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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로 시작하는 정복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두천斗天
작품등록일 :
2022.10.30 21:51
최근연재일 :
2022.11.30 06: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882
추천수 :
297
글자수 :
13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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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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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10. 돌파(1)

DUMMY

1.


사람들을 구하는 거야 그렇다고 치자.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이 갸륵하다면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할지라도 모험을 걸어보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일 테니까.


하지만 혈통을 조사해보겠다는 말은 다소 섬뜩하게 들렸다.


‘설마 나를 해부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소백한은 이번 생에서 수십 년간을 도굴꾼으로 살아왔다.

그 때문에 다른 방면에 대한 전문성은 부족한 축에 속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 물정이나 뒷세계에서나 떠돌아다닐 법한 은밀한 정보에 무지하다는 건 아니었다.

상고시대 유적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수많은 비밀을 파헤쳐 왔으니까.

게다가 암시장 큰손 장득수의 도움으로 믿거나 말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도 확보한 것도 있었다.


‘듣자 하니 상고시대에는 자신들의 명맥을 잇기 위해 군주들의 피를 보존하는 방법에 관해서도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지?’


현존하는 다수의 왕가와 황가들이 상고시대 제국의 후예를 자처하는 데에는 전부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피를 이용하여 자신의 혈맥을 강화하고 그걸 유전으로 남기는 방식을 택한 경우가 많다고 들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소백한은 정말로 자신이 실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공주님. 저는 일개 촌부에 불과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지금 네가 벌인 짓을 생각해보거라. 이 사실이 밝혀지면 어떤 식으로든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텐데. 계속해서 숨기는 것보다는 미리 선수를 치는 게 낫지 않겠느냐?”


“맞는 말씀입니다만 혹여나 도중에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염려되어서요.”


“내가 직접 입회하여 살펴볼 예정이니 그런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끙. 답이 없군.’


소백한은 갑자기 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급격하게 치솟았다.


‘내가 괜한 짓을 했나?’


능력을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그 뿌리가 되는 원천은 조금씩이나마 드러낼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혈통에 이목이 쏠려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있지만, 언제고 천무에 관해 알아낼 날이 올지도 몰랐다.


‘아니, 이번에는 이게 최선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감추려고 들면 사람은 필연적으로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공주는 소백한에게 조력자이자 방패막이였기에 어느 정도의 사실은 밝혀주는 것이 현명했다.

그래야 믿고 맡기면서 어떻게든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것 하나만은 약속해주십쇼. 절대로 저를 버리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그 말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만약 유화가 소백한을 해하려 들거나 조금이라도 마음을 상하게 만든다면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는 빌미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진의를 알아챈 공주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영악하구나.”


“하하. 아무튼 이것만큼은 잘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소백한에게는 확신이 필요했다.

언제고 자신이 바라는 미래, 즉 아무런 걱정 없이 놀고먹으면서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날이 다가오리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유화는 끈질기게 덫을 깔아놓았다.


“나는 유나라 백성이라면 누구든지 나라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가 나고 자란 강산을 지킨다는 데에 어떤 조건이나 변명이 붙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 진짜 꼰대 같네.’


소백한처럼 깨어있는 젊은 세대에게는 질겁할 말이었다.

저렇게 겉만 번지르르한 말속에는 개인 따위는 짓밟혀도 된다는 전제가 갈려있으니까.


‘그게 내가 아니면 상관없는데, 하필 나를 콕 집어서 얘기하는 것 같단 말이지.’


결국 소백한은 이쯤에서 타협을 보기로 했다.


“좋습니다. 저 역시 유나라의 백성이니 공주님의 일에 협조하기로 하지요. 그러나 언제 어디서든 저에 대한 행복추구권과 자유권은 보장되어야만 합니다. 이건 인정하시겠습니까? 인정한다면 인정이라고 해주십쇼.”


아무리 집단이 중요하다고 해도 개인을 무작정 희생시키면서까지 추구해야 한다면 그게 과연 올바른 것일까?

남의 얘기라면 쉽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겠으나 자신의 일이 되어버린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되어버리게 된다.

유화 역시 그 점을 인지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

“좋습니다. 일단은 이 상황부터 헤쳐나가기로 하죠.”


소백한은 비장한 얼굴로 계곡 너머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곳엔 적들이 우르르 주둔해있을 터였다.


