.


“일은 어떻게 돼가?”


아내 표정이 무거웠다.


학교 일로 많이 걱정한 모양이었다.


나는 가만히 아내의 손을 끌어모았다.


“자기, 고생 끝났어.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야.”


정말이었다.


양박사 자료만 확보하면, 우리는 고생 끝이었다.


나는 아내를 꼭 안아주고 돌아섰다.



시간이 여덟 시였다.


오늘 중으로 일을 마쳐야 했다.


오늘은 김의 집에서 자고 싶지 않았다.


서둘러야 했다.



***


대문 앞에 주차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한참 만에 문이 열렸다.


전실에 들어서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검색대를 지날 때 경고음이 울렸다.


나는 개의치 않고 거실로 들어섰다.


낯익은 소음과 진동이 들려왔다.


지하실에서 누군가 벽을 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누가 됐건, 이렇게 심하게 벽을 치는 경우는 없었다.


내 기억에 딱 한 번 바위가 숨을 거두던 날, 샤말이 이렇게 미친 듯이 벽을 쳤었다.



주방을 지날 때까지 아무도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여자들이 휴가를 떠나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노우의 방문은 닫혀 있었다.


노우 상태를 확인해야 했지만, 복사가 더 급했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진동과 소음이 점점 심해졌다.


누군지 몰라도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 심하게 벽을 치지는 않을 것이었다.


‘혼을 내줘야지!’



지하실에 내려서자 귀가 먹먹했다.


소음과 진동이 지하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었다.


벽을 치는 소리, 유리벽을 때리는 소리, 짐승의 포효 같은 고함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진동이 울릴 때마다 천정의 전등이 점멸했다.


전기 설비에 이상이 생긴 건가, 걱정스러웠다.



고함의 주인공은 보바였다.


‘이놈의 자식!’


나는 보바의 방으로 달려갔다.


보바 방 앞에 선 순간, 나는 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온몸이 벌겋게 상기된, 야생동물처럼 흥분한 보바가 주먹으로 벽을 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이런 존재를 상대해 왔던가, 의구심이 일었다.


일단 보바를 진정시켜야 했다.



“보바, 무슨 일이냐! 그만둬!”



보바가 주먹질을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녀석의 입술 밖으로 뭉툭한 송곳니가 드러나 있었다.



녀석이 곧장 유리벽으로 달려왔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쳐졌다.


두 주먹으로 유리벽을 치며 보바가 소리쳤다.


“다 어디 갔어! 우리만 남겨두고 다 어디 갔어!”


“무슨 소리야? 다 어디 갔냐니?”


보바가 다그쳤다.


“교수님, 알고 있지. 다 어디 갔는지. 말해! 알고 있지!”



불길한 생각이 뇌리를 스쳐 갔다.


‘설마!’


나는 급히 사무실로 달려갔다.


통로를 지나다 힐끗 보니 샤말의 방이 비어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 예상이 틀리기를!’



바트의 방을 지날 때였다.


“멈춰요!”


바트의 몸도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유리벽에 두 손을 짚고 서서 바트가 나를 내려다봤다.


나는 새삼, 녀석의 거대한 체구를 실감했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간담이 서늘했다.



바트가 물었다.


“다 어디 갔어요?”


보바와 같은 질문이었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샤말이 안 보이는데 어디 갔어?”


바트가 괴로운 듯 신음을 내뱉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을 안 것이다.



바트가 말했다.


“할머니가 데려갔어요. 3시간 전에.”


“김 여사가 데려갔다고?”


바트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그래요. 3시간 전에. 어디 갔는지 안 와요.”


나는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다.


내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그러나 희망을 버리기엔 일렀다.



나는 사무실로 달려갔다.


PC를 켰다.


하드에 양 박사 자료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시 확인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나는 혹시나 하고 네트워크를 확인했다.


네트워크 연결이 모두 끊겨 있었다.



“이 나쁜 년!”



나는 책상을 내리치며 뇌까렸다.


나쁜 년, 독한 년······.


