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코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99레벨 마왕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코노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8.22 15:53
최근연재일 :
2023.10.27 23:50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275,992
추천수 :
6,647
글자수 :
400,165

작성
23.10.27 00:05
조회
1,579
추천
63
글자
18쪽

63. 격동하는 운명 (1)

DUMMY

마리는 비올레와 함께 경비병들에게 끌려 나간다.


의회 좌석에 앉은 방향대로.

창칼로 무장된 왕실 경비대가 지정한 방으로 강제로 이동된다.


“이, 이 녀석들! 감히 신성한 의회에 병장기를 가져오다니!”

“네 이놈! 내가 감히 누군 줄 알고!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


물론 이 시국에서도 눈치 없이 허튼 소리 하는 대귀족도 있었지만.

마리와 비올레는 아르덴이 예고한 대로, 얌전히 병사들을 따라 나간다.


‘이제 시작되는 군요······.’


그렇게 도착한 밀폐된 방.

마리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한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데몬 피어.

방금 전, 왕궁 전체에 요동친 살기는 분명 마왕 데하칸의 것이었다.

그간 아르덴과 함께하면서 데몬 피어를 사용하는 장면을 몇 번 보긴 했지만, 이정도 수준의 지독한 마기가 뿜어지는 건 처음 겪었으니.

일이 잘못된 게 아닐까, 염려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이게 뭐가 어찌 돌아가는 건지······.”

“마, 마리양······. 우린 괜찮은 거 맞지? 그렇지······?”

“혹시 무슨 상황인지 아시는 분 계셔요? 제2왕자 엘런 저하께서 시키신 일이라던가요?”

“······.”



같은 방에 있던 몇몇 귀족이 묻는다.

극도로 겁에 질린 모습이다.

이 방에 끌려온 귀족들은 대부분 제2왕자와 관련 없는 자들.

그나마 제2왕자 엘런과 친분이 있는 아르덴, 그의 지인인 마리에게 상황을 묻는 거다.


‘······자신을 코르티잔 (* 고급 창부)라고 비웃을 때는 언제고 인제 와서 저러는지.’


헛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독설을 내뱉진 않았다.

감정대로 가 아닌, 이성으로 움직인다.


저들에게 뭐라 하기엔 의회 속 모든 귀족이 자신을 모멸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었다.

······마왕 데하칸을 제외하고는.


알바니아 귀족 전체와 척을 질 게 아니라면, 알바니아 왕국에서 살아가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의 과오는 묵인할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차마 좋은 말도 못해주겠군요.’


그러나 이미 수년간 응어리진 증오는 쉬이 풀리지 않으니.

겁에 질린 귀족들의 질문에 침묵한다.


“비올레 양. 아가씨는 두렵지 아니한가요?”


따라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옆자리 비올레를 염려한다.

이토록 두려운 상황에서 아이를 달래주는 것이 어른의 의무일 것이므로.

비올레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응, 하나도 안 무서워.”


다만 비올레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엇, 어째서인가요?”

“그야 나는 아버지를 믿으니까.”


비올레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 겸허하게 말한다. 도대체 누굴 걱정하는 거냐는 듯.

오히려 여기서 대기하는 게 심심한 듯 무심한 눈빛으로 동화책을 읽고 있었다.


“······하기야 지금 저희가 걱정해봤자 별 의미가 없겠군요.”


그 모습에 마리 또한 솔직해진다.

그래, 지금 두려운 건 비올레가 아니라 자신이었다.

그 마음을 숨기고 싶어서 비올레를 통해 투영하고 싶었을 뿐.


마리는 너덜이 일어나서 피아노 앞에 앉는다.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클래식만한 것이 없으니.

피아노 뚜껑을 올리고, 새하얀 건반에 손가락을 올린다.


-끄아아악!

-꺄아아악!


······때 마침 밖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

샤를 백작이 끌려간 옆방에서 퍼져나온다.


만약 그때 아르덴을 믿고 따라가지 않았다면 자신도 저 방에 있었겠지.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방안에 공포가 도사린다.


“우, 우린 살아남은 건가?”

“아뇨. 안심하긴 일러요.”


마리는 방안 귀족들의 희망을 단칼에 끊어버린다.


‘만약 아르덴 경께서 독대에 실패하신다면, 저 또한 죽음 목숨일 테니까요.’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선택을 믿는 것뿐.


