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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칼란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depriver
작품등록일 :
2021.10.12 00:11
최근연재일 :
2021.11.08 17: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306
추천수 :
24
글자수 :
228,594

작성
21.11.0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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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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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 2> 2 - 5

DUMMY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우리에게 최 부장이 말했다.


“고속함으로는 작전이 어렵습니다. 인력도 부족하고 장비도······. 어차피 이 작전은 미군 요청으로 시작했잖습니까?”


정 소령이 물었다.


“우리 고속함은요?”


“철수합니다.”


불안이 엄습해왔다. 그나마 지금은 우리 군함을 타고 있어 마음이 놓였는데 미군 배로 옮겨 타야 한다니.


나는 최 부장에게 말했다.


“우리 군함도 같이 있으면 안 돼요?”


최 부장이 함교를 쳐다보며 말했다.


“작전에 도움이 안 될 겁니다. 무엇보다 함장이 우리 일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나는 최 부장이 좀 고지식하게 느껴졌다.


비밀이고 뭐고 그냥 알려주고 협조를 구해도 될 것 같은데.


수병들도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다 아는 눈치던데.



수평선에 배 한 척이 나타났다.


갑판 위에 대포나 레이더가 아닌, 거대한 장비들이 비치돼 있었다.


정 소령 : 군수지원함입니다. 이렇게 빨리 오다니.


강 소령 :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겁니다.


군수지원함이 우리 배에 접근할 무렵, 수평선에 다른 배가 나타났다.


여러 개의 레이더와 대포가 삐죽삐죽 솟아 있었다.


정 소령 : 호위함입니다.


‘호위’라는 말에 나는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다음에 이어진 정 소령의 말을 듣고 나는 다시 불안해졌다.


“호위함도 군함의 한 종륩니다.”


나는 따지듯 최 부장에게 물었다.


“왜 군함이 왔대요? 설마 거인들을 위협할 생각은 아니겠죠?”


최 부장이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지원함을 여기다 묶어둘 수는 없어요.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거인들을 위협할 생각은 없습니다.”


나는 최 부장의 맑은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이 젊은 친구가 미군을 너무 좋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헬기가 지원함에 내려앉아 연료를 공급받는 동안 호위함이 물살을 가르며 접근해왔다.


호위함은 지원함보다 규모가 훨씬 작았지만, 나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TV에서나 봤던 거대 전투함이었다.


최 부장이 말했다.


“보트를 타고 호위함으로 옮겨 탈 겁니다.”


수병들이 고무보트에 우리 짐을 옮겨 실었다.


함장과 수병들이 갑판에 나와 우리를 배웅했다.


보트가 배를 떠날 때, 그들이 일렬로 서서 우리에게 거수경례했다.


호위함 갑판에서 우리는 고속함을 내려다봤다.


고속함이 사이렌을 한 번 울리고는 호위함 곁을 떠났다.


마음 한구석이 찡해왔다.


멀어져가는 배를 향해 나는 손을 흔들며 기원했다.


저들의 귀국길이 안전하기를. 행여, 가는 뱃길에 일본 거함을 만나 행패 당하는 일이 없기를.



***


호위함에 옮겨왔지만, 오늘 일정은 여기서 접어야 했다.


고속함이 사라져간 수평선에 벌써 노을이 드리우고 있었다.


미군 수병이 우리를 선실로 안내했다.


이 배에는 손님을 위한 별도의 선실이 마련돼 있었다.


우리는 선실에 짐을 풀고 호위함 장교들과 저녁을 먹었다.


호위함 장교들은 우리 작전에 관해서는 입도 뻥긋 안 했다.



모처럼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는 침상에 누워 내일 일을 생각했다.


이 호위함은 고속함보다 더 좋은 장비를 비치하고 있을 것이었다.


미군은 우리보다 작전에 더 적극적이었다.


그들은 거인을 찾아낼 것이었다.


최소한, 거인의 흔적이라도 발견할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서로 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날이 밝았다.


갑판에 나와보니 지원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아침 식사 후 곧 작전이 시작됐다.


미군의 계획은 수병들을 보트에 태워 보내 암초 지대를 육안으로 조사하는 것이었다.


바다에 내려진 보트를 보고, 나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금속제의 크고 견고한 보트를 기대했건만, 호위함에서 내려진 건 고무보트였다.


그 실망스러운 외관의 보트 위에서, 구명조끼 입은 수병들이 탐사대의 승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탐사대 측에서는 이번에도 정 소령과 주 소령이 나섰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고무보트는 고속함의 보트보다 훨씬 안정감 있고 힘도 셌다.


거친 물결에도 큰 흔들림 없이 힘차게 나아갔다.


그러나 이 보트 역시도 암초 지대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횡파에 밀려나기를 여러 차례.


보다 못한 함장이 보트에게 명령했다.


“암초에 고리를 걸어라!”


보트의 수병이 장총을 꺼내 들었다.


총구에는 밧줄을 단 쇠고리가 끼워졌다.


