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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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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4.03 14:00
연재수 :
663 회
조회수 :
53,326
추천수 :
2,060
글자수 :
5,884,774

작성
23.09.27 12:00
조회
22
추천
2
글자
22쪽

제 598화 666의 괴물들의 모임.

DUMMY

드르렁...!!


주변이 진동할 정도의 코골이가 들려옵니다. 제대로 듣지 않는다면 지진으로 착각될 정도의 소음이었지만. 저에겐 매우 익숙한 소리였기에 저는 차오린에게서 벗어나 소리가 가까운 곳으로 향했습니다.


“어머! 잘 아는걸?”


“...몇 번 같이 잤거든요.”


제가 그렇게 대꾸하고 고개를 드니 눈앞에 거대한 축구장 같은 건물이 보였습니다. 특이한 점은 곳곳에 금이 가 있다는 걸까요? 소리가 그곳에서 들리자. 저는 망설임 없이 거대한 문을 비집고 그 안으로 향했습니다. 그러자 거대한 털 뭉치가 보이네요.


[...왔냐?]


“달기. 괜찮아요?”


[누구누구 덕에 더럽게 많은 저주에 걸려서 잠이나 자고 있어.]


털 뭉치가 고개를 드니 거대한 여우 머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달기의 본체인 백미호네요. 그녀가 있을 만한 장소는 당연히 축구장밖에 없었기에 저는 수긍하며 그녀의 앞발에 꽂힌 링거들을 보았습니다. 그곳으로 검은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것이 보입니다. 아마도 증오의 저주겠죠? 저를 대신해서 싸웠기에 그녀의 몸이 만신창이네요.


[....흥!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이 꼴이라도 싸우는 것은 문제없으니까.]


“죄송해요.”


[알면 빨리 꺼져. 회복에 전념해야 하니까.]


말은 저래도 그 안에는 따뜻함이 숨어있습니다. 하여간 속을 털어놓지 않는 돼지 여우 같으니.


“왔어? 마리?”


“아! 하은씨!”


어느 사이엔가 하은이 제 곁에 다가왔네요. 저 멀리서 종종걸음으로 오는 아쿠아마린의 모습도 보입니다. 둘은 멀쩡한 모습입니다. 근데. 그 둘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차오린. 일은 끝냈어?”


“응. 히드라 할아범에게 확인받아 놨어.”


인왕 달래, 천황 텐구 후타바씨에 낯선 이들 몇 명도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복고양이 니케가 있는 것을 보면... 전원 666의 괴물로 보이네요. 죄다 미남미녀인 것을 보면 꽤 배가 아픕니다. 대체 얼마나 살아오면서 영혼을 먹어치우면 저렇게 되는 건지 참.


“....결과는?”


“무능력자라고 하던데?”


[“하?”]


“무슨 농담을...”


“진짜야.”


차오린의 단언에 저는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능력이란 단어에 모두의 관심이 저에게 쏠렸기 때문이지요.


[살아있을 때. 얼마나 얼빠졌길래. 무능력이야? 4세계에 무능력을 요구라기라도 한 건가?]


달기의 독설이 화살이 되어 제 가슴에 박힙니다. 하여간 말을 이쁘게 하지 않아요.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던데? 히드라 할아범도 이건 처음이라 하더라.”


“아니면. 애가 미성숙상태인 건? 애 가슴 보면 인간 8살 아이만도 못한 것 같은데?”


“.....너무해요!”


8살이라니! 전 초등학생보다 못한 가슴이었나요? 아니 애초에! 인왕 달래! 어린이 모습인 당신이 저에게 그 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


“다들 그만. 지금 제일 마음 아파하는 것은 마리일 거야. 무능력이 신기한 것은 알지만. 마음에 상처 입힐 일은 그만해줘.”


“하은씨...”


역시 666의 괴물 중 얼마 남지 않는 인격자인 하은입니다. 하은이 저를 보호하자. 666의 괴물들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른 화제로 돌렸습니다.


