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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로 시작하는 정복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두천斗天
작품등록일 :
2022.10.30 21:51
최근연재일 :
2022.11.30 06:0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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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0
추천수 :
297
글자수 :
13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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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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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1. 심양성을 구원하라(1)

DUMMY

1.


빠르게 머리를 굴린 소백한은 저들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일단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한 내용을 던지고 봤다.


“어떤 상황에서도 전쟁은 악입니다. 유나라는 명백히 주권이 있는 국가이거늘, 어찌 일월신교 같은 괴뢰 집단이 날뛴다는 말입니까!”


사실 그의 말은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 있을뿐더러 세계정세와도 맞지 않았다.

전란의 위기가 고조되어있는 지금, 약한 세력이 강한 세력에게 짓밟히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저들의 반응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았다.


‘특종이다!’


‘이거 뭔가 그림이 그려지는데?’


여기서도 기레기라는 표현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으나 자극적인 기사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보다 많은 전파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표는 같았다.

그리고 그건 대천일보처럼 대형 신문사 역시 마찬가지였나 보다.

잔뜩 흥분한 두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말을 던졌다.


“옳은 말씀입니다!”


“저희 대천제국도 국가 개개의 주권을 존중하고 있으니까요.”


여기에는 대천제국의 입장도 분명 반영되어 있었다.

겉으로는 평화를 주창하며 모두가 존중받아 마땅할 존재라고 치켜세워 주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그 모든 게 대안제국을 고립시켜 약하게 만들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겠지.’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뜰 수는 없듯 대안과 대천, 두 제국은 동방 대륙의 패권을 다투기 위해 필생의 대결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일월신교가 유나라를 쳐들어온 일은 폭약의 도화선과도 같아 자칫 잘못하면 정말로 세계대전으로까지 번질지도 몰랐다.


‘저들이 저렇게 나온다는 건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건가.’


일단 대천제국이 지금 당장 전쟁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다면 아주 제대로 된 패 하나를 손에 쥐고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소백한은 비통하고 애절한 목소리 일월신교를 규탄했다.


“저들이 유나라를 쳐들어온 이유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혼란을 틈타 음지에 머물고 있던 세력을 양지에 끌어올리겠다는 것이겠죠. 대천제국은 정말로 이 꼴을 두고 보겠다는 겁니까?”


“저기...... 저희는 대천제국을 대변하는 이들이 아닙니다만.”


“일개 기자한테 이러셔도 뭘 어쩔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낌새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종군 기자들은 슬쩍 발을 빼려고 들었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였다.

괜히 남의 일에 끼어서 책임지지도 못 할 일을 벌여봤자 실속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겠지.


‘게다가 대천제국이라는 이름패를 더 값지게 쓰고 싶을 것이고.’


대천제국의 이름만 팔면 언제 어디서든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받는 게 가능했다.

이는 배후세력을 두려워해서도 있겠으나 되도록 간섭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립적인 풍토도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기사를 내는 걸 넘어 대놓고 중재를 시도하거나 분쟁지역에서 어느 한쪽 편을 대놓고 들게 된다면.

그들의 안위는 매우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 눈치를 챘나보군.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일월신교 주둔지로 추정되는 곳을 바라본 소백한은 큰 소리로 외쳤다.


“일월신교 놈들아 잘 듣거라! 네놈들이 물러가지 않으면 대천제국의 철퇴가 교단에 휘둘러 질 것이다!”


난데없는 발언에 두 사람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이봐요! 전쟁을 반대한다고 했지 대천제국이 움직인다는 얘기는 한번도 한 적이 없잖아요!”


“자칫 잘못하면 외교적인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단 말입니다!”


그에 소백한은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울분을 토했다.


“내 나라 강산이 위협받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살고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허. 이 사람이......”


아마도 그들은 속으로 욕을 엄청나게 퍼부어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어려운 것이, 만약 그렇게 되었을 경우 대천신문의 허점만을 노리고 있는 지역신문사들이 일제히 속보를 쏟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세간의 평을 신경 써야 한다는 것. 그게 바로 너희들의 문제이자 취약점이니.’


그렇게 되었을 경우 공정과 상식에 따라 일이 처리되기보다는 아마도 꼬리 자르기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았다.

