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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99레벨 마왕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코노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8.22 15:53
최근연재일 :
2023.10.27 23:50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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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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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0,165

작성
23.09.1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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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6. 비올레 (3)

DUMMY

블랙 마켓, 비밀 지부 안.


나는 어음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흑마법사 물품을 팔고 받은 지급보증서.

이는 아직 돈이 아니다. 환전하기 전에는 그저 종이 쪼가리일 뿐이므로.

앞으로 각종 상회를 주선하여 환전하고 물품을 사기 위해선 할 일이 많이 남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한 가지 일이 남았지.’


다만 서둘러 밖으로 나가진 않는다.

결국 내 최종 목표는 <별들의 전쟁3> 속 총 25명의 영웅 중 하나인 비올레를 영입하는 것.


현재 비올레는 고아이자, 블랙마켓 소속 노예 상품일 지어니.

그녀를 구매하기 위해선 블랙마켓 경매에 참석할 ‘티켓’이 필요하니까.


“잠시만요. 검은 머리 신사분.”


역시나.

내가 천천히 나가자 블랙 마켓 상인이 떠나려는 날 붙잡는다.

그는 탁월한 상인답게 능글맞은 미소를 띄우며 영업을 시작한다.


“후후, 손님.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가 축복하시는군요. 마침 다음 주에 이곳에서 지상 최고의 비밀 경매가 열린답니다~.”

“······.”

“손님께서 판매하신 물품들을 보아 학문에 박학하신 분이신 듯 한데, 구미가 확 당기실 물품이 많을 것입니다. 그때 이 초대장을 가지고 찾아주시는 건 어떠신지요?”


까마귀 가면을 쓴 상인은 내게 천천히 다가와 검은 편지 봉투 하나를 내민다.

고급스러운 편지지는 붉은 봉랍(封蠟)으로 봉인되어 있었는데, 매우 미약한 마기가 담겨 있었다.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는 프레야 여신이 포교되기 전, 민간에 알려진 고대 신 중 하나다.


‘역시 블랙 마켓 경매에 초대하는군.’


나는 검은 초대장을 받으며 피식 웃었다.

일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나로서도 비밀 경매에서 비올레를 사들이기 위해선 이 초대장이 필요했으니.

블랙 마켓 상인으로선 거금을 지불했을뿐더러, 예상외의 큰 출혈까지 있었으니, 그것을 복구하려는 모양인데 서로 윈윈인 거래다.


“글쎄, 나는 이 업계에서 손을 떼려는 거라. 특별히 원하는 게 없는데.”


다만 블랙 마켓 상인을 떠보려고 일부러 관심 없는 척 블러핑을 던진다.

그러자 살짝 눈썹이 꿈틀한 블랙 마켓 상인.

하기야 내가 흑마법 물품을 대거 한꺼번에 처분했으니 신빙성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아하. 은퇴를 원하시는 분이셨군요. 그 또한 좋습니다. 저희 블랙 마켓은 날 좋은 휴양지 또한 개발하여 저택도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휴양지는 됐고, 쓸만한 노예는 없나?”

“어이쿠, 은퇴 이후 시다바리로 부릴 노예를 찾고 계셨군요~? 물론 가득합니다. 뭇 사내들의 낭심을 크게 흔들 미녀들로요.”


까마귀 가면 상인은 칵테일 바 서랍을 열더니 두꺼운 파일 하나를 보여준다.

이번 경매에 나서는 노예 초상화와 특이사항이 적혀 있는 파일이다.


[이름 : 하이얀.]

[종족 : 다크 엘프.]

[특이사항 : 방중술을 1년째 가르치는 중.]


[이름 : 달프네.]

[종족 : 수인족.]

[특이사항 : 포로가 된 지 3개월도 안 된 수인. 반항기가 아직 남아 있지만, 고급 제약 아티펙트가 저항 불가. 힘으로 굴복시키는 맛이 있음.]

.

.


참으로 역겨운 리스트였다.

그러나 이쪽으로서도 비올레를 비밀 경매로 구매할 계획이었기에 리스트를 끝까지 세세히 훑는다.


‘여기 있군.’


[이름 : 비올레.]

[종족 : 인간.]

[특이사항 : 10살 여아. 신비로운 은발과 뽀얀 피부가 돋보이는 미소녀. 노예로서 마음을 길들여놓은 상태. 반항하지 않는 아일 원하신다면 강력 추천.]


그리고 발견했다.


