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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님의 서재입니다.

칼란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depriver
작품등록일 :
2021.10.12 00:11
최근연재일 :
2021.11.08 17:0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301
추천수 :
24
글자수 :
228,594

작성
21.10.12 07:18
조회
63
추천
1
글자
11쪽

<EP. 1> 4 - 3

DUMMY

나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김이 힌트를 줬다.


“그날 밤, 우리는 놈들과 싸웠어요. 둘째를 차로 밀어붙였죠.”


어렴풋이 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김은 싸우는 와중에 둘째의 손가락이 잘렸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아버지 시신이 냉동실로 옮겨질 때 어머니가 그걸 숨겼어요.”



의문은 풀렸다.


김은 둘째의 손가락에서 DNA를 채취한 것이다.


얼마 후 나는 연구실에서 실제로 그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내 팔뚝만 한 손가락이 냉동고에 보물처럼 소중히 보관돼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궁금증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둘째의 유전자는 그런 방법으로 얻었다 치자.


거인족의 유전자는 어떻게 구했을까?


동굴에서 발굴한 유골을 이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전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부터 양의석 박사의 역량이 빛을 냈다.


김이 말했다.


“그 일은 기적처럼 일어났어요.”



김의 말에 따르면 이랬다.


둘째의 유전자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양 박사는 자신이 다루고 있는 세포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비정상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또, 종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유전자가 상당 비율 섞여 있다는 것도 파악했다.


(그는 이 유전자를 감마유전자라고 명명했다)



김이 말을 이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양 박사님은 둘째의 유전자가 정상적인 유전자가 아니라고 했어요. 일종의 돌연변이 유전자라는 것을 밝혀냈죠.”


양 박사는 둘째가 돌연변이의 특성을 가진 존재 즉, 서로 다른 종이 합쳐져 새롭게 탄생한 생명체임을 밝혀냈다.



납득이 가지 않았다.


수천 년 전에 유전자 조작 실험이라도 행해졌었다는 말인가?


서로 종이 다른 생물이 교접할 때 DNA가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합쳐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둘째의 유전자에서 추가로 발견된 유전자는 ‘호모’라는 동형접합자를 사용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유전자였다.



믿기 어려웠지만, 그것은 곰의 유전자였다.


우리가 익히 아는 현생 곰의 유전자가 아니었다.


고생물학자들이 동굴곰이라고 이름 붙인, 거의 1만 년 전에 지구상에서 사라진 포유류였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와 감마유전자도 이해할 수 없는 마당에 동굴곰 유전자라니.


세 유전자가 합쳐지는데 감마 유전자가 큰 역할을 했음이 분명했다.


자료를 세밀히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납득할 수 없으므로 나는 일단 김의 설명을 들어보기로 했다.



“유전자를 분리해내는 과정에서 양 박사님의 역량이 기적을 이루어냈어요.”



양 박사는 둘째의 유전자에서 동굴곰의 DNA를 제거하고 그 공백을 다른 DNA로 채웠다.


그 결과, 유전자의 원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둘째는 다름 아닌 거인족의 돌연변이였던 것이다!



양 박사가 남겨놓은 연구 결과의 많은 부분이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었든, 양 박사는 그들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김이 말했다.


“안 교수의 임무를 짐작할 테죠?”



양 박사의 연구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완성단계는 아니었다.


거인들의 세포를 배양해 인간의 몸에 주입하고 출산하는 것까지는 해결했다.


(물론 이 과정까지 오는 데도 1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복제된 거인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성인으로 자라지 못했다.


열두세 살까지는 잘 자라다가도 그 이상 나이가 되면 성장이 더뎌졌다.



성장이 더뎌진 아이들 몸에서는 이상 증세가 발현했다.


면역력 결핍증이었다.


면역력을 잃은 소년들이 마주한 건 악성 질병들이었다.


질병이 찾아오면 그걸로 끝이었다.


병에 걸리고 단 몇 달 만에 아이들은 모두 죽고 말았다.


손 쓸 여유도 없었다.


김이 내 분야 사람들을 수소문한 이유였다.



문득 나는 생각나는 게 있었다.


“노우가 올해 몇 살이죠?”


김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열네 살······.”


“음······.”



마음이 미어지는 듯했다.


양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노우의 수명은 길어야 앞으로 삼사 년이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생명체가 그토록 빨리 스러져야 한다니.


김이 아이들을 쌀쌀맞게 대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노우 이야기가 나온 김에 궁금한 점이 또 있었다.