“그럼 아까 이야기나 마저 하자. 사탄.”


“....사탄?”


어라? 사탄요? 그 거대한 7개 머리의 드래곤은 보이지 않는데....? 달래의 눈길을 따라가니 190cm는 되는 듯한 잘 빠진 검은 머리의 미남이 그곳에 서 있었습니다. 피부 곳곳에 균열이 생겨 그 틈으로 용암과도 같은 불빛이 반짝이는 것이 보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야성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네요. 검은 슈트로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 모습은 나사 빠진 다른 666의 괴물들과는 달리 꽤 지적인 모습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설마...


“오! 마리군. 이번에 거하게 소동을 벌인 것은 잘 봤다. 꽤 재미있는 흥밋거리였어.”


“...정말 사탄님이에요?”


“악성의 주인을 따르는 666의 괴물 중 서열 40위. 묵시록의 붉은용 사탄. 그것이 나다. 에덴을 지배하는 두 지배자 중 하나지.”


“앞에 멍청한 수식어는 전부 버리고, 사탄이 폴리모프 마법으로 변한 모습이 이거야.”


“정말 분위기를 모르는군. 인왕 달래.”


달래의 독설에 사탄씨가 잘 빠진 모습과는 달리 추욱! 풀 죽는 모습이 보이네요. 이 괴물... 중2병이라도 걸린 건가요? 원판이 워낙 잘생겨서 저것도 하나의 매력으로 보이긴 하네요.


“엿 같은 소리를 하고 자빠졌네. 아까 이야기나 마저 해. 외부에서 내려온 명령에 협조할 거야?”


“너무나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그 누구도 아닌 주인님께서 명하신 일. 진화의 야훼가 에덴으로 넘어온다면. 내가 전력으로 상대해주도록 하지.”


[지금은 주인님이라 노래를 부르지만. 과거에 배신한 배신자면서. 똥폼 잡기는.]


으득!


그 순간이었습니다. 달기의 도발에 사탄이 바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노려보네요.


“뚫린 주둥이라고 마음대로 지껄이는군.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난 목숨을 바칠 수도 있다.”


“‘지금은 말이지.’?”


“이 여우가....!”


“둘 다 그만. 옛이야기로 싸우는 건 그만 좀 해. 나이는 처먹을 대로 처먹은 666의 괴물이 만나기만 하면 유치한 이유로 싸우기야? 달기도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기 전에는 시비 좀 걸고 다니지 마. 하다못해 네 오빠의 절반이라도 닮아라. 좀.”


[흥!]


똥고집의 달기는 역시 사과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며 꼬리를 팡팡 치는 것을 불만을 드러냅니다. 하여간 사회성 제로인 여우 같으니.


“그리고 사탄.”


“?”


“만약 야훼가 이곳으로 넘어온다면 증오의 협조도 얻어야 해. 이곳을 나가는 출구는 두 개. 네가 증오랑 사이 안 좋은 것은 잘 알고 있으니까. 네메시스님의 명이라고 걔한테도 잘 좀 말해줘. 걔도 악성인 만큼. 네메시스는 잘 따르잖아.”


“흐음.... 주인님의 명이면 걔도 군말 없이 따를 거다. 나중에 전하도록 하지. 걱정하지 마라. 하은.”


“웬만하면 최대한 빨리 부탁할게. 회복한 진화의 야훼가 언제 포착될지는 알 수 없으니까.”


진화의 야훼 처리에 대한 문제였네요. 근데 왜 사탄과 증오에게서 협조를 얻으려는 걸까요? 그 비스트를 처리하고 에덴에 온 것이 아닌 거였을까요? 저는 흥미를 느꼈지만. 차마 물어볼 엄두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에덴에서 빠져나가면 물어봐야겠어요.


툭! 툭!


어라? 하은씨의 어깨로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두드리네요. 저 얼굴들은...


