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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靑燕) 님의 Flying in the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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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靑燕)
작품등록일 :
2013.02.07 21:06
최근연재일 :
2013.05.27 20: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2,874
추천수 :
357
글자수 :
243,989

작성
13.05.19 19:12
조회
320
추천
12
글자
8쪽

제 3장 나의 그리움은 너의 뒤에 - 9막 계륵(鷄肋) ~ 2

상실(喪失) - 청연(靑燕)

감사합니다.




DUMMY

형근은 중현의 앞 접시에 놓인 회의 뱃살 위에 돌나물을 한 줄 쌓아 올리며 말했다. 묘한 표정을 짓던 형근의 모습은 마치 먹잇감을 감아 쥔 능구렁이 같은 모습이었다.


“ 이거 아주 맛있는 겁니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맛이지요. 아아, 청장님께서도 이미 이 맛을 알고 계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만 말입니다. 하하하. “


‘ 아차! 당했다! ‘


중현의 미간이 미세한 경련을 일으키듯이 꿈틀거렸다.


중현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맛이라는 속담으로 돌려서 표현한 형근의 말을 단번에 알아챘다. 그건 속담의 본래 뜻처럼 음식이 정말 맛이 있어서가 아닌 다른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돌나물은 돈나물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그렇다고 형근의 말이 나물의 맛이 일품이라는 뜻은 설마 아닐터.


그렇다. 형근은 지금 ‘ 돈의 맛 ‘ 이라는 표현을 일부러 빙빙 돌려서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아둔한 사람이라면 못 알아들을 수도 있었겠지만, 형근이 소문으로만 들었던 중현은 그렇지가 않았으니 분명히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재력으로 따지자면 동인의 재력을 등에 업은 중현이 형근보다는 한 수 위였다. 그래서 그깟 돈 몇 푼에 중현이 움직여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푼돈이라도 그것이 뇌물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앞 접시 위에 생선회의 뱃살과 같이 올려진 돌나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중현이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같은 배라……. 훗. “


중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고, 형근은 자신이 준비한 음식을 어서 드셔보라며 재촉의 눈빛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형근이 준비한 뇌물이라는 게 절대로 피할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 가져나가신 제 옷에 더러운 것이 묻을까 염려가 됩니다. “


중현이 불편한 자신의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자 형근은 그 말에 응수를 하듯 중현의 말을 되받아 쳤다.


“ 청장님, 그건 염려하지 마십시오. 깨끗하게 세탁해서 가져다 드리라고 미리 말해놨습니다. 하하하. 여기! “


형근의 부름에 다다미방의 문이 열리면서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중현의 외투를 들고서 들어왔다. 그리고는 외투를 중현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중현은 외투의 안쪽을 손으로 몇 번 쓰다듬다가 이내 시선을 형근에게 돌려버렸다.


기모노의 여인은 형근의 손짓과 함께 중현의 외투를 들고서 다시 다다미방 밖으로 사라졌다.


중현은 가장 두툼하게 썰린 생선회를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회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가소로운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아무래도 두툼한 게 맛은 있는데…… 이가 시원찮으면 영 씹기가 힘들어서. “


중현은 젓가락에 집힌 두툼한 회를 입안에 넣고 씹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앞 접시에 놓인 형근의 작품을 곧바로 이어서 삼켰다. 그 모습에 형근은 그럴 줄 알았다며 만족감의 웃음을 보였다. 어차피 피해 갈 수도 없던 상황이지만 중현이란 사람이 보통이 아니기에 내심 걱정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형근이 짓던 웃음은 중현이 이어서 했던 행동에 일순간 얼음이 되고 말았다.


“ 박 변호사님. 회 드실 때 소스는 무얼 곁들여 드십니까? 혹시 간장 좋아하십니까? “


중현이 형근의 앞 접시에 간장을 가득 따라 부으며 말했다. 그러자 시커먼 간장이 형근이 쌓아 올린 회와 돌나물의 모습을 절반 가까이 감춰버렸다.


중현이 껄껄거리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 하하하, 변호사님? 세탁을 아무리 잘한다고 한들 지워지지 않는 얼룩도 남아있기 마련이지요. 그리고 제가 뭔가 굉장한 오해를 했나 봅니다. 이렇게 나오실 줄 알았다면 오늘 만남은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


중현의 말뜻은 거절이었다.


그러나 형근은 아예 작정을 하고 나온 듯,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만은 않았다.