수병이 암초를 향해 총을 발사했고 쇠고리가 밧줄을 끌며 암초로 날아갔다.


고리가 바위에 걸렸다.


수병들이 밧줄을 당겼다.


보트가 암초를 향해 나아갔다.



보트가 암초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호위함 수병들이 한쪽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러댔다.


“Watch-out!”


“Breaker!”


거대한 너울이 보트를 향해 밀려가고 있었다.


높이가 3미터는 돼 보였다.


너울이 보트에 접근하면서 파도로 변했다.


호위함의 외부 스피커가 울렸다.


“Get out! Get the hell out!”


쇠고리가 보트의 탈출을 방해했다.


파도가 보트를 덮쳤다.


보트가 파도에 밀리며 뒤집힐 듯 요동쳤다.


수병 몇이 파도에 휩쓸려 물에 빠졌다.



수병들이 밧줄을 제거하는 동안 두 번째 파도가 보트에 접근했다. 먼젓번 파도보다 파고가 더 높았다.


수병이 밧줄을 끊은 순간, 두 번째 파도가 보트를 집어삼켰다.


파도에 뒤섞인 채 보트가 물 위를 굴렀다.


물에 빠진 수병들이 고무풍선처럼 물 위를 떠다녔다.


뒤집힌 보트는 바닥을 드러낸 채 암초 지대 밖으로 떠밀려왔다.


정 소령과 주 소령이 보트를 향해 헤엄치는 게 보였다.


미군 수병들도 줄지어 보트로 헤엄쳐갔다.


함장이 명령했다.


“다른 보트를 보내!"



수병들이 뒤집힌 보트에 매달렸다.


피를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호위함의 수병들이 소리쳤다.


“제기랄. 또 파도다!”


“저 개자식은 어디서 자꾸 오는 거야!”


답답한 마음에 나는 잭에게 소리쳤다.


“어이, 잭! 헬기를 보내! 아껴뒀다 뭐해.”


잭이 말했다.


“헬기를 띄우려면 시간이 걸려요. 지금은 보트를 보내는 게 더 빨라요.”


“시동 걸고 날아오르기만 하면 될 텐데 무슨 시간이 걸린다는 거야!”


잭이 불편한듯 내 시선을 외면했다.



호위함의 모든 사람이 좌초된 보트와 수병들에게 신경 쓰는 사이, 마틴의 망원경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마틴이 최 부장에게 말했다.


“헤이, 최. 저기 좀 봐.”


호위함으로부터 이삼백여 미터 떨어진 곳, 바다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부풀어 오른 바닷물이 암초 지대로 향하며 너울로 변해갔다.


마틴이 말했다.


“물밑에 뭔가 있어. 물속에서 무언가가 파도를 만들고 있어.”


최 부장이 말했다.


“수병들이 철수할 때까지 파도가 계속 밀려올 거라는 말이군.”



그사이 파도가 뒤집힌 보트를 덮쳤고 수병들은 다시 물속에 내동댕이쳐졌다.


제5, 제6의 파도가 연달아 보트를 향하고 있었다.


저러다간 모두 익사할 것 같았다.


구조 보트가 수병들에게 접근해 갔다.


다섯 번째 파도가 수병들을 덮쳤다.


파도에 삼켜질 때마다 보트와 수병들은 조금씩 암초 지대 밖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여섯 번째 파도는 조금 늦게 다가왔다.


물에 빠진 사람들이 구조되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했다.


그 덕에 구조 보트는 수병들을 무사히 배에 태울 수 있었다.


여섯 번째 파도가 덮치기 직전, 보트가 쏜살같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몇 차례 더 파도가 밀려오기는 했지만, 보트가 암초 지대를 벗어난 후 바다는 거짓말처럼 평온을 되찾았다.


마틴이 중얼거렸다.


“Son of bitch······."


구조된 수병들이 호위함 갑판으로 올라왔다.


일부 수병은 얼굴이 찢어지는 등 부상이 컸다.



우리는 정 소령과 주 소령에게 달려갔다.


그들은 무사했고 지쳐 있었지만,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


대자로 누워서 정 소령이 말했다.


“물속에 뭔가 있습니다.”


최 부장 : 뭐가 있는데요?


정 소령 : 뭔가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최 부장 : 상어? 잠수정?


정 소령 : 어떤 물체였습니다.


최 부장 : 직접 봤어요?


정 소령 : 보지는 못했습니다.


최 부장이 주 소령에게 물었다.


“주 소령님은 봤어요?”


시커먼 얼굴에 흰 이를 드러내며 주 소령이 말했다.


“나도 못 봤습니다. 하지만, 물살로 알 수 있었습니다. 무언가 발밑에서 빠른 속도로 돌아다녔습니다.”



그때 마틴이 다가와 최 부장의 팔을 끌었다.


“함교로 올라갑시다.”


두 사람이 함교로 올라간 직후 호위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위함이 향한 곳은 조금 전 마틴이 지목한 곳, 파도가 생성된 수역이었다.