‘하지만 이 또한 피할 수 없는 숙명. 앞으로 벌어질 미래 속에서 제가 결정한 운명일 뿐입니다.’


마리는 떠올린다. 자신에게 앞으로의 미래를 읊어주던 마왕의 모습을.

마왕 데하칸은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이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체념하지 않았다. 미래의 운명을 일부 알기에 그 일을 대비하고,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장밋빛 미래가 보인다면 더욱 찬란하게 돋우고, 잿빛 미래가 보인다면 그 속에서 기회를 엿보기 위해 장치했다.

미래를 보는 운명 속에서도 자유 의지로 자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다!


그 모습에 마리 또한 생각했다.

피의 숙청은 이미 예고된 일. 기억의 궁으로 분석할 수는 없었지만, 마찬가지로 계산할 수 있었던 일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신은 아르덴을 선택했고, 이 방으로 오는 길을 택했다.

거역할 수 없는 숙명을 도전할 수 있는 운명으로 바꾼거다.


‘그리고 이제 그 선택의 결과를 확인할 때겠지요.’


고오오.


어느새 옆방의 비명이 끝난다.

쥐새끼도 죽은 듯 왕궁 전체가 고요하다.


또각, 또각.


이후 옆방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구두 소리.

성큼성큼, 거침없이 다가온다.

모두가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마리는 읊조린다.


“운명은 문을 이렇게 두드린다.”


-♬♬♪♩-.


장엄하고도, 파격적으로 내려치는 멜로디.

단조로우면서도, 뇌리에 강렬한 인상이 박히는 심포니를 시작한다.


베토벤의 다섯 번째 교향곡 <운명>.

가녀린 손가락 하나하나에 막중한 무게감을 짓누르는 명곡이다.


이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표현하지만, 결국 이 악보를 연주하는 것은 피아니스트.


마리 스스로 받아들이는 운명이자, 숙명일 지어니.


자신의 운명을 노래하는 것이다······.



***



한편, 이웃 왕국 루마니아.


배교자 니세우스는 휘하 흑마법사들에게 보고를 받는다.


“제3왕자 엘버트의 반란군이 수도 사라센 앞에서 저지됐답니다.”

“한심한 것들. 키메라까지 지원해줬는데 뭘 그리 시간 끌리는 건지.”

“······.”


루마니아 왕국에서 모인 흑마법사 간부들은 한 소리씩 불평을 늘어놓았다.

하기야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도 시간을 끌다니.

만약 시간 끌다가 발각된다면 프레야 교단과도 전쟁을 치러야 할지 모르는 만큼 그들도 신경이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


다만 배교자 니세우스는 침묵한다.

그는 양손을 깍지 끼고 읊조린다.


“그 녀석은 뭘 하고 있지.”

“누굴 말씀하시는지요?”

“새로운 성자라고 불린다는 그놈.”


배교자 니세우스의 발언에 모두 발언을 중지하고 눈치를 살핀다.

흑마법사들은 조심스레 아뢰었다.


“아아, 그 아르덴인가, 뭔가 하는 그자를 말씀하시는군요?”

“홍수의 악마 힐러그. 설마 그 놈을 물리칠만한 자가 알바니아 왕국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


흑마법사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홍수의 악마 힐러그.

그 존재는 수백 년 전, 배교자 니세우스가 소환했다고 전해졌으니까.


다만 배교자 니세우스가 빨리 말이나 하라는 듯 노려보자, 황급히 대답한다.


“예, 현재 아르덴은 비밀리 영지를 비웠다고 합니다.”

“제2왕자 엘런 파벌 측에서 급히 찾고 있다는 데, 이 시국에 내분일리는 없고, 아마 비밀 작전을 위한 페이크겠지요.”

“······.”


흑마법사들은 현재 상황을 그리 판단했다.

하기야 그들로선 제2왕자 엘런이 아르덴에게 상당히 관심을 표한다는 것 밖에 몰랐으니까.

더욱이 제3왕자 파벌의 샤를 백작과 아르덴 백작의 사이가 나쁘기에 배신할 이유도 없다고 판명 중이었다.

애초에 무려 배교자 니세우스가 인정한 적수 아니던가?


“불안하군.”


배교자 니세우스는 중저음으로 말했다.