비올레.

내가 찾는 아이.

반인반마의 혈통으로 맹수와 몬스터, 심지어 마계의 마물들까지 길들이며, 훗날 비스트 로드로 불리게 될 소녀.

그 아이를 찾아냈다.


“마음에 쏙 드시는 상품을 찾으신 모양이시군요.”


흑마법 ‘신경과민’으로 까마귀 가면 속 눈동자가 맹렬히 타오르는 것을 포착한다.

과연 악덕 상인 아니랄까 봐 눈치가 빠르다. 이것이 효용이 있으리라 틀림없어하는 모양.


“노예들은 이게 다 인가?”

“이번 경매에서 준비한 여인들은 이들이 다입니다. 그 아이와 비슷한 아이들도 추천해드릴까요?”

“아니, 됐다. 이만 돌아가지.”


나는 목표를 다 이룬 만큼 미련 없이 블랙 마켓을 빠져나온다.

원작대로 비올레가 아직 팔리지 않았다는 정보와 구매할 대금, 그리고 블랙 마켓 초대장까지 얻은 상황이니까.


‘일주일 후, 방금 나온 곳에서 구매하면 되는 건가.’


일이 무사히 진행된다.

다만 무작정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내 총알이 아무리 넉넉하다고 한들, 다른 구매자들이 얼마나 재력이 뛰어날지는 모르는 일이며, 무엇보다 비올레를 돈으로 강제 입양하다가 오히려 악감정을 받을 수 있으니까.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선 비올레를 먼저 만나 마음을 얻고, 경쟁자들의 재력 수준을 파악해야 한다.


‘행복 고아원에서 비올레를 먼저 만나서 설득해야겠군.’


그중에서 최우선 순위는 당연히 비올레였다.

비록 지금 나로서 블랙 마켓과 되도록 충돌하지 않는 게 좋지만, 힘의 충돌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므로.


다른 문제보다 비올레의 마음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니까.


가장 중요한 일부터 하나하나 처리하는 것이다.



***



한편, 행복 고아원.


푸른 도화지를 주황빛 물감이 뭉게뭉게 물들였을 무렵.

농부들이 밭에서 집으로 귀가하고, 상인들이 가게 문을 닫는다.


“자, 오늘 연습은 이걸로 끝. 다들 허튼짓 말고 들어가 자라.”

“네!”


고아원장 윌리스 또한 훈련을 마치고 제집으로 귀가한다.

그때부터 고아원 아이들도 연습 시간이 끝나고, 자유시간이 찾아온다.

2시간짜리 무대를 몇 번이고 반복하던 아이들도 숙소로 돌아가고, 온종일 홀로 수학 계산을 하던 아이도 다른 아이들과 소꿉장난을 하며 재잘거린다.


“야, 오늘은 뭐 할래? 늑대인간 놀이할래?”

“싫어. 너 맨날 늑대인간인 거 표정에 다 티 나잖아.”

“주사위 놀이할 사람~. 저녁에 배급된 옥수수알 걸고 승부야!”


물론 고아원장이 자유시간을 준 것은 단지 밤새 일 시키는 것보다 불빛을 밝히는 마법 아티펙트가 더 비싸서일 뿐이지만······.

이러나저러나 아이들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 아직 자신들의 현실을 잘 체감하지 않는 아이들다운 순수한 면모다.

모자이크처리 된 프레야 여신 성화 아래 진정 교회 고아원다운 면모가 드러난다.


뚜벅, 뚜벅.


그러나 찰나뿐인 자유시간에도 모두가 어울려 노는 건 아니었다.

찰랑이는 긴 은발을 가진 소녀는 아이들이 해맑게 뛰어노는 고아원을 귀신처럼 조용히 빠져나온다.


“······.”


그렇게 고아원 밖 거리로 나온 비올레.

그 소녀가 향한 곳은 하리움 남작령 내부에 있는 작은 산.


매해 제비꽃이 우거져 마을 사람들은 ‘제비꽃 뒷산’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본래 주민들이 자주 붐비는 곳이지만, 비올레가 찾은 곳은 구석.

예쁜 꽃이 보이는 곳이 아니라, 하리움 남작령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이었으니.

그곳에 홀로 앉는다.


휘이잉.


슬슬 겨울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일까?

서늘한 바람이 땀에 젖은 옷을 때린다. 허나 갈아입을 옷이 없으니 그대로 입고 올 수 밖에 없었다.

