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e****** 님의 서재입니다.

칼란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depriver
작품등록일 :
2021.10.12 00:11
최근연재일 :
2021.11.08 17: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260
추천수 :
24
글자수 :
228,594

작성
21.10.28 12:30
조회
48
추천
0
글자
12쪽

<EP. 2> 2 - 3

DUMMY

그들이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나는 나만의 공상에 빠져들었다.


이 교수 말대로 거인들은 오래전 아카라 섬을 떠났다.


소수의(소수일 것이다) 동료를 섬에 머물게 하고.


그들은 왜 동료들을 섬에 머물게 했을까?


붉은 바위 꼭대기에 거울은 왜 만들었을까?



붉은 바위 거울이 빛을 굴절시켜 큰 바다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건 자명했다.


그 거울이 우리나라를 향하고 있는 것도 분명해 보였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런 조치들을 해뒀을까?


육지에 정보원을 배치해놓고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았을까?


누군가, 불특정 거인족이 연락해올 것을 미리 알고 대비해놓은 것일까?


아니면, 수천 년이 지난 후, 미지의 그들 후손이 구조 요청해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까?


마봉산 동굴에 숨겨져 있던 배.


이물에 칼을 꽂고 투구를 놓으면 700킬로나 떨어져 있는 바위 꼭대기에 빛을 쏘아 보내는 그 대단한 배.


거인들은 왜 동굴에 배를 남겨뒀을까?


혹시 거인들은 육지를 떠날 때, 동료 몇을 남겨놓았던 것일까?


남은 동료를 위해 배를 숨겨두었던 것일까?



그 가정이 맞는다면, 거인들은 동료를 데려오는 데 실패했다.


수천 년 동안, 배는 동굴 속에서 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위의 가정이 맞는다면,


뒤에 남은 동료들······ 그들은 누구였을까.


멀고 험한 여정(여정의 출발점을 알 수는 없지만, 유적이 발굴된 중국 차오양으로 가정하면 직선거리로 1,100킬로다.)을 따라잡지 못해 뒤처진 거인족 무리였을까?


대규모 행렬의 뒤를 봐주기 위해 일부러 남은 동료였을까?


추격이 있었을까?


거인족을 육지에 잡아두려는 사악한 무리의 대규모 추격이 있었을까?


거인족이 무사히 이 땅을 떠나는 걸 방해하려고?


거인족의 짐을 빼앗고 여자와 아이들을 붙잡아 팔아넘기려고?


추격자들을 따돌리려고 그들은 뒤에 남아야 했을까?


그들은 동족이 무사히 육지를 떠날 때까지 추격대와 맞서 싸운 결사대였을까?


해안동굴에 누운 거인족 병사들······.


그들이 뒤에 남은 자들이었을까?


아내와 딸을 살리기 위해 홀로 남은 아버지처럼?


그들은 동굴에 배가 있다는 걸 알았을까?


죽을 때 그들은, 동족이 자신들을 위해 배를 남겨뒀다는 걸 알았을까?


그래서 그들은 비록 몸은 죽어도 영혼은 영원한 안식을 얻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정확한 건 거인족을 만나 물어보는 수밖에.



***


아카라 섬을 떠난 지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지났다.


배가 속도를 줄였다.


이 소령이 모두에게 말했다.


“외투를 입어요. 바람이 찰 거에요.”


두툼한 점퍼를 입고 모두 갑판으로 올라갔다.


바람이 싸늘했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다.


어느 쪽을 둘러봐도 짙푸른 바다, 망망대해였다.



이 소령이 나를 함교로 데려갔다.


함장이 최 부장에게 망원경을 건네주며 말했다.


“저기가 목적지 같습니다.”


바다 위에 무언가 떠 있었다.


물개나 고래 떼가 줄지어 헤엄치는 것 같았다.



배가 다가갈수록 그것이 정체를 드러내 갔다.


암초들이었다.


