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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로 시작하는 정복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두천斗天
작품등록일 :
2022.10.30 21:51
최근연재일 :
2022.11.30 06: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886
추천수 :
297
글자수 :
130,936

작성
22.11.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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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006. 여행 준비(3)

DUMMY

6.


‘다섯, 저 뒤에까지 합치면 일곱 명인가.’


소백한의 머리를 내리치려는 자는 단순히 한 사람이 아니었다.

술병이 깨지며 파편이 흩날리는 와중.

그의 머릿속에선 수많은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다.


‘공주의 손발을 잘라놓으려는 암살자? 그도 아니면 위서 장가에서 그새 결단을 내린 건가? 나 하나면 없어지면 모든 게 이전으로 돌아갈 테니까?’


만약 정말 그랬다면 장영화와 장영무의 판단에 강한 실망감과 유감을 표출했을 것이다.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는 새끼들이랑 대국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였으므로.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의 정체가 밝혀졌다.


“이 쉬불 놈이! 감히 일월신교 교인들을 핍박하려 들어? 종교의 자유 몰라? 엉?”


“그래, 이 씹새끼야! 그러다가 천마께서 친히 강림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아......”


소백한은 순간 할 말을 잊어버렸다.


‘설마 신문 보고 찾아온 거였어?’


모두가 좋은 반응을 보이리란 기대는 아예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미련한 반응을 보일 줄이야.

무시가 상책인 놈들이었으나 워낙 짜증이 치솟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딴지를 걸고 말았다.


“그래서 유나라의 백성들이 죽는 꼴을 가만히 보고 있어야만 했단 말이냐? 정말 말이 안 통하는군.”


“누가 할 소리!”


한번 그릇된 신념과 정보에 빠지게 되면 스스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소백한의 말이 저들을 자극했는지 소매를 걷어붙이며 시비를 걸어왔다.


“내가 이래 보여도 왕년에 싸움 좀 했단 말이지.”


“나는 무려 무공을 익혔다고! 무림인이 대수냐? 쌈박질만 잘하면 장땡이지!”


한 명도 빠짐없이 으름장을 놓는 모습에 소백한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소설을 너무 많이 봤군.”


글로 무림을 배우는 게 자연스러워진 시대.

신문 구독을 유인하기 위해 무협지를 연재하던 황색 언론들은 무림이란 세계를 지극히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공간으로 묘사해놓았다.


‘이를테면 누구나 절세의 무공과 기연을 얻기만 한다면 고수가 될 수 있다든가, 부귀영화와 미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일평생 떵떵거린다든가.’


그렇게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꿈과 희망을 무한정 주입 시킨 결과 장래 희망이 무림인이라고 적은 아이들의 수는 반절을 넘는다는 충격적인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나마 대천일보에서 나온 내용이라 믿을 수 있었지, 만약 다른 곳에서 결과를 발표했더라면 날조라고 욕을 뒈지게 처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림인이라는 건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지.’


당장 길거리를 배회하는 조폭과 양아치만 해도 조직과 형님들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한다.

하물며 실질적인 무력과 전승을 가르치는 무림 방파에서는 얼마나 더 많은 제약과 자발적인 복종을 요구하겠는가.


‘과연 저들에게 그런 각오를 물을 수라도 있을까?’


이래서 충분한 교육과 국민의 수준이 담보되지 않으면 자유와 권리를 주어서는 안 됐다.

정말 개돼지라 불려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이들에 의해 나라가 좌지우지되는 순간.

망국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열리는 셈이므로.


찰나의 순간 생각을 정리한 소백한은 저들을 향해 손을 까닥거렸다.


“다들 한꺼번에 덤벼라.”


“이런 씹새가!”


가장 선두에 선 사내는 거나하게 취한 듯 술 냄새가 풀풀 흘러나왔다.

그에 미간을 찡그린 소백한은 곧바로 내공을 폭발시켜 사방에 기세를 뿌려버렸다.


‘무위굴세(無爲屈世).’


- 군왕은 존재 자체만으로 세상을 굴복시키니!


가장 선두의 사내는 직격타를 맞고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이들은 덤빌 엄두를 내지 못하고 몸이 얼어붙었다.


그 사이 소백한은 덩달아 굳은 표정을 한 주인장에게 작은 주머니 하나를 건넸다.


“장사 방해해서 미안합니다. 이걸로 오늘 매상은 퉁 친 걸로 하지요.”


“아......”


돈주머니를 받아든 주인장은 황급히 포장마차를 닫고 정신없이 도망갔다.

다시 뒤돌아선 소백한은 감춰두었던 살기까지 그대로 드러냈다.