“그래. 가급적이면 유나라 백성들은 죽이지 말고 생포할 수 있으면 좋겠군.”


“예이예이.”


소백한은 불만스러웠으나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했다.

그렇게 그들은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갔다.



2.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달리 사방은 텅텅 비어있었다.

오히려 그렇기에 소백한 일행은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이거 큰일이군.”


소백한이 벌인 짓이 알음알음 소문이 퍼진 걸까.

마인들은 더 이상 병력을 보내오지 않았다.

덕분에 계곡 안은 텅텅 빈 것처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만 더 가면 심양 외곽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그곳이라면 아마 이번 사태의 진상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신요화의 말에 유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야.”


소백한은 그녀의 말에서 긴장과 위기를 직감했다.


‘역시 일이 쉽게만 풀리지는 않겠구나.’


잡졸들을 보내지 않겠다는 것은 힘을 모아서 한꺼번에 치겠다는 말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소백한은 문득 궁금해져 물음을 던졌다.


“그나저나 일월신교의 편제는 어떻게 됩니까?”


“일월신교는 크게 다섯 개의 교구로 이루어져 있지. 지부에 대응되는 동서남북 교구, 그리고 본단이라 할 수 있는 중앙 교구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까진 소백한도 아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유화의 얘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만약 철갑귀마대나 칠성추살대라면 단순히 지방 교구에서 벌인 일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즉, 중앙 교구의 만마전에서 인가하고 지원하여 추진한 일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만마전!”


일월신교는 매우 거대한 조직이다.

해와 달이 미치는 곳이라면 어디든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두겠다는 그 포부 하나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만마전은 각 종파의 수뇌부들이 모여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복마전이지.’


천마니 혈마니 검마니 귀마니.

뒤에 마)라는 글자를 달고 있는 자들이라면 전부 만마전 소속이라고 봐도 좋았다.


개개가 전부 하나의 단체를 이끄는 수장이자 마종(魔宗)에 귀의한 자들이니 얼마나 두려운가!

그나마 이들과 대적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한다면 상고시대 마도세력의 비전을 이은 신원마도종(新原魔道宗)과 파천각(破天閣) 같은 곳 정도이리라.


“그럼 만마전의 일부가 직접 강림할지도 모른다는 것 아닙니까?”


소백한의 말에 유화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철갑귀마대의 배후는 귀마전이고, 칠성추살대의 배후는 월마전이지. 이처럼 뒷배가 범상치 않은 부대들은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큰 화를 입기 마련이니. 걱정될 수밖에 없구나.”


“하아.”


소백한은 그녀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했다.


‘이거 진짜 큰 판이었구나.’


만약 귀마전이든 월마전이든 본격적으로 칼을 뽑아 들게 되면 유나라 같은 적당한 규모의 왕국은 엄청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농후했다.

게다가 어찌어찌 그들을 격퇴 시켰다고 하더라도 일월신교라는 본체가 어디 가만 있겠는가?

피해보상을 위해서든, 명예 회복을 원해서든 엄청나게 시비를 걸어올 텐데......

상상하기만 해도 끔찍한 수렁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래서 소백한은 궁금했다.

과연 공주는 이번 일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뭔가 대책이 있으십니까?”


“음. 하나 있기는 하지.”


과연 차기 국왕을 노리는 자답게 기대감이 절로 솟구치는 대답이 돌아왔다.

소백한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그녀의 입을 바라보았다.


“그게 대체 무엇입니까?”


“바로 네가 탁월한 계책을 짜내는 것이다.”


“......”


소백한은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무작정 믿어대는 것도 정도가 있지.

소백한의 어딜 봐서 나라의 운명을 맡길 정도로 대단하다고 보는 것인가?


그건 신요화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주님. 이런 엄청난 일은 일개 개인이 어찌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국가차원에서 대응을 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저희는 그저 보물만 찾으러 왔을 뿐인데 어찌 그런 것까지 건드린단 말입니까?”


하도 마인들과 부대끼다 보니 깜빡 잊어버렸지만 소백한이 이번 여정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바로 상고시대의 보물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것도 천무와 연관성이 높은 대유제국의 물건을 말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하지만 유화의 대답은 여전히 완고했다.


“어찌 되었든 이곳을 돌파해야만 답이 나오지 않느냐? 겸사겸사 이러한 문제까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 예.”


소백한은 이제 공주를 설득하는 일을 완전히 포기해버렸다.

