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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99레벨 마왕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코노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8.22 15:53
최근연재일 :
2023.10.27 23: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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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9.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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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33. 마리 드 마가렛 카트린 (1)

DUMMY

분지가 통째로 소멸하는 대폭발.


데스 나이트가 영구 소멸하기 직전, 최후의 발악을 벌였다.

나는 그 자폭을 정통으로 맞은 직후, 생각했다.


‘아야야······. 안 아프네?’


새삼 타락한 성유물 ‘흑기사의 탄생’의 위용을 체감한다.

작은 구릉이 통째로 소멸한 대폭발이었음에도 흑색 갑주에는 광택조차 벗겨지지 않았으니까.


말 그대로 무지막지한 방어력.

물론 살아남을 거란 건 예측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 방어력은 나조차 예상하지 못한 영역이었다.


‘원래 마력을 추가 주입하는 건 굉장히 비효율적이었을 텐데?’


원작에서 타락한 성유물 ‘흑기사의 탄생’은 마력을 부여하면 부여할수록 추가되는 방어력 효율이 감소했다.

<별들의 전쟁3>는 결국 게임. 밸런스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내겐 무한한 마력을 제공하는 마스터급 특성 데몬 하트가 있었으니.

효율 따위 무시하고 무한정 마력을 주입해 방어력을 끌어올린 결과리라.


“이쯤 됐으면 그만 내려라.”

“으으, 어어어······.”


나는 감평을 마치고, 품에 안고 있던 인간 남매를 땅바닥에 버린다.

내 품에 안겨 있던 반, 에이미 남매는 방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5분 넘게 어버버 거렸다.


“어, 어떻게 그 폭발에서 살아남을 수가······?”

“살기 싫다는 뜻이더냐?”

“아, 아닙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살려주십시오!”


장난삼아 목소리 좀 깔았다고 화들짝 놀라서 엎드리는 반, 에이미 남매.

나는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고 돌려보냈다.


‘역시 흑기사의 갑옷을 그리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눈치군.’


반과 에이미 남매가 감탄하는걸 보고 확신한다.

지금 내 흑기사의 갑옷은 신성력과 마기가 이질적으로 뒤섞여 완전히 새로운 힘이 번들거리고 있으니.

아무래도 타락한 성유물이라고 상상도 못하겠지.


일반적으로 마기의 근원은 욕망.

마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흑갑옷들은 온갖 더러운 불순물과 끈적한 욕구가 지저분하게 얽혀있기 마련이거늘.


현재 내 흑기사의 갑옷은 타락한 성유물이라기엔 너무나 정제된 기운을 가지고 있다.

본래 이 갑옷은 고대 프레야 교단에서 명성 높은 성기사의 것이었으니까!


······물론 진짜 프레야 성기사가 느끼기엔 꽤 기이한 기운이긴 했지만.

어떻게든 신성력과 마나를 뒤섞어서 그렇다고 속일 수 있을 정도.

이 시대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사용해도 될 만큼 겉모습도 예술적인 아티펙트였다.


[타락한 성유물 ‘흑기사의 탄생’의 사용을 종료합니다.]

촤르륵.


상황이 완전히 끝난 이후, 타락한 성유물 ‘흑기사의 탄생’을 종료한다.

그러자 용린갑(龍鱗甲)처럼 여러 파츠가 연계되어 온몸을 감쌌던 흑색 갑주가 촤르륵 소리를 내며 내 가슴속으로 들어간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 속 아이언맨 슈트가 떠오르는 방식.


‘역시 명품은 다르긴 달라.’


나는 겁나 시커먼 상태에서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아무리 게임 속에서 보았다고 한들, 실제로 경험해보는 건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게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돌아가니,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


비올레.

계약상 내 양녀로 입양된 아이. 그 아이가 다가와서 무심하게 날 바라본다.

허나 내 발달한 기감은 현재 비올레가 묘하게 서운한 표정이란 걸 눈치챘다.


“아까 그 갑옷이 마왕 전하께서 말씀하신 타락한 성유물이군요.”


왜인지 모르게 ‘걱정한 내가 바보구나.’ 싶은 자조 어린 표정. ‘하기야 누가 누굴 걱정하나?’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래, 네 덕분에 편히 찾을 수 있었단다.”


