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은퇴로 시작하는 정복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두천斗天
작품등록일 :
2022.10.30 21:51
최근연재일 :
2022.11.30 06: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874
추천수 :
297
글자수 :
130,936

작성
22.11.28 00:01
조회
25
추천
1
글자
11쪽

010. 돌파(2)

DUMMY

4.


소백한은 하필 이런 곳에서 양백홍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 숲만 지나면 바로 심양의 외곽으로 향할 수 있다. 설마 성까지 점령당하지는 않았겠지?’


아무리 유나라의 체제가 맛이 가고 왕세자가 손을 썼다고 하더라도 몇몇 핵심 도시만큼은 국왕이 직접 지휘관을 임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위에서부터 자발적으로 문을 열어젖힐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심양은 상고시대에서부터 내려오는 수많은 국가들의 수도였으니 지리적인 형세가 천혜의 요새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월신교에서 제대로 된 군세라도 꾸리지 않는 이상은 이토록 은밀하고 빠르게 점령당하기란 어렵기 그지없었다.


‘그렇다면 겁을 주려는 건가? 아니면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려고?’


어찌 되었든 지금 이 상황은 소백한 일행에게 썩 좋지 않았다.

그러니 어떻게든 타개할 방법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이보시오. 여기가 누구 안전이라고 이리도 나대는 것이오?”


소백한이 갑자기 간이 배 밖에 나온 것처럼 행동하자 양백홍은 반사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뭣이? 대체 뭐 하자는 것이냐?”



“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리도 무례하게 구는 것인가? 썩 꺼지지 못할까!”


“이익!”


양백홍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얼굴로 소백한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관이 그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


“대주! 고정하십시오. 저들의 수작에 말려들면 골치가 아파집니다.”


“에잉! 녀석들에게 그놈들을 보여줘라!”


양백홍이 명을 내리자 수십 명의 마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나타났을 즈음.

포승줄에 묶인 십여 명의 사내들이 멍한 표정으로 끌려왔다.


“이 녀석들을 백치로 만든 자들이 누구지?”


소백한은 단번에 그들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다름 아니라 그가 실습 삼아 정신을 일깨우다가 내버린 자들이었으므로,


‘그런데 왜 저렇게 맛이 가버렸지? 설마 다시 금제를 걸려고 노력했던 건가?’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했다.


‘저놈들은 절대 좋은 의도로 찾아온 게 아니로군.’


소백한은 일단 발뺌부터 하고 봤다.


“그건 왜 찾고 있습니까?”


“질문은 내가 했다. 설마 저기 저 여인인가?”


양백홍은 유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처음 대면했을 때 그의 기세를 흩트린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녀는 존재 자체로 빛나는, 신묘한 매력이 깃들어있었기에.


‘하지만 여기서 그렇다고 인정하는 순간, 지옥문이 열리게 되겠지.’


여기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빠져나갔다고 치자.

하지만 저들을 모두 도륙 낼 수도 없는 마당에 소문이 퍼지는 걸 막을 수 있을까?

그 사이 양백홍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내가 언제까지 참아주리라고 생각하지? 여태 내가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깝다는 것을 알아야 할 텐데,”


양백홍은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베어버릴 듯 검을 뽑아 들었다.

하나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소백한은 침착했다.

아니, 그것을 넘어서 상대의 반응을 읽어내기 위해 실낱같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 지금입니다.


소백한은 사전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유화는 분위기는 물론이거니와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내포된 행간을 읽어냈을뿐더러 그 둘을 조화시켜 최적의 답을 자아냈다.


“나는 유나라의 공주이자 장차 왕권을 계승할 자이니. 어찌 유나라 신민들이 고통받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있겠느냐!”


유화의 목소리는 숲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로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누구라도


그에 양백홍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하. 잘나신 몸이 여기까지 행차하셨을 줄이야. 한데 이를 어쩌나. 그대들이 일궈놓은 세상은 이미 망가진 지 오래거늘.”


“뭣이?”


“그대 유씨 왕가의 폭정에 시달리는 백성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아는가? 그들이 자발적으로 살려달라고, 제발 일월신교에 귀의하게 해달라고 애원하던 게 하루 이틀 일인 줄 알았는가! 뭣들 하느냐? 어서 데려오거라!”


