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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칼란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depriver
작품등록일 :
2021.10.12 00:11
최근연재일 :
2021.11.08 17: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303
추천수 :
24
글자수 :
228,594

작성
21.10.12 07:25
조회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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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EP. 1> 5 - 2

DUMMY

나는 김의 방으로 달려갔다.


화장대를 뒤지고 장롱을 뒤엎었다.


열쇠는 없었다.


나는 자신을 욕했다.


‘미련한 놈! 이렇게 떠난 년이 열쇠를 두고 갔을 리 없잖아.’



나는 다용도실을 뒤져 공구함을 찾아냈다.


공구함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전등이 계속 점멸했다.


전기가 끊어지면 모든 게 허사였다.


서둘러야 했다.



망치로 연구실 문손잡이를 내리쳤다.


문손잡이가 떨어져 나갔다.


그래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나는 망치를 내던지고 책상으로 돌아왔다.


일단, PC에 있는 자료라도 하드에 옮겨야 했다.



USB를 PC에 연결할 때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김이 외부장치의 연결을 막아놓았으면 큰일이었다.


다행히 PC가 외장 하드를 인식했다.


파일을 하드에 끌어다 놓는 순간, 전등이 나가며 컴퓨터가 재부팅했다.


순간 정전이 발생한 것이다.



“보바! 이 개자식!”



나는 통로로 뛰쳐나갔다.


보바가 소리쳤다.


“우리도 데려가요. 우리도!”


나는 보바에게 사정했다.


“보바, 부탁이다. 잠깐만 얌전히 있어 줘. 그럼 내가 뭐든지 해줄게.”


“거짓말! 교수님도 그냥 갈 거면서. 지금 풀어줘!”


보바가 또 유리벽을 쳤다.


천정에서 먼지가 일고 전등이 점멸했다.



나는 유리벽에 매달리다시피 했다.


“보바! 제발!”


“싫어! 싫어! 풀어줘!”


보바는 머리를 저으며 연신 유리벽을 쳤다.


미칠 것 같았다.


이러다 전기가 끊어지면 모든 게 끝이었다.


녀석을 진정시킬 방법이 필요했다.



“그걸 주면 잠잠해질 거에요.”



바트의 말이었다.


나는 바트에게 달려갔다.


“그게 뭔데?”


나지막한 목소리로 바트가 말했다.


“큰할머니 방에 있을 거에요.”


나는 유리벽에 바싹 몸을 붙였다.


“큰할머니 방에서 뭘 가져오면 되는데?”


바트가 두 손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보이며 말했다.


“요만한 크기의 장난감이에요. 얼핏 나뭇가지처럼 보일 거에요.”



대략 길이 50센티 정도의 막대기라고 했다.


보바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라고 했다.


내 눈을 들여다보며 바트가 말했다.


“날 믿어요. 그것만 주면 조용할 거에요.”



나는 수의 방으로 달려갔다.


방문이 잠겨 있었다.


나는 쇠지레로 문을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스위치를 찾아 전등을 켠 순간, 나는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이런 미친년······.”



수의 방은 거대한 묘지였다.


붉은색 벽지로 도배한 널찍한 공간에 거인족 미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유골 상태의 주검들, 박제된 주검들이었다.


박제된 주검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낯익은 이름이 눈에 띄었다.


『 3세대. 바위. 00년 0월 0일 사망. 』


반쯤 감긴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바위의 굳은 얼굴에는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의 공허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불쌍한 녀석······.’



바위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바트가 알려준 물건을 찾아 이 미친 여자의 방을 뒤졌다.



물건은 벽 한쪽 귀퉁이 황금색 액자에 담겨 있었다.


언뜻, 나무로 만든 지휘봉이나 단소처럼 보였다.


세 개나 됐다.


나는 가장 상태가 좋아 보이는 막대기를 꺼내 지하실로 달려갔다.


그 와중에도 보바는 유리벽을 치고 있었다.



나는 바트에게 막대기를 보여줬다.


“이거 맞아?”


바트가 고개를 갸웃했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게 아니야?”


바트가 말했다.


“이리 줘 봐요.”



나는 음식물 투입구로 막대기를 밀어 넣었다.


달그락 소리를 내며 바닥에 막대기가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그 물건은 어느 모로 보나 말라빠진 나무막대기에 불과해 보였다.



바트가 힐끔 내 얼굴을 봤다.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녀석의 얼굴에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비열하고 사악한 표정이 드리웠다.


후회가 밀려왔다.


막대기를 수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바트가 더 빨랐다.


막대기는 이미 녀석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바트가 막대기를 집어 든 후, 나는 정신이 혼미했다.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두 눈으로 보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바트의 손에서 막대기가 변형을 일으킨 건 순식간이었다.