나는 비올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실 새끼 켈베로스가 헛다리만 짚었지만. 아이는 칭찬이 늘 고픈 법이니까.

그러자 비올레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후 찾아온 침묵.


“······.”

“······.”

“······?”


다만 비올레는 여전히 묘한 분위기다.


“무언가 묻고 싶은 게 있느냐?”

“······.”


따라서 나는 직접 물어본다. 잘 모를 때는 그냥 물어보는 게 속편한 법이니.

살갑게 물어보자 침묵하던 비올레가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선, 방금 그 대폭발 속에서도 별 탈 없이 무사하신 겁니까?”

“그렇다만?”


반과 에이미가 했던 질문을 그대로 한다.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추가로 묻는다.


“그렇게 위대하신 분께 정녕 제가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


아하.

그렇다. 비올레는 입양아. 고아였을 때, 지독히 외로웠던 트라우마로, 언제 파양당할까 무의식적으로 전전긍긍하는 아이였으니.

양부모에게 제 쓸모를 계속 의식하는 아이였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 비올레 입장에선 자신의 잠재력을 모를 테니까. 의아할 수밖에.

허나 걱정하진 않는다.


“딱히 도움 되지 않아도 된단다.”


이를 건강히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니까.


“부모는 사랑하기 위해 자녀를 필요로 할 뿐, 쓸모가 없다고 버리는 부모는 없으니까.”


나는 공략법대로 말한다.

쓸모가 아닌, 사랑으로. 인류애를 전해준다.

현대인은 중세인들처럼 농사를 짓기 위함이라는 쓸모를 위해 아이를 낳지 않으니까.


“······.”


다만 이 시대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었을까?

비올레는 잠시 침묵한다.


“······그렇습니까.”

“?”


단지 묘하게 달라진 눈빛으로 날 바라볼 뿐.


“한 가지 더 여쭙는 걸 허락해주시겠습니까?”

“그런 건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된단다.”


나는 비올레의 자조 어린 발언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매번 정정했다.


“이렇게까지해서 샤를 백작가에서 구하신다는 영애는 어떤 자입니까?”


다만 비올레는 무감정한 눈을 깜빡이지 않고 묻는다.

그 질문에 나는 반사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곧 내가 영입할 역대급 인재 중 하나이므로.


“‘마리 드 마가렛 카트린’.”


그녀의 이름을 고한다.

과거 비올레에게 말해줬듯 미래에 대해 예견한다.


“행정과 경영의 천재. 훗날 재상까지 오를 만한 재목이란다.”


마리 드 마가렛 카트린.

마나 한 올 없는 여인의 몸으로, 대륙 재패에 도전할 수 있는 행정가.


정사 <삼국지> 속 제갈량처럼 보급과 영지 발전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영웅 중 하나다.


“하지만 지금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못 이겨 숙명적 자살을 택하려는 여인이지.”


나는 마리의 구슬픈 비애를 알기에 확신 어린 목소리로 말한다.

숙명적 자살.

<별들의 전쟁3> 도서관에 있던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에 따른 자살 유형 중 하나.

중세 귀족가에서 가문의 명예를 위해 살고 싶음에도 자결하는 비극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으니.


그 전에 샤를 백작가 파티로 가서 구출할 생각이었다.



***



한편, 그 시각, 샤를 백작가, 파티장.


이곳은 항상 소규모 파티로 바쁜 곳이었다.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인 만큼 만나야 할 귀족과 상인이 즐비했고, 이 영지의 주인 또한 허영심이 많은 영주였으니.

이제 곧 있을 대륙 남부 귀족 파티가 벌어지기 전 마지막 파티를 즐긴다.


“오, 저 여인이 그 소문의 ‘마가렛 영애’인 모양이군요.”

“과연. 유서 깊은 혈통은 천민으로 떨어져도 두각을 드러내는 모양입니다.”

“······.”


다만 이 파티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파티장에 참석한 귀족들의 시선은 오직 한 곳으로 집중된다.

안 보는 척, 포도주잔을 부딪치면서도 파티장 한구석을 흘겨본다.


-♪♬♩.


그곳은 악공들이 클래식을 연주하는 곳이다.