노우와 두 아이, 나란과 텐.


그 세 아이는 왜 다른 거인들처럼 방에 갇히지 않았을까.


김은 말했다.


“노우는 어린아이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달랐어요.”


“뭐가 달랐습니까?”


“가둬 놓지 않아도 아무 탈이 없는 아이였죠.”


“탈이 없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


질문이 이어지자 김은 자세한 건 양 박사의 기록을 살펴보라고 했다.



양 박사의 기록에 의하면 오늘 내가 만난 거인들은 3세대부터 6세대였다.


1세대와 2세대 실험체는 전멸했다.


모두 십 오륙 년을 넘기지 못했다.


문제는 면역체계였고 양 박사는 연구 역량을 그 분야에 집중했다.



거인들의 세포 분열은 열세 살까지는 정상적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열네 살이 되면 이상이 발현했다.


모든 실험체가 같은 시기에 같은 증세를 보였다.


양 박사가 발견한 이상 증세는 염색체 내의 특정한 세포가 비정상적인 속도로 소멸하는 현상이었다.


그것은 ‘텔로미어’라고 불리는 복원 세포였다.


그 세포가 급격히 붕괴하면서 실험체의 생체 시계는 순식간에 종착점으로 폭주하는 시한폭탄으로 변했다.



세포의 붕괴를 막기 위해 양 박사는 효소를 제조해 사용했다.


텔로미어를 인위적으로 증식시켜주는 효소였다.


인간에게 쓰는 방법이 그들에게 효과가 있을까?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그러나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효소를 주입하자 정상 세포보다 암세포가 폭발적으로 증식했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암세포가 효소를 만나자 거인들의 몸은 더는 정상 세포를 위한 공간이 아니게 된 것이다.



김과 수는 좌절했지만, 양 박사는 좌절하지 않았다.


이것은 실험의 한 과정일 뿐이었다.


양 박사는 거인들의 수명을 늘리는 연구에 자신의 여생을 바치기로 마음먹었다.


양 박사는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을 거인들의 치료에 동원했다.


암세포 증식을 막기 위한 항생제 등 각종 약물의 투여를 기본으로, 면역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효소의 개발과 주입,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화학요법, 한방요법 등 이미 알려진 모든 치료법,


학계에서도 아직 실험단계인, 검증되지 않았으나 성공 가능성이 있는 모든 치료법을 아이들에게 적용했다.



거듭된 약물의 투입과 실험, 그에 따른 부작용,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또 다른 약물의 투입, 처방, 치료······.


그날은 양 박사가 제조한 233번째 효소를 바트에게 주입하는 날이었다.


김은 주방에서 대리모들과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지하실 문을 박차고 노우가 달려왔다.


김은 노우의 표정으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김은 샤말과 바위의 분노에 찬 함성, 흥분한 보바의 낯선 포효 소리를 들었다.


지하실에 섰을 때, 김은 통로의 중앙에 공중 부양한 양 박사를 발견했다.


여자들이 달려들어 바트를 진정시키고 양 박사를 구해냈다.



양 박사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의 여생을 바치기로 맹세한, 자식이나 다름없는 존재에게 공격당했으니 오죽했을까.


정신이 돌아오자 바트는 양 박사에게 용서를 구했고 양 박사도 바트를 용서했다.


사건은 일단락되는가 했다.


며칠 후, 양 박사는 잠시 김의 집을 떠나기로 했다.


가족들과 모처럼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양 박사의 마지막 길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양 박사는 살아생전, 거인들의 면역체계 복구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준비해 놓았다.


그중 두 번째 방안이 골수이식이었다.


양 박사는 거인들이 태어날 때 제대혈을 미리 확보해 놓았다.


양 박사의 구상은 내 생각과 일치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것 같았다.


가장 빨리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양 박사가 유명을 달리한 지금, 이제 그 일은 후계자인(!) 내가 맡아야 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무턱대고 시술에 착수할 수는 없었다.


양 박사가 이십여 년에 걸쳐 연구한 성과물을 학습해야 했다.


연구 경과와 작동 원리, 실험체들의 상태를 속속들이 알아야 했다.


이 작업에만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었다.



***


김의 집에 머무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게 됐다.


그중엔 그냥 넘겨서는 안 될 일도 있었으니, 거인들 대리모에 관한 일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네 여자가 서로 반목하고 있음을 알아채는 데는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았다.


