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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칼란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depriver
작품등록일 :
2021.10.12 00:11
최근연재일 :
2021.11.08 17:0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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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7
추천수 :
24
글자수 :
228,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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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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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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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 2> 2 - 4

DUMMY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쳤다.


저건 대체 누구의 목소리란 말인가!


거울의 방엔 어머니와 최면술사뿐이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이 교수가 물었다.


“청동 목걸이의 기운이 최면술사에게 옮아갔다면······ 이제 그 여자가 청동 목걸이 여자입니까?”


최 부장이 말했다.


“이 영상을 보세요.”



최 부장이 다른 영상을 재생했다.


건물 복도에 설치된 CCTV 영상이었다.


최면술사가 복도를 걸어오고 있었다.


손에 가방을 들고 경쾌하게 걷는, 여느 젊은 직장 여성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최 부장이 다른 아이콘을 더블클릭하며 말했다.


“자, 이 영상과 방금 영상을 비교해보세요.”



여자가 건물을 빠져나가는 영상이었다.


가방은 어디에 뒀는지 빈손이었다.


두 손을 뒷짐 진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흘겨보며 천천히 걸어가는 여자.


옷만 같은 옷을 입었다뿐, 완전히 딴사람이 된 것 같았다.



최 부장이 말했다.


“출국하기 전, 여자는 다섯 명의 남자를 집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이 소령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자기 집으로요?”


최 부장이 이 소령의 동그래진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군 정보부 직원들이었습니다.”


이 교수 : 정보를 빼갔겠군요. 무슨 정보를 빼갔는지 알아봐야 할 텐데요.


최 부장 : 모두 데려다 조사했습니다.



최 부장이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자와 만났다는 사실도 기억 못 하더군요. 그들 모두.”


이 교수 : 최면을 걸었을까요?


최 부장 : 최면술보다 훨씬 강한 방법을 쓴 것 같습니다. 여자를 만나기 몇 분 전부터 헤어진 직후까지, 자기들이 어디서 뭘 하고 다녔는지 기억을 못합니다.


이 교수 : 무섭군요. 멀쩡한 사람들을 그렇게······.



한숨을 푹 내쉬며 이 소령이 말했다.


“그 정도 미모에 안 넘어갈 남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 소령이 내 표정을 보고는 얼른 말을 바꿨다.


“물론, 여기 계신 분들에겐 안 통했겠지만······.”


최 부장이 말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앞으로 이 여자, 오화를 만나게 되면 극도로 조심해야 합니다.”



정 소령이 말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여기 김 여사님은 어머니와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오화에게 정신을 뺏기지 않았습니다. 저 여자는 어떻게 만나자마자 오화에게 넘어갔을까요?”


나도 궁금했다.


한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저리 쉽게 빼앗을 정도의 힘을 가졌으면서도 오화는 왜 나를 가만뒀을까.


다른 사람 육체가 필요했다면, 수십 년 전부터 기회가 있었는데.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겨 있던 이 교수가 입을 열었다.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하나는, 오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서였을 수 있습니다. 자칫 약한 사람 몸에 들어갔다가는, 상대가 미쳐버릴 테니까요.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 교수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김 여사님 어머니가 오화를 방해했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어머니의 정신이······.”


정 소령이 탄식하듯 말했다.


“아······. 모성······.”


“정확한 표현입니다. 딸을 보호하려는 어머니의 모성. 그 힘이 오화의 힘을 억눌러왔을 겁니다.”


정 소령이 나지막이 말했다.


“제 생각에는 두 번째 가정이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이 교수가 말했다.


“두 번째 가정이 맞는다면······ 어머니는 무척 힘드셨을 겁니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수십 년간 계속되어온 어머니의 이상한 행동들······.


종종 나를 무섭게 바라보던, 마치 전혀 딴 사람이 된 것처럼 섬뜩하고 낯선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어머니의 모습······.


괴로운 듯 가슴을 두드리고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던 자해의 행동들······.


어머니의 그런 행동들이 나와 연관되어 있었다니.


장장 40년을······.


그래서 어머니는 그렇게 늙어버린 것일까.



최 부장이 내게 손수건을 건네줬다.


얼굴을 훔치고 나는 최 부장에게 물었다.


“그 여자, 어디로 갔는지는 확인했어요?”


“중국 위해 공항에서 택시를 탄 걸 확인했습니다.”


이 교수 : 여자를 쫓고 있습니까?


최 부장 : 찾고 있습니다만, 아마 둘째들, 잔잔들을 찾아갔을 겁니다.



