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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칼란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depriver
작품등록일 :
2021.10.12 00:11
최근연재일 :
2021.11.08 17:0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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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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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수 :
228,594

작성
21.10.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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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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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EP. 2> 1 - 3

DUMMY

굉음과 함께 대지가 흔들렸다.


기관총 소리, 미군의 외침이 들려왔다.



“기습이다! 적이다!”



그러나 다음에 이어진 외침이 구조대원들을 공포로 내몰았다.


“Monster! Fucking Monster!"


몬스터?


조 소령은 자신이 드디어 ‘유령 부대’와 조우했음을 알았다.



조 소령은 전투 지역으로 달렸다.


주변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머리 위로 무언가 지나가고 있었다.


하늘을 쳐다보니 푸른 대기를 배경으로 붉은빛 괴생명체가 날아가고 있었다.



괴생명체가 착지한 곳에서 총성이 들려왔다.


총소리와 비명은 사방에서 들려왔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때 주변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하늘을 쳐다볼 겨를도 없이 조 소령이 명령했다.


“흩어져!”


부대원들이 흩어진 순간, 괴생명체가 착지했다.


조 소령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생존자들 증언이 떠올랐습니다······. 유령병사······. 그들 말이 맞았습니다.”



괴물은 3미터에 육박하는 체구의······ 반인반수 생명체였다.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있었다.


사자의 갈기 같은 털이 등허리까지 내려와 있고 근육이 불끈 솟은 어깻죽지는 곱사등이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지옥에서 튀어나온 듯한 괴물이 거대한 몽둥이를 어깨에 들쳐멘 채 조 소령과 부대원들을 돌아보고 있었다.


괴물의 입가에 떠도는 미소는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한 기쁨에 기인한 듯했다.


“공격!”


조 소령의 명령과 동시에 괴물이 몽둥이를 휘둘러댔다.



“괴물의 움직임은······ 눈으로 따라잡기도 벅찼습니다······.”



괴물은 수평으로 움직였다.


보이지 않는 벽에 몸을 부딪쳐 그 반동 에너지를 이용해 움직이듯 괴물은 빠르게, 그리고 지그재그로 다가왔다.



“직선 운동······ 공간 이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았습니다······.”



MP5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졌지만, 놈들을 명중시킬 수 없었다.


괴물의 직선 운동이 끝나는 지점마다 부대원들이 있었다.


열 명의 부대원이 몰살당하는 데는 1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도 단 한 마리에게······.



총소리는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도, 비명도, 신음도 들려오지 않았다.


세 개 분대 구조대가 단 몇 분 만에 전멸한 것이다.



두 마리 괴물이 조 소령에게 다가왔다.


그들의 얼굴엔 무자비한 살육을 만끽한 여흥이 남아 있었다.


조 소령이 살아남은 이유는 하나였다.


그들 눈에 가장 늦게 띄었다는 것.


탄창은 이미 비어 있었다.


조 소령은 칼을 꺼내 들었다.


“덤벼라!”


괴물들 목에서 꿀꿀거리는 소리가 났다.


괴물들은 웃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가느다란,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휘슬 혹은 피리 소리였다.


괴물들이 땅을 쳤다.


구웅······.


대지를 뒤흔들며 괴물들이 솟구쳤다.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려왔다.


“아파치가 접근하는 걸 보고 누군가 괴물들을 철수시킨 겁니다.”



손에 경련을 일으키며 조 소령이 말을 이었다.


“그날, 헬기에 오른 30명 중 29명이 전사했습니다. 우리를 공격한 건······ 괴물 셋이었습니다.”


이 소령이 그의 어깨를 도닥거렸다.



최 부장이 말했다.


“미군은 병력을 증원하고 정찰기를 띄웠습니다. 괴물을 찾으려고 혈안이 됐습니다.”


기억 난 듯 조 소령이 덧붙였다.


“아홉 번.”


조 소령이 말을 이었다.


“육 개월 동안 미군이 괴물들과 교전한 횟숩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결과는······ 어떻게 됐죠?”


최 부장이 내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진짜 이유가 뭔지 알아요?”


“설마······.”


나는 믿기지 않는 눈으로 사람들을 돌아봤다.


사람들이 내 시선을 외면했다.



최 부장이 이 교수에게 말했다.


“그 영상을 보여줍시다.”


이 교수가 우리 모녀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충격이 클 수도 있을 텐데요.”


“충격?”


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어머니와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여러분은 상상도 못 할 거에요.”


이 교수가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스크린에 영상이 올라왔다.


야간에 촬영한 적외선 영상이었다.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본 화면이었다.


꼭 게임 화면을 보는 것 같았다.


최 부장이 말했다.


“미군 무인기가 찍은 겁니다.”



지상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탈레반과 미군이 교전 중이었다.


대규모 전투였다.


탱크, 헬기, 장갑차까지 동원된 전투였다.


당연히, 전세는 미군의 절대적인 우세였다.


아파치 헬기가 적 기계화 부대를 삽시간에 무력화했다.


전투 종료가 임박했다.