소백한은 이쯤에서 타협을 보기로 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철갑귀마대 대주와 만나게 도와주십쇼. 중재를 바라지도 않겠습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기삿거리도 되고 여러모로 이득 아닙니까?”


조금 전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던 녀석이 갑자기 이런 손쉬운 제안을 던질 줄이야.

종군 기자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재차 확인을 요청했다.


“정말 그거면 충분합니까?”


“나중에 가서 딴말하기 없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 얘기였다.

오히려 세계의 평화를 위해 공헌했다는 허명이라도 얻을 수 있는 기회니 남긴 남는 장사라 할 수 있었다.


“어서 안내나 해주십쇼. 물어볼 게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시고.“


‘물론 제대로 된 대답을 끌어내는 건 너희들의 몫이겠지만 말이야.’


소백한은 장난끼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모습만 보더라도 원하는 답을 쉽사리 얻기 힘들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는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하하. 그럼 취재를 시작해볼까요?“


”일단 당신의 신분이 뭡니까? 그리고 철갑귀마대의 대주를 만나서 얘기하려는 건 또 뭐고요?“



2.


정말로 마음을 놓았는지 기자들은 소백한에게 할 말 못 할 말을 전부 퍼부어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정체가 밝혀진 순간.

모두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정말로 유나라의 신흥 영웅이신 소백한님이라고요?“


”그것도 공주님을 모시 오셨다고?“


”아, 그렇다니깐. 거참 매번 속기만 하셨나?“


소백한이 귀찮다는 듯이 말하자 그들은 곧바로 저자세로 변했다.


”아이고. 이거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저희가 현장만 돌아다니느라 무지해서요.“


”당연히 믿고 말고요. 그 위명을 어찌 잊겠습니까?“


유나라가 변방의 소국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땅덩이가 상당히 큰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문이 퍼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인상착의나 생김새 등 정보 공유가 완벽하지 않은 듯했다.


‘이것도 괜찮은 소식인데.’


정보의 불균형이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을 웃게 하고 울게 만든 현상이지 않은가.

소백한은 그들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당장 현실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너희들도 내 입장이었다면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소백한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남의 사정을 봐주는 부류의 인간은 아니었다.

또한 철저히 이기적이기에 오히려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는 원리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는 원래 비밀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극구 숨기는 것보다는 만천하에 사실을 알리는 게유나라에게 더 이로울 테니.”


“우리라고 하시면?”


“왕위계승 후보이신 유화 공주님, 그리고 그분을 보필하는 유나라 무방 서열 3위 신요화님이다. 그분들과 나는 특명을 받아 이 일대를 샅샅이 살피고 있었지. 외적의 침입이 보고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니 마각을 드러낼 거라고 보았거든.”


“허......”


한번 입이 터지자 추측에 불과한 발언들도 줄줄이 이어 나왔다.

그러자 기자들은 점점 두려워 지기 시작했다.


‘이거 신문에 잘못 내면 큰일 날 것 같은데.’


‘정말로 세계대전으로 번지는 거 아냐?’


알고 있는 게 많다는 건, 그리고 정보를 다루는 일을 한다는 건 이 시대에선 상당히 강력한 능력이었다.

파편화된 단서들을 조합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뿐더러 이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비록 말단에 불과한, 그래서 위험한 지역에 무작정 끌려 나온 그들이었지만 그 정도 머리 회전은 가능했다.


‘물론 내가 일일이 떠먹여 주기도 했지만 말이야.’


소백한은 저들의 표정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읽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가 어찌 될 것인지까지 예측했다.


‘아마도 상부에 보고를 올리겠지. 그리하면 대천제국의 대외전략에도 영향을 줄 테고.’


유나라에 영웅이 탄생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공주와 유나라 무방 서열 3위의 전략 병기가 함께 움직이는 중이다.

과연 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점점 재밌어지는군.’


심양성을 구원하는 일은 이처럼 하루이틀 안에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소백한은 대천제국의 정보망이 신속하다는 걸 믿었고, 눈앞의 이들은 그 사실을 전달해주는 전서구와 같은 역할을 맡게 되리라.