큼지막한 나무들 곁에 앉아 바람을 피해 보지만, 찬 바람은 나무들을 숭숭 뚫고 살결을 찌른다.

결국, 비올레는 두 다리를 모으고 양팔로 꼭 끌어안는 것으로 시린 바람을 견딘다. 마치 비바람에 오들오들 떠는 둥지 속 새끼 새처럼. 애처롭게 흔들림에도 꿋꿋이 제 자리를 지킨다.


‘······내 생모께서 제비꽃을 좋아하셨을까?’


비올레는 추위에 떨면서도 무심히 제비꽃들을 바라본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았기에 앙상한 제비꽃 잎사귀들.


‘하기야 그러니까 내 이름도 비올레 (* 제비꽃.)라고 지어주신 거겠지······.’


비올레는 몇 없는 단서를 더듬는다.

마음 한편이 아련한 공허.

생부모만 떠올리면 마음 한편이 미묘하게 간질거린다.


아마 이것은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갈구하는 사랑의 욕구겠지.

살아 계신지, 돌아계셨는지도 알 수 없는 생부모.

충족되지 못한 결핍이 상흔처럼 남아 마음 한편에 남는다. 마치 지워지지 않는 멍처럼 닿을 때마다 쓰라리며, 갓난아기 때 받지 못한 사랑을 계속 인지하게 만든다.


-냐앙.


그렇게 홀로 제비꽃 언덕에 쪼그려 앉아있으니, 어느샌가 다가온 길고양이.

뗏국물이 가득한 동네 짐승이 비올레의 곁에 다가와 찬 바람을 막아준다.

마치 외로워하는 비올레를 위로하듯이 ‘먀앙’ 운다.


이는 착각이 아니다.

처음 길고양이 한 두 마리가 다가온 이후로도 계속 동물들이 다가왔으니까.


대충 세어봐도 길고양이만 스무 마리 이상!

심지어 비둘기와 다람쥐는 물론, 어디서 나타난 건지 여우와 너구리까지 다가왔으니.

그들은 비올레가 떨지 않도록 따스한 살결을 맞대고, 혀로 몸을 핥아준다.


비올레는 그런 야생동물들을 빤히 내려다본다. 가까운 길고양이 한 마리를 말없이 쓰다듬어준다.


“······.”


비올레도 알고 있다.

동물들이 다가오는 권능. 나이를 먹을수록 교감 능력이 강해지더니, 이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주위 동물들이 몰려든다.


프레야 사제들이 마녀의 권능이라고 경계했던 능력.

이것은 내 생모의 혈통 때문일까?

아니면 생부의 핏줄 때문일까?

자신은 귀족의 사생아일까?

그 때문에 동물들이 자신을 따르는 걸까?


‘······혹시 부모님께선 이 저주 때문에 날 버리신 걸까?’


내가 불량아로 태어나서?


비올레는 궁금한 것이 많았다.

비올레는 발레복을 입은 제 몸을 내려다본다.

오밀조밀하고 새하얀 손바닥. 점점 자라는 가슴과 도톰해지는 골반. 그리고 가느다란 종아리와 발가락까지.

고아원 여아들이 은근히 시기질투하는 완벽한 미의 육체.


그러나 비올레는 전혀 기쁘지 않다.

힘없는 고아에게 어여쁜 외모란 오히려 독이 되는 법이니.


고아원에 찾아오는 정체불명의 손님들이 그 증거였다.

자신을 보며 흰 살 생선의 회를 보듯 군침 흘리던 수상한 손님들.


어느 정도 정체를 눈치채곤 있다.

성노예.

'입양'이라는 합법적 제도를 이용해서 자신을 성노예로 구매하려는 자들이다.


하기야 고아원장 윌리스, 그 자는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자니까.

비올레의 몸값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니 그런 변태들밖에 꼬이지 않겠지.

평범하게 딸을 입양하려는데 그런 큰 돈을 쓰는 머저리는 없으니까.


고작 10살의 나이로 세상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난 왜 살아가야 하는 걸까······.”


저 멀리 프레야 교단 앞 여신상이 보인다.

고아원에서 배운 바로는 여신께선 전지전능하시며 선한 존재.

만물의 어머니이시며, 먼 미래까지 예지하시기에 아무리 하찮은 사람이라도 태어나고, 살아가는 의미가 있다고 하셨거늘.

정녕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는 변태 귀족들의 성노예인 것인가.

비올레로선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저벅저벅.


