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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칼란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depriver
작품등록일 :
2021.10.12 00:11
최근연재일 :
2021.11.08 17: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262
추천수 :
24
글자수 :
228,594

작성
21.10.13 12:02
조회
63
추천
1
글자
15쪽

<EP. 1> 5 - 5

DUMMY

궁!


굉음과 함께 바트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헬기와 바트 사이엔 수십 미터의 공간이 존재했다.


포물선의 정점에 이르기 직전, 바트가 다시 한번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대기가 찢기는 굉음과 함께 허공에 희미한 안개의 층이 생성됐다.


안개의 층이 아니었다.


대기가 급속히 응축할 때 생기는 현상이었다.


바트가 땅에서 솟구칠 때만 해도 헬기 조종사는 마음을 놓았던 것 같다.


바트가 허공에서 두 번째 비상할 때, 헬기가 급히 움직였다.


바트의 몽둥이가 세 번째로 허공을 때렸다.


또 한 번 대기가 응축하며 바트가 헬기를 향해 튕겨 나갔다.



바트가 헬기의 동체에 들러붙었다.


헬기 내부에서 불꽃이 일었다.


팝콘 터지는 듯한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누군가 바트에게 총을 쏘고 있었다.


샤말이 소리쳤다.


“바트! 그만해!”



바트가 헬기의 앞부분으로 옮겨갔다.


헬기가 바트를 떨어뜨리려고 안간힘 썼다.


바트가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콰앙!


헬기의 동체가 기울며 연기가 피어났다.


바트를 매단 채 헬기가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바트가 하는 건 보바도 따라 했다.


보바가 두 번째 헬기를 향해 도움닫기했다.


하늘로 솟구친 보바가 또 한 번 몽둥이를 휘둘렀다.


두 번째 헬기는 첫 번째 헬기의 참사를 목격한 터였다.


보바가 다가오자 두 번째 헬기가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보바는 헬기의 동체 위에 무엇이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어머니가 신음했다.


나는 나란과 텐의 눈을 가려줬다.



촤라라락!



보바의 조각들이 들판 위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우리는 다른 아이들처럼 보바의 이름도 대리모가 짓게 했다.


어머니가 카챠에게 물었다.


“보바가 무슨 뜻이지?”


“블라디미르의 애칭이에요.”


“블라디미르는 무슨 뜻이야?”


카챠가 당당하게 말했다.


“세계를 가진 자라는 뜻이에요.”


어머니는 아이 이름이 거창하다며 카챠를 칭찬했다.


그러나 나랑 둘만 있을 때 어머니는 말했다.


“아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나는 어머니를 이해했다.


어머니는 아이가 자라 자신의 이름이 무슨 뜻인지 깨닫는 것을 원치 않았다.


장차 아이가 자신의 이름에 걸맞는 거창한 꿈을 갖는 것을 우려했다.


그런 꿈을 이루기에 아이들은 너무 빨리 사라져갈 것이고 우리는 그렇게 시들어가는 또 하나의 거창한 꿈을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



피 벼락을 맞은 헬기가 방향을 틀었다.


산등성이 너머로 헬기는 도망치듯 사라져갔다.


나는 울었다.


녀석과 함께 한 수많은 나날이 떠올랐다.


‘불쌍한 녀석······. 이렇게 떠날 것을······.’



샤말과 노우가 우리에게 달려왔다.


나란과 텐이 형들에게 매달렸다.


한편으론 놀라고 한편으론 두려운 표정으로 샤말이 물었다.


“그게 뭐였죠?”


헬기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무서운 거다······. 조금 있으면 더 들이닥칠 거다······.”



우리에겐 보바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헬기가 공격을 당했다.


그중 한 대는 추락했을 것이다.


헬기의 동체에 경찰 마크가 선명했다.


이제 곧 무장 병력이 들이닥칠 것이다.



샤말과 노우가 우리에게 등을 내보였다.


“할머니. 업혀요.”


나는 노우에게, 어머니는 샤말의 등에 업혔다.


우리를 업고 아이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란은 몸이 무거웠다.


샤말과 노우가 나란을 교대로 안고 뛰었다.



노우 등에 업힌 채 나는 생각했다.


‘바트는 어떻게 됐을까.’


나는 바트가 죽었기를 바랐다.


만에 하나, 살았더라도 불구가 됐기를 바랐다.


사람 발길이 닫지 않는 산속 깊은 곳에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머물기를 바랐다.


그것이 녀석에게는 최선이었다.



나무들이 휙휙 소리 내며 귓전을 스쳐 갔다.


숲을 이렇게 빨리 가로지르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바람 소리 사이로 귀에 익은, 규칙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구우우.


파도 소리였다.


해안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


귀가 막힌 듯 고막이 먹먹했다.