다양한 크기의, 무수히 많은 암초가 수면 위에 줄지어 솟아 있었다.


암초의 존재를 모르고 접근하는 배들에겐 치명적일 것 같았다.



고속함이 암초 지대를 선회했다.


암초는 대형 버스 만큼 큰 것에서부터 소형 승용차 만큼 작은 것까지, 형태와 크기가 다양했다.


우리가 주목한 건 암초의 크기와 생김새가 아니라 분포 형태였다.


이 교수가 최 부장에게 말했다.


“암초가 늘어선 모양이 좀 이상하지 않아요?”


최 부장이 동의했다.


“그러게요. 암초들이 띠를 이루듯 줄지어 솟아 있습니다.”



내게도 그렇게 보였다.


암초는 어느 지점에서는 촘촘히, 어느 지점에서는 듬성듬성 이어지며 거대한 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원의 내부는 텅 빈 바다였다.



함장이 레이더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지름이 1마일을 넘습니다······.”


이 소령이 물었다.


“레이더에 특이한 게 있습니까?”


함장이 말했다.


“없습니다. 약간의 전파 방해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습니다.”



최 부장이 내게 물었다.


“김 여사님 보기에는 암초 지대가 어떻습니까?”


“여기서 봐서는 잘 모르겠어요. 암초에 더 가까이 가면 좋겠는데······.”


함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위험합니다. 우리는 이미 암초 지대 위에 있습니다.”



최 부장이 내게 다시 물었다.


“김 여사님. 암초에 접근하면 뭔가 알아낼 수 있을까요?”


“암초 모양을 봐요. 내부에 뭔가 있어요.”


함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엇이 있다는 말입니까? 레이더에 잡히는 게 없습니다. 더 접근하는 건 위험합니다.”


최 부장이 내게 말했다.


“손에는 만져지는 거죠?”


나는 함장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함장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당신 뭐 하는 여자야? 하는 표정이었다.



최 부장이 함장에게 말했다.


“배에 보트가 있습니까? 암초를 조사해야겠습니다.”


함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암초의 형태가 특이한 건 인정하지만, 보다시피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기서 봐도 다 보입니다. 접근할 필요가······.”


최 부장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작전에 협조해주십시오. 가까이 가봐야겠습니다.”


함장이 말했다.


“배엔 고무보트밖에 없어요. 물결이 높습니다.”


“고무보트라도 좋습니다.”



몇 초간 생각에 잠겨 있던 함장이 부하에게 지시했다.


“보트 준비해!”



보트가 내려졌다.


모터를 장착한 고무보트였다.


우리 측에서는 정 소령과 주 소령이, 고속함 측에서는 다섯 명의 수병이 보트에 올랐다.



보트가 고속함을 떠났다.


보트의 움직임을 보고서야 나는 물결의 높이를 실감했다.


물결을 헤치며 보트가 암초 지대로 접근해갔다.



보트가 암초 지대를 오륙십여 미터 남겨뒀을 때였다.


커다란 파도가 밀려와 보트의 우현을 때렸다.


함장이 수병에게 지시했다.


“횡파 주의하라고 방송해.”


함선의 외부 스피커가 울렸다.


<횡파를 주의하라.>



보트가 우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언덕을 넘듯 보트가 파도를 넘어갔다.


횡파는 계속 밀려왔다.


보트가 조금씩 암초 지대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이 교수가 말했다.


“파도가 보트를 떠미는 것 같군요.”



함장이 최 부장에게 말했다.


“철수시켜야 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최 부장 : 이상하군요. 조금 전까지는 파도가 없었는데.


함장 : 파도가······ 종잡을 수 없습니다.


최 부장 : 다른 쪽으로 접근을 시도해 봅시다.



보트가 암초 지대에서 물러났다.


보트는 100여 미터를 이동한 지점에서 한 번 더 접근을 시도했다.


조금 전과 같은 상황이 전개됐다.