길이 50센티의 가느다랗고 짧은 막대기가 순간적으로 늘어나고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나는 지금 무슨 일이 진행 중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뒤늦게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막대기는 지름 사오십 센티에 길이 2미터를 넘는 몽둥이로 변해 있었다.



바트의 눈동자, 아니 둘째들의 눈동자는 원래 검은색이었다.


바트의 손에서 막대기가 변형을 마친 순간, 나는 녀석의 눈동자가 핏빛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봤다.


또한, 나는 바트의 몸을 뒤덮은 아름다운 황토색 피부가 딱딱한 각질로 덮여가는 것을 봤다.


각질이 자신의 피부를 덮는 동안 녀석의 얼굴은 고통과 기쁨으로 일그러져갔다.


바트의 변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녀석의 검붉은 머리칼은 사자의 갈기처럼 사방으로 뻗어 갔고,


팔꿈치 윗부분에서 어깨, 등줄기에 이르는 부위는 곱사등이처럼 구부정해지며 가시 같은 잔털로 뒤덮여갔다.



바트가 으르렁대듯 말했다.


“비켜······.”


바트가 몽둥이를 쳐들었다.


나는 몸을 던졌다.


유리벽이 박살 나고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동그랗게 몸을 말고 머리를 감싸 안았다.



둔중한 소리가 들려왔다.


바트가 통로를 걷는 소리였다.


바트가 보바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안 돼, 바트······.”


그러나 내 목소리는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바트의 몽둥이가 허공을 갈랐다.


유리벽이 얼음 조각처럼 부서져 내렸다.


보바가 통로로 걸어 나왔다.


누군가 내 사무실에서 뛰쳐나왔다.


영이였다.


나는 영이에게 소리쳤다.


“영이, 안 돼······.”


목에서 소리가 안 나왔다.



영이는 눈앞의 광경에 몸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엉거주춤 서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듯했다.


그러나 영이는 곧 평소의 당찬 모습을 회복했다.


영이가 두 팔로 큰 엑스자를 만들며 소리쳤다.


“바트! 보바! 안 돼!”


영이는 평소처럼 행동했을 뿐이다.


말썽부리고 소란 피우는 아이들, 오늘따라 조금 심한 짓을 저지른 둘째들을, 영이는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영이의 몸이 공중 부양했다.


나는 두 다리가 허공에 뜬 채 버둥대는 영이를 보며 여기서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숨이 막혀오고 눈앞이 아득했다.


영이의 몸이 내동댕이쳐졌다.


바트와 보바가 내게 다가왔다.


“안 돼······.”


나는 새우처럼 몸을 말고 머리를 감싸 안았다.


사타구니가 뜨거웠다.


몸에서 무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꿀꿀거리는 소리와 함께 녀석들이 나를 지나쳐갔다.


계단을 오르는 녀석들의 육중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위층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벽과 문을 부수는 소리, 물건을 뒤엎는 소리였다.


금속이 파열되는 소리와 함께 물새는 소리가 났다.


녀석들의 발소리가 거실을 가로질러 마당으로 향했다.


잠시 후,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온 집안이 흔들렸다.


그리곤 적막이 찾아왔다.



물새는 소리가 정적을 깨트렸다.


녀석들이 집을 떠난 것 같았다.


어디선가 희미한 신음이 들려왔다.


그제야 나는 정신이 돌아왔다.


사무실 앞에 영이가 쓰러져 있었다.


다리가 풀려 걸을 수 없었다.


나는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 영이에게 갔다.



영이는 통로에 모로 누워 있었다.


영이의 목에서 물 끓는 소리가 새 나왔다.


나는 바수어진 영이의 턱에 귀를 가져갔다.


그르르······, 그르르······.


폐에서 피가 끓고 있었다.


손을 쓰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았다.



나는 사무실로 갔다.


연구실 문이 열려 있었다.


나는 연구실에서 프로포폴을 가져와 영이에게 주사했다.


주사량을 세 배로 했다.


바늘이 자신의 몸을 찌를 때 영이가 눈을 떴다.


실핏줄이 터진 섬뜩한 눈으로 영이가 내 눈을 들여다봤다.


영이가 나를 원망하는지 고마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


옆으로 고개를 떨굴 때 영이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나는 상의를 벗어 영이의 몸을 덮었다.



나는 서버실로 향했다.


망치로 서버실의 문손잡이를 내려쳤다.


단번에 열쇠뭉치가 날아갔다.


서버 시스템은 구식이었다.


수십 년은 됐음 직한 구식 컴퓨터와 하드디스크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연결돼 있었다.


전문가의 손길이 오랫동안 미치지 않은 것 같았다.



퍼뜩,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양 박사의 모든 연구 성과가 지금 내 앞에 있었다.


이것들만 확보하면 이야기는 끝이었다.


단, 모두 챙기려면 큼지막한 가방이 있어야 했다.



1층으로 올라가는데 계단에 물이 흘렀다.