거인족의 대리모인 우비나와 영이, 둘째의 대리모인 카챠와 암카가 패를 나눠 기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여자들의 반목은 기 싸움에서 그치지 않았다.


네 여자가 육체적 충돌까지 서슴지 않고 있음을 내가 알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나는 학교 일로 외출했다 약속이 틀어져 급히 돌아왔다.


여자들이 주방에서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자기 아이들 몫이라며 과일을 놓고 옥신각신 중이었다.


나는 벽 뒤에 몸을 숨기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카챠와 암카는 둘째들이 육식 위주로 식사하므로 영양상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과일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비나와 영이는 거인족이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기 때문에 당분 보충을 위해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다툼이 길어지면서 논지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카챠 : 왜 너희들은 좋은 것만 차지해? 왜 우리는 맨날 뒷전이어야 해?


우비나 : 뒷전이라니? 식료품의 70%를 너희가 먹어 치운다는 걸 알아야 해. 과일이라도 우리 애들한테 양보해.


카챠 : 먹을 것만 두고 하는 말이 아니야. 좋은 건 언제나 너희들이 우선이고 나쁜 건 항상 우리 애들이 먼저야.


암카 : 맞아. 실험을 생각해봐. 새 약물, 새 주사약은 항상 우리 애들이 먼저야. 우리 애들이 실험실 쥐야?


영이 : 왜 그걸 우리한테 따져. 엄마한테 따져야지.



카챠 : 너희가 엄마랑 박사님을 부추기지만 않아도 분위기는 좋아. 너희가 그러니까 아이들도 건방진 거야.”


우비나 : 건방진 건 너희야. 우리 애들은 훌륭해.


암카 : 겉은 그래도 속은 우리 아이들이 더 착해.


영이 : 그래서 박사님을 죽였니? 속이 착해서?



나는 귀가 번쩍 틔었다.


박사님을 죽이다니?



우비나 : 천성이 그 모양이니 그런 짓을 한 거지.


카챠 : 천성? 애들 천성이 어떤데?


우비나 : 괴물들이지.



거구의 네 여자가 머리를 잡고 뒤엉킨 모습은 보기 썩 불편한 광경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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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P. 2> 2 - 7 21.11.08 41 0 11쪽
40 <EP. 2> 2 - 6 21.11.04 43 0 12쪽
39 <EP. 2> 2 - 5 21.11.01 44 0 11쪽
38 <EP. 2> 2 - 4 21.10.29 44 0 11쪽
37 <EP. 2> 2 - 3 21.10.28 50 0 12쪽
36 <EP. 2> 2 - 2 21.10.27 51 0 11쪽
35 <EP. 2> 2 - 1 21.10.26 53 0 11쪽
34 <EP. 2> 1 - 6 21.10.25 52 0 12쪽
33 <EP. 2> 1 - 5 21.10.21 51 0 13쪽
32 <EP. 2> 1 - 4 21.10.20 54 0 12쪽
31 <EP. 2> 1 - 3 +2 21.10.19 58 0 12쪽
30 <EP. 2> 1 - 2 21.10.18 53 0 11쪽
29 <EP. 2> 1 - 1 +2 21.10.15 67 0 11쪽
28 <EP. 1> 5 - 7 +2 21.10.14 79 1 12쪽
27 <EP. 1> 5 - 6 +2 21.10.14 75 1 12쪽
26 <EP. 1> 5 - 5 21.10.13 66 1 15쪽
25 <EP. 1> 5 - 4 21.10.13 67 1 15쪽
24 <EP. 1> 5 - 3 21.10.12 70 1 14쪽
23 <EP. 1> 5 - 2 21.10.12 72 1 11쪽
22 <EP. 1> 5 - 1 21.10.12 66 1 11쪽
21 <EP. 1> 4 - 7 21.10.12 64 1 13쪽
20 <EP. 1> 4 - 6 21.10.12 63 1 12쪽
19 <EP. 1> 4 - 5 21.10.12 64 1 11쪽
18 <EP. 1> 4 - 4 21.10.12 68 1 12쪽
» <EP. 1> 4 - 3 21.10.12 64 1 11쪽
16 <EP. 1> 4 - 2 21.10.12 68 1 11쪽
15 <EP. 1> 4 - 1 21.10.12 66 1 15쪽
14 <EP. 1> 3 - 6 21.10.12 65 1 16쪽
13 <EP. 1> 3 - 5 21.10.12 6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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