나뭇가지를 흔들던 바람 소리가 잦아들고 새소리도,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파도 소리도 먼 곳으로 물러난 것 같았다.


동굴 안을 걷는 듯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우리가 어디에 왔는지 알아차렸다.


거목들로 이루어진 세상, 동굴 숲이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 좀 내려다오.”



아이들이 손전등으로 주변을 비췄다.


거대한 고목들이 오솔길 양편에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나무뿌리가 지표로 솟아올라 용의 몸통처럼 뒤엉켜 있었다.


나는 궁금했다.


아이들은 이곳을 알고 있을까?


양박사 이론이 맞는다면 아이들 유전자는 이곳을 기억할 것이었다.



나는 노우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딘 줄 아니?”


노우는 대답이 없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샤말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넋이 나간 듯 걷고 있었다.


손을 내밀어 허공을 움켜쥐기도 했다.


누가 자신을 스쳐 가기라도 하듯 슬쩍 몸을 피하는 시늉도 했다.



텐이 형들에게 물었다.


“형. 뭘 보는 거야?”


샤말이 아이들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텐, 나란. 내 손을 잡아.”


노우도 내게 말했다.


“할머니. 내 손을 잡아요.”


우리는 손을 맞잡고 걸음을 멈췄다.


샤말이 말했다.


“모두 정신을 집중해봐요.”



내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고목 줄기와 지표 위에 꿈틀대는 나무뿌리가 눈에 보이는 전부였다.


그때 텐이 내 손을 흔들었다.


“할머니, 봐요!”


텐이 손을 뻗어 허공을 더듬었다.


무언가 잡으려는 것 같았다.


나란도 동그랗게 눈을 뜨고 연신 탄성을 질러댔다.


“와아! 와아!”


나는 녀석들 하는 짓이 의심스러웠다.


‘얘들이 우릴 놀리는 건가.’


그래도 혹시나 하고 나는 눈을 부릅떴다.



어둠 속에 무언가 어른거렸다.


한 가닥 구리선 같은 것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눈을 찔끔 감았다 뜨니 또 하나의 선이 허공에 그려졌다.


선들이 점점 불어나더니 곧 내 눈앞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선이 무작위로 허공에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선들이 어떤 형체를 이루어갔다.


거인들의 형상이었다.


입이 떡 벌어진 내게 노우가 속삭이듯 말했다.


“할머니. 뒤를 봐요.”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숨이 턱 막혔다.


조명을 켠 듯 동굴 숲에 서광이 비쳤다.


위용을 드러낸 동굴 숲을 따라 수많은 거인족이 걸어오고 있었다.


끝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행렬이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금방 깨달았다.


지금 나는 수천 년 전, 이 땅을 떠나려고 해안으로 이동 중인 거인족의 행렬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고대 거인족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할 뿐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하나라도 더 눈에 담으려고 나는 열심히 살폈다.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거인들의 행렬엔 부상자와 노인, 아이들뿐이었다.


성한 남자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드물게 여자들 모습도 보였다.


여자들은 수가 적었고 남자와 달리 체구가 작았다.



거인들은 대부분 가죽옷을 입었는데 등에는 봇짐을 지고 있었다.


일부는 수레를 끌었다.


모두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들이 원치 않는 여정을 떠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자 중 하나가 내 시선을 끌었다.


안개 같은 은빛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젊은 여자였다.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세상에 신이 있어 천사라는 존재를 창조한다면 이 여인의 모습을 모방할 것 같았다.


여자는 다른 여자들에 둘러싸여 도란도란 담소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기품 있는 여자의 자태는 그녀가 특별한 지위에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여자가 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였다.


행렬이 갈라지며 일단의 병사들이 달려왔다.


돌갑옷에 칼을 찬 거인족 병사들이었다.


병사들이 여자 앞에 멈췄다.


선두의 병사가 투구를 벗었다.


은빛, 긴 모발이 돌갑옷 위로 길게 늘어졌다.



병사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이 낯익은 탓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40여 년 전, 내 꿈속에 등장한 거인족 남자였다.


거대한 보름달이 마봉산을 하얀빛으로 불사르던 밤, 아버지의 몸을 빌려 내 꿈에 나타난 거인족이었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내 기억에 각인돼 영원히 지울 수 없게 된 존재,


머리를 틀어 올린 여자를 거부하고 떠나던 거인족 남자였다.


그런 그가 투구를 벗어 팔에 끼고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가 내게 미소 지었다.


그 눈부신, 다정한 미소에 나는 가슴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그 바다와 같은 깊고 푸른 눈빛에 나는 온몸을 던져 빠져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당장 그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다감한 미소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 미소는 천사에 비견되는 아름다움으로 내 시선을 끈 거인족 여인을 위한 것이었다.


