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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로 시작하는 정복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두천斗天
작품등록일 :
2022.10.30 21:51
최근연재일 :
2022.11.30 06: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911
추천수 :
297
글자수 :
13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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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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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0. 돌파(3)

DUMMY

7.


제각기 자신들의 이기심만으로 살아가는 요즘.

신요화의 모습은 보기 드물게 찬란히 빛나는 것이었다.


‘정말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겠다고?’


본디 소백한은 나약하고 연약한 인간이었다.

그러니 전생에서도 반항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갔던 것이겠지.


그건 새로운 시대로 전생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조금 더 노력하고 조금 더 인내할 뿐.

본질 자체는 변한 바가 별로 없었다는 뜻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내 한목숨 보전하고 빠져나갈 궁리나 했으니까.’


그게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건 결코 거역할 수 없는 본능의 발현이자 누구나 생각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매사에 그렇게 살아가다가는 알맹이가 빠져버린, 껍데기뿐인 인간이 되고 만다.

신념도 줏대도 뭣도 없는 그런 별 볼 일 없는 인간이.


‘과연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신요화에게 허리를 붙들린 채 이리저리 흔들리다 보니 머리통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머리 회전이 점점 가속되는 것 같았다.


소백한은 결국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아쉽지 않으십니까? 아직 젊은 나이일 텐데.”


대략 서른 초중반쯤 되어 보이는 나이에 그만한 무력을 일구어냈으니 보통 사람이라면 스스로에게 취해있을 법도 했다.

하지만 신요화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개인의 사리사욕보다는 세상 전체에 족적을 남기는 것이 몇 배는 더 가치 있다. 이는 내가 일평생 지녀온 신념과도 같은 것이니. 그러니 의심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아도 좋다.”


“그렇습니까.......”


소백한은 신요화가 자신과는 다른, 이질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지했다.

하지만 사람은 서로 다른 것에 끌리고, 거기서 교류와 가치 생산에 의미를 두게 된다.

그렇기에 결코 그녀를 허망하게 보낼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판을 짜보죠.”


“뭔가 좋은 수가 있는 것이냐?”


“제가 힘을 발산하면 잠시나마 저들을 압박하고 있는 금제가 풀릴 겁니다. 그때를 노린다면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


솔직히 기대하는 게 없었더라면 애당초 그를 사지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백한의 말은 그녀의 상식을 가뿐하게 뛰어넘는 것이었다.


“정말로 그런 게 가능하다고?”


“제가 당신을 믿었듯, 저에게도 믿음을 주십시오.”


“하아.”


대개 무인들은 함께 땀을 흘리고 피를 뿌리며 수련하고 싸운 동료가 아니면 신뢰를 주지 못한다.

허상과 추상이 아닌 실질을 다루는 자들이 주로 겪게 되는 고질병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는 신요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말 내가 그를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게 경력직만 찾다가는 새로운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이미 여기까지 왔으면서 도망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겉으로 보이는 것, 말하는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 숨겨져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좋다. 나는 너를 한번 믿어보겠다.”


“아마도 잠깐뿐일 테니 집중하십쇼!”


어느새 두 사람은 다시 원래 장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소백한의 예상대로 유화는 열세에 몰려있었다.


“하앗!”


다행히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땀이 흥건하게 배어 나온 옷가지와 머리칼을 보면 그녀의 고충이 얼마나 클지 미루어 짐작하는 게 가능했다.


“네년의 목을 베어 유나라를 해방시키고 말겠노라!”


수많은 마인들을 거느린 덕분에 양백홍은 아직도 기운이 팔팔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가 은은한 회색빛의 검기를 뽑아들었을 때.

소백한은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고함을 질러댔다.


“악!”


쿠릉!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충격파를 토해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직 소백한이 시도해보지도 못한 심오한 무공 구결의 일부가 담겨 있었다.


- 미욱한 자들이여 군왕을 보아라, 그대들의 미몽을 일깨워 줄 자가 나타났나니.


- 군왕의 꾸짖음에 세상이 진동하니, 죄를 지은 자들은 스스로 무릎을 꿇도다



하나도 아니고 무려 두 개의 완전 구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인지 소백한은 온몸의 기력이 다 빠져나간 듯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진짜 재앙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아악!”


“내 머리!”


유화 주변을 빙 둘러싼 마인들은 제각기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했다.

