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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로 시작하는 정복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두천斗天
작품등록일 :
2022.10.30 21:51
최근연재일 :
2022.11.30 06: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872
추천수 :
297
글자수 :
130,936

작성
22.11.25 19:23
조회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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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009. 돌이킬 수 없는(3)

DUMMY

5.


조금 전 민간인을 대상으로 천무의 힘을 끌어내 본 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겨우 간만 보다가 말았던 데다가 지금 대상으로 삼은 것은 마인이었기에 조건 자체부터가 큰 차이가 났다.


‘설마 잘못되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 그건 기우에 불과했을까.

소백한의 손에서 누구라도 알 수밖에 없는 강력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는 순간.

마인의 몸이 정신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백치가 되고 싶지 않으면 정신 똑바로 차려라.”


“차라리 죽여!”


마인은 땅바닥에 머리를 박으면서 어떻게든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했다.

분명 금제가 일부 깨져나가 상당 부분 맨정신일 텐데도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역시 일월신교란 곳은 역시 금제뿐만 아니라 세뇌까지 병행하고 있었나 보다.


‘하긴 바보가 아닌 이상 알겠지. 금제로 인해 억지로 행동하는 것보다는 자발적으로 알아서 움직이는 편이 훨씬 더 효율이 높다는 걸 말이야.’


하지만 소백한이 보기에 이건 그저 현실을 부정하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에 불과했다.


‘사람은 스스로를 얼마든지 속일 수 있지. 그래서 정상적인 관념을 가진 사람도 범죄를 저지르고 합리화를 하는 것이니.’


하지만 그건 당장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일 뿐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식의 합리화는 대개 피해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난 민폐를 끼치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놔둘 수야 없지.’


마인의 어깨를 붙잡은 소백한은 그의 귀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봐. 내가 진실을 알려줄까? 넌 천마한테 속고 있었어. 그러다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렇게 생각했겠지. 만약 내가 그간의 인생을 부정하면 내게 무엇이 남게 되는 거지?”


그 말에 마인의 발작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만! 그만해! 내 신앙과 충성을 모욕하지 마라!”


“푸하하하!”


소백한은 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곤 다시 정색하며 말했다.


“신앙? 충성? 네가 저지른 짓이 정말로 그런 고상한 단어로 치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만약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면 정말 머저리가 따로 없구나.”


“......”


“너를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니, 오히려 대단하다고 여기는 쪽에 가깝지. 어찌 되었든 너는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현실을 외면하지도 않고 일단 내 말을 듣고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넌 충분히 갱생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소백한은 마인의 얼굴을 잡고 억지로 시선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그러곤 유화가 심어준 내공심법과 불멸존생의 기운을 한껏 끌어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릇된 것은 바로 잡아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 언제까지 뒤틀린 채로 네 과거를 남겨놓을 생각이냐!”


신요화와 유화에게 소백한의 목소리는 그저 목소리를 조금 높인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마인에게는 마치 머릿속에서 거대한 종을 울려대는 것과 같은, 내면 안에 품은 모든 것들이 산산이 내려앉는 거대한 충격과도 같았다.


마인의 눈이 흔들리는 것을 본 소백한은 기회를 노려 계속해서 말을 퍼부었다.


“네가 아직 살아있는 한 그냥 죽는 것보단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그것만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니. 만약 네가 정말로 갱생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일월신교의 교리든, 천마의 존재든 그 어떤 것도 너를 방해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유나라 전체가 너를 위해 일어설 테니까!”


“아악!”


본래 사람의 뇌는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이 들이닥치면 강제로 의식을 끊어버린다.

하지만 소백한의 음성에 담겨있는 기이하고도 신묘한 음파는 마인의 정신을 점점 더 또렷하게 유지하면서도 절대로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다.


결국 마인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내가 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이냐. 이미 내가 저지른 짓은 어떻게 해야......”


“사죄하고 반성해야지. 누구든 좋다. 너희 일월신교가 믿는 신이든, 대자연이든, 아니면 인간이든. 어떤 대상이든 상관없이 네 마음 편하는 대로 빌고 또 빌어라.”


여기까지는 너무나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소백한은 고작 그런 결말을 끌어내기 위해서 말을 건넨 건 아니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피해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배상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일평생 동안 그 삶 자체로 속죄하는 걸 보여줘야만 겨우 진정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


“아......”


