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e****** 님의 서재입니다.

칼란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depriver
작품등록일 :
2021.10.12 00:11
최근연재일 :
2021.11.08 17: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300
추천수 :
24
글자수 :
228,594

작성
21.11.04 17:00
조회
42
추천
0
글자
12쪽

<EP. 2> 2 - 6

DUMMY

함장이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분명히 뭔가 있는데 왜 영상에는 안 보이지?”


마틴이 함장에게 말했다.


“슬쩍 들이받아 보면 어때요?”


“뭔지도 모르는데 들이받으면 공격행위로 간주 됩니다.”


마틴이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내가 책임집니다. 가만히 밀어붙여 봐요.”


함장이 무전으로 드론 조종사에게 명령했다.


“물리적 접촉! 약하게!”


드론이 물체에 접근했다.


그때, 정지한 듯 멈춰 있던 물체가 천천히 드론 쪽으로 회전했다.


그때까지도 드론 영상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고 있었다.


영상에는 거대한 물고기의 군락이 평화롭게 헤엄치는 모습만 잡혔다.



“물체가 움직입니다.”


물고기 군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가 싶더니 ‘탁!’하는 충격음과 함께 드론 영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드론 조종사가 말했다.


<무언가 드론을 쳤어요!>


탐지기 화면에서 물체가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물체는 암초 지대를 돌아 탐지기 화면에서 사라져버렸다.


함장이 수병에게 명령했다.


“속도 계산해봐.”


수병이 얼버무렸다.


“아······ 장치가······ 고장 난 것 같습니다.”


함장 : 속도 얼마로 나와?


수병 : 백, 백 노트 이상입니다······.


함장 : 무슨 소리야······.


함장이 직접 모니터를 확인하고는 중얼거렸다.


“Holy Mother of god······.”



마틴이 함장에게 말했다.


“드론과 소나로 암초 지대를 뒤져봅시다.”


함장이 마틴을 빤히 쳐다봤다. 둘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함장이 마틴에게 위협적으로 말했다.


“상부에서는 이유를 묻지 말라고 했는데······ 당신들 지금 뭘 찾고 있는 거요?”


마틴이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상부에서 묻지 말라고 했다면서.”


함장이 언짢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도 소문을 들어 대충 알고 있어요. 방금 그걸 보고 나니 이젠 정말 궁금해졌소. 뭔지 알아야겠소. 당장!”


잭과 눈빛을 주고받은 마틴이 함장을 한쪽으로 데려갔다.


마틴이 함장에게 무언가 설명하는 듯했다.


몇 분 후, 둘은 다시 함교로 돌아왔다.


함장이 명령했다.


“드론 점검하고 다시 내려보내. 암초 지대를 돌면서 아래에 뭐가 있는지 살펴보자.”


마틴이 함장을 잘 구슬린 것 같았다.



간단한 점검이 끝난 후 드론이 다시 임무에 투입됐다.


드론이 영상을 보내왔다.


평화로운 바닷속 풍광이 모니터에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드론이 암초 지대를 반 바퀴가량 돌았을 때였다.


산호초 사이에서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인공 구조물 파편이었다.


마틴이 조종사와 교신했다.


“드론을 좀 더 아래로.”


접근해보니 그것은 구조물 파편이 아니라 난파선의 잔해였다.


목제 선박의 나무판자와 용골, 기둥 같은 잔해들이었다.


드론이 전진할수록 난파선의 잔해가 점점 불어났다.


해저 지형이 오르막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완만한 언덕 지형이었다.


함장이 수병에게 지시했다.


“지형을 분석해봐.”


수병이 말했다.


“땅이 아닙니다. 난파선 잔해가 쌓여 언덕을 이룬 겁니다.”


마틴이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제기랄. 배들이 왜 저곳에서만 침몰한 거야?”


잭 : 배들의 공동묘지인가?



탐지기 화면에 난파선 잔해의 규모가 표시되고 있었다.


수병 : 난파선들이 100야드 내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습니다.


함장 : 언덕의 꼭대기가 포인트야. 해류에 떠밀려 주변에 흩어진 거야.


마틴이 수병에게 물었다.


“주변에 동굴 같은 게 있나?”


수병 : 없습니다.


더럭 의심스러운 생각이 일었다.


난파선 잔해가 저곳에 집중된 이유가 뭘까?


배들이 왜 저곳에 무리 지어 침몰했을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잔잔들.


칼란의 여정을 쫓아 수천 년간 배를 띄운 존재들······.


저 잔해는 잔잔들의 배가 침몰한 흔적일까?


만약 저 잔해가 잔잔들의 배라면, 놈들은 뱃길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마봉산 해안에서 천사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이곳까지의 항로를, 잔잔들은 알고 배를 띄운 것이다.


그 먼 거리를 항해해온 것도 놀랍지만, 중요한 것은 왜! 잔잔들은 목적지에 다 와서 난파했을까······.



최 부장이 내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김 여사님. 발언하고 싶으며 하십시오.”