심지어 양백홍조차도 검기가 흐트러지는 바람에 핏발 선 눈으로 소백한을 노려보았다.


“대체 무슨 사술을 부리는 것이냐!”


“사술은 너네들이 사술이고.”


소백한은 어이없다는 듯 대꾸했다.

평소라면 조금 더 길게 쏘아붙였겠으나 지금은 몸에 힘이 쭉 빠져버린 상태라 그쯤에서 마무리했다.


“죽어라!”


신요화는 소백한이 벌어준 황금 같은 기회를 절대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갑자기 몇 배나 되는 힘을 증폭시킨 그녀는 허공을 가르며 무참히 검을 휘둘렀다.


“미친! 절정고수인가?”


“아니, 이건 초절정?”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상대의 경지나 가늠하고 있는 꼴을 보니 확실히 저들이 맛이 가긴 갔구나 싶었다.

겨우 한숨을 돌린 소백한은 멍한 눈으로 전장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걸로 끝인가? 사실 지금부터 시작이잖아?’



8.


소백한은 생각했다.

단순히 유화를 구하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이대로 가면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하면 심양성을 구원할 수 있을까.’


그렇게 소백한이 고민에 빠져있는 사이.

전황은 생각보다 쉽게 마무리되는 중이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양백홍의 의지가 무참히 꺾여버려서였고.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혼란스러울 것이다.

금제와 그동안 억눌려 있던 정신이 이리저리 뒤엉키는 바람에 제대로 된 사고가 불가능할 테고.


‘대개 그런 경우 본능에 따르기 마련이지.’


힘을 증폭시킨 신요화의 위세는 말 그대로 대단하다고밖에는 표현할 단어가 없었다.

과연 전략 병기라 불릴 정도로 마인들을 도륙 내고 다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만 보던 양백홍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려는 유화를 보고 완전히 질려버렸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게냐! 유나라 백성들은 너희들을 버렸다. 그래서 우리에게 귀의하겠다고 온 게 아니더냐!”


그에 유화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땅바닥을 구르고 있는 백성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고로 군주란 미욱한 자들도 포용할 줄 알아야 하는 법. 필요에 따라서는 용서도, 자비도 가감없이 베풀어야 하지.”


“궤변이다! 저들은 이미 배신한 역적들이란 말이다! 그런데 어찌 화합을 이룰 수 있겠는가?”


양백홍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바락바락 악을 질러댔다.

그리고 은근슬쩍 유화가 저들을 내치고 죽여버리길 유도했다.

이는 순전히 그의 판단이라기보다는 금제에 각인된 무언가에 영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유화는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


“비록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을 품더라도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자. 그것이 바로 내가 내세울 치(治)다!”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에 양백홍은 기가 눌려버렸다.

여기에 소백한이 다시 한번 불멸존생의 기운을 흩뿌릴 준비를 하니 간담이 철렁 내려앉았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이놈들! 두고 보자!”


양백홍은 마인들을 지휘하여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그나마 금제가 조금은 풀린 상태라서 유연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 해야할까.

그 추하고도 옹졸한 뒷모습에 소백한은 조롱 섞인 말을 내뱉었다.


“두고 보자는 놈들치고 무서운 놈은 하나도 없더라!”


마지막까지 비난과 조롱을 퍼부어댄 소백한은 이내 유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괜찮으십니까?”


“아. 구하러 와주었구나.”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감정과 소회는 확실히 심금을 울리는 맛이 있었다.

그때 마지막 마인까지 척살하고 온 신요화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번 작전의 공은 모두 소가에게 있습니다. 그에게 상을 내려주십시오.”


“아닙니다. 요화님이 없었더라면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공을 미루며 낯 뜨거운 말을 주고받았다.

살아있다는, 그래서 살아남았다는 느낌을 만끽하는 데에는 전우와 말을 주고받는 것만큼 실감 나는 게 드물었으므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유화는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띠었다.


“이제 서로 사이가 많이 좋아진 모양이로구나.”


“공주님!”


“절대 아닙니다!”


얼굴이 붉어진 신요화와 소백한은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간질거리는 느낌이 부끄러워서였을 뿐 진심으로 꺼려해서는 아니었다.


그때 유화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저들은 심양성의 주민들이 아닌가? 참 난감하게 됐구나.”


‘이미 사정을 다 파악한 건가.’