조금 있으려니 수병 하나가 다가와 내게 말했다.


“Mam. Captain's calling. the bridge.”


나는 수병을 따라 함교로 올라갔다.


호위함 함교는 고속함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넓었다.


그러나 그 넓은 공간 대부분은 낯선 장비들과 사람들로 혼잡했다.


마틴과 최 부장은 컴퓨터 모니터처럼 생긴 장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최 부장이 나를 손짓해 불렀다.


음파탐지기 모니터에 바닷속 상태가 표시되고 있었다.


최 부장이 내게 말했다.


“암초 지대 내부는 육지입니다.”


최 부장이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암초의 띠가 둘러싼 바다, 우리 눈에는 바다로 보이는 저곳이 전부 땅이란 말입니다.”


이 교수 : 우리가 헛것을 보고 있는 거죠.


최 부장 : 김 여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 : 지난번 말했다시피 공간을 왜곡하는 거에요. 밖에서 못 보게 벽을 친 거에요.


마틴이 함장에게 말했다.


“물속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줘요. 이 지점에서 바다가 부풀어오르더니 파도가 생겼어요.”


모니터엔 암반으로 형성된 가파른 해저 지형이 표시되고 있었다.



“여기 뭔가 있습니다.”


담당 수병이 말했다.


모니터에 유선형의 물체가 나타났다.


한눈에도 자연적인 것이 아닌, 인공의 물체였다.


정지한 듯 물체는 그 지점에 멈춰 있었다.


수병 : 길이 칠십 피트, 폭 사십 피트.


마틴이 함장에게 물었다.


“상어나 고래는 아니겠죠?”


함장 : 물체의 재질에 따라 색이 다릅니다. 이건 단단한 물체입니다.


마틴 : 금속인가요?


함장 : 금속은 아니고······ 돌이나 플라스틱 같습니다.


마틴 : 확인할 수 있죠?


함장 : 드론을 보내서 확인해봅시다.



함장의 명령에 따라 수중 드론이 준비됐다.


유선으로 조종하는, 가오를 닮은 커다란 드론이었다.


드론이 물에 띄워졌다.


조종사가 게임기처럼 생긴 것으로 드론을 조종했다.


드론이 촬영한 영상이 모니터로 전송됐다.


바닷속은 아름다운 바다 생물의 천국이었다.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빽빽이 자란 해초 사이를 여러 종의 물고기가 거대한 군집을 이루며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인간의 손을 한 번도 타지 않은, 원시 바다를 보는 듯했다.


드론이 음파탐지기의 목표 지점에 이르렀다.


영상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함장이 말했다.


“라이트를 켜봐.”


놀란 물고기 떼가 불빛을 피해 달아났다.


영상에는 불빛 때문에 더 탁해보이는 바닷물과 해초 외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음파탐지기 모니터에는 또렷하게, 미확인 물체와 수중 드론이 표시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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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P. 2> 2 - 6 21.11.04 43 0 12쪽
» <EP. 2> 2 - 5 21.11.01 45 0 11쪽
38 <EP. 2> 2 - 4 21.10.29 44 0 11쪽
37 <EP. 2> 2 - 3 21.10.28 50 0 12쪽
36 <EP. 2> 2 - 2 21.10.27 51 0 11쪽
35 <EP. 2> 2 - 1 21.10.26 53 0 11쪽
34 <EP. 2> 1 - 6 21.10.25 52 0 12쪽
33 <EP. 2> 1 - 5 21.10.21 51 0 13쪽
32 <EP. 2> 1 - 4 21.10.20 54 0 12쪽
31 <EP. 2> 1 - 3 +2 21.10.19 58 0 12쪽
30 <EP. 2> 1 - 2 21.10.18 53 0 11쪽
29 <EP. 2> 1 - 1 +2 21.10.15 6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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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P. 1> 5 - 6 +2 21.10.14 75 1 12쪽
26 <EP. 1> 5 - 5 21.10.13 66 1 15쪽
25 <EP. 1> 5 - 4 21.10.13 67 1 15쪽
24 <EP. 1> 5 - 3 21.10.12 70 1 14쪽
23 <EP. 1> 5 - 2 21.10.12 73 1 11쪽
22 <EP. 1> 5 - 1 21.10.12 66 1 11쪽
21 <EP. 1> 4 - 7 21.10.12 64 1 13쪽
20 <EP. 1> 4 - 6 21.10.12 63 1 12쪽
19 <EP. 1> 4 - 5 21.10.12 64 1 11쪽
18 <EP. 1> 4 - 4 21.10.12 68 1 12쪽
17 <EP. 1> 4 - 3 21.10.12 64 1 11쪽
16 <EP. 1> 4 - 2 21.10.12 68 1 11쪽
15 <EP. 1> 4 - 1 21.10.12 66 1 15쪽
14 <EP. 1> 3 - 6 21.10.12 65 1 16쪽
13 <EP. 1> 3 - 5 21.10.12 6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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