그때, 마침 동산 아래 어두운 골목에 한 가족이 걸어간다.

부부로 보이는 남녀와 꽤 번듯한 원피스를 입은 딸이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간다.


“아빠. 이번 내 생일엔 뭐 해줄 거야?”

“글쎄, 요즘 아빠가 장사가 잘 안돼서······. 올해는 생크림 케이크로 봐주면 안 될 ”

“안 돼~. 바비 인형 사주기로 했잖아. 내가 바느질을 얼마나 열심히 배웠는데!”

“······.”


딸은 양손에 엄마, 아빠 손을 꼭 붙잡고 제자리를 콩콩 뛰었다. 10살 남짓 아이답게 체중을 실어 부모님께 매달리며 떼를 쓰는 모습.

그 모습에 애엄마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빠를 바라본다.

그리고 못 이기는 척, 딸의 소원을 들어주는 아버지까지.


비올레는 화목해 보이는 가족이 따스한 난로로 불빛을 밝힌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내려다본다.


“······.”


알고 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걸.

태어날 때부터 신분도, 재능도 다르며, 주어진 환경도, 그 환경에서 주어진 기회도, 천부적인 운도 다 다르다는 걸 알고 있다.

고아원 아이들도 그녀의 뽀얀 피부와 신비로운 은발을 시기 질투하지 않은가?


‘만약 나도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태어났으면······.’


하지만 ‘만약’이라는 가정은 머릿속에서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내가 저 아이였다면.

만약 내게도 부모님께서 계시다면.

······아니, 만약 생부모님께서 살아계신다는 확신만 있으면.

이까짓 미모 따위 다 포기할 수 있을 텐데.


“······.”


눈시울이 붉어진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제어하기 힘들다.

누군가에겐 너무나 당연한 생일 선물 투정.

그러나 저런 일상적인 대화조차 그녀에겐 꿈과 같은 이상향이니.


“······흡.”


허나 마음 터놓고 울어보기도 힘들다.


그녀가 울먹일수록, 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동요를 보일수록 고아원장의 채찍질은 더욱 지독해지니까.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도 없다. 이웃들은 믿을 수 없고, 고아원 아이들의 입은 싸니까. 홀로 감내할 수 밖에 없다.


“왜 나만······.”


따라서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흐느낀다.


혹여 제 목소리가 새어나가 약점 잡히지 않도록.


아무도 없는 동산에서 혼자 울먹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행복 고아원이요? 아, 그 프레야 교단의 후원을 받는 거기요? 저쪽으로 쭉 가시면 돼요.”


나는 하리움 남작령의 주민들에게 길을 물어 행복 고아원을 찾았다.


어린 시절부터 비올레가 머무는 고아원으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운명의 소용돌이로 말이다.


‘비올레는 행복 고아원에서 계속 학대받았지.’


나는 <별들의 전쟁3>에서 모든 캐릭터로 대륙 일통을 해본 만큼, 비올레로도 플레이해보았다.

아이들을 마치 인신매매 상품처럼 팔아넘기는 고아원장.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직 고아들에 대한 인식이 ‘부모조차 버릴 만한 불량아들’일 정도로 대단히 나쁜 시대상이다보니, 달리 갈 곳이 없어 끝까지 남아있어야 하는 아이들.

플레이어는 아주 짤막하게 플레이하고 지나가지만, 지금까지 비올레가 한 평생 느꼈을 암울한 감정은 어른인 나조차 실로 짐작할 수 없었다.


뚜벅-. 뚜벅-.


그렇게 주민들에게 물어물어 행복 고아원에 도착했다.

새하얀 벽돌과 프레야 교단 성화(聖畵)가 알록달록하게 그려져 있는 걸 보니 확실했다.

어릴 적 비올레가 머물던 고아원. <별들의 전쟁3>에서 비올레를 캐릭터로 선택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장소다.


“?”


그런데 흑마법 ‘신경과민’으로 봤을 때, 고아원에 비올레가 품은 마력이 없었다.

비올레는 반인반마(半人半魔)의 혈통.

비올레의 생모는 인간이지만, 생부는 마족이기에 반쪽짜리 마력이 있어야 할 텐데 말이다.


‘잠깐 바람 쐬러 갔나보군.’


나는 비올레가 주로 어딜 좋아하는지 알고 있으므로.

하리움 남작령, 뒷산에 있는 제비꽃 동산으로 향한다.

