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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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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79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2.05.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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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삼국지의 정석_89. 맹획을 놓아주는 제갈량(평화 협정)

DUMMY

며칠 뒤, 한의 군대가 노수 건너편에 도착해 영채를 세우자, 맹획은 여러 부족장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제갈량은 밤을 이용해 노수를 건너려 할 것이오. 내 강가에 정찰병을 배치해 놓고, 적이 강을 건너면 신호를 보내게 하겠소. 신호가 오면 일제히 적을 공격합시다!”


“그거 좋은 생각이오!”


그날 밤, 맹획의 예상대로 한군이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에 여러 부족장들이 총공격에 나섰는데, 한의 병사들은 강물에 뛰어들거나 뱃머리를 돌려 달아나기에 바빴다.


“배에 타고 있는 놈들을 포로로 잡아라!”


부족장의 명이 떨어지자, 그 수하들은 의기양양하게 배로 다가갔다. 하지만 잠시 후, 당황한 수하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속았습니다! 배에는 허수아비뿐입니다!!”


한편 맹획은 본진에 남아 승전보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막사 밖에 화광(火光: 불타오르는 불빛)이 하늘 높이 솟구치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대체 무슨 일이냐?!”

“대왕, 적의 기습입니다! 빨리 몸을 피하십시오!!”


병사들의 외침에 맹획이 밖으로 나와 보니, 한의 병사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이에 맹획이 황급히 말에 올라 남쪽으로 달아나는데, 적군이 나타나 길을 막으며 소리쳤다.


“적장은 말에서 내려 항복 하라!”


당황한 맹획이 말머리를 돌렸지만, 이미 적의 추격 부대가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오갈 곳이 없어진 맹획은 순순히 말에서 내려 오라(죄인을 묶는 굵은 줄)를 받았다.

이는 제갈량이 강을 건너는 척 하며 적을 꾀어낸 후, 조운과 장익에게 다른 길로 비어있는 맹획의 본진을 공격하게 한 것이었다. 맹획의 본진을 기습한 것은 조운의 부대였고, 맹획의 퇴로를 끊은 것은 장익의 부대였다. 한편 맹획이 사로잡힌 것을 안 그의 병사들은 대부분 도망가거나 항복을 청하였다.




다음날 아침 제갈량은 본대를 거느리고 노수를 건넌 다음, 맹획의 영채로 가서 포로들을 만났다. 포박된 맹획의 병사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구고 있는데, 제갈량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은 원래 선량한 백성들인데, 불행히도 옹개의 난을 만나 전쟁터에 끌려왔을 것이다. 너희의 수장인 맹획 역시 마찬가지다.

난 한나라 황제의 명을 받들어 남중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길 원할 뿐, 너희들과 원수가 되고 싶지 않다. 남중의 군대가 패했다는 소식에 너희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니, 내 너희를 놓아주어 그들의 근심을 덜고자 한다.”


제갈량은 항복한 병사들에게 술과 음식을 배불리 먹인 뒤 풀어주었고, 맹획의 병사들은 연신 절을 하고 물러갔다.


잠시 후, 한군의 본영으로 돌아간 제갈량은 맹획을 불러 들였다.

“자네가 남중의 민심을 두루 얻고 있다고 들었네. 이번 반란에 가담한 것은 옹개의 속임수 때문이니, 한 황제께 항복을 하는 게 어떤가?”


이에 맹획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내 남중의 수령인데도 이리 쉽게 패했으니, 남중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소. 차라리 날 죽여 주시오.”


그러자 제갈량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면, 내 자네를 놓아주겠네. 군대를 정비해 나와 다시 싸워 보겠는가?”


“그 말 진심이오?! 날 놓아주면 후회하게 될 거요!”


제갈량은 맹획의 포승을 풀어주게 한 후, 자신을 따라오게 하였다. 이후 제갈량은 맹획에게 한군의 군영 곳곳을 보여주며 말했다.


“어떤가? 우리 군대는 무척 강한데다가, 보다시피 무기와 식량도 충분하다네. 자네가 나에게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은가?”


“풀어준다면 내 심기일전해 전투에 임하겠소. 또다시 패한다면 두말 않고 복종하겠소!”