이 소령이 물었다.


“잔잔을 찾아가서 뭘 하려는 걸까요?”


이 교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국을 차지하려는 거죠······.”


이 소령이 되물었다.


“제국을 차지하다뇨?”


이 교수가 턱수염을 쓸며 나지막이 말했다.


“여왕벌들의 처절한 싸움이 벌어질 겁니다······.”



무서웠다.


수천 년 만에 되살아난 여자······.


다른 사람의 육신을 자유자재로 드나들고······,


멀쩡한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고······,


잔잔의 정신을 지배하고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여자······.


인간과 잔잔들을 연합해 거인족의 뒤를 쫓던 여자······.


그 여자가 되살아났다.


그것도 둘씩이나.


이제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찾아 나섰다.


자신이 기억하는 것보다 더 강한 둘째, 21세기 군사 훈련을 받은, 최강의 잔잔들과 조우하기 위해.


그녀는 무슨 일을 꾸미려 하는가······.



그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어머니가 궁금했다.


“어머니는 지금 어떤 상태에요?”


부드러운 목소리로 최 부장이 말했다.


“어머니는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정신은요?”


최 부장이 만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어머니가 아주 쾌활한 분이더군요. 관리병들과 벌써 친해졌답니다.”


정 소령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김 여사님. 축하드립니다. 어머니가 미친 여자를 몰아내고 다시 태어나신 것 같습니다.”


울적한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쓰는 이 젊은 친구들의 마음······.


기특하고 고마웠다.


더불어 내 마음속에서는 오화를 향한 증오가 다시금 끓어오르고 있었다.



***


선실 문이 열리고 수병 하나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헬기가 오고 있습니다.”


모두 갑판으로 올라갔다.


하늘은 여전히 맑고 투명했다.


그 투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은백색의 헬기 한 대가 우리 배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대기를 찢는 듯한 굉음이 온 바다에 낮게 울려퍼졌다.



헬기가 고속함 근처로 날아왔다.


잭이 무전기를 잡았다.


이 교수가 실시간으로 통역했다.


“저 암초 지대를 한 바퀴 돌면서 특이한 게 있는지 살펴달라.”


<Roger.>


최 부장이 잭에게 말했다.


“조종사한테 고도를 충분히 유지하라고 말해요.”


잭이 물었다.


“얼마나?”


최 부장이 내게 눈으로 물었다.


그건 나도 모르지······.


나는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최 부장이 잭에게 말했다.


“지금 고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잭이 헬기와 교신했다.


“지금 고도를 유지하라.”


잭이 내 표정을 살피며 조종사와 교신했다.


“낮게 날면······ 뭔가에······ 부딪힐지도 모른다.”


<뭔가라니? 정확히 알려달라.>


“그냥, 지금 고도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비행하라.”



헬기가 조심스럽게 암초 지대로 접근해갔다.


<전파 방해가 있다. 센서에 오류가 난다.>


헬기가 암초 지대에 이르렀을 때였다.


<전파 방해가 심하다. 헬기 조종이 안 된다.>


헬기가 좌우로 기우뚱거렸다.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나는 최 부장에게 말했다.


“헬기 조종이 안 된다잖아. 철수시켜야죠.”


공군 강 소령이 말했다.


“조종사가 알아서 할 겁니다.”



헬기가 암초 지대에서 물러났다.


조종사가 말했다.


<암초 지대를 벗어나면 전파 방해가 없다. 제기랄! 여기 뭔가 있는 거야?>


잭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좋다. 아주 잘하고 있다. 그렇게 계속 살펴라.”



헬기가 암초 지대의 외부를 따라 비행했다.


간혹 암초 지대에 접근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면서 헬기는 천천히 암초 지대의 띠를 돌았다.



헬기가 암초 지대를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다.


조종사가 말했다.


<아무것도 없다. 레이더에 잡히는 것도 없다. 암초 지대 내부로 진입하라는 요구는 사양하겠다. 헬기가 추락할지도 모른다.>


마틴이 잭에게서 무전기를 넘겨받았다.


“서치라이트를 비춰봐라.”


헬기가 서치라이트를 켰다.


빛이 허공을 관통했다.


<아무것도 없다.>


마틴이 말했다.


“고도를 높이면서 암초 지대에 접근을 시도하라.”


헬기가 천천히 고도를 높였다.



헬기가 암초 지대로 진입을 시도했다.


<현 고도 200미터. 여전히 진입할 수 없다.>


헬기가 고도를 높였다.


