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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마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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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노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8.22 15:53
최근연재일 :
2023.10.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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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3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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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34. 마리 드 마가렛 카트린 (2)

DUMMY

나는 마차를 타고 샤를 백작령에 도착한다.


“히야~. 건물들 높이 좀 보십시오. 참으로 부럽지 아니합니까?”


마부가 샤를 백작령 풍경을 보고 감탄사를 내뱉는다.


아르케 남작령을 봤을 땐 담담했던 아이가 3층 건물이 즐비한 도시 풍경을 구경한다.

진정 대도시.

샤를 백작령은 알바니아 왕국에서도 꽤 알아주는 대도시였다. 대륙 남서부에서 가장 큰 도시니까.

마치 대한민국의 대전처럼 이 일대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 중 하나였다.


“지난 번, 하리움 남작령 때도 그렇고, 저는 이런 도시들을 볼 때마다 우리 아르케 남작령이 떠오릅니다. 언젠가 우리 남작령 또한 이토록 번화한 도시가 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마부는 대놓고 좋겠다는 부러움을 내비친다. 하기야 이 시대에 고향은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닌 삶의 근원이니까.


‘하기야 이 정도는 돼야 진짜 영주성답지.’


빌딩과 아파트에 익숙한 나조차 영주 성에 도착했을 때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온통 새하얀 대리석으로 가득한 영주성.

그리고 위엄 있게 번뜩이는 프레야 교단 남서부 본부는 마치 백색 궁전 같은 위엄이 서려 있었으니.

감옥처럼 벽돌이 훤히 다 보이는 깡촌 아르케 영주성과는 차원이 달랐다.


정문에서 마차를 내리고 안으로 들어가니, 미리 대기하던 백작가 하인들이 초대장을 확인한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레드 카펫을 밟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복도에는 기사 갑옷과 황금빛 해바라기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바쁜 하인들이 분주한 복도를 지나 가장 큰 문을 연다.


끼익.


소란스러운 파티장.

로마네스크한 아치형 돔에는 새하얀 식탁보가 가득 놓여 있다.

그 식탁보를 가득 메우는 수백 명의 귀족. 처자식과 시종까지 전부 대동하기에 대단히 부산스럽다.


“아르케 남작령의 주인이신 아르덴 영주님께서 입장하십니다.”


하인이 무심하게 내 신분을 밝힌다.

그러나 귀족들 누구도,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


그다지 실망하진 않는다.

나는 이 파티장에 낀 적도 없고, 애초에 낄 급도 아니었기에.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아버지를 못 알아보는 자들이 많군요.”


내 손을 꼭 붙잡은 비올레가 무심하게 위로한다.

마왕의 격을 못 알아보는 얼간이들이 많노라고. 내 지고한 격을 눈치채지 못한다고 말이다.


“언젠가 들킬 날이 올 거란다. 그 전까지 이 분위기를 충분히 즐기렴.”


나는 기특한 딸을 쓰다듬으며 파티장 구석으로 다가간다.

애초에 이쪽도 저 돼지들에게 별 관심이 없었으니까.


저벅, 저벅.


그때 먼저 다가오는 마태오 수도사.

잠행했을 때와 달리 화려한 장식이 달린 정식 사제복을 입고 날 마중 나온다.


“오오, 자네로구만! 얘기 익히 들었네.”


격하게 반응하는 마태오 수도사.

그의 행보에 그제야 주위 귀족과 사제들의 이목이 내게 쏠린다.

나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오랜만에 존댓말을 사용한다.


“저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알다마다! 일전 ‘태오’란 상인을 만났지? 그가 내 가까운 친척일세!”

“아아, 이거 참 인연이로군요.”


마태오 수도사는 내 손을 꽉 붙잡고 마구 흔든다.

자신이 앉아있던 청류파 파벌에 데려간다. 적극적으로 내게 호감을 표출한다.


아마 아르케 남작령에 상인으로 잠입했을 때 사용하던 가명이 ‘태오’였던 모양이다.

그제야 반응하는 사제들.


“그 마태오 수도사님께서 저리 반기신다고?”

“도대체 어떻게 구워삶은 거지? 내가 그토록 교단에 기부금을 바쳐도 무뚝뚝하시던 분인데.”

“호오? 그 깐깐하신 분께서 인정하는 영주라니. 정말 독실한가 보군?”


그 덕분에 내게 호감을 보이는 귀족과 사제들.

굉장한 호기심을 보인다.

하기야 마태오 수도사는 프레야 교단에서도 모두의 존경을 받는 사제 중 하나니까.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아르케 남작령을 다스리는 아르덴입니다.”