“좋네, 그리 함세!”


제갈량이 주변에 명해 맹획을 풀어주게 하는데, 뒤늦게 소식을 들은 조운이 급히 달려왔다.


“승상, 어찌하여 힘들게 잡은 적의 우두머리를 풀어주십니까?”


“남중 이민족의 왕을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요. 하지만 오늘 맹획을 죽인다면, 다른 자가 나타나 반기를 들 것이오.

맹획은 남중의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으니, 그가 마음으로 우리를 따르게 해야 하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남쪽 걱정은 하지 않고 북벌에 나설 수 있소.”


이에 조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갔다.




한편 제갈량에게 풀려난 맹획은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 원래 맹획은 반란을 일으킬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옹개가 ‘한나라가 남중지방에 과도한 공물을 요구해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해, 맹획은 남중 백성들을 지키려고 반란에 동참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한의 승상이라는 제갈량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옹개가 자신을 속인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은, 맹획 자신이 너무나 쉽게 제갈량에게 패했다는 점이었다.


‘내 한번 더 싸워 한군을 물리친 다음, 유리한 조건으로 강화를 맺으리라···’


며칠 뒤, 제갈량이 막사에서 공문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장교 하나가 들어와서 말했다.


“승상, 맹획의 군대가 진격해오고 있습니다.”

“알겠네, 장수들을 소집하게!”


잠시 후 장수들이 모두 막사에 모이자, 제갈량이 입을 열었다.


“조운 장군이 일군을 거느리고 적을 상대하시오.”

“맹획이 패하고 돌아가자마자 다시 군대를 일으켰으니, 우리를 꾀어내려 하지 않겠습니까?!”


조운이 의견을 제시하자, 제갈량이 웃으며 대답했다.

“장군께서 잘 보셨소. 내가 했던 것처럼, 맹획은 의병으로 우리 군대를 꾀어낸 뒤 본진을 습격할 것이오. 적군이 잠시 싸우다 달아나거든, 장군께서는 적을 추격하는 시늉만 하고 본진으로 돌아오시오.”


이에 조운이 대군을 거느리고 적을 맞이했는데, 예상대로 맹획의 병사들은 오래 싸우지 않고 달아나 버렸다. 그러자 조운은 잠시 적을 쫓다가 수하 장수를 불러 말했다.


“병력의 삼분의 일을 줄 테니 대군인 척 위장하며 계속 적을 추격하거라. 적과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한 시진 쯤 추격하다가 돌아오되, 매복에 주의하거라!”


이렇게 병력을 둘로 나눈 후, 조운은 남은 병사들을 이끌고 천천히 후퇴하였다.




이때 맹획은 정예병을 이끌고 한군의 본진으로 향하고 있었다. 맹획은 한군의 군량창고를 불태워 제갈량이 후퇴하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본진의 수비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덕분에 맹획은 단숨에 본진의 수비병력을 물리칠 수 있었다. 서둘러 군량창고에 도착한 맹획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가지고 온 짚단에 불을 붙여 군량더미 위에 던져라!!”


그러자 맹획의 병사들이 일제히 군량더미에 달려들었는데, 이상하게도 군량포대에 불이 잘 붙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맹획이 병사들에게 확인을 지시 했는데, 포대를 들쳐 본 병사들이 다급히 소리쳤다.


“대왕! 포대 안에 쌀이 아닌 모래가 들어 있습니다!”

“또 속았구나! 전군 후퇴하라!!”


뒤늦게 속은 것을 안 맹획이 회군을 명했지만, 곧바로 한군의 복병이 들이닥쳤다. 이에 맹획이 싸우며 달아나기를 반복하는데, 멀리서 백마를 탄 장수가 위풍당당하게 달려왔다.


“맹획은 순순히 항복하거라! 아니면 나 조운이 상대해 주겠다!”


상대가 조운이라는 말에, 맹획은 등에서 식은땀이 절로 났다. 결국 맹획은 무의미한 저항을 포기하고 말에서 내려 항복하고 말았다.


이렇게 생포된 맹획은 다시 제갈량 앞으로 끌려왔는데, 제갈량은 맹획의 포박을 풀어주며 물었다.

