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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로 시작하는 정복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두천斗天
작품등록일 :
2022.10.30 21:51
최근연재일 :
2022.11.30 06: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891
추천수 :
297
글자수 :
130,936

작성
22.11.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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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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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08. 마인들의 습격(1)

DUMMY

1.


소백한과 유화 두 사람이 미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을 때.

숲속에서 메아리치던 비명이 일순간 잦아들었다.


‘후. 마침 잘 됐다.’


소백한이 어색한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마차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사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신요화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공주님. 금제가 조금이나마 깨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유화가 몸을 일으켰다.


“음. 한번 보자꾸나.”


소백한은 서둘러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자 피가 줄줄 흐르며 처참한 몰골이 된 사내가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응? 마기가 왜 이렇게 옅어졌지?’


소백한이 파악하기로 천마의 금제는 단순히 심령을 옥죄는 수준으로 그치진 않았다.

정확하진 않으나 마인이 일평생 수련하고 연공하며 쌓아온 마기와 연동한다는 느낌까지 들었으니 아주 악랄하고 지독한 부류에 속했다.


‘천마를 배신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헛수고가 될 테니 배신이 어려울 수밖에.’


그런 의미에서 마기가 흩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그가 금제를 어겼다는 얘기도 됐다.

두 눈을 가늘게 뜬 유화는 사내의 상태를 헤아려보더니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역시 완전한 마인은 아닌 모양이로구나. 정보는 얼마나 캐냈느냐?”


“그리 대단한 건 없습니다. 이 근방에 있던 놈들은 이게 전부라고는 하지만 금방 소식을 듣고 달려올 거라고......”


소백한은 두 사람이 얘기하는 틈을 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투심군안(透心君眼).’


- 군주의 눈은 마음을 꿰뚫어 보나니......


불멸존생의 무공 구결을 활성화한 뒤.

조금 더 가까이서 사내를 살피던 소백한은 눈에 이채를 발했다.

사내가 자발적으로 금제를 풀었다기보다는 강제로 깨뜨린 것 같은 흔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유나라 왕가의 무공을 익혔다더니. 그 영향을 받은 건가?’


소백한처럼 금제를 완벽하게 제거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억제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


그사이 벌써 심문을 시작했는지 사내의 기침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대체 왜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거지? 저의가 무엇이더냐?”


“왕의 재목을 없애려...... 쿨럭!”


“왕의 재목? 설마 왕가를 노리고 있단 말인가!”


유화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유나라는 나라의 존망이 흔들릴지도 모르는 거대한 위협과 마주한 셈이었으니까.


하지만 소백한은 이번에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젠장. 이거 일이 계속 꼬이는데.’


천무, 불멸존생을 수련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제왕의 기세를 품을 수밖에 없다.

아마도 일월신교 녀석들은 길목을 막고 포위망을 좁혀 가며 수상쩍은 놈들을 잡아들이는 중이었으리라.


‘왕가의 일원이 이런 곳까지 와서 도굴할 일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소백한이 유화와 신요화 두 사람과 동행하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그들의 예상은 빗나갔다는 걸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해.’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휘돌던 소백한은 이윽고 결단을 내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공주였다.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유나라에 대한 심각한 안보 위협입니다. 아무리 공주님께서 외교적으로 일을 풀어가려 하시더라도 이번 건은 절대 좌시해서는 안 됩니다.”


신요화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게다가 줄곧 전쟁을 주창하던 왕세자 측이 연루되어있는 일이라고 본다면 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문제로 발전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행히 저희가 가지고 있는 전력은 간결하면서도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하니 속전속결로 처리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후우. 결국 그러는 수밖에 없는가.”


그녀의 한숨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단순히 고뇌와 번민을 넘어 향후 발생하게 될 무수한 파장까지도 아우르는, 복잡한 심경이 한데 응축되어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군왕은 수없이 고민하더라도 결단을 내린 이후엔 뒤도 돌아봐서는 안 된다.

이윽고 생각이 정리된 유화는 서늘한 눈빛을 발하며 말했다.


“앞으로의 여정이 조금 복잡해지겠구나.”


“그 말씀은.....?”


“너희 두 사람의 말이 옳다. 나는 피하지 않고 강행 돌파하겠다.”


“......”


공주의 성격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이기는 했다.

이제 세 사람은 일월신교의 전력에 맞서 정면으로 대결을 벌이게 될 터였다.