나는 자연스럽게 청류파에 합류한다.

프레야 교단에 자리 잡은 핵심 인사 파벌 속으로!

그들과 인사를 나누며 경박하지 않은 좋은 인상을 남긴다.


‘······사자 아가리에 들어온 기분이군.’


물론 실상은 데몬 하트를 가진 나로서는 신실한 귀족과 사제가 가득한 청류파를 보고 식은땀이 흐를 수밖에 없다.

만약 들키면 당장 날 죽이려고 덤벼들 자들이니까.


‘하지만 등잔 밑이 늘 어두운 법이지.’


그러나 그렇기에 나는 청류파와 오히려 친해져야 한다.

그래야 사소한 들킴을 내 신분과 파벌로 넘어갈 수 있으니.


아무리 두렵고 긴장되더라도 이겨내야 한다.


다행히 나는 과거 게임 <별들의 전쟁3>에서 사제 계열도 마스터한 몸.

그들의 문화가 무엇인지, 이들이 좋아하는 대화가 무엇인지 잘 알았다.


“그 펜던트 문양은 성 조지 예하의 창이군요?”

“오오, 이 문양을 알아보는가?”

“물론입니다. 게오르그 영지를 대표하는 성인분의 문양을 어찌 모를 수 있겠습니까? 앗, 지금 보니 다들 성인분들의 문양을 차고 있으셨군요?”


나는 청류파 사람들이 프레야 교단 성인들의 펜던트를 가지고 있다는 걸 몰랐던 척 반응한다.

또한, 우연을 가장하여 내가 가진 성 크레센시아의 펜던트도 보여준다.

물론 급히 공수하느라 바가지를 썼지만······.


청류파 귀족과 사제들은 전혀 의심하지 못한다.

그들과 대화하며 성서 구절과 의미를 몇 마디 던져주면 껌뻑 죽을 수밖에 없다.


“오오, 과연 신실하시구려. 마태오 수도사님께서 특히 아끼실만 하오.”

“그런데 이 소녀는 누구요? 아내가 없는 홀몸이라고 들었는데?”

“······.”


내게 관심이 깊어지자 당연히 함께 온 비올레에게도 관심이 온다.


‘올 것이 왔군.’


나는 표정을 다소 굳힌다.

하기야 설혹 비올레가 입양아라고 밝혀도 이들은 별생각 없겠지.

이 시대는 철저한 신분제 사회. 서자와 사생아들은 차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


비올레 역시 침묵한다.

아마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거북하고, 체념하겠지.

그녀는 무심한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 부모와의 유대를 간절히 바라는 아이. 친자식이 아님에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터다.


‘허나 귀족들의 이런 분위기를 모르고 비올레를 데려온 게 아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굳이 피하면 안 된다.


아이들은 눈치가 빠르니까.

만약 이런 질문을 두려워하거나, 배려한답시고 이런 파티에 데려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역시 양부모께선 말론 아니라곤 해도 내가 입양아라는 게 부끄러우신 모양이구나.’라고 입양아 입장에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제 뿌리를 죄악으로 여길 수밖에 없단 말이다.


“후계자가 없던 제게 운명처럼 와준 아이랍니다.”


따라서 나는 미리 준비해온 멘트를 한다.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오히려 기쁘다는 걸 밝힌다.


“온 세상은 여신님께서 창조하신 것. 우리 모두 마찬가지인 여신님의 자손이겠지요.”


입양아란 신분이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 웃는다.

성서 속 영웅들의 경우, 부모 출신이 확실하지 않거나, 고아일 때, ‘신의 자식’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므로.


“아아······. 하기야 그렇구려.”

“험험, 미안하오. 내 괜한 질문을 했군.”


프레야 교단에서도 이 때문에 교리상 고아원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만큼 함부로 논평할 수 없었다.

고아 중에 신의 아이가 있을지 모르니까.

물론 잠깐 분위기가 다운되는 건 막을 수 없다.


다만 나는 앞으로 청류파를 정치적으로 계속 이용할 입장.

침묵을 원하지 않는다.


“괜찮습니다.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함께 기도를 드립시다. 오, 프레야 여신이시여. 오늘도 환희의 만남을 주시옵고······.”


분위기가 더 싸늘하기 전에 가볍게 기도를 유도한다.

술집에서 할 말 없으면 잔 돌리고 짠짠짠하는 것과 같은 행위!


다들 신실한 만큼 나도 열정적으로 기도한다.


‘오, 빌어먹을 신이시여. 설마 마왕에게 기도를 바라십니까? 진정 바라고 계시다면 엿이나 쳐드소서!’