할 말이야 많았다. 그러나 입을 열기 꺼려졌다.


미군들이 곁에 있어서였다.


미군이 더 많은 정보를 알수록······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내 생각을 읽은 것일까.


마틴과 잭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봤다.


아는 게 있으면 털어놔, 하고 눈으로 경고하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슬그머니 모니터로 옮겼다.



마틴이 조종사에게 물었다.


“드론에 로봇 팔이 장착돼 있나?”


<그런 건 잠수정에나 붙어 있는 겁니다.>


마틴 : 저길 조사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글쎄요. 드론은 영상 촬영용이라······.>


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말했다.


<내가 한 번 들어가 보죠.>


주 소령이었다.


최 부장이 무전기를 잡고 말했다.


“주 소령님. 무리 안 해도 됩니다.”


주 소령 : <주의하면 될 겁니다.>


최 부장 : 아까 봤잖아요. 파도치는 거. 접근하면 또 파도가 몰려올 겁니다.


주 소령 : <조용히 접근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최 부장이 갑판으로 내려갔다.


나도, 마틴과 잭도 최 부장 뒤를 따랐다.


최 부장이 주 소령에게 물었다.


“조용히 접근하다니 무슨 뜻입니까?”


주 소령이 느긋하게 말했다.


“그들도 눈이 있으니까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들 눈을 피해 접근하면 될 겁니다.”


이 교수가 심히 걱정되는 어조로 말했다.


“그게 가능할까요? 우리는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주 소령 : 호위함 반대편에서 조용히 입수하면 됩니다.


최 부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나도 주 소령을 말리고 싶었다.


이 과묵한 친구야. 해병대 아니랄까 봐 그런 일을 자청하다니.


잭이 끼어들었다.


“주 소령은 잠수의 베테랑이라고 들었어요. 주 소령에게 기회를 줍시다.”


그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마틴이 말했다.


“좋아. 주 소령이 물에 들어가는 걸로 하지.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까 내일 진행합시다.”


마틴과 잭이 사라지자 최 부장이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 소령님. 나랑 상의도 없이 그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주 소령이 흰 이를 드러내며 씩 웃어 보였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아닙니까?”


최 부장이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녁을 마치고 모두 선실에 모였다. 정례 회의 시간이었다.


이 교수가 말했다.


“오늘 있었던 일을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인공 파도와 수중 물체에 대해서요.”


이 소령이 말했다.


“그것보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 교수가 넌지시 물었다.


“무엇이 이해가 가지 않으십니까?”


이 소령이 상체를 주욱 내밀며 말했다.


“오늘 우리가 본 것들 말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거인 아이들이 마봉산 동굴에서 찾아낸 건 돛단배였습니다. 아이들을 데려간 거인들의 배는 삼단노선이었습니다. 둘 다 먼 옛날에 사용하던 배들이지 않습니까?


이 교수 : 그렇죠.


이 소령 : 그런데 오늘 우리가 본 것은 무엇입니까. 특히, 음파탐지기에 잡힌 건 누가 뭐라 해도 잠수함입니다······.


동료들을 돌아보며 이 소령이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십시오. 거인들의 갑옷, 돌칼, 잔잔의 몽둥이······. 모두 석기시대 물건들입니다. 그런 물건을 쓰는 존재들이 어떻게 잠수함을 만들고, 파도를 일으키고, 자신의 모습을 숨길 수 있습니까?”


이 교수가 이 소령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좋은 지적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모두에게 드리는 겁니다. 청동기시대에 우리 인간들은 어떤 물건을 사용했습니까?”


이 소령 : 그들과 같은 물건들이죠. 청동 칼, 청동 갑옷, 돛단배······.”


이 교수 : 지금은요? 2021년의 우리는 어떤 물건을 쓰고 있습니까?


이 소령 : 총, 대포, 군함 같은 것들을 쓰고 있죠.


이 교수 : 많이 발전했습니다. 그렇다면 거인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혹시 우리는 이렇게 발전했는데 거인들은 아직도 옛날에 쓰던 물건들을 쓰고 있어야 할까요?


이 소령 : 그건 아니겠지만······.


이 교수 : 우리가 이만큼 기술을 발전시키는 동안 거인들은 아직 석기시대나 청동기시대에 머물러 있을까요?”


강 소령 : 단연코 아닐 겁니다.


이 교수 : 그들은 이미 수천 년 전에 마른하늘에 벼락을 일으키는 무기를 쓰고, 돌처럼 보이는데 돌이 아닌 소재로 갑옷을 만들고, 공간을 왜곡하는 배를 만들었습니다. 그후 수천 년 동안 그들의 기술이 정체되지 않았다면, 이제 그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기술 수준에 이르렀을 겁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정 소령이 말했다.