양백홍의 외침과 함께 저 멀리서 포승줄에 묶인 사람들이 우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하나같이 꾀죄죄한 몰골에 좋지 못한 옷을 입고 있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가난한 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들의 행색을 보아라. 너희들이 못나서 굶주린 자들을 우리가 배불리 먹여주고 있다. 뭔가 잘못되지 않았나?”


‘이건 대체......’


소백한은 갑자기 나타난 이들의 정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설마 어디서 전쟁이라도 벌어지는 중인가?’


그때 무언가를 직감한 공주는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는 내가 맡겠다. 너희들은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 상황을 확인해라!”


“.....!”


“알겠습니다.”


유화의 말에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정보가 담겨있었다.

소백한이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사이.

이번엔 그보다 신요화의 반응이 한 발자국 더 빨랐다.


“이놈! 어딜 도망가느냐!”


“이 쌍년이!”


유화는 양백홍의 앞을 가로막으며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그 사이 신요화는 거칠게 검을 휘두르며 길을 열었다.


“가라!”


“흐앗!”


소백한은 두 사람이 벌어준 기회를 결코 허투루 여기지 않았다.

어쩌면 목숨을 걸어야할지도 몰랐으나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번 생에서 내 소명은 진실을 목격하는 것이니.’


소백한은 누가 쳐들어오든 무슨 공격이 날아들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직 전진, 전진, 또 전진!

이는 신요화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끔 꼴 보기 싫긴 하지만 적어도 왕가, 그리고 공주와 관계된 일에서만큼은 진심이니까.’


게다가 어차피 도망을 치려면 길을 뚫긴 뚫어야 했다.

사심과 정의, 그리고 신념이 하나로 합쳐지자 주저할 필요도, 머뭇거리며 시간을 끌 이유도 전혀 없어졌다.


“생각보다 숫자가 적군.”


정신없이 달리는 와중에도 신요화의 말은 소백한의 귓가를 울렸다.


“원래는 이보다 더 많아야 한다는 겁니까?”


“그래. 월마전 정도 되면 만마전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최상위 세력이다. 다스리는 영토만 없을 뿐 그 안에 담긴 저력은 중견급 왕가 하나와 비등할 정도지.”


“허어.”


신요화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런 월마전의 직속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곳에서 고작 이 정도 병력을 끌고 왔을 리는 없지 않나?”


“후우.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소백한은 반사적으로 위기를 직감했다.

그의 머릿속에선 수많은 상황이 스쳐 지나가며 나름의 논리와 가정에 살을 붙여나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 모든 대비를 무로 돌릴 만큼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하, 이 씹새끼들이!”



6.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은 소백한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이게 대체 다 뭐란 말인가.’


빼곡하게 들이찬 일월신교 교인들.

그리고 그들에게 완전히 포위당한 성벽.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심양성을 지켜보겠다고 나선 민초들과 군인들.


소백한은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들이 밀려오는 바람에 쉽사리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정말로 왕세자가 관계된 건가?’


이토록 많은 군세가 유나라의 강산을 짓밟고 있는데 몰랐을 리가 있겠는가!

처음에는 의심에 불과했으나 이내 확신으로 번진 그것은 최종적으로 노호하는 풍랑처럼 거센 분노가 되어 소백한의 뇌리를 집어삼켰다.


“네놈들이 이러고도 사람이냐!”


뒤따라오던 신요화 역시 분노한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수많은 인파 속에서 두 사람은 그저 작은 점에 불과할 뿐, 어찌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니.’


주먹을 꽉 움켜쥔 소백한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주님이 위험에 처했을 겁니다. 구하러 가야 합니다.”


“뭐라고?”


그 말에 신요화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마른침을 삼킨 소백한은 최대한 간결하게 자신의 추측을 얘기했다.


“아마도 양백홍은 저희가 선발대, 혹은 도중에 낙오된 무리쯤으로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공격을 취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을 했던 것이겠죠.”


“한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맞습니다. 이대로 가면 공주님을 볼모로 삼아 저들에게 투항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나라와 윗대가리가 해야 할 일은 아무런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싸울 수 있도록 안배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공주가 사로잡히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저들이 공주의 목숨을 위협하기라도 한다면.

과연 끝까지 싸울 수 있는 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혹여나 끝까지 싸운다고 하더라도 싸움이 끝난 뒤가 문제지. 왕세자라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테니까.’