하긴 워낙 큰 소란이 일었던 데다가 두 사람의 대화는 물론이요, 양백홍의 주절거림까지 들었으니 눈치가 빠른 그녀는 이미 다 추론을 끝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심양성을 포위하는 이들은 아마도 철갑귀마대로 보입니다. 귀마전에서 파견된 무장세력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신요화의 보고에 유화는 미간을 찡그렸다.


“이미 전쟁은 시작된 건가.”


“심양성이 함락된다면......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숨이 턱턱 막혀올 듯 답답해졌다.

소백한은 먼저 현장부터 살펴야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옮겼다.


“일단 저들을 추스르고 계십시오. 곧 돌아오겠습니다.”


“조심하거라. 아직 마인들의 위협은 끝난 것이 아니니.”


“걱정마십쇼. 간단히 정찰만 하고 올 테니까요.”


소백한은 그 말만을 남기고 서둘러 달려갔다.

딱히 대책이 있다기보다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답답증과 강박증이 더 앞섰다.

어느새 그의 머릿속에는 일신의 안위보다 나라를 구하는 일로 가득 차버린 듯했다.


“후우. 끔찍하군.”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본 심양성의 풍경은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외벽은 거의 무너지다시피 했고, 성루에 올라선 병사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그나마 지금은 포위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버티고 있는 거지,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났더라면 아주 처참한 몰골이었으리라.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소백한이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있을 때.

성 외곽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종군 기자들이 눈에 띄었다.

마침 그쪽에서도 소백한을 알아본 듯 대놓고 말을 걸어왔다.


“거기 누굽니까?”


“잠시 취재 좀 가능하겠습니까? 저희 대천제국은 어디까지나 유나라 편입니다.”


‘귀찮게시리.’


한시가 급한 상황에 묘책을 쥐어 짜내도 모자랄 판에 날파리나 상대하게 되다니.

소백한은 자신의 재수없음과 인기를 탓하며 적당히 응대하고 쫓아보낼 생각을 했다.

그러다 그의 머릿속에 뭔가가 번뜩 스쳐 지나갔다.


‘잠깐. 이거, 잘만 하면 저 녀석들을 엮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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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11. 심양성을 구원하라(1) +1 22.11.30 17 1 11쪽
» 010. 돌파(3) +1 22.11.29 18 1 11쪽
24 010. 돌파(2) +1 22.11.28 27 1 11쪽
23 010. 돌파(1) +2 22.11.26 34 2 11쪽
22 009. 돌이킬 수 없는(3) +3 22.11.25 34 3 11쪽
21 009. 돌이킬 수 없는(2) +2 22.11.24 36 3 11쪽
20 009. 돌이킬 수 없는(1) +2 22.11.23 39 2 11쪽
19 008. 마인들의 습격(2) +2 22.11.22 39 2 11쪽
18 008. 마인들의 습격(1) +2 22.11.21 47 4 11쪽
17 007. 출정(2) +4 22.11.19 53 4 11쪽
16 007. 출정(1) +3 22.11.18 54 5 11쪽
15 006. 여행 준비(3) +3 22.11.17 62 3 11쪽
14 006. 여행 준비(2) +3 22.11.16 72 7 11쪽
13 006. 여행 준비(1) +3 22.11.15 70 5 11쪽
12 005. 군주의 자질(2) +2 22.11.14 101 9 11쪽
11 005. 군주의 자질(1) +2 22.11.12 92 3 12쪽
10 004. 소문은 백수도 열사로 만든다(2) +2 22.11.11 92 3 11쪽
9 004. 소문은 백수도 열사로 만든다(1) +2 22.11.10 100 3 11쪽
8 003. 외적에게 죄를 물으시다(2) +2 22.11.09 121 6 11쪽
7 003. 외적에게 죄를 물으시다(1) +2 22.11.08 132 9 11쪽
6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3) +2 22.11.07 157 7 12쪽
5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2) +2 22.11.05 185 9 11쪽
4 002. 떡잎부터 남다른 선동가(1) +2 22.11.04 233 16 11쪽
3 001. 신분 세탁의 시작은 짐꾼으로(2) +5 22.11.03 298 43 11쪽
2 001. 신분 세탁의 시작은 짐꾼으로(1) +5 22.11.02 337 51 13쪽
1 000. 서장 - 노후 대비로 큰 거 한탕 했다 +23 22.11.01 461 9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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