“만약 제3왕자 엘버트가 패배한다면 어찌 할 계획이지?”

“마물과 악마를 대동하여 알바니아 왕국을 정복할 계획입니다.”


흑마법사들은 쿡쿡 웃으며 말했다. 마치 수백년간 준비해온 대업을 이루는 순간이라는 듯. 오랜 염원을 해소한다는 듯 말이다.


“만약 그조차 패배한다면?”

“······.”


허나 배교자 니세우스는 냉담하게 질문했다.

이에는 대답하지 못하는 흑마법사들.


“그, 그것이······.”

“됐다. 내 알아서 하지.”


배교자 니세우스는 쯧, 혀를 차며 말했다.

이후 축객령을 내린다.


“‘하샤신’.”


단독으로 남았을 때, 한 사내의 이름을 읊조린다.


그러자 소리 없이 다가오는 젊은 흑마법사 사내 하나.


“부르셨습니까.”

“내가 알아보라고 한 것은 알아보았느냐.”

“예, 아르덴에겐 가족이 단 한 명이며, 비올레라는 소녀입니다.”


하샤신이라는 우중충한 피부를 가진 사내가 작은 초상화를 내민다.


배교자 니세우스는 그 초상화를 받아보며 말한다.


“네 선에서 처리해라.”

“존명.”


이후 하샤신이란 사내는 사라진다.


블링크.

천재 마법사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깨달을 수 있다는 공간 마법.


그것을 사용하고 나갔으니.


비올레의 납치 및 암살을 청탁하는 것이다······.



***



성국(聖國) 아르곤, 수도 엘드리온.


이곳은 온통 프레야 여신으로 칠해진 곳이다.

하얀 벽집에도 모자이크 창문으로 프레야 여신을 그려놓고, 귀족의 거리에도 성인의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거리에서 구걸하는 빈민들의 바구니에도 프레야 여신이 새겨진 동화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더 고급스러운 지역일수록 웅장하고 화려한 프레야 여신이 있었다는 점뿐이다.


고오오.


그 중 가장 수려한 프레야 여신이 자리잡은 곳은 다름 아닌 대성당 ‘성소’였다.

창문 한 장 한 장마다 성서의 일화가 그려졌으며, 멀리서 바라보기에 또 하나의 프레야 여신이 묘사된 곳.


고대에 프레야 여신께서 직접 현신하셨다는 그 곳을 인간의 기술과 자본으로 가장 고고하고도, 숭고하게 묘사한 것이다.


【여신이시여, 자비를 베푸소서.】


【당신은 찬미 받아 마땅합니다.】


현재 그러한 성소 안에서는 레퀴엠이 진행되고 있었다.

죽은 성기사를 위한 장송곡.


성국은 대대로 흑마법사와 몬스터, 그리고 이종족이 빈번히 쳐들어오는 곳.

그들과 맞서 싸우다 전사한 교도들이 많았으니까.

신앙을 위해 헌신한 전사들만이 이곳에서 추모를 받을 수 있었다.

유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신성력으로 발현한 불길로 태우며, 천국으로 갈 수 있게 인도한다.


“······.”


그리고 그러한 레퀴엠을 진행하는 가장 높은 존재는 정해져 있었다.


용사(勇士).

프레야 여신의 화신이자, 그릇이라고까지 불리는 존재.

대륙에 단 한명만 존재하며, 만약 죽게 될 경우, 즉시 새로운 용사가 탄생한다.

그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모든 언어를 익혔으며, 프레야 여신의 교리와 신성 마법까지 모두 발휘하는 자.

살아있는 신이라고까지 불리는, 프레야 여신이 실존한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


“용사 ‘이녜스’ 성하. 이제 식을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따라서 주교급 사제들조차 용사에게 여신을 대하듯 그림자를 밟지 않았다.

교황의 칭호인 ‘성하’라고 불리며, 국왕을 능가하는 무소불위의 권력까지 가졌다.

성국은 헌법상 여신의 국가. 성왕은 대리인에 불과하니까.


“······.”


그러나 성국 모두에게 그러한 존경을 받는 여인은 구슬픈 기색이었다.

어떠한 기쁨도, 환희도, 즐거움도, 행복도 느낄 수 없는 짙은 우울감이 표정에 늘 담긴다.