공과 과 중에 어느 쪽을 우선시해야 할지는 너무도 명확한 문제였다.

국왕도 아닌 왕위계승자 하나의 목숨을 저버리는 대신 나라를 위해 싸웠으니 그 값어치가 얼마나 대단할 것인가.


하지만 때때로, 아니 매우 많은 경우에 세상은 상식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신이 이득을 볼 수 있다면 그 판결에 사심을 싣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소백한은 바로 그 점을 염려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간에 그때부터 유나라는 더 이상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막아야 합니다.”


“후우.”


신요화는 호흡을 골랐다.

원래 이런 정치적인 판단은 그녀의 몫이 아니었다.

무도를 수련하고 호위 대상에게 충성을 바치며


‘그나마 내가 판단한 건 둘 중 어느 쪽에 붙을지 정도였나.’


사실 큰 고민이나 걱정은 없었다.

그녀는 유나라 왕가의 무공을 사사 받은 몇 안 되는 무인이었을뿐더러 전략병기의 칭호를 받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약 누가 왕이 될지 정해진다고 하더라도 목숨을 부지하는 것을 넘어 높은 직책을 주어 회유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더 이상 세상은 그런 간편한 선택만을 하도록 흘러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신요화는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곳을 향해 달려가기로 결심했다.


“같이 가자.”


“네? 저, 저는 왜?”


소백한은 자신의 속마음이 들키기라도 한 듯 흠칫 몸을 떨었다.

하지만 신요화는 이미 결정을 내린 뒤인지 그의 허리를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으아악!”


“나는 사실 일시적으로 힘을 증폭할 수 있을 뿐, 항상 전력을 다해 싸울 수는 없다. 하지만 네가 있다면...... 그 사이 공주님을 빼돌릴 수 있겠지.”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악!”


소백한은 점점 더 빨라지는 속도에 멀미라도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신요화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들려왔다.


“만약 내가 죽더라도 공주님만은 구해다오.”


“.....!”


그 말에 소백한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신요화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그게 네 진심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은퇴로 시작하는 정복군주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011. 심양성을 구원하라(1) +1 22.11.30 15 1 11쪽
25 010. 돌파(3) +1 22.11.29 18 1 11쪽
» 010. 돌파(2) +1 22.11.28 26 1 11쪽
23 010. 돌파(1) +2 22.11.26 33 2 11쪽
22 009. 돌이킬 수 없는(3) +3 22.11.25 33 3 11쪽
21 009. 돌이킬 수 없는(2) +2 22.11.24 35 3 11쪽
20 009. 돌이킬 수 없는(1) +2 22.11.23 37 2 11쪽
19 008. 마인들의 습격(2) +2 22.11.22 39 2 11쪽
18 008. 마인들의 습격(1) +2 22.11.21 46 4 11쪽
17 007. 출정(2) +4 22.11.19 52 4 11쪽
16 007. 출정(1) +3 22.11.18 53 5 11쪽
15 006. 여행 준비(3) +3 22.11.17 60 3 11쪽
14 006. 여행 준비(2) +3 22.11.16 71 7 11쪽
13 006. 여행 준비(1) +3 22.11.15 68 5 11쪽
12 005. 군주의 자질(2) +2 22.11.14 99 9 11쪽
11 005. 군주의 자질(1) +2 22.11.12 91 3 12쪽
10 004. 소문은 백수도 열사로 만든다(2) +2 22.11.11 90 3 11쪽
9 004. 소문은 백수도 열사로 만든다(1) +2 22.11.10 98 3 11쪽
8 003. 외적에게 죄를 물으시다(2) +2 22.11.09 119 6 11쪽
7 003. 외적에게 죄를 물으시다(1) +2 22.11.08 131 9 11쪽
6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3) +2 22.11.07 155 7 12쪽
5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2) +2 22.11.05 183 9 11쪽
4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1) +2 22.11.04 232 16 11쪽
3 001. 신분 세탁의 시작은 짐꾼으로(2) +5 22.11.03 296 43 11쪽
2 001. 신분 세탁의 시작은 짐꾼으로(1) +5 22.11.02 336 51 13쪽
1 000. 서장 - 노후 대비로 큰 거 한탕 했다 +23 22.11.01 459 95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