“ 어이구,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십니까? 제가 준비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설마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셨습니까? “


형근의 말에 중현은 기훈이를 생각했다. 오늘의 만남도 기훈을 통해서 이뤄졌듯이 아마도 형근은 기훈이를 볼모로 붙잡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아들인 기훈이의 앞길을 막아 서겠다는 협박을 할 게 뻔했다. 기훈이가 무너지면 최씨 집안의 명예는 중현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릴 테니까. 그러나 그런 꼼수는 중현에게 통하지 않는다.


중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설마, 제 아들을 이용하시겠다? “


형근의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한 중현은 거침이 없었다. 더구나 기훈이가 어떻게 되든 그건 중현의 관심 밖이었다. 어차피 기훈은 자신의 아들이 아닌 자신의 계획에 쓰일 하나의 도구일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건 중현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고 다른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니 당연히 그런 방법이 통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최씨 집안의 명예? 그런 것은 기훈이가 설령 잘못 된다고 할 지라도 동인이 건재 하는 한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게다가 중현이 계획한 목표의 마지막 피날레는 자신의 아버지인 동인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무너진 기훈이라면 중현의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는 패였다. 물론, 아직은 기훈이 조금만 더 버텨주어야 하겠지만.


“ 경찰 최고의 자리에 계신 청장님께 감히 제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범죄가 아닙니까? 하하하. “


광채를 뿜어내는 눈으로 형근이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앞 접시에 놓인, 간장으로 흠뻑 젖은 회를 입에다가 털어 넣으며 말을 이었다.


“ 그건 나중에 차차 알려드리기로 하고, 같은 배를 탄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


중현은 난감해졌다. 형근과의 만남이 초반만 해도 자신이 유리한 쪽을 점유했다 여겼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 아닌가? 게다가 형근은 무언가 감추는 비장의 무기가 더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게 무엇인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결정타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형근이 동인을 만나게 해달라던 부탁도 꼼수라 여겼거늘 어쩌면 그게 꼼수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있었다.


‘ 어쩌면, 그건……. ‘


중현에게는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좋지 않은 상황이 분명했다. 만에 하나 잘못 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십여 년 전부터 준비해온 자신의 계략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지금은 위기상황인 것이다.


이럴 바에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게 백 번 나았다.


“ 변호사님? 변호사님 말씀대로 어차피 한 배를 타게 된 거, 원하시는 게 무언지만 알려 주시지요? 그래야 제가 도와드릴 게 아닙니까? “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마음을 연 것은 결코 아니었다. 중현에게는 위기상황을 극복할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단지 중현은 형근의 속셈을 더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하지 않던가?


중현의 물음에 형근이 입을 열었다.


“ 아까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장관님과 연결만 해주시면 됩니다. “

“ 정말 그게 다 입니까? 제 아버님과는 무엇을 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

“ 제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말씀 드려야 합니까? 나중에 차차 다 아시게 될 텐데요. “

“ 뭐, 좋습니다. 일단은 생각을 좀 해보지요. 그만 일어 나실까요? “

“ 생각이라니요? 저는 허락하신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하하하. “


기선을 제압했다고 느꼈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뜻대로 중현을 같은 배에 태워서일 것일까? 형근의 목소리가 조금 전보다 더 의기양양해져 있었다.


음, 하는 헛기침소리를 내며 중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다미방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중현의 뒤통수에 형근의 말이 들려왔다.


“ 청장님, 따님 한 분 계시죠? “


그러나 중현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현재 자신의 딸인 현미는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형근이 볼모로 잡고 싶어도 잡을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한국땅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오래간만에 올라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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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일
    13.05.20 03:28
    No. 1

    껄껄껄~ 청연님 이 회한점 하십시오.
    별뜻은 없습니다. 자..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청연(靑燕)
    작성일
    13.05.20 10:07
    No. 2

    윙님이 주시는 거라면 기꺼이... 아...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동방존자
    작성일
    13.05.22 00:24
    No. 3

    살짝 돈나물 얹어 드립니다. ^^
    헌데, 너무 선문답하듯 빙빙 돌린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형근과 중현, 그리고 사안에 대해 좀 더 알아야겠지만요. ^^
    건필! 연참은 오늘 같이 탈락이네요. ㅜ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청연(靑燕)
    작성일
    13.05.22 01:02
    No. 4

    조금 그런 감이 없지않아 있네요^^
    사실 대놓고 말해도 됐던건데 말이죠.
    서로 꿍꿍이가 있었으니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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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제 3장 나의 그리움은 너의 뒤에 - 10막 계륵(鷄肋) ~ 3 +8 13.05.27 518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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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 1장 잃어버린 시간 - 9막 비밀(祕密)~1 +2 13.02.26 571 8 6쪽
8 제 1장 잃어버린 시간 - 8막 해방(解放) +2 13.02.23 392 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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