“안 오냐? 니들은 진짜 뒤졌다.”


7.


이전에도 말했지만 그는 무림인이 아니었다.

강하고 말고를 떠나서 무림인의 사고방식과 결기, 의지 등등 최소한의 자질조차 갖추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자신 있었다.


‘내가 덤비는 병신들은 아주 확실하게 짓밟아 줄 수 있지.’


무위굴세로 기선제압을 한 소백한은 아무렇게나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린 그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끄악!”


“네, 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내 형님은 연경 무림의 거물이시다!”


“그럼 불러와 보든가.”


“이놈.....!”


“아니, 그냥 내가 직접 쳐들어가는 게 낫겠다.”


유나라의 법은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불리했다.

즉, 정당방위나 자기 방어권의 인정 범위가 상당히 좁다는 뜻이다.


하지만 소백한은 그런 법 따위 개나 줘 버리라고 생각했다.


‘내 뒷배가 공주인데 감히 내게 죄를 물을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악법도 법이고 위선도 선이다! 만약 네가

신문사에 달려가서 일러바칠 것이야!”


이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유나라의 법치를 무너뜨리는 반국가적 행동이라고?


같잖은 소리에 소백한은 심기가 매우 거슬렸다.


“그럼 공론화가 이루어지도록 아주 흠씬 두들겨 패주마.”


“어어.....”


이게 아닌데,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지 마라.

정말 죽여버리고 싶은 거 꾹 참고 있으니까.


퍽퍽.


“아악!”


사람 하나 반죽음으로 만들고 있자니 아까 그 녀석이 사람들을 우르르 끌고 왔다.



“아우야!”


곤죽이 된 녀석은 소백한이 벌인 짓을 시시콜콜 일러바쳤다.


“형님! 저 녀석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어요. 제 원수를 갚아 주세요!”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머리 회전이 빠른 자였다.

동생의 말만 믿고 나서기는커녕 오히려 신중한 기색을 보였으니까.


“대인. 저는 반호문의 백주영이라 합니다. 혹시 존함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소백한이라 한다. 이번에 1면에 대서특필 되기도 했는데.”


“.....!”


소백한의 정체를 알아본 백주영은 오히려 동생의 뺨을 때려버렸다.


짜악!


“백한성! 네놈이 정녕 미쳤구나!”

“혀, 형!”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백주영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가차 없는 폭력과 폭언이었다.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악! 저놈은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매국노라고요!”


“뭐, 뭣이? 구국의 영웅에게 무슨 막말이냐!”


무림이라는 업계에 몸을 담고 있으면 좋든 싫든 정보에 민감해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언제 누가 쳐들어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따르면 소백한은 개천에서 용이 난 수준을 넘어 시대의 흐름을 타고난 존재였다.


‘그리고 실리적인 문제도 있지.’


백주영도 왕가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라는 존속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더구나 세계적인 대기업 일월신교가 유나라에 대대적인 진출을 꾀하게 된다면......


‘골목상권에 촘촘하게 박혀있던 문파들은 죄다 거덜 날 수밖에 없겠지.’


그런 위기를 막아줄 수 있는 이는 오직 왕가의 일원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소백한이 그 역할을 맡아주었다.

백주영 입장에서는 굳이 척질 필요가 없는, 아니 절대 그래서는 안 되는 상대였다.


“죄송합니다, 대협.”


허리까지 숙여 사죄를 올린 백주영은 동생을 억지로 끌고 갔다.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느냐? 내가 오늘 제대로 정신을 개조해 주마!”


소백한은 그 모습을 웃지도, 울지도 못한 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게 진짜 현실인가.’


정치로 인해 가족, 더 나아가 사회가 갈라지는 것은 굉장한 비극이다.

두 세력 간의 지향점이 다르거나 부딪힐수록 대립의 정도는 더욱더 극렬하게 바뀌기 마련이니까.


결국 흥이 팍 식어버린 소백한은 이쯤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다들 물러가십쇼.”


그러자 함께 따라 나온 반호문 문도들이 굽실거렸다.


“아이고, 대협.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십쇼.”


“아, 예. 물론이지요.”


어디선가 많이 보고 들어온 광경에 소백한은 입안에서 쓴맛이 느껴졌다.


‘이래서 정계에 입문하는 건 피하려고 했는데.’


사실 지금은 외부 인사쯤으로 불리는 게 옳을지도 몰랐다.

공식적으로 공주의 편에 서겠다 외친 것도 아니고, 직위나 직무도 받은 게 없으니까.