“웨폰마스터와 타락용사 온칼로네요.”


이 중립지대 밖에서 만났을 때. 조심해야 하는 괴물들이자. 증오를 적극적으로 방해했던 666의 괴물들입니다. 중립지대에서 나가면 저를 죽일 괴물들이죠.


“하은. 약속을 지켜라.”


“아아. 알겠어. 자.”


타락용사의 온칼로가 보채자. 하은씨가 문스톤 검집에 담긴 자신의 백아를 그에게 던져주었습니다.


“적당히 보고 이곳에 나가기 전에는 돌려줘.”


스르르릉!


“..........”


“하여간.”


하은의 말을 듣는 건지 마는 건지. 하은의 검을 멍하니 바라보는 두 괴물입니다. 검신을 보는 표정이 마치... 끝내주는 연예인을 보는 눈과 같달까요? 눈을 떼는 한순간도 아깝다는 듯이 그들은 자신의 무기와 하은의 검을 비교하고 있네요.


[검 좋아하는 변태 놈들 같으니,]


“이 검이 얼마나 끝내주는지 네가 몰라서 그래. 달기!”


666의 괴물들이 그렇게 잡담하는 동안. 사탄이 저에게로 걸어옵니다. 저에게 무슨 할 말이 있는 걸까요?


“666의 공적인 일이 끝났으니 마침 너와 따로 이야기할 시간이 났군.”


“무언가 할 말이 있으신가요? 사탄씨.”


“하은이. 내 쪽에 있는 출구로 너를 데리고 나가고 싶다고 하더군. 거기에 대해선...”


증오측은 지나갈 수가 없으니. 눈앞의 괴물만이 이 에덴을 떠날 수 있는 길을 사용할 수가 있었죠?


“허락하지. 꽤 재미있는 사고를 저질렀으니. 후후훗. 내 부하들이 너를 공격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 말과 함께 제 머리에 멋대로 손을 올리는 사탄입니다. 본래라면 싫겠지만. 원판이 사기라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네요. 여자에겐 남자의 얼굴은 꽤 중요한 사항이다 보니 같은 상황이라도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사탄에게 잘 보여야. 에덴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도움이 되니까요.


“저기 사탄씨.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


“사탄씨가 지배하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차오린씨에게서 들었어요. 왜 그런 건가요?”


“오! 나의 투기장과 클랜에 대한 이야기? 아니면 증오와 맞서기 위해 해왔던 일들 말이니? 그런 말이다. 마리야...”


사탄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와 저랑 눈을 마주합니다.


“‘재미’란다.”


“........네?”


“재미있으니 죽이고, 재미있으니 고문하고, 재미있으니 분쟁을 조장하고, 난 그러한 괴물일 뿐이란다.”


일반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네요. 하다못해 자신의 악행을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아닌. 그저 덤덤하게 말하는 그 모습은 미쳤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혼란한 상태를 좋아하는 괴물이지. 플로라가 이룩한 평화? 허튼소리. 모든 것이 치고받으며 피 냄새와 비명이 사방에서 울릴 때. 셀 수 없이 많은 감정이 메아리치고, 그것은 나의 욕망을 채워준단다. 그걸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이해받지 않아도 괜찮단다. 왜냐하면...”


제 머리를 누르는 힘이 강해집니다. 으으... 제가 일반 엑스트라 괴물인 것은 고려해주면 좋겠는데요?


“난 강하거든. 저기서 빌빌거리는 여우와는 다르게. 증오와 치고받아도 멀쩡하지.”


[그리고 플로라에게 개처럼 처맞아서 에덴에 사는 꼴이 되었다는 이야기지. 하여간 드래곤족은...]


휙!


달기의 독언에 사탄이 나중에 두고 보자는 듯이 달기를 노려보고, 달기는 거대한 여우인데도 혀를 내밀어 놀립니다.