물론 나는 원래 무교.

기도드리는 척 연기만 할 뿐이다.


이곳은 아리아 대륙.

신성력이 실재하는 세상이지만······. 실은 나는 오래 전부터 프레야 여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예 신이 없으면 모를까, 전지전능한 신이 괴로워하고 흑화하는 인간들을 방치하고 있다니. 사이코 같잖아.’


전능하지 않거나, 선하지 않거나.

어느 쪽이든 내 취향은 아니니까.

진정 선하신 분이라면 이런 불경한 마음도 용서해주시겠지.


‘그보다 슬슬 마리를 찾아야 하는데······.’


나는 청류파 사제들과 웃음꽃을 피우면서도, 온 신경은 딴 데가 있었다.

내가 머나먼 길을 넘어와 샤를 백작가 파티에 참석한 것은 다름 아닌 ‘그 여인’을 영입하기 위함이므로.


-♪♩♬.


곁눈질로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살핀다.


‘찾았다.’


이후 악공 속에서 발견했다.


가식과 허영으로 범벅이 된 귀족 파티 속에서도 고고하게 홀로 피어오른 푸른 꽃.

마리 드 카트린 마가렛.

현실에 있을 수 없을 법한 푸른 머리카락이 환상적으로 보이는 여인이다.


‘아마 이 파티장이 지옥처럼 느껴지겠지.’


나는 마리의 사연을 전부 알고 있다.


비올레와 유사하게, 개인이 감히 거역할 수 없는 비극의 운명.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비올레는 자신을 짓누르는 숙명에 체념했다는 점.

마리는 뭉개진 자존감 속에서도 고고한 자존심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당장 떠나고 싶어 파티장 밖을 계속 바라보는 것이고.


‘소원대로 샤를 성을 떠나게 해주마.’


나는 입꼬리를 슬며시 올린다.


이미 귀족 파티장 너머를 바라보는 마리를 보며 다짐한다.


지금 이 파티 다음 에피소드를 상상하고 있는 건 너만이 아니라고.


물론 그녀가 진정 원하는 자유는 줄 수 없겠지만······.


최악보다는 차악이 훨씬 낫겠지.


이제 곧 있을 ‘대륙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널 반드시 영입하겠노라고 맹세한다.



***



-♬♩♪.


마리 드 카트린 마가렛은 파티장에서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한다.


샤를 백작가의 안사람이 될 사람이 아닌, 배경 역할을 하는 악공 무리 중 하나로.

내부 공간이 3단으로 구별된 파티장에서 가장 낮은 1단 테이블도 아닌, 완전히 구석에서 말이다.


‘······불결해.’


그러나 드레스 속 솜털이 곤두선다.

그런 구석으로 가도 자신의 몸매를 탐닉하는 수많은 눈길들.

가문이 몰락하고 더욱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과거엔 닿을 수 없는 꽃을 바라보는 숭고함이 일말이라도 섞여 있었다면, 지금은 짐승 같은 욕망만이 오롯이 담겨 있었으니.


억지로 못 본 척 시선을 돌린다.

화분 속 꽃을 발견한다.

꽃보다 못한 제 인생. 꽃은 어떤 애욕도 없이 무관심한 관심을 이끈다지만, 제 처지는 무엇인가?


‘······승전한 가문의 전리품.’


울컥,

가슴속 한이 울렁인다.

이들에게 자신은 타 가문에서 약탈해온 화분.

지금 이 파티는 그 약탈 전쟁을 자랑하는 자리이기도 하니.


파티장 귀족들이 다시 보인다.

제 가문을 멸문시키거나, 이를 방조한 귀족들. 혹 그 원수들에게 들러붙는 기생충들이다.

그야말로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살 수 없는 철천지원수들.


‘심지어 저 눈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봉사해야 하는 신세이니······.’


눈을 질끈 감자 제 처지가 다시 생각난다.

이 상황 속에서 자신은 악공.

파티장에 참석한 귀족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연주를 해야 한다. 자신을 노골적으로 음험이 바라보는 자들을 위하여.

조용하고도, 섬세하고, 간질여지도록 연주한다. 남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모든 악기가 조화롭고, 파티장 전체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제 목소리를 숨죽여야 한다.

아마도 죽는 날까지 영원히.


‘······그럴 수 없어.’


마리는 눈을 매섭게 뜬다.

자신을 탐닉하던 시선과 마주한다. 기세로 검은 욕망을 물리친다.