지휘부가 교신했다.


<본부다. 레이더에 미확인 물체가 잡힌다. 전장으로 향하고 있다.>


카메라가 줌아웃했다. 더 넓은 지역이 영상에 들어왔다.


멀리서 헬기 한 대가 날아오는 게 보였다.


<H-175 헬기로 추정된다.>


이 교수가 내게 말했다.


“중국산 헬깁니다. 나중에 파키스탄 국적기로 확인됐습니다."



헬기가 전장을 수 킬로미터 남겨놓고 착륙했다.


헬기에서 다섯 명의 병력이 내렸다.


한눈에도 둘째들이었다.


둘째들이 무서운 속도로 전장으로 이동했다.


지휘부가 교신했다.


<주의하라. ‘그것들’이 나타났다. 빠르게 전장으로 접근 중이다.>



미군 기계들이 방향을 바꿨다.


무차별 포격이 시작됐다.


둘째들이 지그재그로 움직여 포격을 피했다.


둘째들이 전장을 덮쳤다.


둘째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 미군의 장비들이 하나씩 파괴됐다.


몽둥이가 작렬할 때마다 방전현상이 발생하고 탱크와 장갑차가 연기를 내뿜었다.


아파치 헬기가 미사일을 날렸다.


그러나 미사일은 둘째들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다.


둘째의 움직임에 견줘 미사일이 느리게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지휘부가 명령했다.


<모든 병력 철수하라.>


지상 병력이 장갑차에 오르는 동안 아파치 헬기가 엄호 사격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미군 병력이 철수하는 동안 둘째들이 공격을 멈췄다.


미군이 멀리 사라질 때까지 둘째들은 전장에서 그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최 부장이 말했다.


“놈들의 행동은 미군 지휘부를 혼란에 빠트렸습니다. 나중에야 놈들의 의도를 파악했습니다.”


이 소령이 물었다.


“의도가 뭐였습니까?”


“놈들은······ 훈련을 하고 있는 겁니다. 실전훈련.”


이 교수가 부연했다.


“최강의 군대를 상대로······.”



‘실전훈련을 하다니?’


‘왜······?’



미군이 철수했어도 무인기는 전장을 촬영했다.


둘째가 퇴각했다.


퇴각할 때 놈들은 탈레반 시신을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예상컨대 식재료로 사용할 것이었다.



둘째들이 헬기로 돌아왔을 때 불길한 광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헬기 외부에 사람 형체가 서 있었다.


외모로 봐 여자였다.


그 여자가 둘째들을 일일이 마중하고 있었다.


나는 최 부장에게 물었다.


"이게 누구죠?”


최 부장이 무심코 말했다.


“글쎄요······. 지원병? 안내원? 그런 인물이겠죠.”


최 부장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무도 저 형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힐끗, 나는 어머니를 바라봤다.


어머니는 무표정한 얼굴로 영상을 응시하고 있었다.


세상사를 초월한, 무념의 얼굴이었다.



마봉산 사건 후, 어머니는 청동 목걸이의 여자를 떨쳐낸 듯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당신의 과거마저 떨쳐내 버린 듯했다.


치매 걸린 노인처럼 어머니는 과거를 기억 못 했다.


사물도 잘 알아보지 못했다.


덕분에 마봉산의 사건은 물론, 거인들, 대리모, 양 박사, 안 교수, 영이 일 등 사건의 모든 십자가를 나 혼자 짊어져야 했다.



그런데 오늘, 영상을 보는 어머니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거인들 배가 나타나 아이들을 데려가고, 낯선 둘째들이 미군을 유린하는 영상 앞에서 당신의 두 눈은 반짝반짝 빛을 냈다.


나는 어머니가 지금까지 연기를 해온 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나를 속이려고 아니, 사람들을 속이려고, 우리를 둘러싼 일체의 번잡함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려고 당신 자신을 감춰온 건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때맞춰 영상에 등장한 여자.


저 여자를 보고 내가 어머니를 떠올린 건 과한 집착일까?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저 여자가 둘째들을 조종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둘째를 태운 헬기가 이륙했다.


무인기가 헬기를 추적했다.


헬기가 도착한 곳은 타지스탄 국경의 어느 민간인 마을이었다.


헬기가 마을에 착륙하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둘째들이 헬기에서 내리자 군중이 그들을 에워쌌다. 여자와 어린아이도 끼어 있었다.


해괴한 광경이었다.


군중이 둘째들을 향해 두 손을 높이 들고 환호했다.


마치 둘째들을 경배하는 것 같았다.



내가 물었다.


“저건 또 무슨 현상이죠?”


최 부장이 말했다.


“민간인을 방패로 사용하는 것 같아요.”


이 교수도 말했다.


“저 상태로는 저격도 불가능해요.”



나는 여자를 유심히 지켜봤다.


군중에 둘러싸인 둘째의 무리 중앙에 여자가 있었다.


나는 40년 전 꿈을 떠올렸다.


보름달이 비추는 제단 위에 일렬로 늘어선 둘째들,


제단 아래, 드넓은 평야를 뒤덮은 수천의 인간 병사들.


