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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칼란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depriver
작품등록일 :
2021.10.12 00:11
최근연재일 :
2021.11.08 17:0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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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8
추천수 :
24
글자수 :
228,594

작성
21.10.1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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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EP. 2> 1 - 2

DUMMY

“김지선씨. 그리고 어머니.”


최 부장 음성은 미성이었고 차분했다.


“영상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셨습니까?”


“······.”


“아무 말이라도 괜찮습니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감격스럽다고 해야 하나······.


질문을 던지는 그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이 소령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할 말 없어요? 그렇게 원하던 거인족이 나타났는데.”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코 먹은 소리로 말했다.


“그 배, 아이들이 탄 배는 동굴에 감춰져 있었어요. 거인들이 나타나기만 기다린 거에요. 사천 년 동안이나.”


이 소령이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동굴? 그래요. 병력을 총동원해 확인하는 중입니다. 엄청난 물건들이 나오더군요.”



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배 이물에 칼을 꽂고 투구를 올려놓았더니 빛이 나왔어요. 아이들이 그랬어요. 그 빛을 따라가면 된다고.”


그렇게 말하고 나는 힐끗 어머니를 봤다.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그 빛을 따라가면 ‘그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을.


‘그곳’이 어딘지는 몰라도 어머니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최 부장이 물었다.


“빛이 계속 한 방향을 가리키던데······ 그 빛을 따라가면 어디로 가죠?”


“그때는 빛이 나침반 기능을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영상을 보니······.”


“그래요. 그 빛은 거인들에게 보내는 신호 같더군요. 그런데 궁금한 건······.


최 부장이 상체를 주욱 내밀며 말했다.


“투구에 불이 들어오고 1시간도 안 돼 거인들 배가 나타났어요.”



그건 내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렇게 빨리 배가 왔다는 건, 거인들이 우리나라 해역에 머물러왔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거인들 배는, 군인들 말에 따르면 트리에레스라는 고대의 배, 삼단노선이었다.


거인들이 얼마나 가까운 곳에 머물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거인들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다니.



태연함을 유지하며 나는 말했다.


“나도 놀랐어요. 그들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으니까요.”


최 부장 : 그러니까, 김 여사님은, 거인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는 말씀이죠?


나 : 삼 주 동안 같은 말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모릅니다.


이 소령이 최부장에게 말했다.


“그 빛을 따라가면 되지 않습니까? 영상을 분석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


이 교수가 말했다.


“이미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시뮬레이션을 거치고 있어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니 나 자신이 작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모이면 이렇게 쉽게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을······.



그런데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사건 후 이 소령은 우리 모녀를 심문했다.


한 달 동안, 이 소령은 거인족이 어디로 갔는지 털어놓으라고 우리를 괴롭혔다.


그리고 오늘, 최 부장과 군인들이 나타났다.


극비라면서 내게 영상을 보여주고 그들 또한 거인족의 행방을 묻고 있다.



이들은 왜 거인족을 찾으려는 걸까.


헬기를 추락시킨 것의 죄를 물으려고?


아이들이 군대의 지시를 안 따르고 도망쳐서?


잡아다 법정에 세우고 감옥에 가두려고?


아닐 것이었다.


거인들에게서 뭔가 얻어내려는 것이었다.



속내를 감춘 채 나는 물었다.


“거인족을 찾아나서는 건 좋은데······ 한 가지 알아둘 게 있어요. ”


최 부장 : 뭐죠? 말씀하세요.


나 : 거인들은 스스로 모습을 감췄어요. 인간과 관계를 맺을 생각이었다면 수천 년 동안이나 숨어 있지는 않았을 거에요. 아주 오래전,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겠죠.


최 부장 : 찾아도······ 우리를 반기지 않을 거라는 말씀이죠?


나는 가만히 고개만 주억거렸다.



최 부장이 턱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우리가 찾아가면······ 싸움이 날까요?”


“글쎄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고대의 전쟁, 거인족과 인간 연합군 간 싸움을 생각했다.


이 교수가 나지막이 말했다.


“최 부장님. 너무 멀리 가신 것 같습니다. 그들을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잖습니까. 그들은 물체를 숨기는 능력이 있어요. 레이더에 잡히지도 않아요.”


최 부장이 말했다.


“그래서 김 여사님 도움이 필요한 겁니다. 그들을 꼭 만나야 합니다.”



나는 힐끗, 조용호 소령을 바라봤다.


그의 손이 다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건장한 체격을 가진 저 젊은 장교는 도대체 무슨 일을 겪은 것일까······.


뭔가 충격적인 일을 겪은 건 분명해 보였다.



순간, 몇 가지 정황이 하나로 모이며 생각이 명징해졌다.


저렇게 젊은, 특수부대 장교라는 사람이 충격받을 정도의 일이라면.