가장 높은 대리석에 앉고, 수십 명의 장인이 여신께 바치기 위해 한 땀 한 땀 문양을 새긴 흰 예복을 입었으며, 프레야 여신이라고 착각할 법한 광채가 나는 흰 살과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발을 뽐내주는 찬란한 티아라 (* 여왕의 왕관)를 썼음에도.

나풀거리며 빛이 반짝이는 면을 입은 여인은 나라를 잃은 여인처럼 슬픈 눈매를 가졌다.


“······.”


그러한 여인은 잠시 성소 창문을 올려다본다.

1,000명이 넘게 들어와도 여유 공간이 있는 성소가 밝고 찬란한 이유.

프레야 여신의 상징인 태양빛이 최대한 많이 들어오도록 설계한 덕분이었으니.


여인은 눈부신 빛을 정면으로 바라보다 천천히 자리에 일어난다.


바로 그때,


번쩍-!! 샤아아아아-!!!!


창밖 태양이 폭발할 듯 빛난다.

마치 별이 폭발하는 초신성처럼 새하얀 빛의 기둥이 뿜어진다.


“······?!”


그것도 다름 아닌 오직 성소를 향해 뿜어지는 빛의 기둥.

백색의 여인은 물론, 프레야 주교와 사제들, 그리고 수도 엘드리온에 있는 모두가 경악한다.


“이, 이건······!”

“프레야 여신님의 기적이야!”


수도 엘드리온을 시작으로, 성국 아르곤 전역에 함성과 기도가 퍼져나간다.

누구는 죽은 성기사들을 축복해주시는 기적이라고 떠들고, 누구는 악으로부터 성국을 구해주시겠노라는 계시라고 떠들고, 누구는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빛이라고 예언한다.


‘아니.’


그러나 백색의 여인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지금 쏟아지는 빛은 성기사도, 성국도, 그녀도 아닌, 오직 제 허리춤의 ‘성검(聖劍)’에게 쏠려 있었으니.


‘계시(啓示).’

채앵-.


성검을 뽑고 양쪽 무릎을 꿇는다. 눈을 감은 채, 공손히 성검을 양손으로 들고 기도를 드린다.


지이잉.


그러자 빛무리가 갈무리되어 성검으로 모여든다. 성검으로 흡수된 찬란한 기운은 용사의 몸속으로 스며든다.


쿵.


이후 시야가 반전된다.

분명 용사는 눈을 감고 있는데, 눈앞에 생생하게 한 장면이 그려진다.


‘······!’


그 장면은 감정이 늘 가라앉은 용사조차 깜짝 놀랄만한 장면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눈에 다 세기도 어려울 만큼 수많은 마물. 최소 수백, 수천은 넘을 법한 가지각색의 마물이 한 언덕에 모여 있었으니까.


‘붉은 노을 아래 모인 마물들? 몇 년 후의 공기인 것 같은데, 설마 여신님께선 미래를 대비하라고 계시를 주신 걸까?’


용사는 주의 깊게 계시를 살핀다.

인간을 초월한 눈동자로 수천 마리의 마물들의 특징과 마력을 기억하고, 공간의 특징과 공기의 연도를 파악한다.

그러다 문득, 마물들 중심부에 있는 인간 아이들을 발견한다.


‘······10살 남짓의 은발의 소녀? 반인반마의 혈통인가? 그 외에 어린 아이들까지?’


10살 남짓 아이들이 스무 명쯤 모여 있다.

혹시 이 마물들은 저 어린 양들을 포위하기 위해 이토록 모여 있는 걸까?

도대체 저 아이들이 뭐라고?


쿠궁.


그런 의문을 품었을 때, 검은 먹구름이 몰려온다.


꽈릉! 꽈과광-!!


천둥번개와 함께 쏟아지는 비.

그와 동시에 붉은 노을이 순식간에 걷히고, 밤의 장막과 검은 기운이 휘몰아친다.


‘······! 저 사내는?’


마지막에 강림한 흑발의 사내.

파리한 안색에 검은 로브를 입은 젊은 사내가 이 죽음의 언덕으로 걸어온다.

다른 이였으면 응당 말려야겠지만, 지금 용사는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마왕의, 뿔······!!’


흑발의 사내의 머리에 우람하게 솟은 거대한 숫양의 뿔.

마족에게 뿔은 태어날 때 보유한 마력과 힘을 상징하니.