가마를 타고 제단에 오른 청동 목걸이의 여자.


그들 모두 여자를 경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영상 속 인간들······.


그들은 둘째를 경배하는 게 아니었다······.



군중과 둘째들이 마을 뒤편 동굴로 향했다.


둘째들이 동굴 안으로 사라진 후에도 군중은 동굴 앞에 한참을 머물렀다.


광신도 무리 같았다.


그 사이 둘째들이 타고 온 헬기는 어디론가 날아가고 없었다.


영상은 거기까지였다.



최 부장이 말했다.


“다음 날, 미군이 저곳을 급습했습니다.”


급습 결과는 최 부장 표정에 이미 드러나 있었다.


“대대 병력이 급습했지만, 둘째들은 없었습니다.”


미군은 마을 뒤편 동굴도 수색했다.


동굴은 수십 킬로에 이르는, 아프간 북부 산악지역을 미로처럼 연결한 지하통로의 출입구 중 하나였다.



미군은 마을 사람들을 심문했다.


예상대로 그들에게선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강력한 주술에 걸린 듯했다.


겁에 질려 있기도 했다.


그들은 무덤에서 소환돼 온 고대의 유령병사,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군인들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온 불사의 전사, 루인톤들을 향한 경배심과,


그 전사들을 배신했을 때 자신들에게 돌아올 끔찍한 재앙의 예언 앞에 입을 닫았다.


둘째들이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서 출몰할지 아는 방법은 없었다.


그들의 출몰을 발견할 때까지 미군은 무인정찰기를 무한 가동하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영상 속 둘째들은 내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녀석들은 외모만 비슷할 뿐, 우리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이었다.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훨씬 더 강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해치는데 망설이는 기색이 없었다.


살육에 만성이 된 존재들 같았다.


최 부장 말대로 실전 훈련을 거듭한 탓일 수도 있었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나를, 최 부장 목소리가 깨웠다.


“김 여사님? 영상 속 존재들······ 어떻게 생각해요?”


“무서워요. 저 아이들은 마치······.”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기라도 하듯 최 부장이 말했다.


“군인들 같죠?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군인들.”


“예······. 우리 아이들은 저러지 않았어요. 저렇게 강하지도 않았고, 저렇게 무자비하지도 않았어요.”


이 소령이 비아냥대듯 말했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라는 말처럼 들리는군······.”



이 교수가 턱수염을 쓸며 말했다.


“영상을 통해 우리는 저 둘째들을 두 가지 부류로 가정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최 부장님 말씀처럼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둘째라는 가정. 또 하나는······.”


이 교수가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김 여사님의 둘째와 다른 종이라는 가정.”


다른 종······.


두 번째 가정이 맞는다면 나는 저 둘째들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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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P. 2> 2 - 7 21.11.08 42 0 11쪽
40 <EP. 2> 2 - 6 21.11.04 43 0 12쪽
39 <EP. 2> 2 - 5 21.11.01 45 0 11쪽
38 <EP. 2> 2 - 4 21.10.29 45 0 11쪽
37 <EP. 2> 2 - 3 21.10.28 50 0 12쪽
36 <EP. 2> 2 - 2 21.10.27 52 0 11쪽
35 <EP. 2> 2 - 1 21.10.26 53 0 11쪽
34 <EP. 2> 1 - 6 21.10.25 53 0 12쪽
33 <EP. 2> 1 - 5 21.10.21 51 0 13쪽
32 <EP. 2> 1 - 4 21.10.20 55 0 12쪽
» <EP. 2> 1 - 3 +2 21.10.19 59 0 12쪽
30 <EP. 2> 1 - 2 21.10.18 53 0 11쪽
29 <EP. 2> 1 - 1 +2 21.10.15 67 0 11쪽
28 <EP. 1> 5 - 7 +2 21.10.14 80 1 12쪽
27 <EP. 1> 5 - 6 +2 21.10.14 75 1 12쪽
26 <EP. 1> 5 - 5 21.10.13 66 1 15쪽
25 <EP. 1> 5 - 4 21.10.13 68 1 15쪽
24 <EP. 1> 5 - 3 21.10.12 70 1 14쪽
23 <EP. 1> 5 - 2 21.10.12 73 1 11쪽
22 <EP. 1> 5 - 1 21.10.12 66 1 11쪽
21 <EP. 1> 4 - 7 21.10.12 64 1 13쪽
20 <EP. 1> 4 - 6 21.10.12 64 1 12쪽
19 <EP. 1> 4 - 5 21.10.12 65 1 11쪽
18 <EP. 1> 4 - 4 21.10.12 68 1 12쪽
17 <EP. 1> 4 - 3 21.10.12 64 1 11쪽
16 <EP. 1> 4 - 2 21.10.12 69 1 11쪽
15 <EP. 1> 4 - 1 21.10.12 66 1 15쪽
14 <EP. 1> 3 - 6 21.10.12 65 1 16쪽
13 <EP. 1> 3 - 5 21.10.12 6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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