천정의 수도관이 터져 물이 새 나오고 있었다.


유속이 빨랐다.


그걸 보자 마음이 급해졌다.


나는 여자들 방을 뒤져 가방을 찾아냈다.



서버에서 하드디스크를 하나씩 분리했다.


작업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서 배선을 제거해가며 나사를 일일이 풀어야 했다.



물이 종아리를 적셨다.


연구실로 물이 새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높은 곳으로 옮겼다.


가방이 벌써 묵직했다. 그러나 작업은 아직 반에도 못 미쳤다.



갑자기 불이 나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초록색 비상구 램프가 어둠 속에 어른거렸다.


더는 작업할 수 없었다.


나는 가방을 들쳐메고 사무실로 나갔다.


사무실 문이 안쪽으로 부풀어 있었다.


통로에 물이 많이 찼다는 방증이었다.



나는 문틈에 쇠지레를 넣고 힘껏 젖혔다.


문이 열리며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통로와 사무실의 수위가 같아진 후에야 물흐름이 느려졌다.


그러나 물은 이미 가슴까지 차올랐다.


나는 물속을 걸어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가방 무게 때문에 빨리 걸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가방을 놓고 갈 수는 없었다.


이것 없이 나갈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통로 중간에 이르자 물이 빗장뼈까지 차올랐다.


계단에 닿을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섰다.


죽음의 공포가 엄습해왔다.


‘가방을 포기해야 할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하드디스크는 이미 물에 젖었다.



지하실을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았습니다.


안 교수가 눈물을 훔쳤다.


“아내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았습니다······.”



***


이 소령이 안 교수에게 티슈를 건넸다.


안 교수가 얼굴을 훔치며 말했다.


“소방관들이 저를 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요. 좀 쉬어요.”



영상이 끝나고 회의실에 불이 들어왔다.


몇 사람이 웅성거렸다.


사람들을 돌아보며 이 소령이 물었다.


“혹시 화장실 가실 분 계십니까?”


“······.”


“그럼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김지선씨.”


이 소령이 내게 손짓했다.


“올라오세요.”



나는 연단으로 올라가 의자에 앉았다.


이 소령이 추궁하듯 물었다.


“거인들을 데리고 도망쳤죠?”


“도망친 건 아니고······.”


이 소령이 내 말을 잘랐다.


“자, 그다음 일을 증언하세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다시 말하기 싫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 소령이 물었다.


“무슨 차를 타고 갔죠?”


“트럭······.”


“트럭을 타고 어디로 갔어요?”


“무수리······.”


“무수리라······. 계속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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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P. 2> 2 - 7 21.11.08 41 0 11쪽
40 <EP. 2> 2 - 6 21.11.04 43 0 12쪽
39 <EP. 2> 2 - 5 21.11.01 44 0 11쪽
38 <EP. 2> 2 - 4 21.10.29 44 0 11쪽
37 <EP. 2> 2 - 3 21.10.28 50 0 12쪽
36 <EP. 2> 2 - 2 21.10.27 51 0 11쪽
35 <EP. 2> 2 - 1 21.10.26 53 0 11쪽
34 <EP. 2> 1 - 6 21.10.25 52 0 12쪽
33 <EP. 2> 1 - 5 21.10.21 51 0 13쪽
32 <EP. 2> 1 - 4 21.10.20 54 0 12쪽
31 <EP. 2> 1 - 3 +2 21.10.19 58 0 12쪽
30 <EP. 2> 1 - 2 21.10.18 53 0 11쪽
29 <EP. 2> 1 - 1 +2 21.10.15 67 0 11쪽
28 <EP. 1> 5 - 7 +2 21.10.14 79 1 12쪽
27 <EP. 1> 5 - 6 +2 21.10.14 75 1 12쪽
26 <EP. 1> 5 - 5 21.10.13 66 1 15쪽
25 <EP. 1> 5 - 4 21.10.13 67 1 15쪽
24 <EP. 1> 5 - 3 21.10.12 70 1 14쪽
» <EP. 1> 5 - 2 21.10.12 73 1 11쪽
22 <EP. 1> 5 - 1 21.10.12 66 1 11쪽
21 <EP. 1> 4 - 7 21.10.12 64 1 13쪽
20 <EP. 1> 4 - 6 21.10.12 63 1 12쪽
19 <EP. 1> 4 - 5 21.10.12 64 1 11쪽
18 <EP. 1> 4 - 4 21.10.12 68 1 12쪽
17 <EP. 1> 4 - 3 21.10.12 64 1 11쪽
16 <EP. 1> 4 - 2 21.10.12 68 1 11쪽
15 <EP. 1> 4 - 1 21.10.12 66 1 15쪽
14 <EP. 1> 3 - 6 21.10.12 65 1 16쪽
13 <EP. 1> 3 - 5 21.10.12 6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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