횡파가 밀려와 보트를 위험에 빠트렸다.


또 한 번 장소를 옮겼지만, 그곳도 마찬가지였다.



함장이 말했다.


“안 되겠습니다. 철수시켜야 합니다.”


최 부장이 말했다.


“철수시키다니요? 탐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함장이 말했다.


“저러다 사고 납니다. 일단 철수시키고 고민해봅시다.”


최 부장 답변은 들어보지도 않고 함장이 수병에게 명령했다.


“불러들여!”


함 외부 스키퍼가 울렸다.


<보트 철수하라. 즉시 귀함하라.>



곁에서 지켜보던 마틴이 최 부장을 손짓해 불렀다.


마틴과 최 부장이 함교 밖에서 수군거렸다.


함장이 의심스러운 눈길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잠시 후 최 부장이 함교로 돌아왔다.


최 부장이 내게 물었다.


“김 여사님 생각에는 저 암초 지대에 무언가 있다는 말씀이죠?”


나는 최 부장 얼굴을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무언가 있어요. 나는 알 수 있어요.”



최 부장이 마틴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마틴이 품에서 위성폰을 꺼냈다.


마틴이 누군가와 영어로 통화했다.


이 교수가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미군 헬기를 요청하고 있어요.”


최 부장이 우리에게 말했다.


“모두 선실로. 할 말이 있어요.”


함교를 나오는데 함장 표정이 안 좋았다.



동료들이 선실에 모였다.


잭과 마틴은 보이지 않았다.


최 부장이 말했다.


“미군 헬기를 불렀습니다. 헬기가 오면 암초 지대를 탐사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소령이 투덜거렸다.


“함장이 너무 비협조적인 거 아닙니까?”


최 부장 : 안전 때문에 그렇겠죠.


이 소령 : 군인이잖습니까. 군인이 안전 때문에 작전을 포기하다뇨.


다른 소령들이 이 소령을 흘겨봤다.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최 부장이 말했다.


“김 여사님 말씀으로는 저 암초 지대에 무언가 있다고 합니다. 김 여사님 맞죠?”


나 : 암초 지대를 본 순간, 금방 알 수 있었어요.


최 부장 : 거인들이 있을까요?


나 : 그건 몰라요. 다만, 저 안에 뭔가 있다면, 분명히 출입구가 있을 거에요.



이 소령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무것도 없으면 어떡하죠?”


최 부장의 품 안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최 부장이 위성폰을 꺼내 들고 선실을 나가며 말했다.


“뭔가를 찾을 때까지 바다를 뒤지고 다녀야죠.”



한참 후, 최 부장이 돌아왔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공유할 게 있습니다.”


모두 침상에 앉았다.


최 부장이 말했다.


“안 좋은 소식입니다.”


최 부장 시선이 나를 향했다.


조짐이 안 좋았다.


내가 먼저 최 부장에게 물었다.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죠?”


최 부장 : 어머니는 무사합니다. 최면술사 일입니다. 여자가 국외로 빠져나갔습니다.


이 소령 : 그······ 미녀 최면술사 말씀입니까?


최 부장이 머리를 주억거렸다.



문득, 최면술사의 표정과 눈빛이 떠올랐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의 여자였다.


그런데, 그 여자가 출국한 것이 우리에게 안 좋은 소식인 건 무슨 이유일까?



최 부장이 말했다.


“김 여사님 어머니한테 씌었던 기운······ 그 기운이 여자한테 옮겨간 것 같습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 : 엄마한테 씌웠던 기운이라면······ 청동 목걸이 여자를 말하는 거에요?


최 부장 : 예······.


이 교수가 말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최 부장이 노트북을 열었다.


“함교에서 영상을 내려받았습니다.”


최 부장이 영상을 재생했다.


거울의 방이었다.


최면술사가 어머니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동료들과 함께 지켜봤던 장면이었다.


특이한 장면은 없었다.