마인은 멍한 표정으로 소백한을 바라보았다.

마공을 수련하느라 감정이 마모되고 본능에만 의존하다 보니 남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뇌의 영역이 많이 위축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소백한은 지금 마인이 보여주는 반응도 충분히 이해됐다.


하지만 뇌와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이해해주고 용서해줘야 한다면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대체 누가 대신해줄 수 있단 말인가?

소백한은 전생에서 숱하게 벌어졌던 그런 행태가 너무나도 역겨웠고 또 가증스러웠다.

그래서 지금처럼 바로 잡을 힘과 기회가 있을 때 한번 시험해보기로 했다.


‘과연 내가 녀석을 원래대로 돌이킬 수 있을까?’


한번 망가져 버린 마음과 정신, 그리고 육체는 쉽사리 돌아오기 힘들다.

영구적인 손상이라도 입었다면 사실상 새로 태어나는 게 빠를 정도로 그 후유증이 막대했다.


그러나 자고로 군왕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인간보다는 신에 더 가까운 존재가 아니던가!

때마침 천무에도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구결이 있었다.


‘군왕이 평하기를 네가 저지른 죄는 추하고 악하도다. 하지만 죄인 또한 나의 신민이니, 돌이킬 수 없는 것만 남기고 새로운 시작을 권하노라.’


저지른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죄인의 상황을 잘 묘사한 대목이었다.

소백한은 정말로 스스로가 군왕이라도 된 듯 감정이입을 했다,


‘그래. 진정한 군왕은 모든 신민의 어버이나 다름없으니. 아무리 밉고 싫더라도 어르고 달래서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어야지. 그러는 편이 사회 분위기도 좋아지고 생산력도 증대시키는 길이겠고.’


소백한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진기의 흐름을 뿜어냈다.

그러자 마인의 육신에서 막대한 양의 마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대자연 속으로 분분히 흩어져버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비로소 사람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아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6.


마인이 실시간으로 금제에서 벗어나 온전한 정신을 되찾는 광경은 가히 경이로웠다.

모두가 할 말을 잊고 그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는 가운데.

스쳐 가는 생각들은 이전에 비할 데 없이 많아졌다.


‘맙소사! 공주님께선 대체 무얼 전승해주신 거지?’


신요화는 가장 먼저 유화를 의심했다.

아무리 유나라 왕가의 무공을 사사 받은 그녀라지만 진정한 비전 중의 비전은 오직 직계혈족만이 계승했기 때문이다.


‘유나라 왕실의 비전이 아니라면 저런 현상은 벌어질 수 없다. 공주님께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귀한 비전을 주신 거지?’


그녀의 기준으로 소백한은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며 공주 뒤에 숨어서 호가호위하는 한량에 가까웠다.

그나마 마인들과 싸우는 걸 보니 한 수 재간이 있는 것 같았으나 그조차도 고수의 반열에 오른 그녀가 보기에는 시원치 않았다.

그러니 이런 기적을 보여줄 수 있는 데에는 공주의 몫이 지대하리라.


그러나 정작 유화도 놀라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건.....! 말이 안 되잖아!’


평소 감정 표현이 적은 그녀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유화는 한걸음에 달려가 소백한에게 물음을 던졌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설마 상고시대의 유물을 얻기라도 했단 말이냐?”


“어이쿠! 큰일 날 소리를 하십니다.”


소백한은 기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곤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았다.


“저는 단지 일전에 공주님께서 섭종 대원만의 술식을 흩트려 놓는 것을 보고 따라 했을 뿐입니다.”


“그게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하느냐? 그저 보는 것만으로 흉내 내는 것을 넘어 말 그대로 기적을 이뤄내다니. 이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주님께서 내려주신 내공심법과 제가 궁합이 잘 맞았나 봅니다. 혹시 모르죠. 제 핏속에 유나라 왕가의 혈통이 깃들어있을지도요.”


“.....!”


소백한은 계속해서 잡아떼며 발뺌했다.

어차피 천무는 그가 알기로 이 세상에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을 확률이 높은 데다가 설령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까지는 겪어보지 않는 이상 모를 테니까.