저것은 일반적인 최상급 마족의 뿔조차 아득히 뛰어넘었다.


마왕.

그것도 역대 마왕 중에서도 최흉이라고 불릴 만한 크기의 뿔이었다.


쿠고오오오-!!!


그러한 마왕이 무엇 때문에 진노하였는지 등 뒤에 검은 기류가 휘몰아친다.

흑익(黑翼).

지독한 마기로 응축된 한 쌍의 날개가 펼쳐진다.

그 날개의 길이는 먹구름을 넘어서고, 담긴 기운은 이 언덕에 모인 수천 마리의 마물을 압도하니.


쿠과과과광-!!


마왕은 흑익을 휘날려 언덕 위의 마물을 일격에 즉사시킨다. 수천 마리의 마물이 끔찍한 붉은 핏덩이로 변한다. 언덕 전체가 피로 물들어, 지상까지 흘러내린다.


‘제, 부하들까지······. 죽였어······?’


······실로 경악스러웠다.

제 아무리 잔혹한 악마라도 쓸모 있는 수하는 살려두는 법이거늘.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전멸시킨단 말인가?


--!


계시는 그것으로 끝난다.

용사 이녜스는 눈을 뜨고 깨어난다. 이곳이 아직 성소라는 걸 깨닫는다.


“이녜스 성하.”

“괜찮으시옵니까? 정신이 좀 드시는 지요?”

“여신님께 계시를 받으신 겁니까? 과연!”

“······.”


난생 처음 있는 계시에 기뻐하는 주교와 사제들.

아직 유족들도 남아있고, 화장터의 신성한 불길 속 나무들도 완전히 타지 않았다.

다행히 계시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았다.


“막아, 야해······.”

“예?”


그러나 용사에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마왕.

지금 자신에게 보인 계시 속 공기는 대륙 남서부 쪽에서 불어왔으므로.


“내가, 막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대륙의 생명체 절반 이상이······!”


용사는 계시 속 마왕에게서 뿜어진 마기를 측정하고 공황 상태에 빠진다.

용사가 손을 덜덜 떠는 모습에 그제야 주위 사제와 유족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공포가 전염된다.


“앗, 어디 가십니까! 용사 성하!”


곧 용사 이녜스는 자리에 일어나 어디론가 달려간다.

용사답게 축지법을 쓰듯 한 걸음에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도착한다.

그녀가 있는 곳은 장례를 치르던 신성한 불길이 있으나, 무엇이든 재로 만들던 불길이 용사를 피해간다.


“······저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을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찾지 마십시오.”


용사 이녜스는 주교에게 그리 말하고 성소를 빠져나간다.


대륙 남서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린다.


주위 사람이 환호해도, 장애물이 나타나고, 깊은 강이 길을 막아도, 마물이 덤벼들어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주위 사람에게는 신성 축복을, 드높은 성벽은 한 걸음에 뛰어넘고, 강물은 그녀가 다가가니 모세의 기적처럼 스스로 갈라져 길을 열었으며, 마물은 일정 거리에 다가오자마자 녹아서 소멸하였으니까.


용사는 잠도 필요 없는 존재.


24시간 쉬지 않고 달린다. 자신이 보았던 계시 속 그 장소를 찾기 위하여.


대륙의 운명을 두려워하며 달려가는 것이다······.