“이 교수님 말씀에 공감하지만, 저는 거인들이 우리처럼 괄목할만 한 기술적 진보는 이루지는 못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 : 이유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정 소령 : 우리 인간이 이만큼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건 다양한 인종이 다양한 환경에서 서로 경쟁하고 교역하고 때로는 분쟁을 겼으며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거인들은 하나의 인종으로 수천 년간 이곳 바다에 갇혀 지냈습니다. 갈라파고스처럼 외딴 섬에서는 커다란 기술적 발전을 이룰 수 없었을 겁니다.


이 교수가 상체를 주욱 내밀며 말했다.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과학기술이라는 것은 어떤 특별한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엄청나게 발전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기술이 어느 수준에 이르면 그 기술을 바탕으로 갑자기 몇십 배 껑충 뛰는 것입니다. 아까 언급했듯 그들은 이미 삼천 년 전에 우리가 생각할 수도 없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교수 말이 맞았다.


그들은 이미 삼천 년 전에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공간을 왜곡하는 배.


고속함의 포탄을 맞고도 멀쩡한, 일천사백 킬로미터의 거리를 단 한 시간 만에 주파하는 배.


그런 배를 만드는 존재들이라면 인공 파도를 일으키고, 물속에서 백 노트 이상의 속도로 이동하는 잠수함을 만드는 건 일도 아니지 않을까?


무서웠다.


이런 존재들이 사는 곳을, 외지인의 방문을 원치 않아 문을 잠가 두는 것도 모자라 눈에 보이지 않게 해놓고 사는 존재들의 집 대문을 이렇게 함부로 두드려도 괜찮을까?



***


바다에서의 또 하루가 밝았다.


어제보다 바닷바람이 찼다.


잠수복으로 환복한 주 소령이 어깨에 장착한 카메라의 각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미군 측에서도 잠수부가 한 명 차출됐다.


호위함 소속 카메라맨이었다.


최 부장이 주 소령에게 당부했다.


“명심해요. 밧줄을 이렇게 세 번 당기면 철수하는 겁니다.”


주 소령 : 밧줄은 필요 없는데 굳이······.


이 교수 : 무슨 일이 생길지 알겠습니까.



준비를 마친 두 명의 잠수부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중 카메라가 영상을 보내왔다.


우리는 모니터 주변에 빙 둘러섰다.


영상에 난파선 잔해의 언덕이 나타났다.


잔해의 규모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컸다.


주 소령이 잔해의 언덕 위에 내려섰다.


주 소령이 쇠꼬챙이로 잔해를 뒤적였다.


흙탕물 사이로 눈에 익은 물체가 드러났다.


이 교수가 말했다.


“유골입니다.”


최 부장이 내게 물었다.


“김 여사님. 저건?”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잔잔의 유골. 네, 맞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칼란의 아이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 글은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되도록 작성하였습니다. 21.10.20 46 0 -
41 <EP. 2> 2 - 7 21.11.08 41 0 11쪽
» <EP. 2> 2 - 6 21.11.04 43 0 12쪽
39 <EP. 2> 2 - 5 21.11.01 44 0 11쪽
38 <EP. 2> 2 - 4 21.10.29 44 0 11쪽
37 <EP. 2> 2 - 3 21.10.28 50 0 12쪽
36 <EP. 2> 2 - 2 21.10.27 51 0 11쪽
35 <EP. 2> 2 - 1 21.10.26 53 0 11쪽
34 <EP. 2> 1 - 6 21.10.25 52 0 12쪽
33 <EP. 2> 1 - 5 21.10.21 51 0 13쪽
32 <EP. 2> 1 - 4 21.10.20 54 0 12쪽
31 <EP. 2> 1 - 3 +2 21.10.19 58 0 12쪽
30 <EP. 2> 1 - 2 21.10.18 53 0 11쪽
29 <EP. 2> 1 - 1 +2 21.10.15 67 0 11쪽
28 <EP. 1> 5 - 7 +2 21.10.14 79 1 12쪽
27 <EP. 1> 5 - 6 +2 21.10.14 75 1 12쪽
26 <EP. 1> 5 - 5 21.10.13 66 1 15쪽
25 <EP. 1> 5 - 4 21.10.13 67 1 15쪽
24 <EP. 1> 5 - 3 21.10.12 70 1 14쪽
23 <EP. 1> 5 - 2 21.10.12 72 1 11쪽
22 <EP. 1> 5 - 1 21.10.12 66 1 11쪽
21 <EP. 1> 4 - 7 21.10.12 64 1 13쪽
20 <EP. 1> 4 - 6 21.10.12 63 1 12쪽
19 <EP. 1> 4 - 5 21.10.12 64 1 11쪽
18 <EP. 1> 4 - 4 21.10.12 68 1 12쪽
17 <EP. 1> 4 - 3 21.10.12 63 1 11쪽
16 <EP. 1> 4 - 2 21.10.12 68 1 11쪽
15 <EP. 1> 4 - 1 21.10.12 66 1 15쪽
14 <EP. 1> 3 - 6 21.10.12 65 1 16쪽
13 <EP. 1> 3 - 5 21.10.12 64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