“저 멍청한 여우 말은 그다지 듣지 않는 것이 좋아.”


[내가 르뤼에에서 주술학과 교수를 맡는데. 멍청하다고? 내가 교육하는 학생이 몇 명인지는 알아? 정기적으로 논문도 발표하는 엘리트라고!]


“둘 다 그만 좀 하라니까. 하여간 사이가 안 좋아서.”


차오린씨가 결국 둘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하자. 달기와 사탄은 혀를 차면서 서로 눈을 돌려버립니다.


‘타락한 드래곤과 타락한 구미호라. 둘 다 악성인데도. 그다지 사이가 좋진 않네요.’


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마음속에 퍼져나갔습니다.


“저기 사탄씨. 한 가지 질문해봐도 돼요?”


“무엇을 말이니? 내가 하는 일들?”


“아뇨. 그런 것 말고... ‘타락’에 관해서 물어봐도 될까요?”


“음?”


의외의 질문이라는 듯이 잘생긴 얼굴에 호기심이 지나갑니다.


“...사탄씨는 타락한 드래곤이잖아요? 아무래도 타락에 대한 정의를 묻는데. 가장 잘 이해할 것 같아서.”


“타락에 흥미가 있는 거니? 흐흐흐흐흣.”


사탄이 웃자. 그의 갈라진 피부에서 작은 불꽃이 일렁입니다.


“‘타락’이라는 것은 자신의 본질을 뒤집다는 것. 순성보단 악성에 변해버린 것에 가깝지.”


“...무슨 말인가요.”


“불멸자들은 티 없이 순수하고, 그들의 만든 법칙에 필멸자는 종속되어 있다. 그들의 규칙에 순응하며 따라가는 것이 정도이자 원래 걸어야 하는 길. 하지만 ‘타락’이란. 그 길을 걷지 않고 뒤엎어버린다는 거지.”


“음... 꼭 나쁜 것은 아니죠?”


“바로 그렇지. 타락은 불멸자의 색이 옅어지고 자신의 색을 드러나게 한다는 것과 같달까? 그런 의미에서 타락이란 가식을 버리고 진정한 자신을 보여주는 솔직함이야.”


“솔직함이라.”


솔직하게 돌아버린 괴물의 답변입니다. 그렇다면 저에게 있을 ‘타락’이란 것은 제가 솔직해지는 것일까요? 만약에 그렇다면 제가 어떤 방향으로 솔직해지는 걸까요?


“타락하면 필연적으로 악성은 따라오지. 악성이란 결국은 자신만의 색깔. 즉 개성이나 다름없지. 그 결과. 자신과 다른 색과는 그다지 어울릴 수가 없어. 그렇기에 악성인 괴물들은 서로 싸우기 바쁘지.”


사회성과는 영영 이별이란 거네요. 즉. 달기와 사탄처럼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거네요.


[뭐. 최악의 악성이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뒤집혀버리지만.]


“그건 그렇지.”


달기의 중얼거림에 사탄이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둘 사이에 공감이 가는 것이 있나 봅니다.


데굴! 데굴!


“부른지가 언제인데. 재는 이제야 오네.”


“애벌레 인형 탈?”


거대한 애벌레가 몸을 O자형으로 말아. 이곳으로 데굴데굴 굴러오고 있었습니다. 에덴에서 처음 보는 레지나 연합이네요.


“.....안녕.”


그녀의 처음 인상은 애벌레 탈을 쓴 소녀와도 같았습니다. 제가 소녀라고 말할 부분은 애벌레의 입 부분에 튀어나온 멀쩡하게 생긴 인간 얼굴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것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란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인형 탈이라 생각한 애벌레 몸통의 부분에서 생물체의 냄새가, 소녀의 머리라고 생각한 곳에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 무취와 차가운 냉기만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이동할 때에 애벌레처럼 자연스럽게 기어 다니는 모습은 그 소녀가 결코 인간 출신이 아님을 저에게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레지나 연합에 속해있는 종족 같지만... 그녀는 이상하게도 4세계 괴물로서의 냄새가 풍기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왠지 제 곁에 있는 하은을 바라보는군요?