하지만 소백한은 점점 복잡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진짜 천마라도 뜨면 어떡하지? 아니, 그 전에 천무를 알아볼 수 있는 놈만 오더라도 문제가 아주 복잡해질 것 같은데.’


이전에도 했던 걱정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어 돌아온다는 것은 상당한 압박감이었다.

하지만 소백한은 이럴 때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어쩌긴 뭘 어째. 치열하게 발버둥 쳐보는 수밖에 없지.’


다른 이에게 표적을 돌리거나.

이건 속아줄지가 의문이긴 하지만 선택지 중 하나로 쓸 만은 했다.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위치까지 올라가거나.

그럼 왕이나 영웅이 되라는 건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진짜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서 소름이다.


그도 아니면 세상 끝까지 도망치거나.

동방 대륙을 떠나 서방 대륙으로 향하면 어떻게든 가능은 할 것 같은데, 일월신교의 모태가 원래 서방이라던가?


‘시발. 결국 답은 하나뿐이네.’


결국 나는 공주를 보좌하며 영웅이 되어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빌어먹을 천마여! 만나기만 해봐라. 네놈을 씹어 먹어주마!’



2.


“수상한 놈들이다. 잡아!”


“으억!”


일월신교의 포위망은 생각 이상으로 촘촘했다.

소백한이 왔다 간 게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 근방을 싹 다 에워쌀 정도였으니까.

쇠꼬챙이를 내질러 한 명을 즉사시킨 소백한은 미간을 찡그렸다.


‘대체 관리라는 새끼들은 뭐 하는 중이지? 그리고 오가는 사람은 왜 이리 없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마치 증발이라도 한 것 같은 느낌에 당혹감마저 들 정도였으니까.


‘누가 협조라도 하는 건가?’


유화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였나 보다.

피 묻은 검을 회수한 그녀는 섬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왕세자 측이 단단히 미쳤나 보군.”


‘아무리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지만 그래도 엄연히 가족일진대......’


역시 왕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는 철저하게 왜곡되고 비틀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가 보다.

소백한은 저도 모르게 씁쓸함을 느꼈다.

정작 유화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지만.


“죄는 다음에 물으시고 일단 저 녀석들부터 해결합시다!”


“음.”


소백한이 가리킨 곳에서는 양 협곡 사이로 일월신교의 마인들이 빼곡하게 들이차 있었다.

수준 자체는 낮아서 크게 눈에 띄는 이는 없었으나 번거롭기 그지없었다.


‘전투 중에는 무심코 던진 돌에 얻어맞아 죽는 경우도 흔하니까.’


소백한이 옷 안에 껴입은 호신갑을 매만지는 사이.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되었다.


“공주님을 보호해라!”


“아, 넵!”


히이잉!


워낙 많은 화살과 돌멩이가 날아드는 바람에 전부 막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마차와 함께 말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나마 눈에 잘 띄지 않는 저렴한 것들이라 다행이라 해야 할까.


‘어차피 마차는 일정 구간을 지나면 쓸 수 없으니.’


보물 찾으러 간다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닐 것도 아니고.

차라리 모습을 감출 명분이 생겼다는 점에서 마냥 나쁘기만 한 일은 아닌 듯했다.


“이런. 마차는 못 쓰게 됐구나.”


유화 역시도 그렇게 아쉬워하거나 꺼리는 기색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두 눈에는 이글거리는 투지가 한가득 어려있었다.


“버러지 같은 것들. 혼자선 안 되겠으니 쪽수로 밀겠다는 건가?”


유화는 경공술과 벽호공을 펼쳐 절벽 위로 올라갔다.

그러곤 거침없이 검기를 뿜어내며 적들을 도륙 내버렸다.


‘우와. 화끈한데?’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진한 핏물은 어느새 바닥에 고여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전방에서 밀려오는 일월신교 무인들을 보니 도저히 끝이 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에잇! 이거 진짜 주먹으로 싸워야 하나?’


퍽. 퍼억.


불멸존생의 기운을 한껏 끌어올린 소백한은 눈앞에 보이는 모든 적을 순식간에 때려눕혔다.

하지만 무기를 들고 달려오는 적들과 권법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백한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도 컸다.

정확하게는 너무 소모적이고 귀찮았다.


“으아아!”


“커헉!”


“후우우.”


온몸에 피를 흥건하게 묻힌 소백한은 가까이 다가온 적 하나를 때려눕히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거 이러다가 진짜 강시라도 나오는 거 아닌가?’