심지어 이런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유화에게서 내공심법까지 시술받았으니 여차하면 그녀의 이름을 팔면 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유화는 소백한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 이유는 바로 혈통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내공심법으로 할 수 있는 권능과 힘의 폭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말로 저 녀석이 유나라 왕가의 혈통일 수도 있을까?’


이건 극비에 속하지만 사실 유나라는 정말로 대유제국의 혈통인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국가였다.

처참하게 훼손되고 파괴된 무공의 일부 흔적만으로도 하나의 왕국을 일구어낼 정도의 무학체계를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상고시대 대유제국 황족들의 혈통인자를 추출하여 체내에 주입한 끝에 유나라 왕가만의 신비한 혈통이 만들어졌으니 그 정통성 역시 대유제국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토록 거대했던 나라가 멸망했을 때. 대비책이 없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나의 나라가 망하면 철저하게 짓밟고 군주의 씨를 말려놓는 게 일반적이었던 상고시대.

그 당시 시대를 고려하면 혈통인자를 따로 남겨두거나 더 나아가 후대를 잇기 위해 서민의 탈을 쓴 황족을 밖으로 빼놓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면 저 녀석의 특별함도, 유나라 왕가 내공심법과의 궁합도 전부 이해가 된다. 아직 확신하기에는 이르지만......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어.’


사실 소백한으로서는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밟아 죽인 격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우연에 우연이 연쇄되며 알 수 없는 현상을 자아내는 게 묘미가 아니던가!

결국 유화는 소백한의 말에 속아 넘어가 주기로 했다.


“후우. 네가 그토록 천재인 줄은 몰랐구나. 그래도 지금에서야 알아봤다는 것만으로도 유나라 전체의 복이리니.”


‘응? 갑자기 왜 이러지?’


한바탕 논쟁을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던 소백한은 김이 빠져버린 상황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긴장을 했다.


‘경험상 뭔가 더 할 말이 있을 텐데. 아마도 그게 본심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유화의 말은 소백한을 식은땀 흘리게 만드는 데에 차고도 넘쳤다.


“아무래도 네 혈통에 대한 조사를 해봐야겠구나. 그리고 이곳에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구해야겠고.”


‘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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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10. 돌파(2) +1 22.11.28 25 1 11쪽
23 010. 돌파(1) +2 22.11.26 33 2 11쪽
» 009. 돌이킬 수 없는(3) +3 22.11.25 33 3 11쪽
21 009. 돌이킬 수 없는(2) +2 22.11.24 34 3 11쪽
20 009. 돌이킬 수 없는(1) +2 22.11.23 37 2 11쪽
19 008. 마인들의 습격(2) +2 22.11.22 39 2 11쪽
18 008. 마인들의 습격(1) +2 22.11.21 46 4 11쪽
17 007. 출정(2) +4 22.11.19 52 4 11쪽
16 007. 출정(1) +3 22.11.18 53 5 11쪽
15 006. 여행 준비(3) +3 22.11.17 60 3 11쪽
14 006. 여행 준비(2) +3 22.11.16 71 7 11쪽
13 006. 여행 준비(1) +3 22.11.15 68 5 11쪽
12 005. 군주의 자질(2) +2 22.11.14 99 9 11쪽
11 005. 군주의 자질(1) +2 22.11.12 91 3 12쪽
10 004. 소문은 백수도 열사로 만든다(2) +2 22.11.11 90 3 11쪽
9 004. 소문은 백수도 열사로 만든다(1) +2 22.11.10 98 3 11쪽
8 003. 외적에게 죄를 물으시다(2) +2 22.11.09 119 6 11쪽
7 003. 외적에게 죄를 물으시다(1) +2 22.11.08 131 9 11쪽
6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3) +2 22.11.07 155 7 12쪽
5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2) +2 22.11.05 183 9 11쪽
4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1) +2 22.11.04 232 16 11쪽
3 001. 신분 세탁의 시작은 짐꾼으로(2) +5 22.11.03 296 43 11쪽
2 001. 신분 세탁의 시작은 짐꾼으로(1) +5 22.11.02 336 51 13쪽
1 000. 서장 - 노후 대비로 큰 거 한탕 했다 +23 22.11.01 459 9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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