‘이대로 잊히고 싶다. 진심으로 잊히고 싶어.’


과연 소백한의 바람대로 흘러갈는지.

그건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문제였다.



8.


늦은 아침.

한원일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문을 두들겼다.


“자네, 안에 있는가?”


그런데 그 순간 소백한이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고 나왔다.


“얼른 가시죠. 공주님께서 기다리시겠습니다.”


“.....?”


이전과는 다르게 너무나 순탄한 흐름에 한원일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무슨 꿍꿍이를 부리는 거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나?”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들 하죠. 하지만 그건 역사 축에도 끼지 못할 한낱 사고에 불과했습니다.”


“.....?”


무슨 뜻인지 의문을 품은 한원일은 장영화와 공개 연회장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얼굴을 붉혔다.


‘이런 파렴치한!’


나이가 나이인지라 고지식한 사고방식을 가진 한원일은 무어라 말도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화만 삭였다.

그 사이 소백한은 공주가 머무는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갑니까? 저 먼저 갑니다.”


“이익!”


그렇게 한 차례 한원일을 골려준 소백한은 곧장 공주에게 접견을 요청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고작 하루밖에 안 됐는데 일을 벌였더구나.”


그 말에 소백한은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사람을 심어두셨습니까?”


“이미 예상했던 모양이로구나.”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무모한 일을 벌이긴 어려웠겠죠.”


“그걸 알면서 그랬단 말이냐?”


“오랜만의 여행인데 불편해서야 되겠습니까?”


두 사람의 대화는 맥락이 툭툭 끊기는 듯하면서도 쉴 틈 없이 이어져갔다.

더구나 행간을 살펴보면 수많은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는 담론들이 깊숙하게 배어있어 놀라울 정도였다.

물론 지금은 두 사람밖에 없어 아무도 그걸 눈치채진 못하겠지만.


“혹시 시간이 더 필요한가? 그건 좀 곤란한데.”


공주는 창가로 다가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때때로 보물은 주인을 가릴 뿐만 아니라 시기까지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주어진 시간 내로 임무를 완수하도록 노력하지요.”


“그래?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공주는 소백한과 시선을 마주하며 슬며시 웃음을 흘렸다.

소백한 역시도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화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공주님을 연경의 주인으로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면 제 모든 힘을 다할 것입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공주에게 이목이 쏠릴 테니까.’


소백한은 자신이 놓는 모든 수에 나름대로 의미와 전략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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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11. 심양성을 구원하라(1) +1 22.11.30 15 1 11쪽
25 010. 돌파(3) +1 22.11.29 18 1 11쪽
24 010. 돌파(2) +1 22.11.28 26 1 11쪽
23 010. 돌파(1) +2 22.11.26 34 2 11쪽
22 009. 돌이킬 수 없는(3) +3 22.11.25 33 3 11쪽
21 009. 돌이킬 수 없는(2) +2 22.11.24 35 3 11쪽
20 009. 돌이킬 수 없는(1) +2 22.11.23 37 2 11쪽
19 008. 마인들의 습격(2) +2 22.11.22 39 2 11쪽
18 008. 마인들의 습격(1) +2 22.11.21 46 4 11쪽
17 007. 출정(2) +4 22.11.19 52 4 11쪽
16 007. 출정(1) +3 22.11.18 54 5 11쪽
» 006. 여행 준비(3) +3 22.11.17 61 3 11쪽
14 006. 여행 준비(2) +3 22.11.16 71 7 11쪽
13 006. 여행 준비(1) +3 22.11.15 69 5 11쪽
12 005. 군주의 자질(2) +2 22.11.14 100 9 11쪽
11 005. 군주의 자질(1) +2 22.11.12 91 3 12쪽
10 004. 소문은 백수도 열사로 만든다(2) +2 22.11.11 91 3 11쪽
9 004. 소문은 백수도 열사로 만든다(1) +2 22.11.10 99 3 11쪽
8 003. 외적에게 죄를 물으시다(2) +2 22.11.09 120 6 11쪽
7 003. 외적에게 죄를 물으시다(1) +2 22.11.08 131 9 11쪽
6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3) +2 22.11.07 156 7 12쪽
5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2) +2 22.11.05 184 9 11쪽
4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1) +2 22.11.04 233 16 11쪽
3 001. 신분 세탁의 시작은 짐꾼으로(2) +5 22.11.03 296 43 11쪽
2 001. 신분 세탁의 시작은 짐꾼으로(1) +5 22.11.02 336 51 13쪽
1 000. 서장 - 노후 대비로 큰 거 한탕 했다 +23 22.11.01 460 9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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