그가 손을 뻗어 여자의 얼굴을 만질 때 나는 견딜 수 없는 질투를 느꼈다.


둘 사이에 뛰어들어 한쪽을 파멸시키고 싶었다.


내가 느낀 질투의 감정과는 별개로 나는 둘이 부부 사이임을 깨달았다.



구웅.



굉음이 들려왔다.


불이 꺼지듯 눈앞에서 거인족 행렬의 환영이 사라졌다.


아이들 시선이 위쪽을 향했다.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서광이 사라진 어두운 동굴 숲에 폭우처럼, 나뭇잎이 쏟아졌다.


나뭇잎 사이로 비수처럼, 바트가 나타났다.


녀석은 피칠갑을 하고 있었다.



콰앙!



샤말의 칼이 바트의 몽둥이를 받아친 순간, 무언가 내 몸을 내동댕이쳤다.


어머니도, 아이들도 바닥에 나뒹굴었다.


충격파에 떠밀린 것이다.


샤말이 소리쳤다.


“먼저 가!”


노우가 나란을 껴안으며 말했다.


“모두 나를 따라와!”



어머니가 뒤처졌다.


노우가 어머니를 등에 업고 나란을 품에 안았다.


돌아보니 샤말과 바트가 무수한 충격파의 원에 휩싸여 있었다.


녀석들 주변 나무들이 움푹 패고 갈라지고 휘어졌다.


나뭇잎이 비처럼 쏟아져 녀석들의 모습을 가렸다.



거목들이 사라지고 밤하늘이 펼쳐졌다.


발에 돌이 밟혔다.



거센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해안 절벽이 코앞이었다.


노우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나는 다급히 외쳤다.


“멈춰!”


발밑에 칠흑 같은 어둠이 다가왔다.


조금만 늦었어도 모두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쳤을 것이다.



보름달이 하늘 꼭대기로 비상했다.


절벽 아래로 희미한 암초 지대가 보였다.


노우가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죠?”


나는 아이들을 바윗길로 인도했다.


이 밤중에 절벽을 내려가는 건 자살행위였다.


노우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두 여자를 위해 노우는 가파른 절벽을 두 번이나 오르내렸다.


나란도 텐의 도움으로 용케 절벽을 내려왔다.



절벽 아래 모래톱에서 우리는 숨을 돌렸다.


파도 소리가 거셌다.


물때가 바뀌고 있었다.



***


절벽에서 툭 튀어나온 곶을 돌자 굉음이 들려왔다.


해안동굴의 포효소리였다.



맞은편 절벽이 다가왔다.


두 개의 절벽이 만나는 지점에 움푹 팬 골짜기가 나오고 시커먼 해안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동굴을 찾은 건 처음이었다.


검은 아가리로 굉음을 토해내는 동굴은 공포 그 자체였다.


가공할 괴물이 어둠 속에 몸을 웅크린 채 먹잇감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노우에게 물었다.


“동굴에 왔다. 이제 뭘 해야 하지?”


“동굴 안으로 들어가야 해요.”


“안에 뭐가 있는데?”


“배가 있어요.”


어머니가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동굴 안에 배는 없어.”


나도 어머니 말에 동의했다.


“동굴은 우리가 잘 알아. 저 안에는 송장과 쓰레기뿐이야.”



노우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나는 샤말 형 말을 전한 것뿐이에요. 형은 동굴 안에 배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 했어요.”


어머니가 역정을 냈다.


“무슨 소리냐. 샤말이라니. 바트가 뭐라고 했는지 알려달란 말이다.”



잠깐 망설이는가 싶더니 노우가 입을 열었다.


“바트는 그런 말 안 했어요. 배가 있다고 말한 건 샤말 형이에요.”


어머니와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껏 우리는 바트가 알려준 정보로 노우가 오늘 여정을 계획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보의 출처가 샤말이었다니.



어머니가 물었다.


“바위가 죽기 전에 샤말에게 배의 존재를 알려줬니?”


노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 중 누구도 배의 존재를 몰랐어요. 샤말 형도 여기 와서 안 거에요.”


나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여기 와서 알다니? 어떻게 말이냐?”


“폐가에서 알았어요. 어떻게 알았는지는 샤말 형만 알아요.”


나는 폐가에서 샤말이 했던 기이한 행동들을 떠올렸다.


내가 짐작한 대로 샤말은 폐가의 유물들과 교감이라도 한 것일까?



어머니가 물었다.


“바트는 동굴의 존재를 아느냐, 모르느냐?”


“바트도 동굴의 존재는 알아요.”


“그런데?”


“동굴 안에 배가 있다는 걸, 바트는 몰라요.”



나는 더럭 의심이 일었다.


노우가 우리에게 뭔가 감추는 것 같았다.