대신 처신을 어찌할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이미 이 주변은 마인들에 의해 포위되어있을 겁니다. 그러니 직접 만나보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가 녀석이 습격하면? 알다시피 지금 이 전력으로는 적들을 막기에 부적합하다.”


신요화의 말은 타당했다.

공주라는, 어떻게든 지켜야 하는 존재가 있으면 전투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소백한은 자신의 세 치 혀를 믿어보기로 했다.


“제가 입을 열심히 털어볼 테니 그때까지 버텨주기만 해주십쇼.”


“뭐라고?”


신요화는 황당하다는 듯 소백한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유화가 말을 끊는 바람에 더는 잇지 못했다.


“조용. 저기 누가 오고 있구나.”



3.


멀대같이 큰 키에 시커멓게 물든 눈두덩이.

그리고 마인 특유의 창백한 인상까지 가진 중년인은 홀로 다가와 살벌한 눈으로 세 사람을 노려보았다.


“감히 네놈들이 우리를 능멸하려 들어?”


그것은 단순히 겁을 주는 수준이 아니었다.

마기로 인해 유형화된 기세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변해 세 사람의 몸과 정신을 속박하려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유화의 입에서 파사의 힘이 담긴 음파가 튀어나왔다.


“갈!”


‘음. 여기선 대단하다고 해줘야겠지?’


사실 소백한은 불멸존생의 기운 덕분에 어떠한 타격도 입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까지 특별하다고 자랑할 필요는 없었기에 대충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단하십니다!”


“저 녀석한테나 집중해라.”


속으로 침을 꼴깍 삼킨 소백한은 큰 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귀하의 존함은 무엇입니까?”


“칠성추살대의 대주, 양백홍이다.”


“그렇다면 월마전의......”


“그걸 알고도 그랬단 말이냐!”


양백홍은 어지간히 속이 터졌는지 곧바로 고함을 질러댔다.

하지만 소백한은 이 모든 게 다 위장이라는 생각에 미쳤다.


‘그러지 않았으면 진즉에 쳤을 테니까. 대체 의도가 뭐지?’


그 순간 소백한의 머리가 비상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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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11. 심양성을 구원하라(1) +1 22.11.30 15 1 11쪽
25 010. 돌파(3) +1 22.11.29 18 1 11쪽
24 010. 돌파(2) +1 22.11.28 26 1 11쪽
» 010. 돌파(1) +2 22.11.26 34 2 11쪽
22 009. 돌이킬 수 없는(3) +3 22.11.25 33 3 11쪽
21 009. 돌이킬 수 없는(2) +2 22.11.24 35 3 11쪽
20 009. 돌이킬 수 없는(1) +2 22.11.23 37 2 11쪽
19 008. 마인들의 습격(2) +2 22.11.22 39 2 11쪽
18 008. 마인들의 습격(1) +2 22.11.21 46 4 11쪽
17 007. 출정(2) +4 22.11.19 52 4 11쪽
16 007. 출정(1) +3 22.11.18 54 5 11쪽
15 006. 여행 준비(3) +3 22.11.17 60 3 11쪽
14 006. 여행 준비(2) +3 22.11.16 71 7 11쪽
13 006. 여행 준비(1) +3 22.11.15 68 5 11쪽
12 005. 군주의 자질(2) +2 22.11.14 100 9 11쪽
11 005. 군주의 자질(1) +2 22.11.12 91 3 12쪽
10 004. 소문은 백수도 열사로 만든다(2) +2 22.11.11 91 3 11쪽
9 004. 소문은 백수도 열사로 만든다(1) +2 22.11.10 99 3 11쪽
8 003. 외적에게 죄를 물으시다(2) +2 22.11.09 120 6 11쪽
7 003. 외적에게 죄를 물으시다(1) +2 22.11.08 131 9 11쪽
6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3) +2 22.11.07 156 7 12쪽
5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2) +2 22.11.05 184 9 11쪽
4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1) +2 22.11.04 232 16 11쪽
3 001. 신분 세탁의 시작은 짐꾼으로(2) +5 22.11.03 296 43 11쪽
2 001. 신분 세탁의 시작은 짐꾼으로(1) +5 22.11.02 336 51 13쪽
1 000. 서장 - 노후 대비로 큰 거 한탕 했다 +23 22.11.01 459 9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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