“헉!!!!”


소녀가 제 곁에 서 있는 하은의 모습으로 순식간에 변해갔습니다. 마치 몸이 녹아내렸다가 다시 굳히는 듯한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 저는 기겁하였고 한때 애벌레에 불과하던 소녀는 하은이 되어 저를 보고 어색하게 웃었습니다. 그 웃음이 너무나 어색해서... 마치 미소를 짓지 못하는 종족이 흉내를 내는 듯한 모습입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냄새가 정말로 하은의 것으로 변해버렸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녀는 왠지 모르게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내 이름은 니트 냠냠이... 서열 664위의.... 의태가 특기인 괴물이야...”


“원래 모습으로나 돌아가. 하은이 두 명이니 헷갈리잖아.”


“..응!”


한순간에 녹아내려 소녀 얼굴이 달린 애벌레로 변신하네요. 음... 어디선가 본 듯한....


“아! 그거 번역기죠? 음성언어를 못하는 종족용.”


“응! 맞아!”


퉷! 툭! 뎅구르르릉!


이전에 도마뱀 도시락 판매원이 소녀 얼굴을 입에 넣고 번역기로 사용한 걸 본 적이 있기에. 저는 금방 그것을 떠올릴 수가 있었고 저의 질문에 애벌레가 확인시켜주려는 듯이 소녀 머리를 제 발에 뱉었습니다. 생기 없는 멍한 눈동자와 마주치니 공포네요. 저도 처음 봤을 때 엄청 기겁했었죠.


“........”


애벌레의 더듬이가 움직이지만. 저는 그들의 후각 언어를 잘 모릅니다. 자주 본 단어 몇 개만 알 수 있을 정도죠. 제가 알아듣지 못한 표정을 보이자. 애벌레가 다시 소녀 머리를 입으로 착용하기 시작합니다.


“저 소녀 머리 형태 번역기는 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네요.”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저거 미친과학자 츄럴 작품일걸? 하여간 역겨운 취향이야.”


“...대체 왜 저렇게 만들었대요?”


“갠 애니와 만화, 그리고 미연시에 미쳐있는 변태 오타쿠거든. 머리가 워낙 좋아서 스펙상 최고를 만들어내긴 하는데. 심심하면 저런 소녀 얼굴 달린 것들을 만들어버려. 그래도 4세계 과학 기술 대부분은 개 없으면 안 돌아갈걸?”


“.......”


오늘은 그다지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되네요.


“난 666의 괴물! 달래가 불렀어!”


“......?”


분명 666의 괴물같긴 한데. 말투가 상당히 특이합니다. 뭐랄까....


“지적 장애인을 보는 듯한...?”


“비슷해. 잰 머리가 좀 나쁘거든.”


“...네?”


“인간 기준 아이큐 80 이하 일려나? 지능이 나빠.”


달래의 설명에 제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자. 그녀는 손가락으로 검지랑 엄지손가락 간격을 벌려 보여주었습니다.


“니트 냠냠이는 원래 이만한 크기의 벌레였거든. 4세계 괴물 보정으로 지능 좋아지고 신체가 커졌는데도. 저런 지능이야. 태생적 한계 때문에 최대한 늘린 게 저거라는 거지. 뭐.”


“.....곤충도 괴물이 될 수 있어요?”


“4세계 바깥은 영혼이 부과되니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 보통 지능이 나빠서. 바로 윤회의 궤를 순환하지만.”


“왜 4세계 괴물이 된 거죠?”


“재수 없게도 나무에서 미끄러졌는데. 음료수통에 떨어졌지. 근데 하필 그게 빛의 주신 켈렌트가 총애하던 영웅의 입에 들어가는 건데. 기도를 막아버려서 얼떨결에 영웅살해 혐의로 4세계로 왔을걸?”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니. 재가 우리 눈앞에 있지.”