처음에는 적당히 겁을 주면 알아서 물러날 줄로 알았다.

하지만 금제로 인해 겁을 먹지도, 물러서지도 않는 이들은 꾸준하게, 그러면서도 상당히 재빠르게 들이닥쳤다.


‘저쪽은 어떻지?’


공주가 올라간 왼쪽 절벽은 그나마 사정이 괜찮아 보였다.

신요화가 올라간 오른쪽 절벽도 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소백한 홀로 가로막고 있는 곳에선 계속해서 마인들이 밀려오는 중이었다.


‘대체 어디서 튀어나오고 있는 거지?’


이제는 공포마저 느낄 법한 풍경에 소백한은 큰 소리로 외쳤다.


“공주님! 가운데를 막아야 합니다!”


“이런. 이 근방에 본대가 있나 보구나,”


그 말에 소백한은 흠칫 몸을 떨었다.


‘본대라고? 벌써?’


본대가 온다는 건 진짜배기 마인들이 우르르 몰려든다는 것과 같았다.

그 전에 몸을 빼야 할지, 아니면 일단 돌파 후 관아에 쳐들어가 세력을 불려야 할지.

소백한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와중, 유화가 벽을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저를 엄호해서 이곳을 어서 빠져나가지요.”


하지만 소백한의 뻔뻔스러운 말은 제대로 된 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소백한. 이제 영웅이 될 시간이다.”


“네?”


소백한은 순간적으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과는 무관하게 일은 벌어졌다.


“으아아아!”


하늘을 난다.

어떠한 과장이나 미사여구 없이 그냥 하늘을 날았다.

그때 귓가에 그녀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틀어박혔다.


“너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전음과 육성을 동시에 사용하여 바로 곁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리게 하는 고차원의 비기.

그렇게까지 공을 들여 전한 얘기가 고작 이런 거라니.

솔직히 허망했고, 지금 처한 상황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어이가 없었다.


‘살려줘! 시팔! 시팔!’


하지만 당황하거나 원망하거나 답답해하거나.

이런 것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감정에 불과했다.

이미 벌어진 일인데 굳이 미련을 가지고 발버둥 치는 건 소백한에게 맞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대신 직시했다.

전신의 혈도에 잠들어있던 단약의 기운을 일깨우고 불멸존생의 구결에 따른 내력을 퍼뜨렸다.


‘유화! 돌아와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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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11. 심양성을 구원하라(1) +1 22.11.30 16 1 11쪽
25 010. 돌파(3) +1 22.11.29 1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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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10. 돌파(1) +2 22.11.26 34 2 11쪽
22 009. 돌이킬 수 없는(3) +3 22.11.25 33 3 11쪽
21 009. 돌이킬 수 없는(2) +2 22.11.24 35 3 11쪽
20 009. 돌이킬 수 없는(1) +2 22.11.23 37 2 11쪽
19 008. 마인들의 습격(2) +2 22.11.22 39 2 11쪽
» 008. 마인들의 습격(1) +2 22.11.21 47 4 11쪽
17 007. 출정(2) +4 22.11.19 52 4 11쪽
16 007. 출정(1) +3 22.11.18 54 5 11쪽
15 006. 여행 준비(3) +3 22.11.17 61 3 11쪽
14 006. 여행 준비(2) +3 22.11.16 72 7 11쪽
13 006. 여행 준비(1) +3 22.11.15 69 5 11쪽
12 005. 군주의 자질(2) +2 22.11.14 100 9 11쪽
11 005. 군주의 자질(1) +2 22.11.12 92 3 12쪽
10 004. 소문은 백수도 열사로 만든다(2) +2 22.11.11 91 3 11쪽
9 004. 소문은 백수도 열사로 만든다(1) +2 22.11.10 99 3 11쪽
8 003. 외적에게 죄를 물으시다(2) +2 22.11.09 120 6 11쪽
7 003. 외적에게 죄를 물으시다(1) +2 22.11.08 131 9 11쪽
6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3) +2 22.11.07 156 7 12쪽
5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2) +2 22.11.05 184 9 11쪽
4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1) +2 22.11.04 233 16 11쪽
3 001. 신분 세탁의 시작은 짐꾼으로(2) +5 22.11.03 297 43 11쪽
2 001. 신분 세탁의 시작은 짐꾼으로(1) +5 22.11.02 336 51 13쪽
1 000. 서장 - 노후 대비로 큰 거 한탕 했다 +23 22.11.01 460 9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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