‘나는 샤를가의 첩이 아닌, 마가렛 가문의 적통 후계자. 내 치욕스러운 굴종은 가문 전체의 굴종이야.’


진실을 아는 자, 제 가문 소속이었던 자들이 지켜보더라도 부끄럽지 않도록.

죽은 아버지와 가문의 일원들 앞에서 떳떳할 수 있도록.

살아남은 일원들을 위해서 연기는 하더라도, 제 영혼과 기세만큼은 꺾일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이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그녀의 눈에는 손이 노래하고 있는 피아노를 의식한다.


-♩!


순간 신경질적으로 건반을 내리친다.


-♬♩♪~.


악보에 적히지 않은 새로운 음을 친다.

악공들이 흠칫 놀라 마리를 바라본다.


그러나 마리는 그 시선들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곡을 새로 연주한다.


평화롭고 잔잔하기보다 애절하고 처연한 음조.

단순히 귀족들의 여흥이 아닌, 분명한 주제 의식을 담은 표제 음악으로.


‘물론 곡을 아예 망쳐버리는 건 안 돼.’


마리는 혼신을 다하여 즉흥곡을 연주한다.

연주 자체를 망칠 경우, 샤를 백작이 내 친척들에게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분명 곡의 산뜻함을 유지하면서도, 기쁘고 명랑하며 밝은 음악. 귀족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돋보여주는 음악이면서도, 주제 의식을 담는다.


그러자 악공들도 그에 맞춰 서둘러 연주 스타일을 변경한다.

산뜻한 기악곡에 정점에 도달하여 그 구조와 본질은 유지하면서도, 세부 내용을 즉흥적으로 변형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


“오, 음악이 바뀌었군요.”

“과연. 마가렛 양의 연주는 가히 신비로워요. 같은 곡을 들어도 다른 느낌이라니.”

“이 또한 감미롭군요. 제 어렸을 적 첫사랑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


자칭 교양 있다는 귀족 사내들은 제 지식을 뽐내기 위해 영애들 앞에서 한껏 떠든다.

······실상은 음역대를 1차원적으로 판단하는 유치한 수준의 교양 레벨이기에 헛웃음이 나오지만.

저자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우리 속 돼지처럼 열심히 꿀꿀거린다.


‘산뜻한 봄날의 꽃밭에서, 다가올 먹구름을 대비하는 영웅처럼.’


그 사이, 마리는 제 음악 세계 속에 빠져든다.

음악은 시간의 예술.

공간을 완전히 잊고 시간의 흐름만에 주목한다. 배경과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음색에 몰입하여 압도한다.

비록 이것이 한낱 정신 승리에 불과하더라도.


만약 살아있는 가문의 일원이 하나라도 있다면, 마가렛 가문의 부흥을 위해 분주히 노력하는 이가 하나라도 있다면.


적통 후계자 또한 아직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 피아노 건반을 몰아친다.


역경 속에서도 영혼은 별을 갈구한다.



***



“······하하! 그렇게 늙은 흑마법사 데이안을 직접 죽이셨군요!”


나는 어느새 청류파 사제들과 친해져서 즐겁게 잡담을 나눴다.


하기야 이들은 대부분 독실한 프레야 신도들.

흑마법사를 죽였다는 무용담만 해도 잘도 반응해주었으니.

적당히 여신님께서 보우하셨다고 떠들어대면 좋아서 껄껄 웃었다.


“······.”


다만 내 관심은 오직 악공 쪽이었다.


날 빤히 바라보는 비올레에게 과자를 물려주며 소리에 집중한다.

여리디여린 피아노 음색.

의식하지 않으면 캐치하지 못할 만큼 은은하던 악공의 연주가 점차 제 목소리를 되찾아가고 있었으니.


‘그 브금이 나오는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D장조의 변주곡이었던가?

잔잔하고 감미로운 바이올린 음색과 함께 어둡고 비장한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한 장엄한 피아노 연주.

이후 준마를 몰아 돌파하는 듯한 후반부 기교.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게임 <별들의 전쟁3>에서 나오는 OST.

그것도 유저들에게 손꼽히는 명곡으로 꼽히는 음악의 초기형 버전이 직접 연주되고 있으니까.


불세출 천재가 만들어낸 초기형 피아노 명곡.

가장 심플하면서도 듣기 아름답지만, 은연히 열악한 환경과 슬픈 강박이 담긴 듯해 진리에 맞닿아 있는 듯한 완벽성.


그 곡을.

그것도 현대의 감성으로 개조까지 한 곡을.

시대의 한계로, 연주가의 모든 한과 감정선을 다 담지 못하는 구식 피아노로 마리는 담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슬슬 가봐도 되겠지.’