최 부장이 말했다.


“이제부터 볼륨을 높일 테니 잘 들어봐요.”



최면술사가 어머니에게 묻고 있었다.


“감히 알고 싶습니다. 잔잔은 어떻게 태어났습니까?”


“칼란의 여자들은 놀라운 존재다······.”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두 여자가 서로를 바라봤다.


기 싸움하는 것 같았다.


“······ 너는 눈이 살아있구나.”



그때, 스피커에서 속삭이는 듯한, 제3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내 목소리에 집중하라. >


······.


“잔잔은······ 칼란의 자식입니까?”


제3의 목소리가 말했다.


< 내 말에 복종하라. >


최면술사가 얼굴을 찌푸렸다.


······.


“칼란은 바다······ 어디로 갔습니까······?”


< 나는 오화, 너의 주인이니라. >


······.


“그들은 인간이 없는 곳을 찾아 떠났느니라.”


< 이제부터 너는 오화, 너 자신의 주인이니라. >


······.


< 너는 또한, 잔잔의 주인이니라. >


······.


< 너는 잔잔을 찾아 떠나야 하느니라. >


······.


< 너는 마하도 찾아야 하느니라. >


······.


< 마하를 찾으면! 모든 게 너의 것이니라. >


“쉬십시오······. 잠이 드실 겁니다······.”


최면술사가 어머니에게 속삭였다.


순간, 처음 듣는, 생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고, 차갑고, 사악한 목소리, 제4의 목소리였다.


< 이제 오화는······ 나니라······.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칼란의 아이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 글은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되도록 작성하였습니다. 21.10.20 45 0 -
41 <EP. 2> 2 - 7 21.11.08 40 0 11쪽
40 <EP. 2> 2 - 6 21.11.04 41 0 12쪽
39 <EP. 2> 2 - 5 21.11.01 43 0 11쪽
38 <EP. 2> 2 - 4 21.10.29 43 0 11쪽
» <EP. 2> 2 - 3 21.10.28 49 0 12쪽
36 <EP. 2> 2 - 2 21.10.27 50 0 11쪽
35 <EP. 2> 2 - 1 21.10.26 51 0 11쪽
34 <EP. 2> 1 - 6 21.10.25 51 0 12쪽
33 <EP. 2> 1 - 5 21.10.21 49 0 13쪽
32 <EP. 2> 1 - 4 21.10.20 53 0 12쪽
31 <EP. 2> 1 - 3 +2 21.10.19 57 0 12쪽
30 <EP. 2> 1 - 2 21.10.18 51 0 11쪽
29 <EP. 2> 1 - 1 +2 21.10.15 65 0 11쪽
28 <EP. 1> 5 - 7 +2 21.10.14 78 1 12쪽
27 <EP. 1> 5 - 6 +2 21.10.14 73 1 12쪽
26 <EP. 1> 5 - 5 21.10.13 63 1 15쪽
25 <EP. 1> 5 - 4 21.10.13 66 1 15쪽
24 <EP. 1> 5 - 3 21.10.12 69 1 14쪽
23 <EP. 1> 5 - 2 21.10.12 71 1 11쪽
22 <EP. 1> 5 - 1 21.10.12 64 1 11쪽
21 <EP. 1> 4 - 7 21.10.12 64 1 13쪽
20 <EP. 1> 4 - 6 21.10.12 62 1 12쪽
19 <EP. 1> 4 - 5 21.10.12 63 1 11쪽
18 <EP. 1> 4 - 4 21.10.12 66 1 12쪽
17 <EP. 1> 4 - 3 21.10.12 62 1 11쪽
16 <EP. 1> 4 - 2 21.10.12 67 1 11쪽
15 <EP. 1> 4 - 1 21.10.12 65 1 15쪽
14 <EP. 1> 3 - 6 21.10.12 64 1 16쪽
13 <EP. 1> 3 - 5 21.10.12 63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