<현 고도 300미터. 마찬가지다. 진입할 수 없다.>


<현 고도 400미터. 잠깐······. 전파 방해가 약해지고 있다. 진입해보겠다.>


<전파 방해가 있다. 후진하겠다.>


<현 고도 500미터. 진입하겠다.>


헬기가 암초 지대로 깊숙이 진입했다.


<전파 방해가 확실히 약해지고 있다.>



어느 지점에서 헬기가 후진했다.


<전파 방해가 있다. 고도를 조금만 더 높이겠다.>


이제 헬기는 암초 지대 내에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했다.


강 소령이 말했다.


“전파 방해가 돔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끝이 나올 것 같습니다.”



헬기가 제 자리에서 선회하며 교신했다.


<현 고도 800미터. 암초 지대의 중심에 진입했다.>


마틴이 물었다.


“전파 방해는 어떤가?”


<전파 방해가 있지만, 조종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여기가 전파 방해의 끝인 것 같다.>



이 교수가 강 소령에게 말했다.


“저곳이 돔의 꼭대기로군요.”


강 소령 : 암초 지대 지름이 1마일이라고 했으니 돔은 납작한 타원형 같습니다.


최 부장이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제 저 안에 어떻게 진입하느냐가 문젠데······.”



마틴이 교신했다.


“암초 지대를 선회하면서 전파 방해가 약한 곳을 찾아라.”


<그곳이 입구인가?>


“그냥, 찾아라. 그때 알려주겠다.”


<연료가 반 정도밖에 없다. 작전을 계속하려면 모함에 들렀다 오던가, 모함을 불러야 한다.>



잭이 투덜거렸다.


“제기랄! 얼마나 날았다고 연료가 벌써 떨어져.”


강 소령이 말했다.


“시호크는 네 시간 정도 날 수 있습니다. 조종사 입장에서는 연료를 확보해두고 싶을 겁니다.”


잭이 마틴에게 말했다.


“모선이 오면 비밀을 유지할 수 없는데······.”


마틴이 큰 소리로 말했다.


“제기랄! 이놈도 알고 저놈도 알고, 모두가 다 알게 됐는데 비밀은 무슨 비밀이야!”


확실히 마틴은 다혈질적인 구석이 있었다.


마틴이 교신했다.


“모함 호출해.”



마틴이 최 부장을 갑판 구석으로 데려갔다.


한참 있다 최 부장이 돌아왔다.


최 부장이 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미군 모함이 올 겁니다. 배를 옮겨 탈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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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P. 2> 2 - 6 21.11.04 43 0 12쪽
39 <EP. 2> 2 - 5 21.11.01 45 0 11쪽
» <EP. 2> 2 - 4 21.10.29 45 0 11쪽
37 <EP. 2> 2 - 3 21.10.28 50 0 12쪽
36 <EP. 2> 2 - 2 21.10.27 52 0 11쪽
35 <EP. 2> 2 - 1 21.10.26 53 0 11쪽
34 <EP. 2> 1 - 6 21.10.25 53 0 12쪽
33 <EP. 2> 1 - 5 21.10.21 51 0 13쪽
32 <EP. 2> 1 - 4 21.10.20 55 0 12쪽
31 <EP. 2> 1 - 3 +2 21.10.19 58 0 12쪽
30 <EP. 2> 1 - 2 21.10.18 53 0 11쪽
29 <EP. 2> 1 - 1 +2 21.10.15 67 0 11쪽
28 <EP. 1> 5 - 7 +2 21.10.14 80 1 12쪽
27 <EP. 1> 5 - 6 +2 21.10.14 75 1 12쪽
26 <EP. 1> 5 - 5 21.10.13 66 1 15쪽
25 <EP. 1> 5 - 4 21.10.13 68 1 15쪽
24 <EP. 1> 5 - 3 21.10.12 70 1 14쪽
23 <EP. 1> 5 - 2 21.10.12 73 1 11쪽
22 <EP. 1> 5 - 1 21.10.12 66 1 11쪽
21 <EP. 1> 4 - 7 21.10.12 64 1 13쪽
20 <EP. 1> 4 - 6 21.10.12 64 1 12쪽
19 <EP. 1> 4 - 5 21.10.12 65 1 11쪽
18 <EP. 1> 4 - 4 21.10.12 68 1 12쪽
17 <EP. 1> 4 - 3 21.10.12 64 1 11쪽
16 <EP. 1> 4 - 2 21.10.12 69 1 11쪽
15 <EP. 1> 4 - 1 21.10.12 66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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