이 브금이 나왔다는 것은 마리의 심경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포도주를 마신다.


와아아.


짝짝짝.


이후 1시간 후, 마리가 연주를 끝내고 자리에 일어나는 걸 포착한다.

아마 파티장은 숨이 막혀 테라스로 도망치겠지.


“잠깐 테라스에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허허, 빨리 다녀오시오. 오늘밤이 얼마 남지 않았소.”

“측간은 테라스 왼편에 있소이다~!”


다들 내가 화장실에 가는 줄 알고 재촉하는 청류파 사람들.

그러나 나는 조용히 미소 짓는다.


아마 오늘은 아주 긴 밤이 될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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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반역 (1) +1 23.10.22 1,819 79 11쪽
57 57. 백조의 호수 +5 23.10.21 1,864 74 15쪽
56 56. 다크 디스펠 +5 23.10.20 1,951 72 13쪽
55 55. 홍수의 악마 (3) +10 23.10.19 1,999 78 13쪽
54 54. 홍수의 악마 (2) +4 23.10.18 2,064 74 14쪽
53 53. 홍수의 악마 (1) +5 23.10.17 2,155 75 15쪽
52 52. 의회 소집 (2) +5 23.10.16 2,270 91 17쪽
51 51. 의회 소집 (1) +4 23.10.15 2,331 91 17쪽
50 50. 왕위 계승자 (3) +5 23.10.14 2,478 85 15쪽
49 49. 왕위 계승자 (2) +3 23.10.13 2,551 78 14쪽
48 48. 왕위 계승자 (1) +4 23.10.12 2,830 82 15쪽
47 47. 결과 +6 23.10.11 2,756 86 13쪽
46 46. 영지전 (5) +4 23.10.10 2,805 94 15쪽
45 45. 영지전 (4) +2 23.10.10 2,814 84 12쪽
44 44. 영지전 (3) +2 23.10.10 2,877 85 16쪽
43 43. 영지전 (2) +6 23.10.09 3,013 92 13쪽
42 42. 영지전 (1) +4 23.10.08 3,158 90 14쪽
41 41. 흑사병 (黑死病) (2) +5 23.10.07 3,215 98 13쪽
40 40. 흑사병 (黑死病) (1) +3 23.10.06 3,297 96 12쪽
39 39. 결투 (3) +5 23.10.05 3,411 103 14쪽
38 38. 결투 (2) +4 23.10.04 3,418 9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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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마리 드 마가렛 카트린 (4) +8 23.10.01 3,615 100 16쪽
35 35. 마리 드 마가렛 카트린 (3) +6 23.10.01 3,745 114 13쪽
» 34. 마리 드 마가렛 카트린 (2) +4 23.09.30 3,830 97 17쪽
33 33. 마리 드 마가렛 카트린 (1) +10 23.09.30 3,977 91 16쪽
32 32. 흑기사의 탄생 (3) +6 23.09.29 4,030 110 17쪽
31 31. 흑기사의 탄생 (2) +6 23.09.28 3,884 97 16쪽
30 30. 흑기사의 탄생 (1) +2 23.09.27 4,065 89 12쪽
29 29. 지역장 제프리 (2) +3 23.09.26 4,075 94 15쪽
28 28. 지역장 제프리 (1) +5 23.09.25 4,099 10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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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양육 (2) -재업로드- +3 23.09.20 4,564 92 12쪽
21 21. 양육 (1) +3 23.09.19 4,780 107 12쪽
20 20. 비올레 (7) +2 23.09.18 4,811 104 20쪽
19 19. 비올레 (6) +3 23.09.17 4,807 114 18쪽
18 18. 비올레 (5) +7 23.09.15 4,867 111 12쪽
17 17. 비올레 (4) +3 23.09.15 4,942 103 14쪽
16 16. 비올레 (3) +5 23.09.14 5,004 102 16쪽
15 15. 비올레 (2) +4 23.09.13 5,184 104 13쪽
14 14. 비올레 (1) +5 23.09.12 5,678 108 16쪽
13 13. 휴식 +4 23.09.12 6,016 122 12쪽
12 12. 데몬 피어 (3) +2 23.09.11 6,206 115 10쪽
11 11. 데몬 피어 (2) +3 23.09.10 6,165 121 15쪽
10 10. 데몬 피어 (1) +3 23.09.09 6,271 118 16쪽
9 9. 영지 내전 (3) +5 23.09.08 6,383 118 14쪽
8 8. 영지 내전 (2) +4 23.09.07 6,621 1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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