“아니. 아무리 봐도 레지나 연합인데. 영혼은 어디서? 그들은 영혼이 없잖아요?”


“천 년 전 전쟁이 끝나고. 연합군이 본래 세계로 돌아갈 때. 레지나 연합들은 그들에 딸려 다른 세계로 퍼져나갔어. 평범한 필멸자들과 교잡하고 그들의 자손을 늘렸지. 그 과정에서 영혼도 얻게 된 거고. 뭐. 워낙 지능이 나빠서 세력권을 이룬다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그들의 피에는 레지나 연합과 우리 괴물과의 계약이 새겨져 있어서 레지나 연합으로 판정되긴 해.”


“..........”


상당히 특이한 666의 괴물이네요. 곤충 출신 괴물이라니.


“달래! 달래! 꿀!”


“...여기.”


달래가 꿀이 담긴 잔을 주자. 애벌레가 소녀 얼굴로 잘만 받아먹습니다. 일단은 착해 보이긴 하네요. 정확히는 멍청해 보이는 거지만.


“에덴에는 왜 있는 건가요? 저 괴물. 딱히 사고 칠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


“말했잖아. 냠냠이는 지능이 나쁘다고. 애는 666의 괴물이 된 이유가. 덤벼오는 애들 모조리 죽여버리고 매달 나오는 월급으로 밥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666의 괴물이 된 놈이야. 그것 외에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질 수가 없거든.”


“그런 지능으로 어떻게 666의 괴물이 된 거래요?”


“강함.”


“너무 간단하네요.”


“다만 남을 죽이는 실력에 비해 머리가 딸려서. 옆에서 좀 도와줘야 하는 666의 괴물이야. 13위 퀸이 부탁한다고 이곳에서 맡겨버리는 친구라. 방어에 잘 써먹고 있지. 실력만은 진짜거든.”


“...등쳐먹는 것은 아니고요?”


“내가 그럴 괴물이야? 이봐. 13위 퀸이 부탁했다고. 여기 있는 사탄 보이지? 맨손으로 저 사탄을 야구공처럼 구겨서 내던져버릴 수 있는 레지나 연합의 여왕이 총애하는데. 내가 미쳤어? 그 년은 맨주먹으로 행성도 부수는 미친년이라고.”


달래는 투덜거리면서도 꽤 자상하게 설명해주네요.


“진화의 야훼에 대해서 부를 수 있는 666의 괴물들은 모두 불렀는데. 잰 설명할 필요 없겠네.”


“나... 싸워야 해?”


“만약에 온다면. 아직은 아니니까. 살기를 피울 필요는 없어. 냠냠이.”


“응!”


그런 이유로 이곳에 666의 괴물들이 모여있는 거였군요. 달래가 모두를 불러 모았나 봅니다.


“이걸로 야훼에 대한 논제는 다한 것 같으니. 다음으로 넘어갈까? 증오가 왜 김마리를 노리는가에 대해서. 솔직히 왜 그놈이 애를 잡아가려고 애를 쓰는지 이해가 안....”


쿠우우우우우웅!


달래가 그렇게 말을 잇는 순간이었습니다. 거대한 지진이 이곳을 스쳐 지나갔고 그 순간. 각자 자기 할 일 하던 666의 괴물들의 눈매가 일제히 날카로워졌습니다.


“어떤 개자식이 감히 내 결계를 공격해?”


“보통 두 놈이 용의자인데. 지금 보면 한 놈밖에 없잖아! 사탄은 여기 있으니....”


쿠우우우우우우우웅!!


다음 지진에 666의 괴물들의 모습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제 몸도 어느 사이엔가 아쿠아마린에게 안겨 위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작정하고 올라가니, 정말 한순간에 옥상으로 이동해 있네요. 이곳에 모인 666의 괴물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 보입니다. 중립지대의 바깥. 반투명한 결계로....