선선히 자료를 내줄 때부터 이상했었다.


그래도 설마 했는데!


사람을 이토록 비참하게 만들다니!



벽을 치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보바의 고함도 들려왔다.


보바가 벽을 칠 때마다 천정의 전등이 점멸했다.


골치 아픈 와중에 녀석들까지 발광하니 미칠 것 같았다.



퍼뜩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네트워크는 끊어졌어도 서버는 연구실에 그대로 있다.


김은 이미 양 박사 자료를 넘겨준다고 내게 약속했다.


약속은 김이 저버렸다.



나는 연구실 문 앞에 섰다.


키패드를 눌렀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키패드 화면에 메시지가 떴다.


『 번호 오류 』


“지독한 년!”


김이 번호를 바꾼 것이다.



나는 까치발을 하고 안쪽을 들여다봤다.


누군가 탈의실에 있었다.


영이가 등을 보인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김이 나를 속이려고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제 김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연구실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영이. 문 열어요.”


영이는 들은 척도 안 했다.


“영이! 문 열라고!”


헛일인 줄 알면서도 나는 영이를 부르고 발로 문을 찼다.


영이는 돌부처가 된 듯 꿈쩍도 안 했다.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었다.



나는 통로로 뛰쳐나왔다.


보바가 소리쳤다.


“문 열어줘! 날 풀어줘!”


보바가 주먹으로 유리벽을 칠 때마다 천정에서 먼지가 일고 전등이 점멸했다.


전기 설비에 충격이 누적되고 있었다.


이러다가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유리벽이 깨지거나, 전기가 나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서버에서 자료를 꺼내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칼란의 아이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 글은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되도록 작성하였습니다. 21.10.20 45 0 -
41 <EP. 2> 2 - 7 21.11.08 40 0 11쪽
40 <EP. 2> 2 - 6 21.11.04 41 0 12쪽
39 <EP. 2> 2 - 5 21.11.01 43 0 11쪽
38 <EP. 2> 2 - 4 21.10.29 43 0 11쪽
37 <EP. 2> 2 - 3 21.10.28 49 0 12쪽
36 <EP. 2> 2 - 2 21.10.27 50 0 11쪽
35 <EP. 2> 2 - 1 21.10.26 52 0 11쪽
34 <EP. 2> 1 - 6 21.10.25 51 0 12쪽
33 <EP. 2> 1 - 5 21.10.21 49 0 13쪽
32 <EP. 2> 1 - 4 21.10.20 53 0 12쪽
31 <EP. 2> 1 - 3 +2 21.10.19 57 0 12쪽
30 <EP. 2> 1 - 2 21.10.18 51 0 11쪽
29 <EP. 2> 1 - 1 +2 21.10.15 65 0 11쪽
28 <EP. 1> 5 - 7 +2 21.10.14 78 1 12쪽
27 <EP. 1> 5 - 6 +2 21.10.14 74 1 12쪽
26 <EP. 1> 5 - 5 21.10.13 64 1 15쪽
25 <EP. 1> 5 - 4 21.10.13 66 1 15쪽
24 <EP. 1> 5 - 3 21.10.12 69 1 14쪽
23 <EP. 1> 5 - 2 21.10.12 71 1 11쪽
» <EP. 1> 5 - 1 21.10.12 65 1 11쪽
21 <EP. 1> 4 - 7 21.10.12 64 1 13쪽
20 <EP. 1> 4 - 6 21.10.12 62 1 12쪽
19 <EP. 1> 4 - 5 21.10.12 63 1 11쪽
18 <EP. 1> 4 - 4 21.10.12 66 1 12쪽
17 <EP. 1> 4 - 3 21.10.12 62 1 11쪽
16 <EP. 1> 4 - 2 21.10.12 67 1 11쪽
15 <EP. 1> 4 - 1 21.10.12 65 1 15쪽
14 <EP. 1> 3 - 6 21.10.12 64 1 16쪽
13 <EP. 1> 3 - 5 21.10.12 63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