그를 앞세우고 사람들이 찾아와 극비 영상을 보여주며 내게 거인을 찾게 도와달라고 요청할 정도의 일이라면.



나는 최 부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거인을 찾는 이유가 뭐죠? 이번 사건 때문에 거인을 찾는 게 아니죠? 무슨 일이 있는 거죠?”


최 부장 시선이 조 소령을 향했다.


조 소령도 최 부장을 바라봤다.


몇 초간 두 사내는 눈으로 의사소통했다.



최 부장이 입을 열었다.


“여기, 조 소령은 얼마 전 아프간에서 돌아왔습니다.”


나 : 조금 전, 조 소령님을 특수부대 장교라고 소개하지 않았던가요? 우리나라는 아프간에 의료 봉사단만 보냈다고 들었는데.


최 부장 : 발표는 그렇게 했지만, 실전 경험차 일부 전투병도 파병했어요.


나 :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군요?



최 부장이 조 소령에게 물었다.


“조 소령님? 그때 일을 설명할 수 있겠어요?”


조 소령 : ······.


최 부장 : 내키지 않으면 안 해도 됩니다. 내가 설명하면 됩니다.



몇 초간, 회의실 바닥을 응시하던 조 소령이 고개를 들었다.


큰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듯 그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아프간 주둔 미 해병 499중대 배속이었습니다.”


조 소령 시선은 내게 고정돼 있었다.


“아프간 북부 ‘야리완’이라는 도시 인근에 ‘슈바’라는 큰 호수가 있습니다. 그곳에 미군은 진지를 구축했어요. 우리는 거기서 미군과 함께 지냈습니다.”



***


미 해병 499중대는 아프간과 타지스탄 국경지역의 경계를 주 업무로 했다.


조 소령 부대 주 임무는 대테러 작전이었다.


부대의 임무는 499중대의 임무와 맞지 않았다.


그러나 미군 측 요청으로 부대는 그곳에 배속됐다.



499중대가 조 소령 부대의 배치를 요구한 건 현지에서 발생한 어떤 사건 때문이었다.


약 육 개월 전부터 민간인 마을이 게릴라의 공격으로 몰살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었다.


공격받은 마을 모두 미군과 현지 정부군에 우호적인 곳이었다.


미군을 긴장하게 한 건 생존자들의 증언이었다.


증언에 따르면 마을을 공격한 게릴라들이 기존 게릴라들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적이 새 게릴라 부대를 창설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일부 생존자들은 이상한 말을 했다.


적이 새 부대를 창설한 게 아니라 불사의 병사들을 소환한 거라고 했다.


그들은 적이 무덤을 파헤쳐 유령병사들을 소환했다고 했다.


그들이 말한 유령병사란 ‘루인톤’이라는, 전설에 등장하는 고대 페르시아 전사였다.



생존자들은 ‘유령병사’의 외모까지 상세히 전했다.


유령병사는 보통 사람보다 체구가 몇 배 이상 컸다.


큰 체구임에도 움직임은 표범과 같았고 힘은 곰 같았다.


생존자들이 그들을 고대의 병사라고 규정한 이유는, 그들이 몽둥이처럼 생긴 석기시대 무기를 사용한 때문이었고


유령병사로 규정한 이유는, 그들이 사람을 산 채로 잡아먹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원래 이 지역은 외딴 산골 마을로, 미신과 주술, 마약과 과장이 난무하는 곳이었다.


고대의 병사를 소환하다니.


사람을 잡아먹는다니.


다른 건 몰라도 어떤 이슬람인도 사람을 잡아먹는 짓을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미군은 정찰대를 보내 피해 상황을 조사했다.



현장에 도착한 정찰대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가옥, 창고, 축사 등 마을의 모든 건물이 그대로였다.


게릴라들이 반드시 약탈해가는 식량과 가축도 손도 대지 않은 상태였다.


폭발의 흔적, 총을 쏜 흔적도 없었다.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을 곳곳에서 이상한 발자국이 발견됐다.


그것은 사람 발자국과 비슷했다.


그러나 사람 발자국은 아니었다.


사람의 그것보다 서너 배는 큰, 유인원의 그것과 흡사한 짐승 발자국이었다.


정찰대는 게릴라들이 인근 마을에 공포심을 퍼뜨리기 위해 괴상한 발자국을 남기는 등, 새로운 기만책을 쓴 거라고 부대에 보고했다.



공격당하는 마을들은 늘어만 갔다.


정찰대는 연이어 피해 마을을 조사했고 본부에 올라가는 보고 내용은 매번 비슷했다.


499중대는 본부에 정찰 자산의 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499중대 관할 지역은 아프간 전역에서 적의 전세가 가장 약한 곳이었다.