“남중의 왕이여, 내 공을 풀어줄 테니 한번 더 승부를 겨뤄 보겠소?”


하지만 맹획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 사내대장부로서 어찌 약속을 어기겠소? 다만 한가지 청이 있소!”


“말해 보시오”


“내 목을 취하되, 남중 사람들에게는 해가 가지 않도록 해 주시오..”


그러자 제갈량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전과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오. 한에서 남중지방에 관리를 내려 보내지만, 현지인들을 많이 등용하고 최대한 자치권을 보장하겠소.

또한 한에서 받던 공물의 양은 절대 늘리지 않겠소. 군현 별로 조사를 해서, 공물이 과중한 곳은 경감해 주겠소”


“고맙소, 이제 안심하고 눈을 감을 수 있소!”


맹획의 말에 제갈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난 공을 죽일 생각이 없소. 한과 남중의 우호를 위해 힘써주시길 부탁 드리오!”


이에 맹획이 제갈량에게 큰 절을 올리며 말했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 남중에서 소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225년 건흥 3년 8월, 제갈량은 원정을 시작한지 반년이 채 못되어 맹획의 항복을 받고 남중을 평정하였다. 며칠 뒤 제갈량이 군대를 거느리고 회군 길에 올랐는데, 노수 앞에 수백 명의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은 제갈량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맹획의 얼굴이 보였다.


“대왕께서 어인 일이시오?”


제갈량이 물음에 맹획이 넙죽 절을 하며 말했다.

“승상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작은 선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맹획은 뒤편에 가지런히 놓여진 수백 대의 수레를 가리켰다.


“수레에 실린 것이 무엇이오?”

“남중에서만 자라는 과일과 향신료, 대나무와 풍토병을 치료하는 약초입니다.”


이에 제갈량이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대왕의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고맙소. 하지만 내가 현지의 귀한 물건들을 가져가면, 이곳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질 것이오. 내 약초만 고맙게 받겠으니, 다른 물건들은 다시 백성들에게 돌려주시오.”


“알겠습니다. 승상께서 백성들을 사랑하시는 마음을 배우겠습니다!”


제갈량은 약초에 대한 보답으로 익주의 비단을 내놓았고, 맹획 일행은 큰 절을 하며 한군이 모두 노수를 건널 때까지 배웅을 그치지 않았다.


이렇게 노수를 건넌 제갈량은 익주군의 중심인 전지현에 머물며 민심을 다독이는 한편, 유선에게 표를 올려 남중의 군현을 재편하였다. 제갈량은 기존 익주, 영창, 장가, 월수의 4군을 건녕, 운남, 영창, 흥고, 장가, 월수의 6군으로 변경했다.

89. 맹획.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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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下) +2 22.05.06 35 1 10쪽
51 삼국지의 정석_87. 원한을 잊고 오와 동맹을 맺는 한(마술사 서성)(上) +2 22.05.03 3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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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삼국지의 정석_84. 촉을 배신한 오, 오를 배신한 위(손권의 오리발)(上) +2 22.04.12 49 1 13쪽
46 삼국지의 정석_68. 유비와 손권의 갈등(정상회담)(下) +2 22.01.04 5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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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삼국지의 정석_64. 낙성에서 떨어진 봉추(대성통곡)(下) +3 21.12.14 4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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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삼국지의 정석_62. 적벽의 복수에 나서는 조조(토사구팽) +2 21.11.25 47 1 11쪽
36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下) +3 21.09.15 6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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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삼국지의 정석_48. 유비, 누워있던 용을 만나다(특별 채용)(上) +2 21.09.10 65 1 9쪽
33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下) +2 21.09.08 47 1 9쪽
32 삼국지의 정석_47. 공손 씨에게 목이 잘리는 원 씨 형제(조조의 관심법)(上) +2 21.09.06 44 1 8쪽
31 삼국지의 정석_46. 첫째는 죽고, 둘째, 셋째는 이민족의 땅으로(네 자신을 알라) +2 21.09.03 50 2 12쪽
30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下) +2 21.09.01 53 2 12쪽
29 삼국지의 정석_45. 원 씨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심배(경국지색)(上) +2 21.08.30 5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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