사실 산이라기보단 언덕에 가까운 꽃동산.


그 언덕 위로 올라가니 역시 달빛에 찬란하게 빛나는 은발이 눈에 띈다.

노을이 저물고 어둑어둑해지는 늦저녁에 홀로 쪼그려 앉아 있는 소녀가 보인다.


‘찾았다.’


나는 저 은발의 소녀가 내가 찾던 아이라는 것에 확신한다.

그녀의 주위에는 스무 마리가 족히 넘는 새와 고양이, 심지어 다람쥐까지 두려움 없이 모여 있었으니.

아직 비올레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저것은 비올레의 고유 권능 ‘자연의 여왕’이 발현한 것이 틀림없었다.


‘아마 저 권능 때문에 고아 중에서도 특히 기이하게 여겨졌겠지.’


가히 ‘가인박명(佳人薄命)’이라 불릴만한 소녀. 제 특출난 재능 때문에 기구한 운명이 될 여인.

지금도 고아원에서 학대받지만, 이대로 흑마법사들에게 팔려가면 극도로 고약한 신세를 겪게 될 것이다.

정어리 떼의 사회에서 상어 새끼 한 마리가 태어나면 온갖 견제와 고초를 받게 되는 것이다.


저벅-. 저벅-.


따라서 나는 그전에 비올레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어쩌면 지금 나는 그 누구보다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고 안타까워하는 인물.

비올레의 진정한 가치를 발굴하고, 성숙해질 때까지 발전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므로.


혹여 그녀와 동물들이 놀라서 달아나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일부러 구두 소리를 내며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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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반역 (1) +1 23.10.22 1,819 79 11쪽
57 57. 백조의 호수 +5 23.10.21 1,864 74 15쪽
56 56. 다크 디스펠 +5 23.10.20 1,951 7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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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 홍수의 악마 (2) +4 23.10.18 2,064 74 14쪽
53 53. 홍수의 악마 (1) +5 23.10.17 2,155 75 15쪽
52 52. 의회 소집 (2) +5 23.10.16 2,270 91 17쪽
51 51. 의회 소집 (1) +4 23.10.15 2,331 91 17쪽
50 50. 왕위 계승자 (3) +5 23.10.14 2,478 85 15쪽
49 49. 왕위 계승자 (2) +3 23.10.13 2,551 78 14쪽
48 48. 왕위 계승자 (1) +4 23.10.12 2,830 82 15쪽
47 47. 결과 +6 23.10.11 2,756 86 13쪽
46 46. 영지전 (5) +4 23.10.10 2,805 94 15쪽
45 45. 영지전 (4) +2 23.10.10 2,814 84 12쪽
44 44. 영지전 (3) +2 23.10.10 2,877 85 16쪽
43 43. 영지전 (2) +6 23.10.09 3,013 92 13쪽
42 42. 영지전 (1) +4 23.10.08 3,158 90 14쪽
41 41. 흑사병 (黑死病) (2) +5 23.10.07 3,215 98 13쪽
40 40. 흑사병 (黑死病) (1) +3 23.10.06 3,297 96 12쪽
39 39. 결투 (3) +5 23.10.05 3,411 103 14쪽
38 38. 결투 (2) +4 23.10.04 3,418 9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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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흑기사의 탄생 (2) +6 23.09.28 3,884 97 16쪽
30 30. 흑기사의 탄생 (1) +2 23.09.27 4,065 8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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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지역장 제프리 (1) +5 23.09.25 4,099 10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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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비올레 (6) +3 23.09.17 4,807 114 18쪽
18 18. 비올레 (5) +7 23.09.15 4,867 111 12쪽
17 17. 비올레 (4) +3 23.09.15 4,942 103 14쪽
» 16. 비올레 (3) +5 23.09.14 5,005 102 16쪽
15 15. 비올레 (2) +4 23.09.13 5,184 104 13쪽
14 14. 비올레 (1) +5 23.09.12 5,678 108 16쪽
13 13. 휴식 +4 23.09.12 6,016 122 12쪽
12 12. 데몬 피어 (3) +2 23.09.11 6,206 115 10쪽
11 11. 데몬 피어 (2) +3 23.09.10 6,165 121 15쪽
10 10. 데몬 피어 (1) +3 23.09.09 6,271 118 16쪽
9 9. 영지 내전 (3) +5 23.09.08 6,383 118 14쪽
8 8. 영지 내전 (2) +4 23.09.07 6,621 1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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