작가의말

이 작품의 운명도 슬슬 결정해야 겠군요...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99레벨 마왕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삼고초려 +28 23.10.27 1,519 0 -
공지 [초반부] 총 9화가 줄어들었습니다 23.10.20 259 0 -
공지 [10/26 업데이트] 후원금 정말로 감사합니다~!! +2 23.10.18 1,279 0 -
64 64. 격동하는 운명 (2) +12 23.10.27 1,403 61 12쪽
» 63. 격동하는 운명 (1) +8 23.10.27 1,580 63 18쪽
62 62. 피의 군주 (3) +3 23.10.26 1,657 68 13쪽
61 61. 피의 군주 (2) +11 23.10.25 1,734 81 12쪽
60 60. 피의 군주 (1) +4 23.10.24 1,789 78 14쪽
59 59. 반역 (2) +7 23.10.23 1,802 76 13쪽
58 58. 반역 (1) +1 23.10.22 1,819 79 11쪽
57 57. 백조의 호수 +5 23.10.21 1,864 74 15쪽
56 56. 다크 디스펠 +5 23.10.20 1,951 72 13쪽
55 55. 홍수의 악마 (3) +10 23.10.19 1,999 78 13쪽
54 54. 홍수의 악마 (2) +4 23.10.18 2,064 74 14쪽
53 53. 홍수의 악마 (1) +5 23.10.17 2,155 75 15쪽
52 52. 의회 소집 (2) +5 23.10.16 2,270 91 17쪽
51 51. 의회 소집 (1) +4 23.10.15 2,331 91 17쪽
50 50. 왕위 계승자 (3) +5 23.10.14 2,478 85 15쪽
49 49. 왕위 계승자 (2) +3 23.10.13 2,551 78 14쪽
48 48. 왕위 계승자 (1) +4 23.10.12 2,830 82 15쪽
47 47. 결과 +6 23.10.11 2,756 86 13쪽
46 46. 영지전 (5) +4 23.10.10 2,805 94 15쪽
45 45. 영지전 (4) +2 23.10.10 2,814 84 12쪽
44 44. 영지전 (3) +2 23.10.10 2,877 85 16쪽
43 43. 영지전 (2) +6 23.10.09 3,012 92 13쪽
42 42. 영지전 (1) +4 23.10.08 3,158 90 14쪽
41 41. 흑사병 (黑死病) (2) +5 23.10.07 3,214 98 13쪽
40 40. 흑사병 (黑死病) (1) +3 23.10.06 3,297 96 12쪽
39 39. 결투 (3) +5 23.10.05 3,411 103 14쪽
38 38. 결투 (2) +4 23.10.04 3,418 98 18쪽
37 37. 결투 (1) +9 23.10.02 3,510 103 15쪽
36 36. 마리 드 마가렛 카트린 (4) +8 23.10.01 3,615 100 16쪽
35 35. 마리 드 마가렛 카트린 (3) +6 23.10.01 3,745 114 13쪽
34 34. 마리 드 마가렛 카트린 (2) +4 23.09.30 3,829 97 17쪽
33 33. 마리 드 마가렛 카트린 (1) +10 23.09.30 3,977 91 16쪽
32 32. 흑기사의 탄생 (3) +6 23.09.29 4,030 110 17쪽
31 31. 흑기사의 탄생 (2) +6 23.09.28 3,884 97 16쪽
30 30. 흑기사의 탄생 (1) +2 23.09.27 4,065 89 12쪽
29 29. 지역장 제프리 (2) +3 23.09.26 4,075 94 15쪽
28 28. 지역장 제프리 (1) +5 23.09.25 4,099 101 12쪽
27 27. 마태오 수도사 (2) +7 23.09.24 4,172 107 15쪽
26 26. 마태오 수도사 (1) +6 23.09.23 4,224 113 14쪽
25 25. 건방진 거래 (2) +3 23.09.21 4,388 95 14쪽
24 24. 건방진 거래 (1) +2 23.09.21 4,478 107 12쪽
23 23. 양육 (3) +5 23.09.20 4,570 106 14쪽
22 22. 양육 (2) -재업로드- +3 23.09.20 4,564 92 12쪽
21 21. 양육 (1) +3 23.09.19 4,780 107 12쪽
20 20. 비올레 (7) +2 23.09.18 4,811 104 20쪽
19 19. 비올레 (6) +3 23.09.17 4,807 114 18쪽
18 18. 비올레 (5) +7 23.09.15 4,867 111 12쪽
17 17. 비올레 (4) +3 23.09.15 4,942 103 14쪽
16 16. 비올레 (3) +5 23.09.14 5,004 102 16쪽
15 15. 비올레 (2) +4 23.09.13 5,184 104 13쪽
14 14. 비올레 (1) +5 23.09.12 5,678 108 16쪽
13 13. 휴식 +4 23.09.12 6,016 122 12쪽
12 12. 데몬 피어 (3) +2 23.09.11 6,206 115 10쪽
11 11. 데몬 피어 (2) +3 23.09.10 6,165 121 15쪽
10 10. 데몬 피어 (1) +3 23.09.09 6,271 118 16쪽
9 9. 영지 내전 (3) +5 23.09.08 6,383 118 14쪽
8 8. 영지 내전 (2) +4 23.09.07 6,621 12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