새가 지저귀듯 고상하게 젖어 드는 음색.

사교회에 어울리는 잔잔한 악기들.

꽃이 피어나는 듯한 현악기의 떨림이 천천히 퍼져나간다.


“······.”


그 속에는 군계일학처럼 유독 독보적인 여인이 있었다.


마리 드 마가렛 카트린.

푸른 드레스를 입은 채, 피아노를 연주하는 영애.

바다처럼 깨끗하고도 푸른 물결을 담은 머리카락이 빛난다. 고결한 혈통임을 자랑하듯 창백한 피부와 푸른 핏줄. 절세가인임을 뽐내는 긴 속눈썹.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아름다운 인어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은은히 푸른 드레스까지.

푸른 장미처럼 이색적이고 수려한 외모는 파티장 전체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


그러한 이목 속에서 마리는 피아노를 집중해서 연주하고 있었다.

고생 한 번 하지 않은 듯 부드러운 손길로 피어나는 현의 공명.

그녀의 연주는 파티장에 퍼지는 음색 중 하나일 뿐이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기백이 있다.

그녀의 타건은 개별자이지만, 모두를 지휘하는 전체이기도 하며, 파티장의 시간을 흐르게 하는 현재들이기도 하다.


귀족들은 그 연주에 맞춰 재잘거리며 잡담을 떤다. 마치 제 목소리가 현악기 속 꾀꼬리라도 되는 양 우아하게.

피아노 건반의 박자에 맞춰서 조곤조곤 속삭인다. 제 교양들을 뽐낸다.


결과적으로 파티에서 조연이어야 할 악공이 주인공이 된 상황.

일반적으론 마리에게 더할 나위 없을 영광이다.


‘······역겨워.’


다만 막상 당사자인 마리는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는다.

푸른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척, 오물을 삼킨 표정을 푸느라 안간힘을 써야 했다.


빌어먹을 샤를파 귀족놈들.

저 비곗덩어리들의 시선이 제 가슴골 속으로 음흉하고도 음험하게 빠져들어 가는 걸 보았으니까.

드레스를 입은 귀족들은 그녀의 외모에 대한 무한한 질투와 경쟁자가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안도감이 뒤섞인 감정을 알아보았으니까.

그러면서도 겉으론 어찌나 허울과 체면을 따지는지 헛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또각, 또각.


그때, 귀족 무리 속에서 한 구두가 다가온다.

나이가 50대를 넘어선 늙은 사내다. 토실토실한 심술살이 늘어져 턱이 사각형처럼 보이는 자.

샤를 백작.

이 파티의 주최자다.


“오, 역시 마리야. 확실히 울림이 다른 연주로구나. 내 이토록 완벽한 연주는 들어본 적 없어.”

“······!”


연주에 극찬을 표한다.

그러나 푸른 머리의 여인은 순간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지는 것을 참지 못했다.

연주 도중, 무례하게 끊고 들어온 것 때문은 사소했다.


마리와 나이 차이가 세 배 이상 나는 늙은 사내의 손길이 제 몸을 훑고 지나갔으니.

자신 옆 의자에 앉아 허리춤에 손길을 안착시키는 척, 대놓고 제 보드라운 엉덩이 살결을 느끼고 지나간 것이다.


“방금 그 곡, 앵콜 가능하겠니? 물론 가능하겠지?”


자신에게 위압적으로 노려보는 늙은 백작.

그의 등 뒤에는 많은 귀족들이 앉아 있다.

호기심과 음심이 가득한 시선. 만약 여기서 샤를 백작의 부탁을 거절한다면 제 체면을 구겼다며 크게 대노할 것이 분명할 터.


“······예, 그러겠습니다.”


마리는 억지로 표정을 풀며 받아들였다.

이미 장장 2시간 동안 연주하느라 바닷바람을 맞은 나비처럼 지쳤으나, 다시 한 번 손가락을 바삐 놀린다.

그제야 자신에게 감탄하며 ‘과연!’이라며 감탄사를 내뱉는 귀족들.


“마가렛 백작가의 여식은 연주도 정말 다르군요. 과연 대대로 재상을 배출했었던 명문가답습니다.”