40년 전 둘째는 말했었다. 배를 타고 이곳을 떠날 거라고.


그건, 놈들도 배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내가 말했다.


“아니야. 내가 직접 들었어. 놈들은 분명히 배를 타고 떠날 거라고 했어.”


“그런 것까진 나도 몰라요. 내가 형에게 들은 건 뱃길이 그냥은 열리지 않는다는 거에요. 방법을 아는 건 샤말 형뿐이에요.”



나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얘야. 그럼 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오늘 여행을 계획했더란 말이냐?”


“마봉산에 가면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샤말 형이 그랬어요. 선조들이 무언가 남겨뒀을 거라고.”


노우 말대로라면 둘째들은 동굴의 위치는 알아도 동굴 안에 배가 있는 건 몰랐다.


보름달이 뜨는 밤 뱃길이 열리는 건 알면서도 뱃길을 여는 방법은 몰랐다.


그렇다면 둘째들은 자신들이 타고 갈 배를 직접 건조한 것이다.


항로를 모르니 그냥 배를 만들어 띄운 것이다.



그럴 리가!


둘째들이 그렇게 무모했었나?


경찰차 사이렌 소리만 듣고도 줄행랑치던 놈들이 아니던가.


혹시 거인족과 둘째는 목적지가 다른 걸까?


애초에 두 종족은 서로 다른 길을 찾아 떠났던 것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은 동굴 안에 숨겨져 있다는 배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우리는 점점 희미해지는 손전등에 의지해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어머니와 내가 앞장서고 아이들이 뒤를 따랐다.


바닷물이 바위벽에 부딪혀 굉음을 냈다.


노우가 물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에요?”


나는 손전등으로 바위벽과 물길을 비췄다.


물길이 바위벽을 만나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노우는 사뭇 놀란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물살이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밀려온 바닷물이 바위벽 꼭대기까지 넘실거렸다.


지금까지 이곳을 수백 번이나 오갔지만, 이렇게 높고 거친 물살은 처음이었다.



동굴 내부로 들어가는 통로를 찾아야 했다.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이 틈새를 빠져나가는 소리였다.


소리 나는 곳을 찾아 노우가 칼로 찍었다.


40년 간 굳건하던 흙벽이 무너져내리며 작은 틈이 생겼다.



우리는 벽에 달라붙어 흙과 돌을 치워냈다.


고양이 눈을 닮은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닷바람이 통로 안으로 휘몰아쳤다.


몸이 휘청할 만큼 강한 바람이었다.


음산한 바람 소리와 굉음이 뒤섞인 통로 앞에서 우리는 잠시 숨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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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P. 2> 2 - 6 21.11.04 41 0 12쪽
39 <EP. 2> 2 - 5 21.11.01 43 0 11쪽
38 <EP. 2> 2 - 4 21.10.29 43 0 11쪽
37 <EP. 2> 2 - 3 21.10.28 49 0 12쪽
36 <EP. 2> 2 - 2 21.10.27 50 0 11쪽
35 <EP. 2> 2 - 1 21.10.26 51 0 11쪽
34 <EP. 2> 1 - 6 21.10.25 51 0 12쪽
33 <EP. 2> 1 - 5 21.10.21 49 0 13쪽
32 <EP. 2> 1 - 4 21.10.20 53 0 12쪽
31 <EP. 2> 1 - 3 +2 21.10.19 57 0 12쪽
30 <EP. 2> 1 - 2 21.10.18 51 0 11쪽
29 <EP. 2> 1 - 1 +2 21.10.15 65 0 11쪽
28 <EP. 1> 5 - 7 +2 21.10.14 78 1 12쪽
27 <EP. 1> 5 - 6 +2 21.10.14 74 1 12쪽
» <EP. 1> 5 - 5 21.10.13 64 1 15쪽
25 <EP. 1> 5 - 4 21.10.13 66 1 15쪽
24 <EP. 1> 5 - 3 21.10.12 69 1 14쪽
23 <EP. 1> 5 - 2 21.10.12 71 1 11쪽
22 <EP. 1> 5 - 1 21.10.12 64 1 11쪽
21 <EP. 1> 4 - 7 21.10.12 64 1 13쪽
20 <EP. 1> 4 - 6 21.10.12 62 1 12쪽
19 <EP. 1> 4 - 5 21.10.12 63 1 11쪽
18 <EP. 1> 4 - 4 21.10.12 66 1 12쪽
17 <EP. 1> 4 - 3 21.10.12 62 1 11쪽
16 <EP. 1> 4 - 2 21.10.12 67 1 11쪽
15 <EP. 1> 4 - 1 21.10.12 65 1 15쪽
14 <EP. 1> 3 - 6 21.10.12 64 1 16쪽
13 <EP. 1> 3 - 5 21.10.12 6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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