본부는 499중대의 요구를 거부했다.



조 소령 부대가 499중대에 배치되고 한 달이 지날 무렵이었다.


구조 요청이 들어왔다.


미군에 우호적인 마을 주민이 핸드폰으로 구조를 요청한 것이다.


“도와줘. 게릴라들이 공격해왔어.”


통화 내용은 그게 전부였다.



헬기 한 대가 해병대 한 개 분대를 태우고 현장으로 급파됐다.


마을 근처에 이르렀을 때 레이더에서 헬기가 사라졌다.


레이더에서 사라지기 전, 헬기가 본부와 교신한 내용이 중대원 모두에게 공유됐다.



<Village is coming······. Peaceful······. Seems no problem······.>


<Just second······. 사람들 몇이 마을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사람들 모습이 좀 이상하다.>


<뭐야······.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더 접근해보겠다.>


<사람들이 접근해온다. 우리를 공격하려는 것 같다.>


굉음.


<Fuck! 저게 뭐야! 놈들이 뛰어온다. 사람이 아니다. 껑충껑충 뛰는데······ 경고 사격하겠다.>


기관총 소리.


<Jesus! 놈들이 방향을 바꾼다. 놈들이 하늘에서 선회한다. 오, 하느님!>


기관총 소리.


파열음.


<Mayday! Mayday······>


교신은 거기서 끝이었다.



구조대가 편성됐다.


두 대의 헬기에 시동이 걸렸다.


미 해병 두 개 분대, 미군 요청으로 조 소령 소대가 헬기에 올랐다.


마을 인근에서 헬기 잔해가 발견됐다.


구조대는 잔해에서 100미터가량 후방에 내렸다.


헬기는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다.


폭발의 흔적은 없었다.


단 한 발의 탄흔도 기체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헬기 전면부가 움푹 주저앉아 있었다.



생존자는 없었다.


헬기 내부에도, 주변에도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희미한 핏자국만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다.



헬기 주변에서 이상한 발자국이 발견됐다.


발자국 형태가 사람의 그것과 유사했다.


그러나 단연코 사람의 것은 아니었다.


발자국의 어마어마한 크기 때문이었다.


공포가 구조대원들을 휩쓸었다.


발자국과 핏자국이 같은 방향으로 나 있었다.


무엇인지 몰라도 발자국들이 포로들을 끌고 간 게 분명했다.



구조대는 다섯 명씩 여섯 개조로 재편성됐다.


암반 지역이라 매복할 곳이 많았다.


어디서 적군이 튀어나올지 몰랐다.


미군이 본부에 공격 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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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P. 2> 2 - 6 21.11.04 42 0 12쪽
39 <EP. 2> 2 - 5 21.11.01 44 0 11쪽
38 <EP. 2> 2 - 4 21.10.29 44 0 11쪽
37 <EP. 2> 2 - 3 21.10.28 50 0 12쪽
36 <EP. 2> 2 - 2 21.10.27 51 0 11쪽
35 <EP. 2> 2 - 1 21.10.26 53 0 11쪽
34 <EP. 2> 1 - 6 21.10.25 52 0 12쪽
33 <EP. 2> 1 - 5 21.10.21 51 0 13쪽
32 <EP. 2> 1 - 4 21.10.20 54 0 12쪽
31 <EP. 2> 1 - 3 +2 21.10.19 58 0 12쪽
» <EP. 2> 1 - 2 21.10.18 53 0 11쪽
29 <EP. 2> 1 - 1 +2 21.10.15 66 0 11쪽
28 <EP. 1> 5 - 7 +2 21.10.14 79 1 12쪽
27 <EP. 1> 5 - 6 +2 21.10.14 75 1 12쪽
26 <EP. 1> 5 - 5 21.10.13 66 1 15쪽
25 <EP. 1> 5 - 4 21.10.13 67 1 15쪽
24 <EP. 1> 5 - 3 21.10.12 70 1 14쪽
23 <EP. 1> 5 - 2 21.10.12 72 1 11쪽
22 <EP. 1> 5 - 1 21.10.12 66 1 11쪽
21 <EP. 1> 4 - 7 21.10.12 64 1 13쪽
20 <EP. 1> 4 - 6 21.10.12 63 1 12쪽
19 <EP. 1> 4 - 5 21.10.12 64 1 11쪽
18 <EP. 1> 4 - 4 21.10.12 68 1 12쪽
17 <EP. 1> 4 - 3 21.10.12 63 1 11쪽
16 <EP. 1> 4 - 2 21.10.12 68 1 11쪽
15 <EP. 1> 4 - 1 21.10.12 66 1 15쪽
14 <EP. 1> 3 - 6 21.10.12 65 1 16쪽
13 <EP. 1> 3 - 5 21.10.12 6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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