“샤를 백작님의 ‘새 첩실’이라면서요? 히야~. 가장 적대적이었던 가문의 정통 후계자를 첩으로 삼으시다니! 정복하는 쾌감이 엄청나시겠군요!”

“저토록 젊은 여인을 침실로 들이시다니. 능력도 좋으십니다!”


늙은 백작에게 마리는 자랑거리였다. 마치 클래식을 연주하는 보석처럼.

제 가문의 위엄과 명성을 과시하는 자랑스러운 보물 1호다.


마가렛 가문 선조 중 원수가 있었다는 말도 안 되는 명분으로 정복했으나, 결과만은 자랑스러운 모습.


‘이것이 몰락한 가문의 영애의 말로인가.’


마리는 비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자신을 마가렛 가문의 후계자가 아닌, 말하는 꽃 취급 하고 있으니까.


이제 며칠 후면 그녀는 자신보다 2배는 늙은 백작의 정식 첩이 되어, 침대에 깔려야 배를 맞대야 하겠지.

죽음이 가까워진 쭈글쭈글한 백작 손이 제 알몸을 어루만지는 상상을 하니 끔찍하다.


그 손길은 제 아버지와 형제들을 죽인 사신의 손이기도 하므로.


가족의 철천지원수를 성적으로 만족시켜야 한다.

원수의 자식을 낳기 위해 제 몸을 달구며, 배 앓아야 한다는 생각에 참을 수 없는 굴욕감이 치솟는다.

저승에서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실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찔끔 난다.


허나 도망칠 수도 없다. 앞으로의 제 행실에 살아남은 어린 가족들의 운명도 걸려있으니.


“여기서 뭘 쉬고 있니?”


파티가 끝나자마자 백작 노부인이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강짜를 놓는다.


“내가 오늘밤까지 올해 파티 내역서를 정리해서 뽑아달라고 했을 텐데? 코르티잔 (* 고급 창부)에서 정식 첩이 되니 이제 정식 부인의 부탁은 기억도 안 나지?”

“······.”


정식 부인의 질투.

하기야 자신보다 30살은 어린, 그것도 적대 가문 영애에게 남편을 빼앗겼다고 생각할 테니.


‘······돼지 같은 여자. 가문 가신 100명이 한 달은 걸릴 일을 하루만에 해내라니.’


말도 안 되는 부조리.

하인들도 그녀를 못 본 척 지나친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자신은 샤를 백작가에게 적대 가문 중 대표격이었던 마가렛 백작가의 영애.

더구나 가문의 여주인인 백작 부인이 자신을 혐오하는 상황이니.

말 그대로 자신은 완전한 이방인.

전리품으로 끌고 온 여자에 불과하므로.


‘······.’


마리는 두 눈을 감고 침묵한다.

허나 좌절하지 않는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혼자 극복하는 수밖에 없으니.


고오오.


마가렛 가문의 혈계 권능을 발동한다.

직계 혈통 중에서도 극소수만 이어받는 권능 ‘기억의 궁’.

이는 마가렛 가문이 왕실의 푸른 지혜로 유명해질 수 있었던 비결이었으니.


파앗.


마리는 푸른 궁전으로 도달한다. 마치 개미굴처럼 각 방이 이어진 고대의 궁전. 각방마다 수십 개의 고대 아티펙트가 보관된 궁전이다.


물론 이는 실제 궁전이 아니다.


심상 세계(心想 世界).

마가렛 직계 혈통만이 도달할 수 있는 세상. 영혼만이 잠시 다녀가기에 수련을 할 수도, 고대 아티펙트를 가져갈 수도 없지만.


스르륵.


마리는 심상 세계에 들어가서 고대 아티펙트에 샤를 백작가의 파티 명세서를 올려둔다.

그러자 스르륵, 소리와 함께 명세서를 한 장 한 장 스캔하는 고대 마법 아티펙트.


지잉.


몇 초 후, 벽면 전체를 차지한 대리석 칠판에 마나의 푸른 빛이 들어온다. 칠판에 명세서에 기록된 숫자가 브리핑된다.

틀린 계산이나 오류가 있으면 붉은빛으로 표기된다.


“······.”


마리는 초대형 칠판에 적힌 숫자들을 읽는다.