“...이야. 많이도 왔네.”


사방팔방이 검은 잔해들입니다. 증오가 소환한 그 소환물들 말이죠. 그것들은 지면을 검게 물들여 돌진해와 결계에 자폭하고 있었고, 그 숫자가 어느 정도 이르자 결계가 크게 진동하는 것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경고음같은 것 같네요.


“족히 20만 마리는 소환했나 본데?”


“아무리 증오라도 이 정도 숫자면 지가 기진맥진할 정도야. 그걸 열심히 뽑아서 결계를 박살 내는 데에 쓴다고? 이 아이가 무슨 가치가 있어서?”


“애초에 중립지대와 불가침인데. 저게 말이 돼?”


“말이 돼. 증오는 직접 오지 않았어. 자신은 잔해만 소환하고 소유권을 엑스트라 괴물들에게 양도한 것 같네.”


잔해 사이사이로 다른 이형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에덴에 살아가는 엑스트라 괴물. 정확히는 증오 세력에 있는 괴물들이네요.


“지금 잔해들이 엑스트라 놈들 명령에 따르고 있어. 즉. 증오 자신이 직접 침공하는 것은 아니니. 증오 자신은 계약을 어긴 것이 아니란 거지.”


“그래 봤자.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말이지. 증오의 명령이 없었는데도. 천 명 넘는 엑스트라 괴물들이 일제히 이곳으로 침공해올 리가 없지.”


천 명의 4세계 괴물들과 20만의 잔해들. 어처구니가 없네요. 제가 뭘 저지른 것도 아닌데. 증오는 왜 이 짓을 벌이는지...


작가의말

증오가 어떻게든 마리를 잡아가겠다고 별 짓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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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제 626화 비릿한 냄새 +1 23.11.13 15 2 17쪽
626 제 625화 타락한 드래곤 +1 23.11.13 16 2 14쪽
625 제 624화 네메시스가 사는 성 +1 23.11.13 17 2 17쪽
624 제 623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2 23.11.13 14 2 14쪽
623 제 622화 고블린굴. +1 23.11.13 11 2 16쪽
622 제 621화 눈보라 속의 습격 +1 23.11.13 11 2 22쪽
621 제 620화 무기 테스트 +1 23.11.13 17 2 19쪽
620 제 619화 빨간 망토 벨라 +1 23.11.10 13 2 18쪽
619 제 618화 카툰랜드 +1 23.11.10 14 2 15쪽
618 제 617화 첫번째 시험. +1 23.11.10 11 2 20쪽
617 제 616화 마이페이스 주신. +1 23.11.10 11 2 17쪽
616 제 615화 비트레이 +1 23.11.10 14 2 15쪽
615 제 614화 괴물과 주신들의 회담. +1 23.11.10 15 2 15쪽
614 제 613화 왕을 막는 자. +1 23.11.03 18 2 15쪽
613 제 612화 처형. +1 23.11.03 14 2 17쪽
612 제 611화 장난치는 괴물들. +1 23.11.03 13 2 19쪽
611 제 610화 드래곤 캐슬로 모이는 괴물들. +1 23.11.03 12 2 15쪽
610 제 609화 트라우마 +1 23.11.03 9 2 15쪽
609 제 608화 패닉에 빠진 드래곤 +1 23.11.03 15 2 16쪽
608 제 607화 드래곤 캐슬로 가는 길 +1 23.11.03 20 2 14쪽
607 제 606화 묘한 만남. +1 23.10.04 27 2 20쪽
606 제 605화 마안 개방. +2 23.10.04 17 2 34쪽
605 제 604화 비웃기 위해 모인 괴물들. +1 23.10.04 23 2 31쪽
604 제 603화 장기전에 자신있는 자들. +1 23.10.04 27 2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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