“자. 뭣들 하십니까? 한 명은 상부에 보고를 올리고, 나머지 한 명은 철갑귀마대의 주둔지로 안내해주셔야지요.”


그 말에 종군 기자들의 손발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3.


철갑귀마대의 주둔지는 심양성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지대에 있었다.

전략적 요충지라 할 수 있는 이곳을 빼앗는 데에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심양성의 저항은 완고하기 짝이 없어 생각보다 시일이 지연되는 중이었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밖에서 무인 하나가 보고를 올려왔다.


“대주님. 대천일보 종군 기자가 뵙기를 청합니다.”


“나를 만나러 왔다고? 끙. 일단 기다리라고 해라.”


철갑귀마대 대주 주낙천은 종군기자들의 요청이 들어왔다는 소식에 미간을 찌푸렸다.


‘후우. 벌써 대천제국에서 떡밥을 물었다라. 상부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사실 일월신교는 유나라에 이토록 많은 병력을 보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천마전 소마의 명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만 했다.


‘그놈의 보물이 뭐라고.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런 수고까지 들여가면서 얻으려고 하는 거냔 말이다.’


당연하게도 천마전 소마는 직접 나서지 않았을뿐더러 제대로 된 정보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일월신교의 부흥을 위해서라는, 애매모호하면서 어디든 가져다 붙일 수 있는 말로 둘러댔을 뿐.


하지만 정작 윗대가리들의 뒤를 닦아줘야 하는 처지에서는 굉장히 짜증 나는 일이었다.


‘후우. 참자, 참아. 이번 일만 잘 해결하면 어떻게든 될 테니까.’


주낙천에게 야망과 욕심이 없었더라면 이런 원정따윈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고개가 위로 향해 있는 한 이 모든 일은 어쩔 수 없이 떠안고 가야 하는 삶의 무게와도 같았다.


“들여보내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낯선 이도 하나 있습니다.”


“낯선 이?”


주낙천의 물음에 무인은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유나라측 관계자라고는 하는데 정체에 대해서는 끝까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신변을 보호해야 한다느니, 보안상 어렵다느니, 그런 말만 늘어놓고 있어서......”


“끙.”


그건 기자란 족속들의 특성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것들에 신경질이 난 주낙천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들여보내라. 여차하면 목을 쳐버릴 테니.”


“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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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10. 돌파(1) +2 22.11.26 34 2 11쪽
22 009. 돌이킬 수 없는(3) +3 22.11.25 33 3 11쪽
21 009. 돌이킬 수 없는(2) +2 22.11.24 35 3 11쪽
20 009. 돌이킬 수 없는(1) +2 22.11.23 37 2 11쪽
19 008. 마인들의 습격(2) +2 22.11.22 39 2 11쪽
18 008. 마인들의 습격(1) +2 22.11.21 46 4 11쪽
17 007. 출정(2) +4 22.11.19 52 4 11쪽
16 007. 출정(1) +3 22.11.18 54 5 11쪽
15 006. 여행 준비(3) +3 22.11.17 61 3 11쪽
14 006. 여행 준비(2) +3 22.11.16 72 7 11쪽
13 006. 여행 준비(1) +3 22.11.15 69 5 11쪽
12 005. 군주의 자질(2) +2 22.11.14 100 9 11쪽
11 005. 군주의 자질(1) +2 22.11.12 92 3 12쪽
10 004. 소문은 백수도 열사로 만든다(2) +2 22.11.11 91 3 11쪽
9 004. 소문은 백수도 열사로 만든다(1) +2 22.11.10 99 3 11쪽
8 003. 외적에게 죄를 물으시다(2) +2 22.11.09 120 6 11쪽
7 003. 외적에게 죄를 물으시다(1) +2 22.11.08 131 9 11쪽
6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3) +2 22.11.07 156 7 12쪽
5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2) +2 22.11.05 184 9 11쪽
4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1) +2 22.11.04 233 16 11쪽
3 001. 신분 세탁의 시작은 짐꾼으로(2) +5 22.11.03 297 43 11쪽
2 001. 신분 세탁의 시작은 짐꾼으로(1) +5 22.11.02 336 51 13쪽
1 000. 서장 - 노후 대비로 큰 거 한탕 했다 +23 22.11.01 460 9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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