또르르, 또르르. 눈동자를 몇 번 굴리는 것만으로 수천 개의 숫자를 모두 외운다. 샤를 백작가의 자산 흐름을 파악한다.

몇 시간 만에 가신 100명이 한 달간 머리 부여잡고 입씨름해야 할 일을 정리한다.


“이 보고서를 재무관님께 보여드리세요.”

“예?”


마리는 재무실에 찾아가서 보고서를 두고 나온다.

또한, 속으로 자평한다.


과연 피는 물보다 진한 건가.

아무리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혈통의 격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왕실의 푸른 지혜로 유명한 마가렛 가문의 대단함을 체감한다.

제 몸에 흐르는 역대 가주들의 정식 혈통을 체감한다.


‘역시 나는 귀족 명가의 후예. 어떤 상황에서든 내 영혼만큼은 결코 노예가 아니야.’


이 상황 속에서도 고고한 영혼을 유지한다.

······물론 이제 첩 신분이 되어 돼지의 자식을 품어야 할 상황이지만.

자결하지 않고, 샤를 백작의 첩이 되는 수모를 감내하는 이유.


채앵.


그것은 제 일족의 복수를 위한 일이었으니.

마리는 품속에 단검을 몰래 뽑아본다.

가문의 일원들만 신원 파악하여 빼돌린다면, 미련 없이 잠자리에서 샤를 백작을 칼로 찔러 죽일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내 묘비조차 관리가 안 되겠지만.’


마리는 처연히 달빛을 올려다본다.


몰락한 귀족 여식이 자신을 사들인 귀족을 살해할 경우, 얼마나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는지는 익히 알고 있다.


허나 진정 귀족이기에 피할 수 없는 일.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이겠지.


자신은 이제 겨우 성년식을 다 치른 19살.

가문에서 손에 물 한번 묻혀 본 적 없던 소중한 딸이거늘.


세상살이가 너무 이르고 험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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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반역 (1) +1 23.10.22 1,819 79 11쪽
57 57. 백조의 호수 +5 23.10.21 1,864 7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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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 홍수의 악마 (1) +5 23.10.17 2,155 75 15쪽
52 52. 의회 소집 (2) +5 23.10.16 2,270 91 17쪽
51 51. 의회 소집 (1) +4 23.10.15 2,331 91 17쪽
50 50. 왕위 계승자 (3) +5 23.10.14 2,478 85 15쪽
49 49. 왕위 계승자 (2) +3 23.10.13 2,551 78 14쪽
48 48. 왕위 계승자 (1) +4 23.10.12 2,830 82 15쪽
47 47. 결과 +6 23.10.11 2,756 8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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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마리 드 마가렛 카트린 (2) +4 23.09.30 3,830 97 17쪽
» 33. 마리 드 마가렛 카트린 (1) +10 23.09.30 3,978 91 16쪽
32 32. 흑기사의 탄생 (3) +6 23.09.29 4,030 110 17쪽
31 31. 흑기사의 탄생 (2) +6 23.09.28 3,884 97 16쪽
30 30. 흑기사의 탄생 (1) +2 23.09.27 4,065 89 12쪽
29 29. 지역장 제프리 (2) +3 23.09.26 4,075 9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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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비올레 (7) +2 23.09.18 4,811 104 20쪽
19 19. 비올레 (6) +3 23.09.17 4,807 114 18쪽
18 18. 비올레 (5) +7 23.09.15 4,867 111 12쪽
17 17. 비올레 (4) +3 23.09.15 4,942 103 14쪽
16 16. 비올레 (3) +5 23.09.14 5,005 102 16쪽
15 15. 비올레 (2) +4 23.09.13 5,184 104 13쪽
14 14. 비올레 (1) +5 23.09.12 5,678 108 16쪽
13 13. 휴식 +4 23.09.12 6,016 122 12쪽
12 12. 데몬 피어 (3) +2 23.09.11 6,206 115 10쪽
11 11. 데몬 피어 (2) +3 23.09.10 6,165 121 15쪽
10 10. 데몬 피어 (1) +3 23.09.09 6,271 118 16쪽
9 9. 영지 내전 (3) +5 23.09.08 6,383 118 14쪽
8 8. 영지 내전 (2) +4 23.09.07 6,621 1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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